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사하 키치웨딩-70화 (70/132)

70화

몸을 웅크리고 싶었지만, 단단히 틀어쥔 악력이 거세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사정없이 아래를 쳐올렸다.

적당하게 움직이며 야금야금 쾌감을 느끼던 래화를 벌하듯, 거칠고 난잡한 삽입이었다. 빠르고 깊게 박아 대는 힘에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격한 움직임을 따라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안타까울 정도로 꼿꼿하게 솟은 유두가 꽉 꼬집혔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아프게 꼬집혔다가 풀려난 순간, 자르르한 통증이 들었다.

분명히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안쪽이 미친 듯이 경련했다. 옴쭉거리던 점막이 성기를 끊어 먹을 듯이 조였다가 툭 풀어졌다.

가뜩이나 흠뻑 젖었던 내부가 완전히 흐물흐물하게 풀렸다. 녹진해진 점막을 성기가 제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안이 풀린 덕분에 빠듯하던 통증이 사라졌다. 마치 완벽하게 딱 맞춘 것처럼, 성기가 질 내부를 가득 채웠다.

아픔이 사라지니 그때부터는 쾌감뿐이었다. 극도로 예민해진 내부가 제 안에 들어찬 성기를 낱낱이 느꼈다.

얇은 콘돔의 고무 막, 그 아래 불거진 울퉁불퉁한 핏줄, 두툼한 귀두와 두꺼운 뿌리까지. 불에 달군 말뚝으로 쑤셔지는 기분이었다. 고개가 저절로 젖혀지며 높고 새된 신음이 튀어나왔다.

“힉……!”

입술을 벌리고 숨을 뱉었다. 더운 숨을 뱉으며 속의 열기를 덜어 보려 애썼지만, 조금도 도움 되질 않았다. 눈 안쪽이 뜨거워질 정도로 감각이 몰아쳤다.

“아읏, 좋아, 거기, 조, 좋아, 그렇게, 하으윽……!”

래화는 야한 신음을 흘리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가 안을 쑤셔 줄 때마다 어떻게든 깊이 받아들이려고 안달을 냈다.

극단의 쾌감에 눈물이 뺨을 흠뻑 적셨다. 울면서 허리를 흔드는 추태가 음란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런 걸 인식할 정신조차 없었다. 과한 쾌감에 고개를 마구 내저으면서도 좋다고 엉엉 울었다.

“좋아, 이태야, 아흣, 나 너무 좋아…….”

권이태가 못 견디겠다는 듯 신음하며 더욱 거칠게 움직였다. 그는 통통하게 부어오른 음핵을 엄지로 짓이기며 성기를 안쪽 깊숙이 박았다.

몸이 벌벌 경련하며 안에 들어있는 굵은 성기를 맛있게 빨아들였다. 질 근육이 멋대로 옴쭉거리며 게걸스럽게 쾌감을 탐하는 탓에, 래화는 금방이라도 숨넘어갈 듯 신음하며 허덕거렸다.

어느 순간 차가운 얼음으로 쓸어내린 듯이 뒷덜미가 오싹해졌다. 래화는 허리를 뒤틀며 소리 질렀다. 멈춰 달라는 비명을 지른 듯했지만, 확실치 않았다.

자글자글하게 요의가 들끓더니 음부에 화끈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경험해본 상황이었다. 필사적으로 아래에 힘을 주었으나 이번에도 버티지 못했다.

“아악……!”

쪼르륵, 리클라이너의 가죽 시트에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 나가는 물줄기의 궤적이 선명했다. 한 번 둑이 터지니 끝도 없이 줄줄 새어 나왔다. 시트에 작은 물웅덩이가 고였다.

“하아, 흑, 아아…….”

몇 번을 겪어도 수치스러운 배설감이었다. 래화는 흐느끼며 몸을 떨었다. 한가득 싸지른 탓에 오한이라도 든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쾌감에서 벗어나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래화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되레 기다렸다는 듯 집요하게 안을 쑤시며 절정의 극단으로 몰아세웠다.

더 이상 뭔가를 판단하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완전히 흥분한 몸은 이성의 제어를 잃어버리고, 주어지는 반응에 즉물적으로 반응할 뿐이었다.

얕고 깊은 절정이 파도처럼 이어졌다. 눈앞이 하얘지며 의식이 깜빡거렸다. 래화는 정신없이 애원했다.

“나, 그, 그만, 주, 죽어, 힛, 아, 죽어…….”

이번에야말로 진짜 죽을지도 몰랐다. 뇌를 짓이기는 쾌감이 몸을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숨결 하나에도 자지러질 듯이 신음했다.

죽는다고 애원하는데도 권이태는 말이 없었다. 그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거친 신음과 숨소리만 뱉을 뿐이었다.

“제발, 아, 안 돼, 으흑……!”

강제로 내몰린 쾌감에 진저리를 치며 괴로운 신음을 내질렀다. 손이 자유로웠다면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잡아 뜯었을 터였다.

말간 액이 음부에서 끝없이 흘러내려 살을 흥건하게 적셨다. 매끄러운 사타구니와 엉덩이가 부딪힐 때마다 철퍽철퍽 젖은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깊숙하게 박힐 때마다 간헐적으로 묽은 물이 소변처럼 픽픽 튀어나왔다. 오늘이야말로 섹스하다가 복하사로 죽는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큭…….”

권이태가 끓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래화를 뒤로 잡아끌었다. 몸이 휙 넘어가며, 너른 가슴팍에 온통 기대어 눕게 되었다.

그는 뒤에서 래화를 끌어안은 채 성기를 깊숙하게 퍽 하고 처넣었다. 굵은 성기는 가장 깊은 곳에서 잘고 빠르게 안을 후벼팠다. 래화의 몸이 커다랗게 들썩였다.

“……!”

벌어진 입에서 여린 숨이 흘러나왔다. 다리가 저절로 활짝 벌어졌다가 모이기를 반복했다. 풀려난 손이 허공에서 벌벌거리다가, 뒤늦게 허리를 끌어안은 권이태의 팔뚝을 움켜쥐었다.

누군가 잡아당긴 것처럼 허리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한껏 휘어졌다. 래화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아, 윽, 후으……. 래화야…….”

권이태의 몸이 짧게 경련했다. 고무 막 너머로 쏘아져 나오는 정액이 느껴졌다. 뭉근하게 고이는 액체를 느끼는 순간, 자글거리는 감각에 시달리던 음부에서 또다시 물을 실금했다.

허벅지를 바들바들 떨다가, 바짝 휘었던 몸을 힘없이 떨어트렸다. 맞닿은 살이 뜨거웠다. 등 뒤의 가슴팍이 거칠게 숨을 씨근덕거렸다.

그가 입술로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민감해진 몸은 작은 자극도 견디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움찔움찔 떨었으나, 신음할 힘조차 없었다.

래화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앞이 가물거렸다. 온갖 체액들로 지저분해진 리클라이너와 화실 바닥이 뒤늦게 걱정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생각의 끝이었다. 누군가 가위로 싹둑 잘라낸 것처럼 의식이 끊어졌다.

*ⓑ*ⓐ*ⓞ*

평온하던 화실이 음탕한 냄새로 가득 찼다. 발정기 짐승처럼 섹스에 몰두했던 권이태는 제 몸 위로 실리는 무게에 뒤늦게 정신 차렸다.

“……아.”

너무 괴롭혔는지, 이래화가 결국 기절해 버렸다. 축 늘어지는 몸을 추슬러 안으며 슬쩍 얼굴을 확인하니 눈물범벅이었다. 기운 없이 감긴 눈에서 진한 원망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 그는 이래화를 안은 채로 조심스럽게 성기를 빼내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정사의 흔적이 잔뜩 남겨진 화실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굳이 화실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제 흔적을 잔뜩 묻혀 놔서, 그림 그리는 내내 떠올리도록 하고 싶었다.

붓을 잡을 때도, 책상에 물감을 내려놓을 때도, 리클라이너에 몸을 눕힐 때도.

얌전하게 물감 칠을 하다가 혼자서 얼굴을 붉힐 이래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쌀 것 같았다.

정액이 그득하게 들어찬 콘돔도 묶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래화를 안은 채 욕실로 향했다.

따끈한 온도로 물을 받고, 샤워기로 꼼꼼하게 씻겨 주었다. 의식을 잃은 몸은 평소보다 무거웠지만, 권이태에겐 그다지 힘들지 않은 무게였다.

어렵지 않게 간단히 샤워를 시킨 후, 함께 욕조에 몸을 담갔다. 따끈한 물속에서 이래화를 안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또다시 성기에 힘이 들어갔다.

“…….”

권이태는 곤란한 얼굴로 눈썹을 찌푸렸다. 보기 좋게 홍조가 올라온 뺨과 멍하니 벌어진 통통한 입술, 그리고 물속에 잠긴 나신.

눈앞에 보이는 게 죄다 이런 것뿐이니, 착한 생각만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조건이었다. 고작 한 번 섹스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몸뚱이가 은근슬쩍 나쁜 충동을 부추겼다.

하지만 여기서 더 괴롭혔다간 정말 병원에 입원하게 될지도 몰랐다.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성기에 관심을 주지 않으려 애쓰며, 기절한 이래화의 얼굴을 물끄러미 살폈다.

괴롭히고 싶다는 말은 농담 하나 섞이지 않은 진심이었다.

이래화가 엉엉 울면서 자지러지는 꼴을 보고 싶었다. 그녀가 내밀한 밑바닥까지 죄다 내보이며 발가벗겨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터질 듯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자꾸 심하게 굴어 버리는 이유도 그래서인 듯했다. 적당히 여러 번 나눠서 하면 서로 좋을 텐데, 할 때마다 거의 인생 끝장낼 것처럼 해 버리니…….

발그스름한 뺨을 만지작거리다가,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혼자 피식 웃었다.

사실 꼰대들이나 먹을 팥 맛 아이스바의 이름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자꾸 발끈하는 반응이 재밌어서 일부러 틀리게 말할 뿐이었다.

조금만 덜 귀엽게 굴었으면 자신이 진즉 올바른 이름으로 불렀을 텐데, 안타깝게도 진실을 모르는 이래화는 항상 곧이곧대로 정정해 주곤 했다.

“귀엽다, 래화야.”

혼잣말을 뇌까린 권이태는 나른히 숨을 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빳빳해진 성기를 모른 척하려 애썼다.

생각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괜스레 이래화의 목덜미를 이로 잘근잘근 씹으며 중얼거렸다.

“나 왜 잊어버렸어? 내가 희미한 인상은 아니잖아……. 류설연 때문에 잊은 거지?”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권이태는 쓰게 웃었다.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드릴까 봐, 깨어 있을 때는 감히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질문이었다.

똑, 똑, 덜 잠긴 수도꼭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하게 귀를 두드렸다. 짙고 텁텁한 수증기 속에 잠겨서 축축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화와 엮인 모든 것이 미지였다.

언제나 풀리지 않는 난제였고, 매끄러운 포장도로에 홀로 비죽하니 튀어나온 모난 돌이었다.

무더운 여름 햇빛 아래에서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이래화는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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