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49화 (49/230)

〈 49화 〉 2. 달의 꽃과 뱀파이어 ­ 후일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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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편은 성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편 이야기에는 커다란 영향이 없는 편이니 성인 요소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그냥 지나가셔도 상관없습니다.

* * *

­ 편안한 밤 되십시오.

철컥. 문고리 위에 카드키를 대자 가벼운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AI의 목소리가 둘을 반기며 문을 열었다.

아직 레이라의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던 애쉬는 그녀와 함께 방에 들어섰다.

레이라가 미리 잡아둔 방은 최상층에 위치한 로열 스위트룸이었는데, 호텔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방답게 굉장히 넓고 깔끔했으나 애쉬의 눈에는 이미 그런 게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씻지도 않고 바로 할 생각이야?”

곧장 침대로 향하려던 그는 레이라의 물음에 우뚝 자리에 멈춰 섰다.

이미 그의 가슴속에 불꽃처럼 피어오른 본능은 덩치를 키워 이성을 짓누른 지 오래. 그런 상황에 씻는 게 중요하겠는가.

“…….”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실낱같이 남아있는 이성은 그래선 안 된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자리는 그저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고 끝내기엔 너무도 아깝다.

레이라와의 관계를 이번 한번으로 끝낼 게 아닌 이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옳았다.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난 아니야. 먼저 씻고 나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레이라는 자신의 말에 잠시 멈춘 애쉬에게서 조심스럽게 손을 빼내곤 혹여나 다시 붙잡기라도 할까 먼저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애쉬는 욕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레이라의 뒷모습을 보며 수없이 많은 고뇌에 휩싸였지만, 결국 승리를 차지한 것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하던 그의 이성이었다.

‘그래. 처음이니까.’

처음이라는 이유. 그게 애쉬가 겨우 이성을 붙잡을 수 있던 이유였다.

처음은 아름다워야만 한다. 지금까지 일주일도 더 되는 시간을 기다렸는데, 몇 분이라고 더 못 기다려줄 건 없었다.

­ 쏴아아.

씻기 시작했는지 들려오는 물소리.

레이라가 들어간 욕실의 반투명한 유리 너머로는 수증기와 함께 희미한 실루엣이 비쳤다.

입고 있던 베이지 원피스를 벗고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녀의 그림자를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이 타고 흐른다.

애쉬는 그녀의 나신을 직접 본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밑에 힘이 쏠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몇 분 되지도 않는 샤워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그렇다고 레이라가 씻고 나오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애쉬 자신도 씻어야한다.

그는 바지 속에 갇혀 자신을 내보내달라 소리치는 녀석과 자기 자신에게 타일렀다.

‘조금만 더 참아.’

조금만 더 참으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테니까.

레이라 쪽이 먼저 지치든, 아니면 애쉬 쪽의 에너지가 쏙 빠지든…….

“후우…. 당신도 씻고 나와.”

오랜 기다림 끝에 샤워를 마친 레이라가 하얀 실크 가운을 입고 나왔다. 앞을 가려 보이지는 없었지만 저 안은 분명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일 것이다.

그런 생각에 다시 한번 밑이 불끈하는 것을 느낀 애쉬가 급히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

확실히 고급 호텔의 최상층답게 목욕 중에도 지루하지 않도록 욕실 안의 거울이나 욕조 정면에도 홀로그램 패드가 떠올라 있는 등 여러 배려들이 보였지만, 느긋하게 씻고 있을만한 여유는 없었다.

그런 건 모든 일을 마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10분이나 걸렸을까. 몸을 씻고 양치를 마친 뒤 가운을 대충 걸치고 나온 애쉬는 곧장 침실로 향했고, 침대에 걸터앉아 끝부분이 젖은 머리칼을 어색하게 만지작거리고 있는 레이라에게 다가갔다.

“벌써 다 씻… 당신, 무, 뭐하는 거야.”

애쉬의 인기척을 느낀 레이라가 눈을 그에게로 향했다가 곧장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 고개를 돌렸다.

가운을 걸치고는 있었으나 그 앞을 시원하게 열어둔 애쉬 때문이었다.

열린 가운 사이로 그의 조각 같은 몸과 그 중심의 남성이 훤히 보였다.

“뭐 어때. 이제 서로 다 볼 건데.”

“그, 그래도….”

애쉬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거침없이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언제나 당당하고 도도하던 레이라였지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지금은 좀처럼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애쉬가 픽 웃었다.

“그 ‘뱀파이어’의 여주인께서 왜 그러실까. 많이 부끄러워?”

“아니, 부끄럽다기보다는….”

자존심에 반사적으로 부정한 레이라가 말끝을 흐렸다. 사실은 부끄러운 게 맞았다.

‘뱀파이어’쯤 되는 거대 갱단의 보스인 그녀인 만큼 성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는 아니었다.

직접 본 적도 있고, 애초에‘뱀파이어’가 운영하는 업소 중에도 창관과 같은 곳이 제법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식으로만 알고, 제 3자로서 지켜보던 것과 이렇게 직접 자신이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은 천지차이.

레이라는 긴장과 기대감에 터질 듯이 뛰는 심장소리가 애쉬에게 들리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미치겠네.’

정말 왜 이럴까. 이러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잖아.

그리고 당연하게도 애쉬의 초인적인 감각은 그런 그녀의 모든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뚫은 흥분이 그의 머리를 지배했다.

애쉬가 그녀의 가녀린 몸을 확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던지듯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갑작스런 거친 행동에 놀란 레이라가 작은 신음을 터뜨렸다.

“흣…!”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탄 애쉬는 몇 센티 정도의 거리를 두고 그녀와 정면에서 눈을 맞췄다.

레이라는 자신의 위에 올라탄 그의 무게감을 느끼자 더욱 얼굴이 붉어져선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눈만 또르르 굴렸다.

애쉬가 그런 그녀를 향해 속삭였다.

“자꾸 귀엽게 굴면 배려고 뭐고 없어.”

“…….”

과도하게 긴장한 탓인지 대답은 없다. 그에 고개를 살짝 땐 애쉬가 그녀의 이마에 한 차례 입을 맞췄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응.”

애쉬의 말에 레이라가 작게 대답했다. 그에 애쉬가 다시 한번 이마에서부터 가볍게 입을 맞추며 천천히 내려왔다.

이마에 한 차례. 톡.

하얗고 예쁜 미간에 한 차례. 톡.

“…….”

미간에 입을 맞춘 순간 눈을 꾹 감은 레이라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그에 미소 지은 애쉬가 입맞춤을 계속했다.

섬세한 콧날에 한 차례. 톡.

둥근 콧방울에 한 차례. 톡.

그리고 그 다음은 대망의 입술에 한 차례. 조금 더 진하게 쪽.

“……!”

레이라가 놀라는 게 느껴진다. 남성과의 관계가 처음이라더니, 설마 이쪽도 처음인 건가?

이런 미모로 아직까지 키스 한번 해본 적 없는 여자라니…. 요즘 시대에 정말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가 이제 자신의 것이 된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충족감을 느낀 애쉬는 잠시 입맞춤을 멈추고 그녀가 눈 뜨길 기다렸다.

“…?”

그렇게 몇 초.

정면에서 숨결은 느껴지는데, 아무런 행동도 없자 이상함을 느낀 레이라가 슬금슬금 눈을 뜨다 그와 마주치곤 굳어버리고 말았다.

애쉬가 그런 그녀를 보며 웃었다.

누가 이런 모습의 그녀를 보고 거대 갱단의 보스라고 상상할 수나 있을까.

이 모든 모습들이 전부 그만의 것이었다.

빌레이, 그 추잡한 배신자가 탐내던 보물은 결국 자신의 것이 되었다.

스탠드 조명에 빛나는 비취빛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던 애쉬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붉은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훔쳤다.

이번에는 처음처럼 가볍게 때지 않는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놀란 레이라의 눈이 한 순간 커졌다가 서서히 감겼다.

“으음….”

“츄릅, 츕.”

윗입술을 거칠게 삼켰다가 한 차례 빨아보기도 하고, 혀로 고른 치열을 훑다가도 쪼옥, 다시 회수하곤 아랫입술을 살포시 물어본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애쉬가 공격자라면 딱딱하게 굳어있는 레이라는 방어자.

당연히 방어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애쉬의 계속된 키스에 타액이 넘어가고, 서로의 숨결이 섞여가며 굳게 닫힌 성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짝 열린 틈새를 통해 애쉬의 혀가 침투했다. 성벽 안에 잔뜩 움츠린 레이라의 혀는 자신을 톡톡 건드리기도, 가볍게 문지르기도 하는 애쉬의 혀에 따라 서서히 녹아 가는가 싶더니 곧 어색하지만 자신도 호응하며 함께 얽혀갔다.

“후응….”

“츄웁.”

조용한 침실. 서로의 타액과 숨결이 오가는 끈적한 소리만이 작게 울렸다.

키스는 섹스의 축소판이라고 했던가.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로 옳은 말이었다.

애쉬는 레이라의 두 손이 자신의 팔뚝을 짚다가도 서서히 어깨를 타고, 목을 감싸 안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긴장에 굳어있던 그녀도 숨결을 교환하며 서서히 말랑말랑하게 풀리고 있는 게 느껴진다. 슬슬 진도를 더 나가도 될 것 같았다.

“쪼옥. 응….”

그녀의 허리춤을 짚고 있던 애쉬의 한 손이 움직였다. 목표는 레이라가 입고 있는 가운의 끈.

그녀가 키스에 심취해 있는 사이 그것을 풀어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수많은 여자들과의 관계를 가지며 단련된 애쉬의 손놀림은 이런 일로 고난을 겪을 만큼 어설프지 않았다.

허리 위쪽에 묶여있던 리본이 단숨에 풀려나가고, 리본을 푼 애쉬의 손은 레이라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여 가운을 걷어냈다.

“후읏…!”

자신의 가운이 걷어지는 것을 느꼈는지 레이라가 반응했지만, 애쉬는 당황하지 않고 키스를 계속했다.

그의 손이 가운을 걷어낸 매끈한 나신에 닿았다. 늘씬한 허리 안쪽을 매만지고, 잠시 앞으로 돌아 갈비뼈를 하나둘 타오른다.

그에 따라 애쉬의 흥분감도 점차 고조됐다.

“츄우…. 흐으읏….”

레이라는 놀라울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입을 뗀 그녀가 미약한 신음 소리를 흘렸다.

배와 옆구리를 스치듯 올라간 손이 마침내 그녀의 젖가슴에 닿았다.

“아….”

평생 타인의 손이 닿은 적 없던 곳에 그의 손이 와 닿자 놀란 것인지 작은 탄성이 터진다.

애쉬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깊이 숨을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에게 최고의 첫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과도하게 끓어오른 흥분을 조금 죽일 필요가 있었다.

“후….”

한 박자 쉬었던 애쉬의 손이 다시 움직이며 그녀의 젖가슴을 매만졌다.

손 안에 가득 찰 정도로 풍만한 유방은 누운 상태에서도 과하게 퍼지지 않고 완벽한 자태로 그의 손을 반겼다.

부드럽다.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부드러운 게 말이 된단 말인가.

그녀의 몸은, 그리고 그녀의 육신과 숨결 하나하나까지도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인간인 것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젖가슴을 밑에서부터 한 차례 손에 넣어본 애쉬는 곧 손끝으로 그 하얀 언덕을 타고 오르며 정상에 위치한 분홍빛 과실에 접촉했다.

그녀도 애쉬와 마찬가지로 흥분한 것인지 조금은 단단해진 유실이 느껴진다.

애쉬는 괜히 장난스럽게 그녀에게 그 사실을 떠들었다.

“흥분했나보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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