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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207화 (207/230)

〈 207화 〉 13. 바렛 오테너(3)

* * *

잘 관리된 1구역의 거리는 여전히 깔끔하고 사람들의 분위기에서 여유가 넘쳐났다.

슬럼의 더럽고, 냄새나는 거리와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했던 그곳 주민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

분명 같은 도시 안에 속해있음에도 이런 격차가 너무도 명확했다.

애쉬는 어두워진 저녁 거리의 화려한 조명과 들뜬 분위기의 사람들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저기서 한 잔….”

“오메튼 대기 줄은 언제쯤 줄어드나. 나도 오랜만에 가고 싶은데.”

“거긴 대낮부터 몇백 명씩 줄 서 있는 곳이야. 피크 타임 가까운 이 시간에 줄어들었겠냐?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거기가 물이 그렇게 좋다며?”

“그럼. 너무 좋아서 너 같은 건 그냥 입구 컷이지.”

“개소리 좀 하지 마.”

애쉬는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는 한 무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일이 조금 더 귀찮아질 수도 있음을 느꼈다.

클럽 오메튼이라는 곳은 애쉬 자신 또한 목표로 하고 있는 곳. 사람이 그렇게 많아서 대기줄이 존재한다면 입장부터가 문제라는 것 아닌가.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들려오는 얘기를 보니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지금 그에게 그럴 만한 여유는 없었다.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 애쉬는 곧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서고 있는 건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웅성웅성.

“미치겠다. 대기 줄은 왜 이리 안 줄어드냐.”

“오늘 DJ가 엄청 유명한 사람이라던데.”

“이름 한 번씩은 들어본 가수들도 와서 공연한다잖아.”

“아, 진짜 재밌겠다.”

대기 줄에 선 사람들이 떠드는 목소리.

하나하나는 그렇게 크지 않을지 몰라도 그것이 수백 명이 되자 커다란 소음이 되어 거리를 울리고 있었다.

애쉬는 그것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딱 싫어하는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다.

좋게 말해 혈기 넘친다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몸만 큰 애새끼들이 모여 소란을 피우는 곳.

애쉬는 애들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었고, 특히나 그중에서도 몸만 큰 애새끼들을 굉장히 혐오했다.

그런 그가 평소라면 무조건 멀리할 곳에 발을 들였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인데.’

애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속 발걸음을 옮겼고, 곧 클럽 입구에 앞쪽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클럽 오메튼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입장 대기 예상 시간 2시간 30분입니다!!”

“아, 왜 이렇게 안 줄어!”

“그냥 좀 들여 보내줘!”

입구를 통제하고 있는 가드에게 쏟아지는 대기 인원들의 불평과 불만.

애쉬는 자신 또한 줄을 섰다면 저런 놈들과 뒤섞여 입장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들어가 볼까.’

수많은 인원을 통제하느라 바쁜 가드들. 그들이 입구를 굳게 막고 있었으나 억지로 들어가려 한다면 못 들어갈 것도 없었다.

대기열에 선 놈들이 온갖 형광색과 눈에 띄는 색깔로 머리칼을 물들이고,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이곳에서 그의 잿빛 은발이나 진청색 눈동자는 그렇게 눈에 띌만한 특징도 아니었으니.

그는 그냥 이렇게,

­ 티앗!

“엇, 어어?”

“뭐, 뭐야!”

발끝으로 몸을 튕겨 가드들의 머리 위를 넘어가면 됐다.

애쉬는 정문을 막고 있는 가드들을 뛰어넘어 안쪽으로 향했고, 당황한 가드들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런 그들을 방해하는 적은 다름 아닌 대기열에 서 있던 대기 인원들이었다.

“누군 바보라서 기다리고 있는 줄 아나!”

“저거 빨리 잡아서 끌어내! 안 그럼 우리도 그냥 뚫고 들어갈 테니까!”

“자, 잠시. 잠시 진정해주십시오! 방금 불법 침입한 사람은 반드시 잡아 쫓아낼 테니…!”

애쉬는 자신의 등 뒤로 들려오는 멍청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클럽 안쪽으로 들어섰다.

안쪽에도 가드가 있었지만, 영문을 모르고 있는 그들 또한 가볍게 지나친다.

그러자 몇 초 지나지 않아 뒤늦게 무전이라도 받았는지 그를 찾으려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애쉬는 이미 천 단위에 달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든 상태.

그를 찾으려면 가드들이 사람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살피고 다녀야 할 텐데, 한 명의 새치기범을 찾기 위해 천 단위의 고객에게 불쾌감을 줄 행동이 가능할 리가 없다.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애쉬는 시선을 돌려 클럽 내부를 쭈욱 둘러봤다.

바깥의 인파로 인한 소란보다 한층 더 시끄러운 음악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공간.

처음 오는 사람은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힘들 이곳에서 애쉬는 내부의 구조 하나하나를 살폈다.

‘지하라고 했던가.’

케일은 분명 클럽 오메튼 지하에 1구역의 콜드 스팟이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콜드 스팟은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일 테니 이렇게 탁 트인 스테이지 근처에는 없을 터. 주로 살펴야 하는 곳은 구석진 부분이다.

클럽 내부가 워낙에 넓었기에 살피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애쉬는 곧 의심 가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군데군데 가드들이 배치된 클럽 내부, 그중에서도 특히나 가드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곳이 있었으니까.

어두운 실내였기에 언뜻 보면 그냥 가드들이 모여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으나, 눈이 무척이나 밝은 애쉬는 그 옆에 통로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기군.”

가드들이 은근슬쩍 모여서 지키고 있는 통로를 지나면 지하로 가는 계단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애쉬는 곧장 스테이지를 가로질러 통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이 씹.”

“뭐야!”

스테이지를 가로지르며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놈들에게서 온갖 반응이 다 돌아왔지만, 애쉬는 그냥 대꾸도 않고 지나쳤다.

마음 같아선 한 대씩 후려주고 싶어도 지금 그는 이곳에 놀려온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스테이지를 가로지르는데 성공한 애쉬는 바로 가드들이 대기 중인 통로로 향했고, 당연하게도 대기 중이던 가드들이 그를 가볍게 막아섰다.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구역입니다. 일반 이용객들께선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그에 애쉬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검 한 자루를 보이며 귀찮다는 듯 자연스레 대꾸했다.

“이거 보면 몰라? 관계자니까 비켜.”

“아, 이쪽의 이용객이십니까? 그럼 후문을 이용하시는 게 더 편하실 텐데 왜 정문으로…. 일단 비켜드리겠습니다.”

무기와 애쉬 자신이 자연스럽게 흘리고 있는 분위기를 읽은 것인지 가드들은 그가 뒷세계의 관계자라는 것을 알아채고 통로를 열어주었다.

애쉬는 그대로 통로를 통과해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계단을 향하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가드들이 다시 한번 그의 앞을 막아섰다.

“어서 오십시오. 회원증을 확인시켜주시면 바로 입장 가능하십니다.”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가드들이 통과시켰다는 사실에 굳이 더 일반인 대하듯 대하진 않았지만 회원증이라는 것의 제시를 요구하는 가드들.

애쉬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넘어가기 위해 귀찮다는 듯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깜빡하고 안 가져왔는데, 그냥 좀 비키지.”

“죄송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회원증이 없다면 돌아가 주십시오.”

회원증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애쉬의 말에 가드들의 분위기가 변했다.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는 놈도 있었고, 품이나 두툼한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는 놈들도 있었다.

혹시라도 애쉬 자신이 무언가 일을 벌이려는 모습이 보인다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겠다는 것이다.

애쉬는 예상 외의 경계 태세에 일이 텄음을 느끼며 말했다.

“귀찮게 굴지 말고 그냥 비키지.”

“셋 셀 동안 물러나지 않으면 발포하겠습니다. 셋, 두울….”

하나, 하고 가드가 마지막 카운트를 잇는 순간 애쉬의 몸이 정면으로 빛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카운트 다운을 하던 정면의 가드에게 접근한 애쉬는 검을 뽑을 것도 없이 명치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커헉…!”

“쏴!”

­ 투웅!

눈 깜짝할 사이 자신들의 앞에 나타나선 한 명을 쓰러뜨린 애쉬를 발견하고 어느 가드가 기습적으로 외쳤고, 그 즉시 소음기에 억눌린 격발음이 울렸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의 권총으로 애쉬를 조준하고 있던 놈이 바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애쉬 또한 예상하고 있던 바.

가볍게 몸을 트는 것으로 탄환을 피한 애쉬는 뒤이어 가까운 가드 한 명에게 뛰어들었고, 들고 있던 검을 검집째 휘둘러 목을 내려쳤다.

­ 퍼어억!

“켁!”

손쉽게 무너지는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몸. 강화인간이기에 몸의 내구성 또한 일반인과 비교도 되지 않았을 가드였지만, 그럼에도 애쉬의 근력이 더해진 충격을 버텨낼 수는 없었다.

“제, 젠장! 지원을…!”

“어딜.”

애쉬가 무전에 손을 가져가던 가드에게 차갑게 웃으며 달려들었다.

지금 여기서 가드 몇 정도 가지고 노는 건 조금 귀찮은 정도였지만 외부 지원이 오면 조금 까다로워질 수도 있었다. 여긴 기다란 통로 하나만 지나면 일반인들이 넘쳐나는 곳이었으니까.

애쉬는 가드들을 차례대로 제압했고, 곧 그들은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되풀이하며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조금 나은 점이라면 그때 근무했던 가드들처럼 팔다리가 날아가진 않았다는 점 정도일까.

“으, 으으….”

­ 뻐억!

애쉬는 신음하는 가드 하나를 내려쳐 완전히 침묵시킨 뒤 몸을 일으켰다. 가드들을 전부 제압했지만 이건 얼마 가지 않을 터였다.

이 녀석들이 깨어나거나, 콜드 스팟을 이용하는 다른 용병이나 가드들이 발견한다면 분명 소란이 일 테니까.

그러니 게빌이 콜드 스팟안에 있든 없든 최대한 일을 빨리 마치고, 그의 행방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 뚜벅, 뚜벅.

애쉬는 바닥을 구르는 가드들을 냅둔 채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고, 문 하나를 경계로 펼쳐진 뒷세계의 콜드 스팟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입인가?”

“대충 비슷해.”

“하핫, 운이 좋군. 마침 재밌는 구경거리도 펼쳐지고 있는데 안쪽으로 한번 가보라고.”

“그래.”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위치한 자리에서 술을 한잔하던 남자가 애쉬를 보고 말을 걸어왔고, 애쉬는 가볍게 대답하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펼쳐지고 있다는 구경거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게빌을 찾는 것.

주변을 살피는 것도 중요했다.

“여긴 없고.”

입구 쪽에 있는 무기상이나 오픈 바에는 게빌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카우보이모자에 독수리 케이프를 두르고 다니는 녀석은 어딜 가도 눈에 띄는 편이었는데 딱히 느낌이 오는 곳이 없다.

애쉬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며 안쪽으로 향했고, 곧 뒷세계의 용병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커다란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오…!”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 줄이야!”

“벌써 몇 시간 째지? 양쪽 다 집중력이 인간이 아니군.”

뭘 하는진 모르겠지만 수십이나 되는 인원이 가운데 무언가를 두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떠들고 있다.

주변을 살피던 애쉬도 뭔가 싶어 잠시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며 움직였다.

확실히 실전을 수없이 겪는 뒷세계의 용병들이란 건지 하나같이 건장한 용병들의 등이 하나의 벽을 이루고 있어 파헤치고 들어갈 필요성을 느낀다.

“오오…!”

“와…!”

“잠깐 들어가자.”

애쉬는 무언가 또 벌어졌는지 다 같이 감탄사를 터뜨리는 인파를 헤치고 안쪽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인파의 중심, 비워진 공간에서 대치하고 있는 두 남자를 볼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젠장…!”

잔뜩 지친 상태로 숨을 헐떡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예리한 눈매의 남자, 게빌과.

“후우…. 슬슬 한곈가 보지.”

조금 지친 것 같지만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는 것으로 기세를 다잡는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의, 처음 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낯이 익은 남자.

게빌을 발견하는 것으로 일차적인 목표는 이룬 애쉬였지만, 알 수 없는 기시감에 휩싸여 흑발흑안의 남자를 바라보던 그.

그렇게 둘을 지켜보던 애쉬는 곧 게빌의 입에서 나온 남자의 이름을 듣고는 그 남자의 정체를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후욱…. 바렛 오테너, ‘검은 개’가 그렇게 유명하다더니 이유가, 후욱, 있었군.”

“후, ‘골든 캐니언’이라고 했나? 그쪽도 제법.”

상대방을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자신이 그 위에 있다는 것을 보이는 저 흑발 흑안의 남자, 바렛 오테너는 이진현이 원작 게임의 1회차를 진행할 무렵 가장 먼저 주인공의 동료로 합류해 긴 시간을 함께했던 인물이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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