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래화는 아연한 눈으로 알몸 변태를 바라보았다. 음모 하나 없이 깨끗한 성기의 귀두 끝에는 이미 투명한 선액이 맺히고 있었다.
권이태가 손으로 성기를 슬슬 쓸어 올렸다. 그의 눈에는 벌써 래화를 괴롭힐 생각이 그득했다.
“너 변태 같아.”
“으응.”
진심 어린 발언을 건넸지만 권이태는 딱히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질색하는 래화를 즐기고 있었다. 얄미워 죽겠는데, 당장 눈앞의 광경이 너무 흉해서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일단 그것 좀 어떻게 해 봐.”
“이건 내가 조종할 수가 없는데.”
“조종하라는 말이 아니라…….”
말하다 말고 권이태를 노려보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저번에는 조종도 잘했던 것 같았다. 저 필요할 때만 능숙하게 움직여 대는 부위였다니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권이태는 또다시 붓 하나를 집어 왔다. 이번에는 가느다란 세필 붓이었다.
그가 한쪽 손에는 세필 붓을, 다른 손에는 래화를 들고 화실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커다란 책상 위에 래화를 눕혔다. 긴 머리카락이 책상 위에 흐트러졌다.
작업할 때 여러 가지 물품들을 늘어놓으려고 주문 제작한 대형 책상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에 맨몸으로 눕혀진 래화는 불안한 눈으로 책상을 흘깃거렸다.
책상 부서지는 거 아냐……?
원목 책상이 튼튼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올려놓는 곳은 아니었다. 불안해하는 사이, 권이태가 세필 붓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섬세한 붓끝이 피부 위를 간질간질하게 훑었다. 붓이 지나가는 궤적을 따라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자그마한 자극이 주어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유두가 도록 솟아났다. 흰 가슴 위에 꼿꼿하게 솟아난 유두는 제가 보기에도 야했다.
권이태가 키득거리며 붓으로 무언가를 그리는 시늉을 해 댔다. 아마도 스마일을 그리는 것 같았다.
“그림 그리는 거 재밌네.”
동글동글하게 붓을 굴리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경고했다.
“하지 말라니까.”
“왜? 너 똑같은 거 서른 개씩 사 뒀잖아.”
거의 무슨 창고처럼 쌓아 두지 않았냐는 말에 할 말이 없어졌다. 권이태는 아이스크림 사 주겠다고 말할 때처럼 살살 꼬셔 댔다.
“내가 구십 개 사 줄게.”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하여간 진짜 말 안 듣는다고 생각하며, 그의 손을 꼭 붙든 채로 중얼거렸다.
“기분 이상하단 말이야.”
“어떻게 이상한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손에 쥐었던 도구였다. 그걸로 이런 짓을 하는 상황 자체가 이상했다.
한번 이질감을 인지하니, 화실에서 발가벗고 있는 것도 너무 이상하게 여겨졌다. 일상의 공간이 비일상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낯설고 기이했다.
분명히 아무도 없는, 단둘만이 자리한 실내 공간인데도 마치 사람들 많은 야외 공원에서 발가벗고 관계하는 듯한 수치스러움이 들었다.
세필 붓의 가느다란 끝이 유두 위를 살살 간질였다. 래화는 인상을 쓰며 가슴을 뒤로 물렸다. 끈질기게 붓을 들이미는 그에게 제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너무 부끄러워…….”
“그러면 자지만 갖다 박아?”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충분한 사전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저히 넣을 수가 없는 크기였다. 논리적인 반박에 권이태는 뭐가 재밌는지 웃기만 했다.
그가 래화의 가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말캉한 혀가 방금까지 붓에 괴롭혀지던 유두를 살살 쓸어 주었다. 축축하고 습한 공간에 빨려 들어간 유두는 금세 색이 짙게 물들었다.
크게 입을 벌리고 유륜까지 꾹 누르듯 깨물자, 잇자국이 하얀 가슴 위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츕, 소리 내며 입술을 떨어트린 권이태가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붓으로 음핵 위를 살살 간질이기에 놀라서 다리를 모았다. 민감한 부분을 뾰족한 모 끝으로 긁어 대자, 얌전하던 음핵이 서서히 일어났다. 여태껏 신음을 눌러 참았던 래화의 몸이 팔짝 튀어 올랐다.
“아읏, 하지 말라니까……!”
손을 허우적거리며 그를 밀어 내자, 권이태는 비실비실 웃으면서 붓을 내려놓았다. 래화는 얼른 붓을 책상 구석으로 밀어 버렸다. 그가 흠, 하고 곤란하단 듯 물었다.
“어쩌지. 그냥 빨아 줄까?”
붓보다는 그게 낫지 않냐는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권이태는 기다렸다는 듯 무릎을 꿇었다. 어쩐지 속은 기분이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그는 래화의 몸을 끌어당겨다 엉덩이를 책상 끝에 걸쳐 놓고, 허벅지를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그리고 눈매를 가느스름히 좁히고서 음부를 응시했다.
그러다 음순을 양쪽으로 젖혀 붉은 살이 드러나도록 만들고서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저 쳐다보는 것뿐인데, 시선이 마치 형체를 가진 듯 느껴졌다.
음부 위로 일어나는 저릿한 간지러움에 발을 움츠렸다. 젖은 틈새에서 슬며시 물이 흘러나왔다. 느릿하게 흘러내린 액이 책상에 떨어질 때까지 한참을 구경하던 그가 천천히 음부에 입을 맞췄다.
느릿하게 핥는 움직임에 헉, 하고 몸을 떨었다. 조그만 돌기를 펠라티오 하듯 쪽쪽 빨아들이는 힘이 너무 강했다. 음핵을 슬쩍슬쩍 깨물어 대기도 했는데, 한입에 꿀꺽 삼켜 버릴까 봐 겁이 났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권이태이니 자꾸 말도 안 되는 걱정이 들었다.
“흣, 흐으…….”
이미 학습된 쾌감에 밑은 금방 촉촉하게 젖었다. 부드럽게 풀어지는 감각을 느끼며, 래화는 기분 좋은 감각에 잠겼다.
그래도 한 번 해 봤다고 전보다는 견딜 만했다. 딱 좋을 만큼만 이어지는 쾌감에 나른히 신음했다. 쭉 뻗은 발가락 끝으로 권이태의 팔뚝을 긁어 대던 래화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의 팔뚝에 잔뜩 힘이 들어가 근육이 단단하게 잡혀 있었다. 심지어 위아래로 슬슬 흔들리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래화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권이태가 저지르는 만행에 기함했다. 그는 래화의 음부를 빨면서 제 것을 문지르는 중이었다.
큼직한 손으로 매끈한 성기를 붙잡고 흔드는 모습에 현기증이 일었다. 충격받은 래화의 표정에 권이태가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눈으로 웃었다.
“새로 그리는 그림에, 후으, 자지도 그려 줄 거야?”
그놈의 자지 그려 준다는 말도 안 했는데, 제멋대로 결론을 내려 버렸다.
“캔버스 존나 큰 걸로 사야겠네…….”
제일 큰 호수로 사자며, 권이태가 캔버스 구매 계획을 말했다. 화실에서 이런 음담패설이라니, 부끄러워서 얼굴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런 말 좀 하지 마…….”
“으응, 알았어, 자기야.”
권이태가 본격적으로 제 것을 흔들기 시작했다. 래화는 그가 자위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몇 번 짧게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또렷한 정신으로 자세하게 보는 건 처음이었다. 눈매를 찡그리며 연신 밭은 숨을 내쉬는 그는 잔뜩 흥분해 있었다.
“흐읏, 하아, 래화야, 나 봐 봐…….”
래화의 시선을 받으며 자위하던 그가 아, 하고 나지막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아랫배가 움찔 떨리고, 한계까지 부푼 성기에서 뿌연 액이 팍 튀어 올랐다.
다분히 고의적으로, 그는 래화의 책상 위에 정액을 싸질렀다. 래화가 하루 대부분을 머무르며 작업하는 공간에 기어코 제 흔적을 남겨 놓은 것이다.
책상 가득 뿌려진 정액에 항의할 새도 없었다. 사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뭐에 그렇게 흥분했는지 그의 성기는 다시 금방 부풀어 올랐다.
그러더니 곧바로 콘돔을 끼우곤, 래화의 다리 사이에 귀두를 들이댔다. 넣는다는 경고도 없이 두꺼운 성기가 안으로 쑥 들어왔다.
“악……!”
소스라치게 놀란 래화가 허리를 확 꺾으며 비명 질렀다. 몸이 강제로 열리는 느낌에 아래가 얼얼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권이태의 팔뚝을 붙들고 벌벌 떨면서 말했다.
“가, 갑자기, 넣으면……!”
하지만 그에게 반성하는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되레 비좁은 안쪽을 넓혀 보겠다는 듯 성기를 짧게 치댔다.
“자기, 내가 자위하는 거 보니까 꼴렸어? 한 번에 쑥 들어가네.”
사타구니와 음부가 맞닿을 때마다 착착 젖은 물소리가 났다. 민망할 만큼 축축한 소리였다.
“이거 봐, 완전 흐물흐물하게 젖어 가지곤…….”
그는 래화의 어깨를 밀어 책상 위로 쓰러트렸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권이태가 약간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응? 변태야.”
래화는 잠시나마 그를 토끼라고 칭했던 과거의 자신을 마음속으로 비난했다. 저 남자는 절대로 토끼가 될 수 없었다.
맛 좋은 먹이를 눈앞에 둔 육식수가 래화의 양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허벅지를 누르며 밀어붙이는 탓에 몸이 완전히 구부러졌다. 거의 위에서 들이박는 자세로 그가 허리 짓을 하기 시작했다.
“아, 너무 좁다…….”
앓는 소리를 내면서 숨을 씨근덕거렸다. 관자놀이에 핏줄이 서도록 처박으며 계속 비좁다고 속삭여 댔다.
거대한 흉기를 안에 우겨 넣었을 때 잠깐 정신을 놓았던 래화는 뒤늦게 눈물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하읏, 힉, 그, 그렇게 처박으니까, 좁은, 아, 나, 천천히……!”
하지만 권이태는 이미 침입자를 밀어 내려 꼼틀거리는 여린 점막을 한껏 즐기는 중이었다. 그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큰일이네……. 자지 잘리면 어떡하지? 우리 자기가 존나 좋아하는 건데…….”
잘라 버리기 전에 빼라고 말하려던 래화는 몸을 빳빳하게 굳혔다. 뭔가 짜릿하게 아랫배를 쿡 찌르는 듯하더니, 안이 힘껏 조여들며 왈칵 물이 터졌다.
성기가 미끈하게 드나드는 느낌을 권이태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절정에 달해 굳어 버린 래화를 마구 들쑤시며 괴롭혔다.
“자지 잘리기 전에 빨리 싸야 하는데, 그치이…….”
남은 죽겠는데 헛소리만 해 댔다. 래화는 새빨개진 얼굴로 흐느꼈다.
“으흑, 힉, 그러면, 싸면 되잖아……!”
“후으, 자기가 도와주면 토끼처럼, 읏, 얼른 쌀 수 있지 않을까?”
“어, 어떻게……?”
권이태는 울상을 지으며 불쌍한 척했다. 간악한 목소리가 속닥거렸다.
“자기가 올라타서 흔들어 주면 나도 쌀 수 있을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