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남편 자격을 차고 넘치게 증명하는 권이태 때문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갔다. 래화는 얼굴뿐만 아니라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물든 채 헐떡였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제발 그만하라고 울었다. 하지만 그가 허리 짓을 늦추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뜨겁다 못해 화끈거리는 밑이 제대로 긁어 달라며 난리를 부리는 탓이었다.
“시러, 아, 우으, 조, 좋아, 학, 하아…….”
래화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줄도 몰랐다.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발발 떨면서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해 댔다.
열심히 발버둥 쳐 댔지만, 질척하게 들러붙은 쾌감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끈적한 짐승의 혓바닥처럼 온몸을 핥아 댈 뿐이었다. 겁이 나서 왈칵 울었다.
“무서, 워, 힉, 이태야, 나 무서워, 아, 이태야…….”
“응, 그래, 괜찮아…….”
그는 침대 헤드에 부딪치지 않도록 래화의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눈물로 흥건한 눈가를 핥아 주고, 턱 끝으로 흘러내리는 침도 핥았다. 입 안에 고인 타액과 바들거리는 혓바닥까지 쪽쪽 빨았다.
한참 그렇게 시달리니, 나중에는 목도 다 쉬어 버려서 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갈라진 목소리로 신음할 뿐이었다.
“아으, 하아, 아…….”
온몸이 축축했다. 위에서도, 밑에서도 물이 줄줄 흘렀다. 이러다 탈수로 죽을지도 몰랐다. 죽는다고 계속 히끅히끅 우는 래화를 달래듯, 그가 입을 맞춰 왔다.
난잡한 허리 아래와 다르게 입맞춤은 다정하고 보드라웠다. 입술을 조심스레 깨물었다가, 가만가만 핥고 빨았다.
그리곤 입술 끝에 입을 맞추고, 발갛게 상기된 뺨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쪽 소리 나게 볼에 입 맞춘 그는 래화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문질렀다. 커다란 덩치로 짓누르듯 하며 연신 깨물어 댔다.
뇌가 뭉개진 것처럼 생각이 뚝뚝 끊어졌다. 한계 이상의 쾌감에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래화는 제 앞의 뜨거운 육체를 끌어안았다.
두툼한 흉통이 품에 가득 들어찼다. 전부 껴안기도 버거울 만큼 너른 등에 팔을 둘렀다. 옅은 갈색의 살갗이 땀에 젖어 미끈했다.
가까이 맞닿은 살에서 어두운 밤의 숲을 닮은 향기가 배어났다. 향기는 야한 냄새와 뒤섞여 머릿속을 헤집었다.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또다시 견디지 못할 감각이 찾아왔다. 아래에 불이 확 붙었다. 열기와 함께 다시금 밀려오는 강한 소양감에 래화는 힉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아, 시, 시러, 간지러워, 거기, 으응, 아, 아아…….”
“어디, 여기? 여기, 긁어 줘?”
“응, 응응, 거기, 하아, 앗, 아, 거기 좋아…….”
가늘게 몸을 떨며 손톱을 세웠다. 매끈한 등줄기를 더듬으며 튀어나온 날개뼈와 꿈틀거리는 등 근육 위를 긁었다. 길게 붉은 자국을 남길 때마다 신음이 되돌아왔다.
안쪽 내벽이 잘게 물결치듯 경련하며 품고 있는 살덩이를 힘껏 조였다. 맛있는 것을 먹어 치우듯 쭉쭉 빨아 당기는 힘에 권이태가 읏, 하고 낮은 신음을 흘렸다.
“자기야, 윽, 힘 풀고, 하아…….”
그는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리면서 잘고 빠르게 박아 댔다. 반듯한 이마에 푸른 핏줄이 돋았다.
래화는 다리로 그의 허리를 조였다. 발로 탄탄한 엉덩이를 문지르고 눌러 대며 할딱할딱 신음했다.
“조, 좋아, 아, 더, 아아, 더어, 또 갈 것, 같아……!”
쳐올리는 힘에 맞춰서 엉덩이를 흔들고, 굵은 살몽둥이를 더 맞으려 애썼다. 어떻게든 성기를 받으려 힉힉거리다가, 고개를 뒤로 꺾었다.
“아으응……!”
동공이 풀리고, 팔다리가 제멋대로 떨렸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흐응……, 아…….”
신경을 타고 흐르는 쾌락에 발발 떨면서 신음했다. 솜털이 쭈뼛하게 돋으며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자극적인 감각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던 래화는 저도 모르게 이태야, 하고 속삭였다.
“너무 좋아…….”
맞닿은 몸이 움찔 떨렸다. 권이태가 숨을 거칠게 헐떡였다.
“아, 큿, 흐으, 씨발, 미치겠네…….”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마구잡이로 허리를 털었다. 래화의 얼굴 양옆에 손을 짚고, 엉덩이 근육이 팽팽하게 올라붙도록 힘껏 힘을 주어 푹푹 쑤셨다.
“내가, 너는, 후우, 말, 하지 말라고, 흣, 했잖아…….”
권이태가 눈매를 잔뜩 일그러뜨리고선 연신 이름을 불렀다.
“래화야, 하아, 이래화, 아…….”
뜨거워. 좋아. 나도 좋아. 신음과 단 숨이 뒤섞인 말이 짤막하게 떨어졌다.
열에 취한 검은 눈동자가 래화를 가득 담았다. 흥분하여 붉은빛이 감도는 눈동자에 오직 래화만을 담고서,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어여쁜 것을 보듯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잔뜩 핏줄이 튀어나온 손이 침대 시트를 한껏 움켜쥐었다. 손가락 힘을 따라 천이 길게 주름졌다. 이를 맞무는 힘과 함께 뺨이 잘게 떨리고, 그가 들끓는 신음을 냈다.
“큭…….”
몇 번 빠르고 잘게 박아 대더니, 가장 깊은 곳에 귀두를 푹 쑤셨다. 맞닿은 몸이 바르르 떨리고, 얇은 고무막 너머로 정액이 들어차는 게 느껴졌다.
아뜩한 절정이 찾아왔다. 이보다 더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다음이 존재했다.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바르작거렸다. 금방 애액이 왈칵 쏟아지는 걸 느끼며 그와 동시에 신음했다.
“아, 아아…….”
함께 느끼는 절정은 마치 순간적으로 뇌가 이어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칼에 베이듯 날카로운 쾌감의 여운 속에서 안온한 충족감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래화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자신이 느낀 것을 권이태 또한 느꼈음을.
하아, 하아…….
누구 것인지 모를 숨이 뒤섞였다. 권이태가 느릿하게 몸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래화를 꼭 안았다.
팔뚝으로 허리를 휘감고, 다리는 제 허벅지 사이에 가두어 안았다.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빠듯하게 끌어안고서 조용히 숨을 골랐다.
온통 권이태에게 갇혀 버렸지만, 답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었지만, 래화는 기어코 손을 뻗었다. 그리고 권이태의 목덜미를 쓸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만져 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뱀의 머리와 몸통을 가만가만 어루만졌다.
“…….”
권이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래화가 만져 주자 눈을 스르륵 감았을 뿐이었다. 두어 번 그의 목을 만지는 것으로 남은 기력을 전부 소진한 래화는 다시 얌전히 손을 떨어트렸다.
둘이서 한참을 껴안고 있었다. 거칠어진 숨이 가라앉고, 뜨거운 열기도 한소끔 식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안고 있었다.
그러다가 권이태가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그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곤, 래화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댔다.
쪽쪽, 가볍게 몆 번 입 맞추고 콘돔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성기를 빼냈다. 그가 콘돔을 묶는 걸 지켜보며 래화는 살짝 몸을 떨었다.
그놈의 핫젤…….
지금은 그나마 많이 식어서, 희미한 미열만 남았다. 다 쓴 콘돔을 버리고 새 콘돔을 들고 돌아오는 권이태를 본 래화는 곧장 경고했다.
“나 더는 못 해…….”
그러자 권이태는 씩 웃었다. 그가 새 콘돔을 서랍장 위에 놔두곤, 침대로 올라와 래화를 끌어안았다.
뭔가 한두 마디 정도는 반항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침대로 올라올 때 이미 힘을 받은 그의 성기가 꺼떡거리는 걸 보아서 더 그랬다.
“너 왜 얌전해……?”
“또 하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래화는 말하다 말고 길게 하품했다. 급격하게 피로감이 몰려오며 눈앞이 가물거렸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자, 권이태가 속삭였다.
“졸려?”
“응…….”
“자. 내가 씻겨 줄게.”
“너 나 자는데 하는 거 아니지…….”
“자기야, 나 그렇게 쓰레기 아냐.”
“응, 믿어…….”
어느새 스르륵 눈을 감았다. 따듯한 품에 안겨서 가물가물 잠에 빠져드는데, 가벼운 접촉이 콧등에 느껴졌다. 뒤이어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어린 게 맛있지, 누나?”
제발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대꾸하려 했지만, 입술을 벙긋할 힘조차 없었다. 래화는 그냥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완전히 잠에 빠지기 직전,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주는 손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