45화
현관문이 닫혔다. 찰칵, 쇠가 맞물리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쿵 하고 둔중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권이태가 래화를 현관문에 밀어붙이는 소리였다.
급하게 입술을 맞대며 서로에게 바짝 몸을 붙였다. 달라붙은 살갗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이 뜨거웠다.
입 안에 단맛이 감돌면서 혀뿌리가 저릿해졌다. 그는 목구멍까지 핥을 것처럼 거칠게 혀를 쑤셔 넣으며 허리를 끌어안았다. 두꺼운 팔뚝 안에 꽉 그러안기니 숨이 막혔다.
“하읏, 나, 으응……!”
숨 막힌다고 말하고 싶은데, 가슴이 꽉 움켜잡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고 있던 가죽 재킷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살이 찌그러지도록 가슴을 주무르던 손은 이내 티셔츠 안쪽으로 파고 들어왔다. 브래지어 밑으로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큼직한 손이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잠깐, 아, 잠깐만…….”
“왜. 뭐가 문젠데, 래화야.”
권이태가 아랫입술과 턱 끝을 잘근잘근 씹어 놓으며 물었다.
“부부끼리 섹스 좀 할 수도 있지.”
“읏, 그게 아니라, 나 숨 막혀…….”
그제야 래화를 끌어안은 팔이 조금 느슨해졌다. 래화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권이태 또한 얼굴에 보기 좋게 열이 올라와 있었다. 그가 더운 숨결을 내쉬었다.
살짝 아래를 곁눈질한 래화는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부푼 아랫도리를 보았다. 청바지의 두꺼운 천을 밀어 내는 양감이 뚜렷했다. 저걸 평소에 어떻게 수납하고 다니는지 신기할 정도로 두툼하고 길쭉했다.
신기해하는 시선에 권이태는 꾸욱 사타구니를 붙여 왔다. 딱딱한 감촉과 함께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가 래화에게 속닥거렸다.
“자기, 지금 좆 뜨거워져서 군고구마 될 지경이야.”
“…….”
저번에 고구마라고 말한 걸 잊지 않고 이렇게 써먹어 댔다. 잠시 권이태를 흘겨본 래화는 유전자 변형으로 500ml 생수병만큼 두꺼워진 군고구마의 껍질을 까 보았다.
청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자, 찢어질 듯이 얇은 천이 보였다. 속옷은 선액으로 이미 젖어 있었다. 밴드에 손가락을 걸어 당기자, 뻣뻣한 몽둥이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내밀었다.
번들거리는 귀두와 그 아래 핏줄이 불거진 기둥, 큼직한 음낭, 그리고 음모 하나 없이 매끈한 사타구니.
거기에 굴곡이 선명한 아랫배의 복근과 툭 튀어나온 장골까지, 포르노에나 나올 음란한 모습이었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적이었다.
열심히 관찰하다가 기둥을 살짝 손으로 건드리자, 권이태가 나른한 신음을 냈다. 그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이 재밌어서 불룩한 핏줄을 손가락으로 두어 번 더 건드려 보았다.
“래화야…….”
앓는 듯 부르는 이름에 래화는 발가락을 움츠렸다. 권이태가 흥분한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야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저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여서 꼴깍 삼켰다. 아주 말도 안 되는, 충동적인 행동이 하고 싶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아니, 권이태를 만나기 전이었으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짧은 갈등 끝에, 래화는 충동을 따르기로 결심하곤 권이태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그는 살짝 의아해하면서도 래화가 이끄는 대로 순순하게 따랐다. 현관문을 등에 기대고 서게 된 권이태는 씩 웃었다.
“뭐야, 나 설레는데…….”
래화는 살며시 다리를 굽혀 바닥에 무릎을 대었다. 반쯤 앉은 자세를 하고서 권이태를 올려다보니, 방금까지 여유롭게 농담하던 그가 보기 드물게 당황한 얼굴을 해 보였다.
아마 래화와 만난 이래, 가장 당황한 순간인 듯했다.
탄탄한 허벅지에 손을 짚고, 다른 손으로는 성기를 붙들었다. 입술을 한껏 벌리고 귀두를 왑 하고 물어 보았다.
“읏…….”
너무 커서 한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끝만 간신히 빠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손바닥 아래의 허벅지가 커다랗게 움찔거렸다.
이가 닿지 않게 조심하며 성기를 입 안쪽으로 깊숙하게 밀어 넣어 보려는 순간, 권이태가 이마를 밀어 냈다.
입에 침이 잔뜩 고인 탓에 성기와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끈이 늘어졌다. 너무 당황해서 말도 못 하는 그에게 래화는 입술을 핥으며 자그맣게 웅얼거렸다.
“잘 구워졌나 보려고…….”
권이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다른 쪽 손으로 제 눈 위를 잠시 덮었다. 그리고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야 이 또라이야…….”
얼굴 위에 뜨끈한 성기가 툭 얹어졌다. 래화의 작은 얼굴에 미처 다 얹어지지 못한 성기의 끄트머리가 바깥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콧속으로 확 끼치는 야한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을 빠르게 깜빡이자, 속눈썹이 스쳐 간지러웠는지 권이태가 작게 웃었다.
손으로 성기를 붙든 그가 귀두로 입술 위를 쿡 눌렀다. 그리고 슬근슬근 문지르며 선액을 입술에 온통 펴 발랐다. 래화의 입술을 반들반들하게 만들어 놓고, 맛난 거라도 쥐여 주는 듯이 말했다.
“제대로 핥아 봐.”
래화는 다시 입술을 크게 벌렸다. 워낙 굵으니 입에 넣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다. 입꼬리가 아려 왔다.
겨우 입 안에 담았다 싶었는데, 성기가 볼을 쿡 찔렀다. 여린 점막을 짓누르는 탓에 래화의 뺨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으읏…….”
래화가 억눌린 소리를 내며 눈썹을 찌푸리자, 이번엔 성기로 혓바닥 위를 눌러 대다가 스윽 밀어 넣었다.
워낙 길어서 조금 밀어 넣는 시늉을 하자마자 바로 목젖에 닿았다. 구역감에 커다랗게 몸을 떨자, 겨우 성기를 뒤로 물려 주었다.
래화는 양손으로 성기를 붙잡았다. 그가 제멋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든 다음, 끝부터 할짝할짝 핥고 빨았다.
낮은 신음과 웃음이 섞여서 들려왔다. 긴 손가락이 래화의 머리카락을 살살 헤집으며 두피를 쓸었다. 그러다 스윽 미끄러지듯 뒤통수를 감쌌다.
“우리 예또 잘 먹네…….”
오싹한 저음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정말 이상했다. 어째서 그의 것을 빨아 주는데, 저 또한 흥분이 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탄탄한 아랫배가 딱딱하게 굳으며 복근이 움찔움찔 떨릴 때마다, 래화도 몰래 제 다리 사이를 조여 허벅지 안쪽을 문질렀다.
밑이 저릿해지면서 물기가 젖어 드는 게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아래에 힘을 주며, 성기를 정성껏 핥았다.
핥아 주고 빨아 줄 때마다 곧장 반응이 되돌아와서 재밌었다. 턱이 뻐근한 고통도 잊고, 서투르게나마 열심히 성기를 빨았다.
혀를 넓게 펴서 귀두를 핥다가 요도 구멍을 살짝 파헤쳐 보자, 허벅지가 돌처럼 단단해지며 근육이 선명하게 갈라졌다.
“하아…….”
금방이라도 정액을 뱉어 낼 듯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가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권이태가 가슴을 들썩이며 가쁘게 호흡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숙하게 넣고 빨아들이는 순간, 그는 괴로운 신음을 뱉으며 래화의 입 안에서 성기를 뽑아냈다.
“읏, 하아……!”
바로 코앞에서 기둥이 빳빳해지더니 구멍을 벌리며 정액을 토해 냈다. 울컥 뿜어낸 액체가 기세 좋게 뻗어 나갔다. 권이태가 손바닥으로 가려 막았지만, 조금 늦는 바람에 래화에게도 튀어 버렸다.
“아……!”
래화는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다. 하필이면 눈꺼풀 위에 튀어서, 속눈썹에 진득하게 엉겨 붙었다. 눈도 못 뜨고 어쩔 줄 모르니, 권이태가 제 티셔츠를 끌어다가 닦아 주었다.
겨우 눈을 뜨게 된 래화의 뺨을 살살 쓸어 주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래화에게 장난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기가 너무 맛있게 빨아 줘서 약간 깐토리가 된 기분이었어.”
그 꼰대 맛 아이스바 있잖아, 하면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또다시 이름을 틀린 그에게 정식 명칭을 다시 알려 주자 실실 웃기만 했다. 이쯤 되면 장난치고 싶어서 일부러 틀리는 것 같았다.
“…….”
그러고 나니 뒤늦게 이성이 돌아왔다. 권이태의 백자지에 홀려서 너무 엄청난 짓을 저질렀음을 깨달은 래화는 뻐근한 입술을 손등으로 눌렀다.
부끄러워서 권이태를 쳐다보지도 못하는데, 그가 갑자기 래화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확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래화는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엉거주춤 서 있다가 권이태에게 기대자, 그는 래화가 입은 청바지 버클과 지퍼를 휘리릭 풀어냈다. 그리고 훌쩍 바지를 아래로 끌어 내렸다.
벗겨진 바지가 바닥에 구겨졌다. 순식간에 드러난 맨살이 서늘한 공기에 닿았다. 래화는 얼른 몸을 웅크리려 했지만, 권이태가 더 빨랐다.
그는 래화의 다리 사이에 제 허벅지를 끼워 넣었다. 두꺼운 허벅지 탓에 래화는 저절로 다리를 조금 벌리게 되었다.
“와아…….”
그의 손이 함부로 속옷을 헤집었다. 얇은 천 위를 검지로 긁듯이 문지르더니 웃었다.
“좆 빨면서 팬티를 이만큼 축축하게 만들어 놨어? 빨리 넣어 줘야겠다…….”
흥분해서 살짝 단단해진 음핵을 엉망으로 문질러 대는 탓에 몸이 비틀렸다. 움찔대는 래화를 붙들어 놓고 얼마간 괴롭히던 권이태가 불쑥 말했다.
“근데 자기야…….”
래화의 귀에 입술을 누르듯 틀어박고서 속삭였다.
“나도 한 번만 빨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