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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126화 (126/230)

〈 126화 〉 5. 후계경쟁(50)

* * *

악마 가면, ‘호른 벡 테일’은 대치중인 상대방, 애쉬 론모어가 몇 발의 독침에 쏘이는 것을 본 직후 생각했다.

‘끝났군.’

정식 명칭 ‘HB­012’.

가칭 ‘지옥 말벌’.

그가 사용하는 지옥 말벌은 ‘웃는 악마’ 내에서도 유명했다.

그 강력함, 까다로움, 그리고 악질적인 것으로 말이다.

못해도 수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는 물론이고, 살짝 쏘이기만 해도 목숨이 오락가락할 독극물이 가득 찬 지옥 말벌의 독샘.

지옥 말벌은 크기가 작은데다 무척이나 재빨라서 총탄으로도 막을 수 없고, 폭발물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충격은 가볍게 버텨내는 내구성까지 갖고 있는 최고의 대인 병기였다.

특히나 악마 가면, 호른 벡 테일이 지옥 말벌의 장점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것은 그 치명적인 독성이었는데, 그가 직접 제조에 참여한 8종의 독물은 하나하나가 단 한 방울만 있어도 사람 수십 정도 죽이는 건 일도 아닐 정도의 살상력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사이보그라도 뇌가 있는 한 그곳에 피를 공급할 수밖에 없었고, 독이 그렇게 피를 공급하는 혈관 중 하나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사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끔, 아주 가끔 정신이 이상한 놈들이 신체 표면까지도 완전히 개조해버려 독침이 박히지도 않는 경우가 있긴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소수에 불과했다.

일단 둘러싸이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엄청난 숫자와 진짜 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뛰어난 기동력.

게다가 단 한 방울만 주입돼도 죽음이 결정되는 극독의 존재까지.

그가 괜히 지옥 말벌을 사용하며 최고의 대인 병기라고 자신하는 게 아니다.

애쉬 론모어는 분명 인정할 수밖에 없는, 어째서 여태껏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를 정도로 대단한 남자였다.

그의 움직임에서 ‘단장’의 그림자를 느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옥 말벌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호른 벡 테일 자신도 이곳에서 목이 떨어졌겠지.

조인 디아벨이 당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실감하지 못했으나 직접 본 애쉬 론모어의 실력은 상상이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아무 소용없다.’

‘단장’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저 잿빛 해결사라도 지옥 말벌의 독침에 찔린 이상 얼마 가지 못해 숨이 멎을 것이었다.

포섭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쪽과 한번 원한을 산 실력자를 혹시 모를 포섭의 가능성만 보고 살려 보내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었으니.

호른 벡 테일은 지옥 말벌의 무리를 통제하며 상대방이 제풀에 꺾이길 기다렸다.

애쉬 론모어는 계속해서 움직이며 수많은 지옥 말벌들을 떨어뜨렸지만, 그래봤자 전체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아직 그 수십 배는 더 되는 숫자가 남아 있었고, 지옥 말벌의 포위망을 빠져나가며 계속해서 독침에 찔리고 있었기에 저렇게 과격한 움직임은 독이 퍼지는 속도를 가속시킬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멈추지 않지?’

벌써 애쉬 론모어가 첫 지옥 말벌의 독침에 찔린 뒤 일 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움직인다.

호른 벡 테일은 애쉬 론모어에게서 중독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듯하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독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강화인간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사이보그라고?

조인 디아벨에게서 들었던 정보, 그리고 미리 얻어놓았던 정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하지만 그는 곧 애쉬의 움직임에서 이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독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아니군. 놈은 분명히 느려졌다.’

대체 어떤 시술을 받은 강화인간이기에 독에 대한 내성이 이 정도로 강한 것일까.

최고위급 사이보그 못지않은 상대방의 신체 능력을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단순히 독 내성까지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괜찮았다. 일단 독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해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이렇게 매 초가 지날수록 움직임은 점점 더 느려지고, 독은 치명적으로 작용하겠지.

저 통제실 안쪽에서 시스템을 복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것은 시간이 십여 분 정도 더 주어진 것으로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급할 것 없다.’

호른 벡 테일은 차근차근 지옥 말벌들을 통제해 애쉬 론모어를 압박해갔다.

­ 사아아악!!

애쉬 론모어는 어떻게든 지옥 말벌들을 처리할 방법을 찾고 있는 듯 발작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길을 뚫는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방치된 금속 관의 내부를 살펴보는 것 같았는데, 그런다고 힌트 같은 게 나올 리가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보관함에 불과했으니까.

애초에 작전 수행에 영향이 있을만한 물건이나 단서가 남아있다면 저렇게 방치해뒀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안타깝군.’

애쉬 론모어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느려졌고, 처음과 비교하자면 그 차이는 더욱 확연했다.

호른 벡 테일은 그런 애쉬 론모어의 모습에서 동정심마저 느꼈다.

그는 분명 호른 벡 테일보다 강한, 진짜 강자였다. 하지만 정보의 부재, 그리고 장비의 차이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쫓기던 애쉬 론모어는 제자리에 멈춰 섰고, 호른 벡 테일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수만에 달하는 지옥 말벌들로 완벽히 감싸 포위했다.

이걸로 끝이다. 한계가 온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냅둬도 죽음에 이를 터였지만, 호른 벡 테일은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시간을 더 끌 생각이 없었다.

‘움직여라.’

모든 지옥 말벌 무리의 중심,

수만 마리의 지옥 말벌들을 통제하는 수십의 여왕벌들을 통해 명령한다.

모든 벌들이 독침을 곤두세우고, 그 끝을 애쉬 론모어에게 향했다.

‘그럼, 잘 가라.’

그리고 그의 생을 마무리 짓기 위해 최후의 명령을 내릴 때였다.

­ 처억.

공간 전체를 흔드는 듯한 지옥 말벌들의 날갯짓 소리 사이에서 그보다 한참은 무거운 존재감을 발하는 낮은 소리가 울렸다.

애쉬 론모어, 그가 들고 있는 검을 고쳐 잡는 소리.

온갖 소음에 묻히는 게 당연할 그것은 어째서인지 오히려 그 모든 소음을 뚫고 호른 벡 테일의 머릿속을 뒤흔드는 듯 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쳐흐른다.

호른 벡 테일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 숙인 애쉬 론모어에게 집중했다.

검을 고쳐 잡은 그의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찢어질 듯 깊은 호선을 그리는 입술과 섬뜩한 푸른빛을 발하는 진청색 눈동자.

‘대체 뭐지, 이 느낌은?’

애쉬 론모어는 분명 한계에 달했을 터다.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기운도 남지 않았을 텐데, 어째서.

어째서 애쉬 론모어는 웃고 있으며, 그런 그에게서 이런 불길함이 느껴진단 말인가….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끝낸다. 지금 느껴지는 불길함은 그저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놈의 목숨을 끊음으로서 증명할 것이다.

불안과 불길함에 이어 알 수 없는 초조함에 마음이 쫓기기 시작한 호른 벡 테일이 모든 여왕벌들에게 명령했다.

‘움직여라. 그리고 당장 저 불길한 남자를 죽여라.’

­ 부우우우웅!!

신경 인터페이스에서 명령이 모든 여왕벌들에게 신호가 떨어지고, 그런 여왕벌들에게서 신호를 전달 받은 지옥 말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단숨에 거칠어진다.

그리고 모든 지옥 말벌들이 애쉬 론모어를 통해 날아드는 순간.

­ 턱.

가만히 서있던 애쉬 론모어가 느긋하게까지 느껴지는 발걸음을 한 발짝 옮겼고, 곧 자신에게 덮쳐든 수만의 지옥 말벌들에 휩싸였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던 호른 벡 테일은 그것을 보며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걸로 된 거다. 아무리 놈이라도 이만큼이나 완벽하게 둘러싸인 이상 수천, 수만에 달하는 지옥 말벌들을 뚫고 나올 수는,’

­ 촤아아악!!

투두두두둑.

대기가 갈려나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포위진을 이루던 지옥 말벌의 무리 중 일부가 비처럼 바닥에 쏟아져 내린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호른 벡 테일은 시간이 멈추는 것만 같은 감각 속에서 경악에 찬 눈으로 지옥 말벌들이 쏟아져 내린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검을 휘두른 듯한 자세의 애쉬 론모어가 서 있었다.

등, 허리, 허벅지, 종아리, 팔, 손.

어디 할 것 없이 수백 마리의 지옥 말벌들의 침이 박혀 있는 애쉬 론모어가 당장 절명한데도 이상할 게 없을, 아니, 오히려 당장 절명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의 처참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무, 슨.”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던 호른 벡 테일은 곧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신호가… 끊겼다?’

한 개의 무리를 통제하고 있던 여왕벌들의 신호가 완전히 끊겨버렸다.

그로 인해 그 여왕벌들을 통해 신호를 받고 있던 지옥 말벌들이 기본적인 비행 신호조차 받지 못하고 약 맞은 벌레마냥 바닥으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호른 벡 테일은 다시 한번 머리 속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체 어떻게?’

여왕벌들의 신호가 모두 끊겼다는 것은 그것들이 전부 파괴당했거나, EMP 따위를 맞아 기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EMP가 터졌다면 한 무리만이 아니라 모든 무리의 여왕벌들이 기능을 상실했을 테니 EMP가 터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 애쉬 론모어가 무리를 통제하는 여왕벌들을 그 한 순간에 처리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무리에 속한 지옥 말벌은 무려 수천. 그 중에서도 여왕벌은 단 셋에 불과하다.

그런데 자신의 주변을 덮쳐오는 수만의 지옥 말벌 사이에서 정확히 같은 무리의 여왕벌들을 찾아냈으며, 심지어는 그것을 한 순간의 검격으로 모두 베었다고?

그딴 건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을,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딴, 그딴 게 가능할 리가…!!’

호른 벡 테일이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음에 그것을 부정했다. 이성적이고 언제나 냉철한 모습을 고수하던 그조차도 현실을 부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경악하고 있던 호른 벡 테일과 애쉬 론모어의 눈이 마주쳤다.

죽음의 문턱에 발을 내딛은 애쉬 론모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진청색 눈동자에는 광기가 넘치는 열락을 품고서.

호른 벡 테일은 그런 애쉬 론모어의 감정을 읽은 순간 인간으로서는 불가해한 그것에 자신도 모르게 ‘공포’를 느끼고 말았다.

대체 저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 턱.

느려진 시간 속. 다시 한번 발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또, 검이 휘둘러진다.

­ 촤아아아악!!

투두두두둑, 다시 한 무리의 여왕벌들이 신호를 잃고, 수천 마리의 지옥 말벌이 바닥을 구른다.

호른 벡 테일은 떨리는 눈으로 애쉬 론모어를 바라봤다.

이미 신체에 주입된 독은 치사량을 수백 배도 더 넘겼을 터다.

그런데 어떻게 움직일 수 있지?

어떻게 숨을 쉬고, 어떻게 검을 휘두르며, 어떻게,

어떻게 웃을 수 있냔 말이다….

다시 애쉬 론모어가 움직인다.

검격이 허공에 그어진다.

또 한 무리의 여왕벌들의 신호가 침묵한다.

그 무리에 속해 있던 지옥 말벌들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애쉬 론모어는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고 달려드는 지옥 말벌들을 모조리 베어내거나 몸으로 받아내며 그것을 반복했다.

그것이 열 한 번.

애쉬 론모어를 공격하던 열한 개 무리의 중계기 역할을 하는 여왕벌들이 모두 신호를 잃고 완전히 침묵했다.

무적과도 같았던 공방일체의 지옥 말벌들이 모두 일개 벌레처럼 바닥을 새까맣게 메웠다.

그럼에도 애쉬 론모어는 검을 들고 서 있다.

애쉬 론모어가 삐딱하게 고개를 돌려 그를 돌아본 순간, 호른 벡 테일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저것이야말로 진짜 악마.

호른 벡 테일은 ‘웃는 악마’에 속한 악마로서 불려왔지만,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저 남자, 애쉬 론모어야말로 진짜 악마와 같다는 생각에 빠졌다.

애쉬 론모어는 여전히 자신의 몸에 침을 꽂고 있는 지옥 말벌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에 털썩, 호른 벡 테일은 제자리에 무릎 꿇고 말았다.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공포, 경외.

그 모든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폭풍이 되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 뚜벅, 뚜벅.

공포스런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악마가 다가온다.

“오, 오지 마….”

무릎 꿇은 호른 벡 테일이 몸을 떨며 애원하듯 중얼거렸다. 자신의 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

그것을 목도한 그는 이미 공포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목소리에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 뚜벅, 뚜벅.

10 미터, 5미터, 3미터, 1미터.

툭. 애쉬 론모어의 발걸음은 호른 벡 테일의 정면,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만을 두고 멈췄다.

호른 벡 테일은 자신의 앞에 선 애쉬 론모어의 발끝부터 다리를 타고 시선을 올렸다.

진청색의 귀화를 피우고 있는 두 눈이 그를 내려다본다.

죽음의 선고를 준비하는 지옥의 명왕과도 같은 그 모습에 호른 벡 테일은 반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자신이 직접 통제하고 있는 지옥 말벌 한 무리를 움직이려 했지만, 번쩍.

검은 칼날이 빛을 반사한 순간 세상이 멀어지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정신이 흐려짐을 느꼈다.

‘단장….’

* * *

“……쉬!! 애…정신…!!!”

계속해서 흔들리는 몸. 여성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소리친다.

애쉬는 토할 것만 같은 어지러움에 흔들림이 더해지자 어떻게든 자신을 흔드는 손길을 멈추고 싶었지만, 말할 입도, 손길을 밀어낼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언제부터 누워 있었지. 아니, 그보다 어지러워. 졸려.’

언제부터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있었는가. 순간적으로 든 의문이었지만, 뒤에 찾아온 어지러움과 수마는 그런 의문조자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었다.

몸은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이지도 않겠다, 자신의 몸을 흔드는 손길을 멈출 수도 없으니 애쉬는 그냥 찾아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억지로 뜨려고 했던 눈을 다시 감고, 정신을 어둠 속에 가라앉힌다.

“안…!! 당신마저…안 돼애애!!!”

애쉬는 그렇게 눈을 감기 전 서글프고도 서글픈,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분노와 혼란이 담긴 여성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한번 몸을 맡긴 수마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서 무어라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희미해지는 정신 속 심연에 잠겨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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