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88화 (88/230)

〈 88화 〉 5. 후계경쟁(12)

* * *

“아, 내가 말 안했나? 그 해결사 천만 크레딧 짜리라고.”

“….”

이 새끼가. 유선혁이 웃으며 능청 떠는 유상혁의 말에 속으로 욕지거릴 내뱉었다. 이건 분명 의도적인 정보 은폐였다.

유상혁이 자신을 노려보는 형의 눈빛에 놀리듯 사과했다.

“미안미안, 내가 그만 깜빡했지 뭐야. 그나저나 이쪽도 저번에 듣긴 했는데, 진짜 실력자인 것 같은데?”

“…그래.”

유선혁은 굳이 따지고 들지 않고, 죽이고 싶은 동생 놈의 말에 동의했다.

정보 은폐로 질책해봐야 녀석은 ‘그런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을 줄 알았지~’라며 넘어갈 게 뻔했으니까.

어디까지나 둘은 일시적인 동맹관계지, 절대로 아군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지나간 건 이미 어쩔 수 없으니 넘긴다.

그보다.

유선혁이 이번 계획에 쓴 돈도 천만 크레딧의 반의반이 안 된다. 그런데 개인이 천만 크레딧을 받고 고용됐다고?

처음에 그것을 들었다면 동생 놈의 말대로 막내인 유서령이 미치기라도 한 줄 알았을 것이다.

천만 크레딧. 웨인 시의 통화인 코너로 따지면 5천만 코너.

유성 중공업의 사장인 유선혁에게도 나름 부담이 될 정도로 큰돈이다. 일개 이사에 불과한 서령에게는 더욱 그렇겠지.

아마 유서령은 그만한 돈을 구하기 위해 현금이란 현금은 모조리 긁어모으고 계열사의 주식까지 조금은 처분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무리해서라도 고용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사기꾼에게 속았거나, 그 해결사가 진짜배기 실력자라는 것.

어느 쪽인지는 앞선 유상혁의 실패와 자신의 실패로 증명됐다.

진짜 천만 크레딧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은 분명 상식을 벗어난 놈이었다.

수십을 상대로 보호 대상을 지키며 오히려 숫자가 열 배 이상 많은 쪽을 ‘사냥’할 수 있을 만큼.

천만 크레딧에 고용된 해결사가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그것이 진짜 실력 값이든 아니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을 텐데.

결국 이번 계획은 돈만 버린 꼴이 됐다. 천만 크레딧까진 아니어도 백만 크레딧은 될 돈이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화가 치솟은 유선혁이 동생, 유상혁을 노려봤다. 동생 놈은 그의 눈빛을 못 본 척 묻는다.

“그럼 이제 어떡할까? 우리 형님이라면 생각이 따로 있으시겠지?”

“…놈이 제대로 된 실력자든 아니든 결국은 인간이다. 총에 맞거나 칼에 찔리면 죽는 건 똑같지.”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리 날고 기는 실력자라도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을 모두 피할 순 없다. 총알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는 이상은.

그리고 그건 실력 이전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휴대하기 쉬운 권총과 칼 같은 초소형 화기, 무기만 사용했지만 다음번에는 본격적으로 처리한다.

한 번 일을 겪었으니 저쪽도 경계심이 강해지겠지만 인간이란 매사에 완벽할 수 없는 생물이었다. 기회는 언젠가 분명 생긴다. 아니, 생기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쑤셔 박을 틈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한 번에 몰아치는 거다.

아, 그리고 이번에 비싼 돈을 주고 고용했던 ‘총잡이들의 여명’의 부단장이 당했다지? 좀 더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동생아.”

“응? 왜, 형님.”

“다음에 네 경호원들 좀 빌리고, 돈도 모으자.”

그들이 지닌 최고 전력, 자신과 유상혁에게 붙은 보안팀의 개인 경호원들까지 쏟아 넣는다. 그리고 거기에……….

“경호원들은 알겠는데 돈은 왜?”

“선이 닿아서 마침 고용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을.

유선혁이 꺼낸 말에 동생, 유상혁이 표정을 구겼다.

“뭐? 그 미친놈들을?”

“그래. 천만 크레딧까진 아니어도 돈 좀 쓰자.”

“아니, 얼마 정도는 상관없긴 한데. 괜찮겠어? 그 녀석들, ‘리델’ 쪽에서 키운 놈들이란 얘기도 있던데. 할아버지가 알면 난리 날 걸?”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그러니까 모르게 처리해야지.”

유성 그룹의 경쟁사 중 하나이자 세계 최대의 기업체인 ‘리델’의 이름을 꺼내는 동생의 말에 유선혁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하려고 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되갚아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이미 자존심 싸움의 영역이었다.

“아니,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걸리면 난 모르는 일이다?”

“알겠으니까 돈이나 보내.”

미리 보험을 깔아두는 동생 놈의 얄미운 상판을 보며 대답한 유선혁이 제 동생 못지 않게 재수 없어보이던 해결사의 사진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 잘난 실력이 어디까지 가나 보자고.’

* * *

유진혁 회장을 만나고 되돌아가는 길.

베일라가 운전하는 차량의 안은 길을 나설 때보다도 더 조용했다.

회장의 사무실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채 나온 뒤 입을 닫고 있는 서령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뭐, 얘기는 잘 안된 모양이네.”

“…네.”

애쉬의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던 서령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서령과 유진혁 회장이 한 것은 대화라고 할 수 없었다.

그저 서령 혼자 실망하고, 슬퍼하고, 분노했을 뿐.

원래 생각했던 얘기 따위는 꺼내지도 못하고, 들어간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눈물 흘리며 나온 것을 어떻게 제대로 된 대화라고 할 수 있겠는가.

“회장님과 어떤 대화를 나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원체 생각이 깊으신 분이니 분명 무슨 뜻이…….”

“아뇨. 그런 건 없어요.”

힐끔, 조수석에 앉은 서령을 살핀 베일라가 핸들을 꺾으며 조심스럽게 위로했지만, 당사자의 딱딱한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에 운전을 하던 베일라가 놀란 눈으로 서령을 바라봤고, 뒷자리에 앉아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던 애쉬가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전에 처음 만났을 때 애쉬가 물어봤었죠?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냐고.”

“어, 그랬었지.”

“이제 저한테도 진짜 목적이 생긴 것 같아요.”

서령이 담담하게 말했고, 애쉬가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눈을 빛냈다.

서령과 유진혁 회장의 면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서령의 심정에 큰 변화가 왔다는 것만큼은 잘 알 수 있었다.

이제야 자신의 경쟁자들과 한판 해볼 마음이 생긴 것이다.

애쉬는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괜히 들뜨는 기색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래? 그때는 분명 잘 모르겠다고 넘어갔었지. 이제는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겠네.”

“네.”

서령이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둘에게, 스스로에게 새겨 넣듯 선언했다.

“제가 그룹의 회장이 될 거예요.”

그녀를 대수롭지 않게 내치고는 지금의 사태를 관망하는 유진혁 회장, 마찬가지로 자식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부모, 그리고 같은 핏줄의 목숨을 노리는 형제자매들까지.

그들에게 복수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 모두가 서로의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권력을 빼앗는 것이었다.

“프흐, 그렇단 말이지.”

그런 그녀의 선언을 들은 애쉬가 즐거운 기색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서령도 이제야 진짜 후계경쟁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잘 생각했어. 한번 해보자고, 다른 놈들한테 한 방 먹여줘야지.”

“…네. 반드시.”

애쉬의 말에 서령이 다시 한번 되뇌었다. 지금의 각오를 절대로 잃지 않도록.

눈물을 흘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눈시울이 붉은 서령이었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진심은 애쉬를 무척이나 즐겁게 했다.

이렇게까지 각오를 했다면 이쪽에서도 진심으로 도와줘야겠지.

그런 생각의 애쉬가 입을 열어 제안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번 일을 도와줄 녀석들을 좀 알거든.”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때.

* * *

­ 난데, 나 좀 도와줘야겠다.

“갑자기 무슨 일이신데요?”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의 청년, 빌헬름은 갑작스럽게 전화해 용건부터 대뜸 던지는 상대방에게 의문을 표했다.

­ 이번에 의뢰를 하나 받았는데 까다로워서.

“대체 무슨 일이길래 애쉬 씨 입에서 까다롭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거예요?”

상대방, 애쉬 론모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괜히 빌헬름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는 과거의 이곳, 63구역과 71구역에 걸쳐있던 ‘오마르의 망치’의 멸망을 두 눈으로 직접 봤기에 알고 있었다.

애쉬 론모어라는 인간이 어떤 괴물인지를.

비처럼 쏟아지는 총탄을 꿰뚫고, 그 두렵던 거대 갱단의 사이보그들을 단숨에 베어 넘긴 남자.

당시 스물셋이었던 빌헬름은 평생 그런 괴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제는 3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그, 애쉬 론모어를 볼 때면 어둠 속에서 귀화?火처럼 빛나던 청안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가끔 일을 같이 하며 좀 친해지기도 했고, 애쉬 자체도 많이 무뎌진 게 보였지만, 과거의 애쉬 론모어는 가까이 다가가기도 두려울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던 사람이었다.

성격이야 많이 죽었지만 실력까지는 그렇지 않을 사람이 무슨 일 때문에 연락해서 도와달라는 말까지 하는 걸까.

평소라면 그냥 일 하나 같이하자며 일거리 하나 툭 던져주고 말았을 사람인데 도와달라고까지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다.

안 그래도 거대 기업, 츠미모토 쪽에 손을 댄 뒤 조심스럽게 일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알아보고 너무 위험한 일이다 싶으면 피하고 싶었다.

빌헬름이 먼저 발부터 뺄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애쉬의 평온한 목소리가 말도 안 되는 단어를 내뱉었다.

­ 유성 그룹 일이야.

“…예?”

­ 유성 그룹 일이라고.

빌헬름이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지 의심하며 되묻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빌헬름은 설마설마 하며 물었다.

“그…, 아니죠?”

빌헬름은 귀가 무척이나 밝은 편이었다. 특히나 뒷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말이다.

해커로서 활동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자신이 활동하는 뒷세계의 소식에는 빠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유성그룹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설마하며 하나를 떠올렸다. 유진혁 회장의 잠정 은퇴 선언과 그 뒤에 시작된 후계경쟁.

며칠 전에는 유성그룹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뒷세계의 인력을 몇 고용했다던가.

불안감에 가득 찬 빌헬름의 목소리에 애쉬의 태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 네가 생각하는 게 후계경쟁 일이면 맞는데?

“…….”

빌헬름이 할 말을 잃었다. 애쉬가 대단한 실력자인 것은 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 중 하나가 빌헬름 자신이었다.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애쉬 자신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유성이라는 대기업의 후계경쟁에 엮인다면 빌헬름 자신까지 멀쩡하리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물론, 그의 실력은 스스로도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로 뛰어났다.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그러나 만약이라는 것이 있다.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 유성그룹의 후계자쯤 되는 인간들이면 따뜻한 피 대신 차가운 피가 흐르는 괴물들일 터.

빌헬름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신경줄이 굵은 인간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근데 유성 그룹 후계경쟁 일이면 도시 중심부에서나 벌어지는 일 아니에요? 어떻게 애쉬 씨한테까지….”

­ 거기서 방법을 찾아줘서 지금 1 구역에 있지.

“아….”

애쉬의 말에 곧장 인터페이스를 오픈해 그의 휴대폰의 위치를 추적해봤는데, 찍히는 위치가 진짜 1 구역이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치안 시스템을 뚫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합법적인 일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빌헬름은 진심으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유성만한 거대 그룹의 후계경쟁 한복판이라니. 그건 정말 전쟁터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츠미모토의 도시 외곽 지사에서 데이터를 뽑아먹는 일이랑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걸 어떻게 빠지지?’

빌헬름이 긴급사태에 머리를 핑핑 돌리고 있을 때였다. 전화 너머로 그런 빌헬름의 생각을 읽었는지 애쉬가 말을 걸어왔다.

­ 너 예전에 기억하지?

“예전이요?”

­ 그놈들한테 노예처럼 굴려지고 있을 때.

“…네.”

­ 그때 내가 구해줬을 때 뭐라고 했었지?

“그게…….”

애쉬의 말에 빌헬름이 그와 처음 만났던 과정을 떠올렸다

슬럼가에서 태어난 빌헬름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해킹과 프로그래밍, 그리고 넷 워킹에 뛰어난 재능 갖고 있었다. 남들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는 빠른 성장 속도.

빌헬름이 십대 후반이 되었을 때부터 그와 비견할 수 있는 해커들은 몇 없었고, 열아홉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사실상 상대를 찾기 힘들어졌을 정도로 그의 재능은 대단했다.

하지만 곧 어린 빌헬름은 자신에게 존재하는 과분한 재능에 취해 오만해졌다.

그럴 만도 한 일이었다. 자신이 불과 며칠이면 해내는 것을 몇 달, 혹은 몇 년씩 걸려야만 겨우 해내는 바보들이 세상에 넘쳐났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만했던 빌헬름은 점점 주제를 모르고 설치기 시작했고, 곧 대가를 치렀다.

어리석은 19세의 빌헬름. 그는 자신의 실력에 심취해 단말기 하나를 들고 유흥가를 뒤집어놨고, 곧 그것이 적발되어 갱단의 노예가 되었다.

적발된 이유는 별 것 없었다. 일을 치고 술과 여자에 빠진 채 자신이 가져온 단말기를 잃어버린 것뿐.

다만 불행이라면 그 단말기에는 빌헬름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멍청한 일이었다.

결국 잡혀간 빌헬름은 모진 고문을 받은 뒤 몇 년 동안 노예처럼 부려졌고, 마침 그 갱단의 적이었던 애쉬가 갱단을 해체하며 그를 풀어줬다는, 흔해빠진 얘기다.

당시 빌헬름을 잡아서 손에 넣은 갱단은 ‘오마르의 망치’였고, 그 거대 갱단에 잡혀 평생을 노예처럼 살 생각에 희망을 잃었던 그.

빌헬름은 자신을 풀어준 애쉬에게 당시의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를 곧 떠올렸다.

구해줘서 고맙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 였나.

비루먹은 꼴의 빌헬름은 자신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에 눈물 흘리며 그렇게 말했었던 것 같다.

거기까지 떠올린 빌헬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쩌자고 그런 대책 없는 말을 했는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렇다고 당시의 환희와 감사하는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때 아무런 생각 없이 던졌던 말이 이렇게 위험한 일로 돌아올 줄이야.

여태껏 한 번도 당시 일을 들먹인 적 없이 동료 관계에서 일해 왔던 애쉬였기에 잊고 있던 줄만 알았다.

­ 왜, 그때 한 말이 후회 되냐?

빌헬름의 한숨소리를 들은 애쉬가 큭큭 웃었다. 그에 빌헬름이 차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정 대신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헤집으며 대답했다.

“아아아! 진짜! 아뇨!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빌헬름 메이젤. 그는 방구석 폐인에 안전주의자 겁쟁이긴 했지만 적어도 평생의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는 쓰레기는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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