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래화는 그를 비난하는 대신 순순하게 말했다.
“알았어, 내가 위에서 할게.”
나름대로 속셈이 있었다. 권이태와의 섹스는 항상 너무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자신이 위에서 하게 된다면,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을 터였다.
다음날 무리가 없을 만큼 딱 적당하게만 관계하는 게 래화의 목표였다. 승인을 얻은 권이태는 곧바로 성기를 넣은 채로 래화를 안아 들었다.
그가 엉덩이만 받치고 성큼성큼 화실을 가로질렀다. 이래화는 곧장 질겁하며 소리쳤다.
“읏, 무슨 짓이야, 이거 빼고 걸어……!”
손톱으로 그의 살갗을 마구 할퀴어댔다. 붉은 줄을 죽죽 그으며 악착같이 어깨에 매달렸다. 꽤 아플 텐데도, 권이태는 꿈쩍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다행스럽게도 목적지인 1인용 리클라이너가 그리 멀지 않아서 금방 앉을 수 있었다. 커다란 손이 파들거리는 엉덩이를 토닥였다.
“놀랐어, 자기야?”
“…….”
놀란 정도가 아니었다. 래화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원망스럽게 권이태를 바라보았다.
권이태에겐 대부분의 표준형 가구들이 작았는데, 화실의 1인용 리클라이너도 역시나 작았다. 익숙한 일인지,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구겨 앉았다.
그동안 여전히 성기에 박혀 있던 래화는 반쯤 죽어 가는 중이었다. 그가 몸을 들썩일 때마다, 속에 박힌 거대한 흉기가 안쪽을 잘게 찔러 댔다.
쾌감과 고통이 뒤섞여 마구 몰아치니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고, 권이태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발발 떨었다.
“하윽, 으…….”
마침내 완전히 리클라이너를 차지한 권이태가 래화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가까스로 숨을 고른 래화는 느리게 얼굴을 들어 올렸다.
시선이 맞닿은 순간, 과거 그의 방에서 치렀던 격렬한 섹스가 떠올랐다. 그때도 1인용 소파에 앉아서 이렇게 마주 보았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때와는 많은 게 달라졌다. 아마 가장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그가 저를 바라보는 눈빛일 터였다.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음험한 색을 품었으나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둥글게 깎여 나간 눈빛이 저 때문임을 알기 때문일까. 시선을 섞으며 관계를 맺는 일이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나…… 얼굴 보고 못 하겠어.”
“그럼 뒤돌아서 할래?”
권이태는 아주 유순하게 권유했다. 마치 너를 위해 묻는다는 듯한 어조가 얄미워서, 래화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권이태가 들켰다는 듯 히죽 웃었다. 래화는 그에게 단단히 경고했다.
“뒤돌아서 내가 다 할 거니까, 너는 가만히 있어.”
“으응…….”
“나 만지지도 마.”
“응?”
히죽거리며 고분고분 답하던 권이태가 뒤늦게 반응했다. 래화는 끙끙거리며 그의 몸을 밀었다.
리클라이너의 등받이는 기대어 눕기 좋게 적당한 각도로 젖혀진 상태였다. 권이태를 눕혀 놓고, 저를 만지지 못하도록 팔도 끌어당겨 팔걸이에 걸쳐 두었다.
“손끝 하나라도 닿으면 끝이야.”
뭐가 끝인진 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말해 뒀다. 그리고 복근이 탄탄하게 짜인 배 위에 손을 얹고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큼직한 이물질이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느낌에 허리가 저절로 떨렸다. 아무리 엉덩이를 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성기에 속으로 권이태 욕을 세 번쯤 중얼거린 끝에, 결국 성기를 빼내는 데에 성공했다.
“하아…….”
벌써 진이 쏙 빠졌다. 잔뜩 지쳐 버린 래화는 힘겹게 뒤돌아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기분이 묘해졌다. 시야에 화실이 가득 들어찬 탓이었다.
수치스러움에 곧장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어째서인지 그와 동시에 야릇함이 찾아왔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래화는 생각을 떨치기 위해 손을 뒤로 뻗었다. 손가락으로 어설프게 성기를 그러쥐고, 더듬거리며 질구에 가져갔다.
얼마간 헤매다 드디어 귀두를 갈라진 틈에 넣는 데 성공했다. 눅눅하게 풀어진 안이 성기의 끝을 빠듯하게 집어삼켰다.
“큭…….”
권이태가 곧장 낮은 신음을 흘렸다. 래화도 헉, 하고 다급히 숨을 들이켰다. 긴장해서 힘이 들어간 점막이 귀두를 꽉 조였다. 한계까지 빈틈없이 늘어난 질구가 자칫하면 찢어질 듯했다.
“아, 래화야…….”
몸을 웅크린 권이태가 엄살 부리며 땀에 젖은 등에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면서 아닌 척 이로 얇은 살갗을 슬쩍 깨물며 중얼거렸다.
“나 죽을 거 같은데.”
래화는 진짜로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움직이지 마……!”
하지만 도대체가 말을 듣질 않았다. 그는 등에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쓸어다가 앞으로 보내더니, 허리를 끌어안고 등줄기에 도드라진 척추뼈를 따라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쪽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부끄러워 결국 목덜미가 발개졌다. 그가 래화의 귀에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엉덩이 때리고 싶다, 래화야.”
“한 번만 더 만지면 너 묶어 놓을 거야.”
“알았어. 얌전히 자지만 대고 있을게.”
“…….”
아무래도 입부터 틀어막아야 할 듯했다. 래화는 다른 쪽 손을 뻗어 그를 밀어 냈다. 다행히 권이태는 순순히 다시금 몸을 뒤로 뉘었다.
빠듯한 성기를 안으로 넣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들어 가며 기둥을 점차 집어삼켰다. 뒤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손바닥 아래에서 허벅지의 근육이 딱딱하게 경직하며 떨렸다.
권이태가 보여 주는 반응에 약간 자신감이 생겼다. 반쯤 성기를 집어넣었을 즈음, 래화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쑥 하고 앉아 버렸다.
“하읏!”
“큭, 아…….”
갑작스럽게 몰아닥치는 쾌감에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경련했다. 권이태가 잇새로 낮은 신음을 흘렸다.
통제되지 않는 쾌감이 아랫배를 뻐근하게 두드렸다. 아까부터 이어진 정사에 잔뜩 예민해진 탓인지, 성기를 뿌리 끝까지 집어삼킨 음부가 저절로 옴쭉거렸다.
래화는 밭은 숨을 몰아쉬며 겨우 감각을 가라앉혔다. 둘 다 음모가 거의 없는 탓에, 접합부에 닿는 살갗의 감촉이 적나라했다. 음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사타구니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민망했다.
그래도 한 번에 넣어 버리니 차라리 나은 것 같았다. 얼마간 적응 시간을 가진 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래화는 성실한 모범생처럼 바지런히 엉덩이를 달싹였다. 권이태의 허벅지에 손을 짚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고통이 훨씬 컸다. 크기가 크기인 만큼,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굵다란 성기가 안을 푹푹 쑤실 때마다 혀뿌리가 아릿해졌다. 잔뜩 고인 침이 입술 밖으로 흘러나올 듯해서, 자꾸만 꼴깍꼴깍 침을 삼켰다.
조금씩 밑이 저릿해지고, 어깨가 저절로 흠칫거리며 떨렸다. 성기를 안쪽 깊숙이 삼키면 포상처럼 주어지는 쾌감이 간질간질했다. 래화는 인식하지도 못하고 점차 움직이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
등 뒤에서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진득한 시선이 땀에 젖은 등줄기를 핥았다. 저를 지켜보는 남자 앞에서 날카로운 신음을 내질렀다.
“하읏……!”
조금 깊숙하게 앉았다 싶은 순간, 차곡차곡 쌓이던 쾌감이 온몸에 짜릿하게 번졌다. 몸 전체로 번지는 쾌감에 손가락과 발가락을 잔뜩 움츠렸다. 미처 제어하지 못한 손톱이 그의 허벅지를 할퀸 것 같기도 했다.
“하아, 아, 하으읏…….”
잔뜩 기분 좋은 신음이 연이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절정에 달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감각이 아랫배를 괴롭혔다.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은데, 마지막 쾌감 한 조각이 모자랐다. 안달이 나서 허리를 흔들었으나, 뭔가 계속 부족했다. 미약한 현기증마저 느끼는 찰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자기, 내 좆으로 자위하네…….”
권이태가 아래를 퍽 쳐올렸다. 깊숙하게 치고 들어오는 힘에 래화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예고 없이 찾아온 절정이 온몸의 신경을 타고 번져 나갔다. 래화는 눈을 크게 뜨고 신음했다.
“아……!”
하지만 지독한 쾌감에 적응할 새도 없이, 권이태가 몸을 일으켜 래화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등 뒤에 달라붙은 채, 말캉한 살을 제멋대로 주무르며 속삭였다.
“깐깐이보다 내가 더 맛있지?”
거친 숨과 함께 떨어진 질문에 깐깐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하지만 쾌감에 흐무러진 혀는 제멋대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응, 네가 더 맛있어…….”
사나운 헛웃음이 돌아왔다. 안에 꽉꽉 들어찬 성기가 꿈틀거리며 더욱 크기를 부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가 바닥에 발을 단단히 디뎠다. 그리고 방금까지 미적지근하게 움직이던 이를 벌주듯, 끌어안은 자세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사타구니에 짓눌리도록 퍽퍽 박아 넣는 힘에 시야가 일그러졌다. 안을 온통 긁으며 뿌리까지 단박에 밀고 들어올 때마다 눈앞이 깜빡거렸다.
“아, 하으윽!”
꼼짝 못 하고 경직되었던 래화는 뒤늦은 비명을 내질렀다. 반사적으로 성기를 빼내려 엉덩이를 들썩였지만, 그가 놓아줄 리 없었다. 권이태는 제 성기를 품어 불룩해진 아랫배를 손으로 짓눌렀다.
“자기야, 떡칠 때 그런 말 하는 거, 하아, 불법이야, 알았어? 자꾸 그러면 감옥 들어가.”
헐떡이며 하는 말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궁금증이 들었다. 래화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물었다.
“감옥, 아읏, 왜, 가는데, 흑!”
“모르지, 씨발…….”
권이태가 어깻죽지를 이로 꽉 물었다. 그가 손을 아래로 내려 음핵을 꼬집었다. 발딱 부푼 여린 살점을 꼬집는 손길에 저절로 눈이 커지며, 머리카락이 쭈뼛 솟았다.
“아직 질문할 정신도 있고……. 내가 덜 박아 줬다, 그치?”
“힉, 잠깐, 거기 만지지 마, 싫어……!”
바둥거리며 그를 밀어 내자, 커다란 손이 래화의 양쪽 손목을 한 손에 쥐었다. 꼼짝 못 하도록 등 뒤로 붙들어 놓고, 다른 손으로는 골반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왜 싫어.”
권이태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쌀밥 먹인 값 받아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