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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73화 (73/230)

〈 73화 〉 4. 유성 그룹(17)

* * *

“목표물 확인. 거리는 대충 700m 정도. 진짜 아무런 생각 없이 혼자 오고 있는데?”

한쪽 벽면이 무너져 내부의 철골이 드러난 폐건물 옥상.

난간에 세워둔 대인 저격총의 전자 스코프를 통해 팀이 대기 중인 방향을 향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잿빛 은발의 남자와, 정장을 입고 있는 그들의 협력자가 보인다.

그가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전자 스코프에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상과의 거리부터 시작해 풍향, 풍량, 풍속, 등의 수많은 정보들이 떠올라 있었는데, 남자는 그를 바탕으로 자동 계산된 조준점에 잿빛 은발의 남자를 넣었다.

그러자 스코프에 작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639 m – 적중률 95.3%]

“좀 더 가까워지면 그냥 쏴버릴까?”

아무리 눈치가 빨라도 한 400m 안쪽에서 쏘면 무조건인데.

600m인 지금도 100번 쏘면 95번은 맞는다는 적중률이 표시되는 것을 본 남자가 허공에 물었다.

최근 계약을 맺으며 받은 선금으로 전자 스코프를 구매한 남자는 어서 시험해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고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 안달이 난 그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부정이었다.

­ 일단 대기해. 잘못해서 빗맞기라도 하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신경 인터페이스를 통해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남자가 항의했다.

“아니, 쏘면 무조건 맞는다니까. 저렇게 아무런 경계도 없이 오고 있는데.”

그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코프는 총을 잡은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린애가 써도 어느 정도 이상의 적중률을 보장하는 물건이었다.

하물며 저격수로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그가 사용할 때는 어떻겠는가.

수백 미터 안쪽이라면 인간의 눈동자만한 표적도 맞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항의에도 그가 속한 팀의 팀장은 저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 됐으니까 대기해. 정 안되면 사살해도 된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의 최우선 목적은 놈을 반병신으로 만들어서 살려보내는 거다.

계약을 맺은 뒤 받은 첫 임무. 그것은 분명 그들의 실력 테스트도 겸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겨우 슬럼의 해결사 하나 손봐주는 임무조차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면 고용주 측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남자가 목표물에게 겨누고 있는 저격총은 최후의 수단이나 다름없었다.

몸의 끝단을 맞춰도 팔다리가 반쯤 터져나가고, 잘못하면 그대로 쇼크사할 수도 있는 물건으로 어떻게 생포한단 말인가.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팀장의 명령에 남자가 불평했다.

“아, 그럼 나는 왜 여기까지 나온 거야? 그냥 놀게 해주지.”

­ 만일의 경우가 있으니까. 정 제압이 힘들겠다 싶으면 너한테 맡길 테니 잘 부탁한다.

팀장이 그냥 구경만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명령에 틱틱 거리는 남자를 타일렀다.

그에 남자는 스코프에서 눈을 때며 엎드리고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만일은 무슨. 구경이나 하라는 소리지.”

남자가 속한 팀의 팀장과 동료들의 실력은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그의 차례까지는 오지도 않으리라.

“일단 알겠어.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재미 보라고.”

­ 그래.

팀장의 대답과 함께 인터페이스 통신이 끊긴다.

남자는 이제 400여 미터 밖까지 다가온 목표물을 맨눈으로 바라봤다.목표물은 여전히 성큼성큼 잘도 걸어오고 있다.

난간에 몸을 걸친 남자가 그것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멍청하긴. 네가 어떤 꼴이 되는지는 여기서 잘 지켜봐주마.’

*

­ 일단 알겠어.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재미 보라고.

“그래.”

뚝. 남자, 팀장이 인터페이스 통신을 끊었다. 다른 곳에 배치해둔 부하로부터 목표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으니 슬슬 준비해야 했다.

“어이, 슬슬 일어나. 놈이 온다.”

“으그윽. 아으, 오래도 기다렸네. 빨리 끝내고 한 잔 하러 갑시다.”

“뭔 낮부터 술타령이야? 오늘은 딴 일 있어서 안 된다고.”

조금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인적 드문 거리. 최근 재개발이 진행되며 주변의 몇몇 건물들은 무너뜨리고 재건축을 진행 중인 곳이다.

남자와 열 명 조금 넘는 부하들은 건설회사 측에 약간의 돈을 넘기고 이곳 자리를 빌렸다.

높으신 분의 눈에서 벗어난 어느 슬럼의 애송이 하나를 손봐주기 위해서.

“다 정보는 받아봤겠지? 일단은 제법 괜찮은 시술을 받은 강화인간이거나 사이보그라니 방심하지마라. 방심하다 훅 갈 수도 있다.”

“킥, 슬럼 밑바닥에서 굴러다니던 새끼한테 죽으면 쪽팔린 줄 알아야지.”

“너나 대가리에 구멍 하나 뚫리고 구르지 마라, 인마.”

팀장의 주의에도 그의 부하들은 시시덕거리며 떠들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주의시킨 팀장에게도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에 있는 열 몇 중 절반은 강화인간이나 사이보그였고, 나머지도 뛰어난 실력의 사수들이었으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전투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겪어본 베테랑들이었다.

겨우 한 명을 상대하자고 모인 것 치곤 과분할 정도로 대단한 전력. 긴장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곧 도착한다니까 대기해라.”

“옛썰~”

남자의 말에 장난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남자는 굳이 더 이상 주의시키지 않았다. 장난스러운 태도긴 해도 실력마저 떨어지진 않았으니까.

그렇게 남자는 몇 분 뒤면 도착할 목표를 기다리며 고용주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자세한 건 밝히지 않았지만 거금을 들고 찾아온 어느 높으신 분의 비서는 남자와 그의 팀 전체를 장기 고용했고, 얼마 전 남자에게 아주 간단한 임무 하나를 맡겼다.

슬럼에서 활약했다던 어느 해결사를 손봐주는 것.

죽여도 괜찮지만 경고용으로 팔다리를 떼어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어떻게든 보는 사람이 충격을 받을 몰골로 만들면 추가금을 준다나.

목표물이 강화인간, 사이보그라는 것으로 추정되긴 하나 겨우 한 명이다. 고용된 뒤 받는 첫 임무 치고도 많이 쉬운 편.

그러고 보면 이번 임무의 목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유성 그룹 임원의 경호원이라던가.

‘그럼 고용주가 모신다던 인간도 유성 그룹 쪽이겠군.’

누군가의 비서라던 고용주. 그가 가져온 자금의 출처가 되는 높으신 분도 유성 그룹의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대충 알 만 했다. 유성쯤 되는 거대한 기업 내부의 정쟁은 뒷세계 못지않게 더럽고 위험할 때가 많다고 하지.

팀장은 그런 정치의 희생양이 될 목표에게 애도했다. 이제 슬럼에서 벗어나 날갯짓하려던 스물일곱짜리 애송이.

악감정은 없다. 다만 발을 디딜 곳을 잘 골랐어야지.

팀장과 부하들은 목표가 오길 기다렸고, 곧 녀석이 도착했다.

“오오, 오셨구만. 얘들아 손님 왔다.”

“어서옵쇼~”

남자의 부하들이 다가오는 두 개의 인영을 보고 낄낄댔다. 제가 발을 딛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보인다.

팀장과 그 부하들은 금방 상대방의 얼굴을 살필 수 있었다.

불안한 모양인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정장차림의 남자와 산책이라도 나온 듯 태연하게 걸어오는 잿빛 은발, 청안의 미남자.

남자의 부하들이 그 얼굴을 보고 휘유 휘파람을 불었다.

사진으로 보기도 했지만 직접 보니 더 반반하다. 슬럼 빈민이 아니라 어디 1, 2구역 호스트바 에이스라도 될 것 같은 외모였다.

“이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군 그래.”

“어이, 그쪽은 이만 가보쇼.”

팀장이 목표물, 애쉬 론모어를 보고 말을 던졌고, 그의 부하가 이곳까지 그를 데려온 협력자를 내쫓았다.

이곳까지 목표물을 인도한 비서는 애쉬와 남자들을 한 번씩 돌아보고는 자리를 피했다.

“미, 미안합니다.”

애쉬에게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사과를 남긴 채.

애쉬는 그렇게 떠나는 비서를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애쉬.

팀장과 그의 부하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홀로 선 목표물을 둘러쌌다.

“이봐, 귀찮게 저항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지금은 죽일 생각이 없지만 저항한다면 혹시 모르니까.”

“그래, 딱 팔하고 다리 한 짝씩만 가져갈게.”

남자와 부하들이 중심에 선 애쉬를 압박했다.

웃으면서 살벌한 농담을 던지는 십수 명의 장정들에게 둘러싸인 상황. 장난스럽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살 떨리는 모습이다.

일 그들의 사이에 서있는 것이 일반인이었다면 벌벌 떨며 목숨만은 살려 달라 빌어도 이상할 게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애쉬는 삐딱이 선 채 입을 열었다.

“정면에 여덟. 뒤에 셋. 양 측면 공사현장 위쪽에 하나씩. 아, 그리고 오는 길에도 하나 있던가?”

“응?”

떨리기는커녕 담담하다 못해 아쉬운 기색까지 느껴지는 목소리.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숫자를 단번에 맞추는 상대방에게 의문을 나타낸 팀장이었지만 애쉬는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합이 열다섯이라…. 뭐, 하나 잡으려고 온 것 치고 많긴 하네.”

“허, 그래. 너 같은 애송이 하나 잡으려고 온 것 치곤 많지. 한둘만 있어도 간단히 때려잡을 텐데 말이야.”

“CCTV는 잘 처리했지?”

그들 중 하나의 위협을 무시하곤 묻는 게 마치 친구에게 안부라도 묻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것을 지켜보는 팀장까지 목표가 정신이 나간 건지, 아니면 진짜 믿고 있는 게 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전방에서 사주 경계를 하고 있는 녀석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안 오는 걸 보면 따로 동료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팀장은 황당한 기분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그럼 너희한텐 불행인 거지. 주변 현장 인부들도 물려둔 것 같은데.”

목표물의 말에 남자의 부하들도 어이가 없었는지 서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돌아버렸군.”

“진짜 미치기라도 한 거 아냐?”

뭐, 어쨌든 좋다. 자신들은 할 일을 하고 돈만 받으면 그만이었으니. 팀장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헛된 저항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지혈 정도는 해줄 테니까. 팔다리는 기계로 대체하면 되잖나.”

돈이야 엄청나게 깨지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런 남자의 말에 애쉬가 픽 웃었다.

“거참 고맙네, 그럼 감사의 뜻으로 나도 팔다리 하나씩만 자르고 보내줄게.”

“대장, 아니 이제 팀장이던가?아무튼언제까지 떠들고 있을 거요?”

“빨리 처리하자고~”

팀장의 부하들이 더 이상 목표물의 헛소리를 못 듣고 있겠다는 듯 내뱉었다. 그런 부하들의 목소리에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어지간하면 죽이지는 마라, 어지간하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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