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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112화 (112/230)

〈 112화 〉 5. 후계경쟁(36)

* * *

“…설마 그걸로 우릴 쏘겠다는 건 아니겠지? 회장님이 계신 이 자리에서?”

서령이 뽑아든 권총을 보고 설마 이 자리에서 자신들을 쏠 수 있겠는가 의심하는 둘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눈앞에 겨눠진 권총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들고 권총에서 긴장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애쉬는 너무도 알기 쉬운 둘의 반응에 실소를 흘릴 뻔했다.

평소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닥치니 나이만 많다 뿐이지 그냥 어린애들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애쉬가 유선혁, 유상혁 형제를 보며 어처구니없음을 느끼는 사이에도 서령의 심문은 계속됐다.

“지금부터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거나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를 꺼낸다면 몸에 탄환을 한 발씩 박아드릴게요.”

그러니까 순순히 협조하고 우리의 의심을 풀어라.

차가운 눈빛의 서령과 눈을 맞춘 두 형제는 그 장난 같지 않은 기세에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가 경고한 대로 다른 얘기를 꺼냈다간 정말 총에 맞을 것 같았기에.

평생 재벌가의 3세로서 떠받들어지며 살아온 그들에게 이런 위협은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 없는 부류의 것이었다.

유선혁은 구원의 시선을 서령의 뒤편, 문 옆에서 대기 중인 유진혁 회장에게 향했지만, 여전히 무기질적인 눈을 하고 있는 조부는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직접적으로 심문에 끼어들고 있지는 않지만, 그 또한 암묵적으로 이런 상황을 허락한 것이다.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유선혁, 유상혁 형제는 결국 어떻게든 대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들을 겨눈 총구와 서령을 불안한 눈빛으로 보며 대답을 늘어놓았다.

“나, 난 아무것도 모른다. 나라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을 리가….”

“나도야! 내가 이런 짓을 벌일 리가 없잖아!”

“그럼 어째서 일이 터지기 전부터 불안해하고 계셨던 거죠?”

“…….”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듯 대답하던 둘은 서령의 다음 질문에는 무어라 답하지 못했다.

그들 자신도 연회장에 있을 때, 스스로가 보인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누군가 알아봤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듯 놀란 둘이었지만, 서령은 그런 그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대답을 재촉했다.

“대답하세요.”

“그, 그건….”

서령의 지적에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유선혁. 그러나 그런 그와 달리 동생인 유상혁은 의심 받는 게 오히려 분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건 그냥 몸이 안 좋아서 그랬던 건데 지금 그딴 이유로 우릴 의심하고 있다고?”

“후우….”

스스로 말하면서 더 열이 나는지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유상혁. 서령은 그런 그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 둘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총을 겨누고 있음에도 결국에는 자신들을 쏘지 못하리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보아왔던 서령의 성격이 그랬고, 유진혁 회장도 자신이 있는 눈앞에서의 상잔은 허락하지 않을 터였으니까.

물론 그런 생각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서령은 각오를 한 상태였다.

유진혁 회장의 축하연은 완전히 끝장이 났고, 그녀의 아버지인 유장혁 부회장도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심되는 인물들을 심문하는데 온건한 태도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네가 뭐라고 우릴 의심…!”

서령은 유상혁을 보며 권총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올리고, 총구를 유상혁에게로 향한다.

내가 쏠 수 있을까?

서령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번 후계경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평생 사람을 해한 적이라곤 없던 그녀다.

악의적으로 남을 음해하거나 공격한 적도, 그렇다고 싸워본 적도 없는 귀한 집 아가씨.

싸움을 결심한 뒤 애쉬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런 느낌은 사라졌지만, 애쉬와 처음 만났을 적 서령은 그가 자신을 부르는 ‘아가씨’라는 호칭에서 놀리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야 이 자리의 누구보다도 거칠게 살아왔을 빈민가의 주민으로서 당시의 서령을 보았을 때 우스울 수밖에 없었겠지.

진짜 빈민가에서의 삶은 투쟁과 생존의 연속이었을 테니.

이제는 서령도 그런 투쟁과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나 ‘아가씨’로서 살 수는 없었다.

이제는 그녀 또한 전장에 뛰어들 때.

지금의 그녀는 자신의 손을 더럽힐 각오를 마쳤고, 이제는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쏠 수 있어.’

각오는 어려웠지만, 일단 각오를 마치자 마음은 편하다. 서령은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에 서서히 힘을 주었고, 그에 따라 손끝에 미세한 감각이 긁혔다.

­ 끼리릭.

총구가 노리는 곳은 허벅지. 치명상은 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앞으로 조금, 아주 조금만 방아쇠를 당기면 총탄이 발사되어 실컷 떠들고 있는 유상혁의 허벅지를 꿰뚫을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침착한 표정의 서령이 손끝을 마저 당기려 할 때였다.

­ 턱.

그녀의 뒤에서 뻗어진 손이 권총을 빼앗아들었고, 그녀를 대신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 타앙!!

“아아아악!!”

총탄에 꿰뚫린 허벅지에서 피가 팍 튀었고, 유상혁은 제 다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서령이 급히 뒤를 돌아 자신에게서 총을 빼앗아간 당사자를 바라봤다.

잿빛 은발과 진한 청색 눈동자의 해결사를.

“…애쉬.”

“아, 미안. 뻔한 거짓말이나 떠들어대는 주제에 워낙 시끄러워야지.”

옅은 화약연기를 흘리는 총구를 밑으로 내리며 애쉬가 가볍게 대답했다. 여느 때나 다름없는 태도와 목소리.

그러나 그 눈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느낌이었다.

서령은 애쉬가 어떤 생각으로 나선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곧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게… 나?’

비록 정도는 다를지언정 애쉬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저 유진혁 회장과도 비슷한 느낌의 차가움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애쉬의 눈동자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서령이 충격에 빠져 한 발짝 물러난 순간,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바닥을 구르던 유상혁이 악을 질렀다.

“이, 망할 년! 망할 새끼들!!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우리가 필요하다고 했으면서!!”

“입 다물어, 유상혁!!”

“너나 닥쳐!! 저 미친년은 진짜 우릴 죽일 지도 모른다고!! 뭐라도 해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그들이 늦음에 분노하는 유상혁. 바로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유선혁이 급히 제지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멍해진 서령의 자신의 뒤로 물러나게 한 애쉬가 나서며 가장 뒤편, 문 근처에서 이쪽을 지켜보던 유진혁 회장에게 말했다.

“영감도 방금 들었지? 자기 입으로 관계자가 있다고 말하는 거. 지 입으로 불었으니 이제 내 마음대로 한다?”

“…….”

앞으로 나서는 애쉬의 물음에 유진혁 회장은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지만, 애쉬는 무언은 긍정이라 여기고 일단 주먹부터 들어올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단 말이지.”

딱 죽지만 않을 정도로 패주겠다.

그런 그의 기세를 느꼈는지 악을 지르던 유상혁의 표정이 변했지만 애쉬는 멈추지 않았다.

“자, 잠깐….”

­ 뻐억!

일단 재수 없는 면상에 한 방.

정확하게 뺨에 꽂히는 주먹에 입속에서 흰 무언가가 튀어나갔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돈도 많은 놈이니 알아서 다른 걸 박든 말든 하겠지.

면상을 박살내는 것으로 시작한 애쉬의 무자비한 구타는 흠씬 두드려지길 수십 초, 지켜보던 이들이 질릴 정도로 지속된 후에야 끝났다.

“그, 그쯤에서 그만하시는 게 어떨까요. 진짜 죽을 것 같은데.”

보다 못한 빌헬름이 아직 더 팰 생각인지 다시 들어 올리던 애쉬를 말렸다.

완전히 피떡이 된 유상혁은 이미 정신을 잃은 것인지 신음소리만 흘릴 뿐 더 이상 움직이거나 무어라 말하지도 못했다.

유상혁이 이뻐서 말리는 게 아니라 진짜 여기서 더 두들기면 죽을 것 같아 말린 것이다.

그런 빌헬름의 말에 애쉬는 상쾌한 표정으로 손의 피를 털어냈다.

“그럼 이쪽은 이 정도만 할까.”

“이, 이쪽은…?”

피를 털어내는 애쉬의 말에 구석으로 피해있던 유선혁이 덜덜 떨었다. 이쪽은 이라는 말은 다른 쪽도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다음 차례가 누가 될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인 것이다.

유선혁은 힐끔 자신의 조부인 유진혁 회장을 돌아봤지만, 그는 자신의 손자가 반쯤 죽어 나가떨어졌음에도 나설 생각을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자신의 비서와 얘기하고 있을 뿐.

이곳에 그를 지켜줄 사람은 없었다.

덜덜 떨고 있는 그의 눈앞에 그림자가 졌다. 정장 바지를 따라 올라가면 몇 방울의 피가 튄 셔츠가 있고, 팔을 걷어붙인 남자가 그를 내려다봤다.

정말로 이 남자는 동생에 이어 자신까지 구타하려는 것이다.

“아, 안 돼….”

“그러니까 평소에 잘 했어야지.”

겁에 먹은 유선혁이 몸을 웅크리고, 애쉬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주먹을 쭈욱 뒤로 당길 때였다.

­ 쿠웅!!

이곳 개인실의 밖, 서재 쪽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소란이 들려왔다.

­ 꺄아악!!

­ 막아!!

­ 회, 회장님은 어딨어! 회장님…컥!

여성 하객의 비명소리와 유진혁 회장을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

시끄럽던 유상혁을 완전히 때려눕히고 유선혁은 적당히 패준 뒤 얘기를 들으려던 애쉬가 뚝 멈췄다.

유진혁 회장이나 다른 이들도 그런 소란을 들은 듯 시선을 문 쪽으로 향했다.

“…그 술래라던 자들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그래, 왔나보네.”

에아임의 말에 애쉬가 아쉬운 얼굴로 주먹을 거뒀고, 유선혁이 살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애쉬는 그것이 너무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바깥의 소란을 먼저 해결해야 할 때 같다. 저 얼굴은 돌아온 뒤 뭉개줘도 됐다.

옷가지를 정리한 애쉬가 서령과 일행 쪽을 한번 돌아보곤 말했다.

“일단 안쪽에 있어. 다녀올 테니까.”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맨몸으로 와봤자 도움도 안 돼. 아가씨 권총이라도 뺏어서 나오게?”

“저쪽 경호원들에게 잠깐 빌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됐으니까 이쪽이나 제대로 지켜. 안심하고 싸울 수 있게.”

베일라가 함께 가겠다며 나섰지만 애쉬가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이쪽에는 비전투 인원이 많다. 유진혁 회장과 그의 비서들, 서령, 에아임, 빌헬름까지.

여기서 전투 인원이 더 빠져서 괜히 신경 쓰이게 하는 것보다는 그냥 혼자 가는 게 나았다.

“그쪽도 여기로 새어나오는 놈들만 막아. 일차적으로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유진혁 회장 측의 경호원들에게도 말한 애쉬가 개인실의 문을 벌컥 열고 나섰다.

그러자 비릿한 피 냄새와 바닥에 쓰러진 하객들의 신음소리 따위가 흘러들어왔다.

“살려, 줘.”

“고객님은 안타깝게도 탈락하셨습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음…. 글쎄, 재밌어서?”

쓰러진 하객 하나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 채 대화하는 남자와 그 주변을 지키고 있는 가면의 남자들.

애쉬는 단숨에 그들의 중심에 있는 남자가 이번 테러를 일으킨 주범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야 스피커 방송을 통해 들려오던 목소리 중 하나였으니까.

놀이를 시작한다느니 술래들이 출발했다느니 떠들던 장난스런 목소리의 주인이 바로 그의 앞에 있었다.

“술래를 보낸다더니 본인이 술래였군.”

“응? 아, 저 안에서 기어 나오셨나?”

애쉬가 툭 던진 말에 하객의 머리채를 놓은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대꾸했다.

장난스런 남자도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의 가면은 다른 이들과 조금 달랐다.

일단 색부터가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검붉은색이었고, 악마를 형상화한 듯 뿔이 달린 일그러진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냥 나오지 말지, 아쉬워. 난 비밀 상자를 까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 나도 너 같이 뒤가 구린 놈들의 얼굴을 까보는 걸 좋아하는데, 비슷하네.”

애쉬는 적당히 대꾸해주며 악마 가면의 남자와 함께 다른 가면들의 전력을 살폈다.

숫자는 총 스물다섯.

무장은 다들 깔끔한 소총 같은 것을 챙기고 있으며, 눈앞의 악마 가면은 특이하게도 거기에 더해 매끈한 금속 막대 같은 것을 등에 여럿 매달고 있다.

애쉬의 지식으로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무기로 사용되는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악마 가면이 한 손에 들고 있는 비슷한 막대의 끝에도 피가 묻어 있었으니 말이다.

‘둔기 같은 건가?’

그렇다면 뺏어서 사용하기 좋을 것 같았다.

게임 시스템이 선사하는 그의 도검류 숙련도는 말이 도검류다 뿐이지 근접으로 사용하는 무기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을 모두 둘러본 애쉬가 물었다.

“여기 있는 너희가 전부인가?”

“이쪽 구역은 우리가 전부지. 저택이 워낙 넓어서 적은 인원이 투입된 게 아니거든.”

애쉬의 물음에 악마 가면이 웃음기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려준다고 네가 뭘 할 수 있겠냐는 듯한 목소리.

‘그럼 일단 이놈들만 정리하면 한동안은 신경 꺼도 되겠군.’

악마 가면의 대답을 들은 애쉬가 생각했다.

구역이 어떻게 나눠져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구역에서 놈들에게 지원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었다.

애쉬가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차며 몸을 풀었다. 구두를 신은 데다 입고 있는 게 정장이다 보니 불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투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곧 있을 전투를 예고하듯 몸을 푸는 것을 확인한 악마 가면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다른 친구들은? 저 안에도 좀 있는 것 같은데?”

“너희 떨거지들 상대하는데 뭘 친구까지야.”

“오….”

너희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도발적인 애쉬의 대답에 악마 가면이 놀라는 건지 감탄하는 건지 모를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곤 뒤쪽에 위치한 가면의 남자들에게 물었다.

“목록에 있는 놈이야?”

“없습니다.”

“그럼 죽여도 되겠네?”

“예. 다만 너무 오래 시간을 끄시면 안 됩니다. 정각까지는 모두 잡아넣으라는 지시가 있었으니….”

“크흐흐, 알겠어. 자, 들었지? 나랑 잠깐 놀아보자고~”

가면 남자의 말에 대답한 악마 가면이 다시 애쉬를 돌아봤다.

애쉬는 대꾸도 않고 대충 머릿속에 앞으로의 진행 과정을 그렸다.

겁도 없이 자신에게 근접전으로 덤비려는 놈의 머리통을 단숨에 날려버리고 무기를 빼앗는다. 그리고 뒤에 대기 중인 놈들도 적당히 처리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악마 가면에게 마주 움직이던 애쉬는 순간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잠깐. 그쪽은 나한테 맡겨주지 그래.”

“응? 네가 여긴 웬일? 저쪽 3구역 담당일 텐데.”

“저 친구한테 빚이 있어서 말이야. 빚은 갚아줘야 하지 않겠나.”

복도 쪽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다른 한 명의 악마 가면.

걸어오며 애쉬와 눈이 마주친 그가 가면을 벗었다.

“내가 그래서 축제나 보러 가라고 하지 않았나, 친구.”

적갈색 머리칼과 눈동자. 애쉬를 두 명은 합쳐놓은 것 같은 체구의 남자.

가면을 벗은 ‘조인 디아벨’이 애쉬에게 인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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