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161화 (161/230)

〈 161화 〉 7. 총잡이들의 여명(17)

* * *

“다 죽어가는 늙은이는 저쪽으로 빠지지 그래.”

일촉즉발의 상황.

검날을 세운 채 여우 가면을 노려보던 애쉬가 뒤에서 데일 리퍼슨이 움직이는 기척을 느끼고 말했다.

당연히 그를 걱정해서는 아니다. 그저 자신의 먹잇감을 누군가 건드는 것이 싫었기 때문.

분명 그와 힘을 합치면 쉽게 끝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칼잡이와 칼잡이의 자존심 싸움이라면 제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타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데일 리퍼슨의 위험한 몸 상태도 몸 상태였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쪽 전장이 아니라 게빌과 카우보이모자들이 ‘웃는 악마’측 진영과 싸우고 있는 쪽이었다.

위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면서도 양쪽의 전황을 살폈던 애쉬가 덧붙였다.

“아들이랑 직원들 간수나 해. 나중 가서 후회하지 말고.”

“…….”

데일 리퍼슨은 그런 애쉬의 말에 눈을 돌려 반대편 전장을 바라봤다.

부단장, 제일 던컨의 명령이 있었는지 이쪽에는 전혀 간섭을 해오지 않았지만 한참이나 밀어붙이고 있는 ‘웃는 악마’ 측 진영은 이제 게빌과 카우보이모자들을 반쯤 일방적으로 두들기고 있는 상황.

저 상태로 더 뒀다간 곧 전멸할 것이 분명했다.

애쉬의 말대로 아들과 부하들을 저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는 ‘웃는 악마’의 부단장, 제일 던컨과 대치중인 애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금방 돌아오마, 애송아.”

“그쪽이 정리되기 전에 여기가 먼저 끝날 텐데 돌아오긴.”

버티기만 해라. 라고 말하는 듯한 데일 리퍼슨의 말에 애쉬가 대답했다. 그에 데일 리퍼슨은 헛웃음을 흘렸지만, 그래도 거기에 대고 더 이상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땅을 박차고 발걸음을 옮겨 반대편 전장으로 합류했을 뿐.

­ 타앗!

데일 리퍼슨이 그쪽으로 향하자 제일 던컨도 입을 열어 다른 악마들에게 명령했다.

“여러분도 저쪽으로 가세요.”

데일 리퍼슨, ‘웃는 악마’의 전 단장이라는 괴물이 합류하면 아무리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위험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가 지금 부상당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곳에 있는 상위 서열의 악마들을 붙이면 시간 끌기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지.

그럼 그 동안 자신에게 검으로 도전해오는 이 해결사를 처치하고 돌아가면 됐다.

그런 의미로 내린 명령에 상위 서열의 악마들은 별다른 말없이 몸을 돌려 움직였다.

평상시에는 놀리고 비꼬고 별 짓을 다하지만 이런 전시에까지 그럴 만큼 간이 큰 놈은 없었다.

그들의 부단장, 제일 던컨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의 악마였으니까.

제아무리 성격 좋다한들 악마는 악마. 명령을 거부했다간 뒤를 감당할 수 없었다.

­ 타다닥.

그들까지 발걸음을 옮겨 단 둘이 남게 되자 애쉬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혼자서 괜찮겠어? 떨거지들을 모아서 덤벼도 모자를 판에.”

“당신이 걱정하실 일은 아닐 텐데요. 지금부터 당신의 안위를 걱정하셔도 모자를 판, 에!”

­ 파앗!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은빛 섬광이 정면으로 치닫는다. 애쉬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마주 달려 나갔다.

그리고 공간을 접기라도 한 듯 서로 간에 있던 십여 미터의 거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은빛과 칠흑빛의 두 자루 검이 맞부딪혔다.

­ 촤아앙!!

총성이 가득한 물류 센터 안에 한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을 굉음이 울렸다.

어중간한 격발음 따위는 단숨에 묻어버릴 소리가.

그리고 그것을 일으킨 두 명의 칼잡이는 서로가 들고 있는 검이 부딪힌 순간 동시에 생각했다.

‘빠르다!!’

애쉬는 자신의 예상보다 한참은 빠른 그 움직임에 놀랐고, 제일 던컨은 그런 자신보다도 한층 더 빠른 상대방의 움직임에 경악했다.

단 한 번의 부딪힘이지만 서로의 신체 능력 정도를 알아보기엔 충분했다.

결과는 잿빛 해결사 쪽의 우세.

맞대고 있는 두 자루 검이 눈에 보일 정도로 한 쪽으로 밀려났다.

‘강화인간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사이보그도 아니면서 현 세대 최고 수준의 강화 시술을 받은 자신보다도 완력과 민첩성이 뛰어나단 말인가.

제일 던컨이 밀려나는 자신의 검을 보며 생각했다.

이대로 힘 싸움을 하는 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제일 던컨은 한 순간 힘을 끌어내 맞대고 있는 검과 상대를 밀쳐냈다.

근력의 차이 때문에 크게 밀려나지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약간의 여유를 갖기엔 충분하다.

‘검은 힘과 속도가 전부가 아니다.’

제일 던컨은 두 손아귀에 쥔 검을 정면으로 찔러 넣었다.

분명 모든 전투에서 근력과 민첩성은 굉장히 중요했다. 공방 어느 부분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신체능력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체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총잡이들과의 싸움에서나 그런 것이었다.

검을 쓰는 이들의 싸움은 그것과는 조금 구도가 달랐다.

신체능력이 완전히 압도당하지만 않는다면 기술이라는 것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었으니까.

‘이렇게!’

­ 채앵!

두 개의 검이 부딪히며 불똥이 튄다.

상대방, 애쉬는 바로 검을 빼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 했지만, 순식간에 얽혀든 제일 던컨의 은빛 칼날이 칠흑빛 검을 거꾸로 타고 올랐다.

“……!!”

애쉬는 그 검의 기이한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며 검을 힘으로 뺐지만, 여우 가면 부단장의 칼날은 쉽게 떨쳐지지 않고 끝내 그의 손등에 기다란 상흔을 남기고 말았다.

애쉬는 예리한 칼날에 베여 한껏 피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손등을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

‘방금 그건 뭐였지?’

상대방의 검이 마치 뱀처럼 그의 칼날을 타고 올라 손등을 베었다.

그의 근력이 상대보다 강하지 않았다면 검을 빼는 것이 늦어 손등을 베이는 게 아니라 손목을 잘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칼잡이대 칼잡이의 싸움은 처음인 만큼 애쉬는 그 이상한 기술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다음도, 그리고 그 다음도 마찬가지였다.

­ 촤아악!

날이 부딪히는 순간 상대방의 검면과 그의 검면이 찰싹 달라붙은 것처럼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번에도 힘으로 억지로 빼보려 했지만 이미 그럴 것까지 알고 있었다는 듯 한 걸음 따라오며 가슴을 정확히 찌른다.

이번에도 애쉬는 속수무책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뭔…!”

검을 손가락처럼, 자신의 몸처럼 다룬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애쉬는 몇 번 부딪히지도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이 상대방의 기술에 말려 들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이런 게 진짜 기술인가?’

그는 몇 년간 검을 사용해왔지만, 그럼에도 자신과 같이 본격적으로 검을 사용하는 칼잡이를 만나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분명 자신과 상대방의 신체능력 차이는 확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압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밀려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상대방의 ‘검술’이 그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설정된 검술 숙련도가 12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속 캐릭터의 얘기.

한 때 평범한 현대인이었다가 게임 속 세상으로 들어온 그였기에 아무런 지식도 없이 감각으로 모든 것을 대신해온 만큼 생전 처음 겪는 검술까지 완벽하게 대처해낼 수는 없었다.

여태까지 총잡이나 이상한 놈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검술 따위는 모르는 것으로도 족했으나, 이 정도 수준의 칼잡이를 만나게 되자 바닥이 드러난 것이다.

당황을 감춘 애쉬는 자신이 난입하기 전 보았던 데일 리퍼슨의 모습을 떠올렸다.

방아쇠를 당길 검지가 하나 잘려나가 중지로 대신하고 있었으며, 몸에는 몇 발의 총탄이 박혀 피 흘리고 있던 그 모습을.

애쉬는 그가 마지막에 쏘아낸, 유도탄처럼 꺾이던 탄환의 정체를 잘 알았다.

그가 원작 게임을 즐기던 1회차 시절, 자신도 사용했던 것이었으니까.

총기 숙련도 레벨이 9에 도달하면 사용할 수 있는 ‘궤도 변경 탄환’.

게임 속에서는 별다른 조작도 필요 없이 타게팅한 상대방에게 유도탄처럼 쏘아지던 그것을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데일 리퍼슨을 칭하던 ‘세계 최고의 총잡이’라는 말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인 만큼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이라면 총기 숙련도가 9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애쉬가 보았던 데일 리퍼슨의 실력은 절대로 그 일부분에 있어서만 사용가능하도록 특화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원작 게임 속 능력치로 봤을 때 데일 리퍼슨의 총기 숙련도 레벨은 최소 9이상.

어쩌면 게임 속 한계치인 10을 찍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데일 리퍼슨을 부하들과 함께 합공했다곤 하나 거기까지 몰아간 이 칼잡이의 실력 또한 최소 9레벨, 혹은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검을 잡아온 시간 또한 어마어마하게 길겠지.

그런 칼잡이의 기술을 직접 겪어보니 애쉬는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 촤아악! 타악!

대기를 가르는 새까만 칼날을 손잡이 밑 부분으로 받아낸 여우 가면의 부단장은 곧장 그 검 끝으로 애쉬의 목을 찔러왔고, 그가 피하자 다리를 내뻗어 옆구리를 타격했다.

­ 퍼억!!

팔뚝을 내려 몸통을 방어한 애쉬는 얼얼해진 팔로 검을 당겨 회수한 뒤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넓은 범위를 가로로 길게 베었다.

그러나 역시, 손아귀에 걸리는 감각이 없다. 여우 가면을 쓴 ‘웃는 악마’의 부단장은 몸을 뒤로 물리며 이미 그것을 피한 이후였다.

그렇게 회심의 일격을 간파당한 애쉬였으나, 그는 어쩐지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재밌다.’

검을 사용한 공방을 주고받는 지금 이 상황이.

자칫 조금만 잘못해도 손목이 잘려나가고, 심장이 꿰뚫릴 수 있는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도 재밌었다.

“자신만만해할 만한데 그래!!”

신이 난 애쉬가 검을 세로로 찍어 누르듯 베며 소리쳤다. 그러자 상대방은 은빛 검을 대각으로 세워 그것을 흘리며 조소했다.

“당신은 저급하네요. 그딴 건 검술이라고!”

­ 퍼억!

“부르기 창피할 정도에요…!”

내려 베는 검을 흘려 받아낸 뒤 이어진 발차기를 막아낸 제일 던컨이 말을 이었는데, 그렇다고 그의 상황 또한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다.

근력이 더 뛰어나고, 민첩성이 더 빠른 것도 그렇지만 애쉬 론모어의 그 감각만큼은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몇 번이나 손가락, 손목부터 시작해 옆구리나 가슴, 목 등을 베고 찌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의 상대방인 애쉬 론모어를 살려낸 것은 그의 짐승 같은 감각이었다.

몇 번이나 본능적으로 움직여내 그의 칼끝을 피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한 번씩 나오는 예리한 공격은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만약 이런 남자가 본격적으로 검을 배웠다면 그는 진작 검대 검으로 맞상대하길 포기하고 있었겠지.

거기까지 생각하자 제일 던컨은 머리에 열이 조금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자신은 지금 이 남자를 잡지 못하는가. 어째서 번번히 기회를 놓치는가.

저 야성적인 감각 또한 계산 아래 두고 움직였을 터다.

그가 쌓아온 약 20년 가까운 세월은 정말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그저 힘과 속도로 찍어 누를 줄만 아는 초심자에게조차 닿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것이었나.

도발 섞인 말을 던지면서도 오히려 그는 자신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초심자를 상대로 시간을 더 끌 수는 없다. 제일 던컨은 기어를 점점 끌어올렸다.

검을 사용한 공방은 총잡이들의 그것보다도 몇 배는 복잡하고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읽는 수싸움이 중요했다.

상대 또한 그것에 어느 정도 통달해 있는 듯 했지만, 역시나 수십 년 동안 검을 휘둘러온 그에게는 닿지 못한다.

계속해서 접전을 유도하면 손발과 머릿속이 꼬여 분명 틈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생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 푸슉!

예리한 검날에 베인 애쉬의 팔뚝에서 피가 치솟았다. 매 초 수 번 이상의 공방을 주고받는 만큼 심장 또한 터질 듯 그것에 맞춰 가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 화아악!

여우 가면의 목을 노렸던 칼날이 허공을 가른다.

상대방이 막지 않고 제자리에 앉는 것으로 피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애쉬가 놀라 몸을 뒤로 한 발짝 빠졌지만, 그것보다도 상대방의 움직임이 빨랐다.

다음은 옆구리였다.

­ 푸욱!

“크읍…!”

애쉬가 신음을 삼켰다.

이번 건 팔뚝과 달리 좀 깊이 들어갔다. 옷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자신의 옆구리에서 심한 출혈이 시작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우 가면 너머의 눈매가 그런 그를 비웃듯 휘어졌다.

하지만 애쉬는 그에 아랑곳 않고 마주 웃으며 공방을 이어갔다.

‘좀 더, 좀 더…!’

점점 상대방의 공격이 눈에 익어간다. 놈이 사용하는 기술 하나하나까지도 머릿속에 강하게 되새기고 있었다.

지금 그는 공격을 받는 게 아니라 그것을 머릿속으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뭐?’

어느 순간부터인가. 제일 던컨은 느낌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 째애애앵!! 파아악!

한 차례 강하게 부딪힌 두 자루 검이 깨질 듯한 소음을 내고, 그는 물 흐르듯 검을 내뻗었다.

­ 핏!

그러자 상대방, 애쉬 론모어의 목이 아주 옅게 베여 피가 흐르는 게 보였다.

분명 닿았으나, 그의 예상보다 훨씬 얕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이번 것은 적어도 5mm이상 들어가야 했을 검격이었다.

그 다음도 그랬다.

­ 촤아아악! 타악!

상대방의 새까만 칼날을 쓸어내리며 상대방의 것은 자신의 크로스가드에, 그리고 자신의 검 끝은 상대방의 가슴을 찔러 들어간다.

이번에도, 닿았다.

­ 픽.

‘얕아….’

하지만 이번에도 얕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1cm이상 찔러 들어갔어야 했을 검 끝이 그 반의반도 들어가지 못했다.

공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제일 던컨은 일종의 괴리감을 느꼈다.

그의 감각은 분명 옳았다. 지금까지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이것은 뭔가.

­ 사악!

처음에 베었던 쪽의 반대편 옆구리를 은빛 칼날이 스치고 지나간다. 붉은 실선이 그어지는 게 보였지만.

‘얕아.’

그 다음.

­ 카가가각!

두 칼날이 강력한 마찰에 불똥을 튀긴다. 쭈욱 내려간 은빛 칼날이 상대방의 왼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피가 흐르는 게 보였지만.

‘얕아…!’

역시나 또 얕다.

그리고 그 다음도,

­ 파악!

그 다음도…!

­ 피싯!

상대방의 온 몸을 피투성이로 만들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겉모습 뿐.

더 이상 모든 공격이 제대로 들어갈 생각을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피로 물든 그의 은빛 칼날이 상대방의 뺨을 스치지도 못했을 때.

­ 사아악!!

‘……웃고 있어?’

제일 던컨은 지금 이 상황이 참을 수 없이 재밌다는 듯 입가가 찢어질 것처럼 웃고 있는 상대방의 미소를 발견하고 말았다.

“프흐, 흐흐흐…! 더…. 좀 더! 더 보여 달라고!!”

그와 눈이 마주친 상대방, 피에 젖은 애쉬 론모어가 그 진청색 눈동자를 빛내며 마치 '악마'처럼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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