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3화
3화. 염화신무
세상에는 수많은 신이 존재하며 그들을 믿는 사람들 또한 많다.
대륙의 10대 가문은 제각기 스스로를 신의 후예, 혹은 신의 은총을 받은 가문이라 지칭하였다.
현대의 기억이 있는 유릭이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통치 방식의 일환이다.
신의 존재는 사람에게 생업에 힘쓸 희망을 주고 전쟁에 앞장설 용기를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성원을 단결시킨다.
제정일치 사회니 왕권신수설이니 하는 역사 속 사실들이 모두 그 때문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다만 현대와 이 세계가 다른 점은, 신이란 존재가 말뿐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10대 가문들이 각자가 모시는 신들의 신물을 모아놓은 장소.
보통은 별의 신전이라 통칭하는 장소.
‘로스카에선 기연관이라고도 하지.’
로스카가 모시는 신은 다른 가문과는 조금 달랐다.
어떤 가문은 전설 속 거인이나 정령 등을 신으로 모시고, 또 어떤 가문은 용이란 종(種) 자체를 신처럼 숭앙한다.
그러나 로스카가 섬기는 신은 인간이었다.
어느 날 하늘을 열고 나타나 이 땅의 사람들을 구원해 가문을 세웠다고 하는 인물.
초대 로스카.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로스카의 선조들은 죽기 전에 스스로의 무구나 마법, 비전 등을 각자의 방법으로 별의 신전에 새기고 갔다.
그 탓에 로스카에선 별의 신전에 기연관이란 다른 이름을 붙인 것이다.
선조의 기연을 얻는 장소라 하여 기연관.
그곳에서 무엇을 얻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일이 많이, 정말로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빨리 생각해야 돼.’
유릭이 머릿속의 기억을 짜내기 시작했다.
외우주의 노인이 새겨준 기억은 마치 사진이나 영상과 같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안에는 과거 세례 의식 때의 영상 역시 있었다.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유릭이 그 영상을 구석구석 뒤지며 고민했다.
기연관 안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기연.
그 많은 기연 중에 어떤 것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그때.
‘어?’
영상의 한구석에, 맹렬한 위화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 부분의 기억을 더욱 선명히 떠올리며 유릭의 표정이 점점 미묘하게 변해갔다.
‘이게 왜 여깄지?’
그건 이곳에, 아니, 이 세계에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기묘한 물건이었다.
* * *
세례 의식을 참관하기 위한 가문의 어른들과 가신들.
각지에 퍼져 있던 그들이 가문에 모여 의식의 전야제를 즐기고 있을 때.
빙하백가의 가주, 발렌티나 로스카는 한발 일찍 기연관 내에 들어와 있었다.
‘벌써 의식의 날인가.’
어둑한 건물 내, 보물들이 스스로 빛을 발한다.
선조들이 남긴 유물들.
그 공간에서 발렌티나는 홀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1년이 지나도 여전하군.’
빙하백가의 역사가 담긴 비고.
겨우 1년 사이에 변할 리도 없기에 발렌티나는 무심한 얼굴 그대로였다.
이미 그녀는 이 안의 모든 유물을 알고 있다.
가문의 율법이 있으므로 가주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반출하거나 하진 못하지만, 유물의 정체 정도는 오래전에 파악한 후였다.
그러나 단 하나.
‘……이것도 여전하군.’
거슬리는 물건이 있었다.
그녀조차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단 하나의 물건.
그건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글자로 적혀 있는, 누렇게 빛이 바랜 낡은 서책이었다.
-그 검은 세상을 위해, 그 책은 한 아이를 위해.
대대로 가주에게만 내려오는 영문 모를 진언(陳言)과 함께.
* * *
그날, 무도회가 끝날 때까지 한 사람만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릭의 어머니이자 빙하백가의 가주인 발렌티나 로스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리 마나는 여성이 더욱 쌓기 쉽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대로 화염마나는 남성이 쌓기 쉽다고 하였고.
때문에 서리명가인 로스카는 여성이 가주로 오르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아마 수련 중이시겠지.’
유릭은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세속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다.
가문의 일보다는 스스로의 단련에 미쳐 있는 사람.
그러나 가주가 무관심하다 하여 가문의 위세가 쇠락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대륙에 셋밖에 없는 10성이 가주인데 쇠락할 리가.’
10성(星).
열 자리의 별.
그건 단순히 9성보다 높은 경지, 라는 정도의 뜻이 아니다.
고대 주술학에서 9라는 숫자는 <완전>을 의미했다.
즉 9성의 경지는 완전에 다다랐다는 뜻.
그리고 10은, 한 자리에서 두 자리로 넘어가는 숫자.
그것은 <초월>을 의미했다.
‘가문의 역사상에서도 단둘밖에 없던 경지.’
초대 가주를 제외하곤 이번 대의 가주인 발렌티나 로스카.
단 둘뿐이다.
그런 의미로 당대 가주인 발렌티나는 많은 주목을 받는 존재였지만, 다만 그녀의 초월은 아직은 미흡하다 한다.
기록상의 초대 가주에 비하면 상당한 손색이 있음을 본인이 느끼고 있다고.
그 때문에 더더욱 그녀는 수련에 미쳐 있는 것이었다.
“설산의 지하로 이동하겠습니다.”
이윽고 다음 날, 세례 의식의 날이 밝았다.
빙하백가의 본가가 있는 설산.
기연관은 그곳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고 넓은 복도.
차가운 얼음으로 된 복도는 마치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고 있었고, 양옆에는 역대 가주의 석상이 웅장한 기세로 세워져 있었다.
그곳에 도열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유릭도 있었다.
“설마 네 입에서 귀족의 의무란 말이 나올 줄이야.”
옆에 서 있는 아이가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유릭과 똑같은 머리색과 눈동자.
심지어 키와 얼굴까지 완전히 똑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유릭의 눈이 맑고 청아한 느낌의 푸른색이었다면, 데릭의 것은 만물을 찢어버릴 듯 날카로운 얼음의 기운을 풍겼다.
눈매 역시 유릭보다 올라가 있어 훨씬 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까탈스럽게도 생겼군.’
물론 유릭에겐 그 정도의 감상밖에 없었지만.
‘데릭.’
데릭 로스카.
자신의 쌍둥이 동생.
어제 자신이 회귀한 직후, 넘어진 자신을 째려보며 서 있던 아이.
“필립이 지랄하니까 적당히 얘기했을 뿐인데.”
“……흥.”
데릭이 같잖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곤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유릭의 쌍둥이 동생.
그 말은 즉 데릭도 오늘 세례 의식을 치르는 장본인이란 말이다.
‘아무것도 못 얻었던 나랑 달리 선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지.’
과거 유릭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서리 마나의 재능이 전혀 없었으니까.
반대로 데릭은 아주 대단한 기연을 얻어 나왔었다.
‘쌍둥이는 둘 중 한쪽에 재능이 몰아간다는 말이 있었던가.’
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들었던 말.
유릭의 열등감을 계속해서 자극하던 말이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 살았던 입장에선 그냥 미신일 뿐이지만.’
그래도 어릴 때의 유릭은 진지하게 믿었다.
정말로 모든 재능은 데릭이 가지고 있고, 자신은 범재 이하의 둔재라고 생각했었지.
물론 지금은 다르다.
미신이란 것도 알고, 용병으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도 있다.
이제 와선 서리 마나의 재능 하나 없는 정도론 아무 느낌도 없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지.’
오늘 기연관에서 얻을 기연.
그것에 따라서 자신의 미래가 바뀐다.
“가주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이내 기사가 크게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실내의 분위기가 더욱 꽉 조여졌다.
방금까지 조금씩 들려오던 잡담이 싹 사라진다.
모두들 자신의 복장을 살피며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그들의 시선이 지하의 입구로 향했다.
끼익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나타났다.
빙하백가의 가주 발렌티나 로스카.
눈과 같은 새하얀 머리는 위로 묶어 올렸고, 나풀거리는 푸른 의상은 천상의 선녀처럼 보였다.
‘누가 보면 내 또래로 알겠어.’
물론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 죽기 전 28살의 또래란 뜻이다.
발렌티나의 나이는 28살은커녕 훨씬 많은데도 서른 즈음의 나이대로만 보였다.
어린 풋풋함보다는 원숙한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여인.
그러나 외견의 아름다움과 별개로,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권태로운 표정과 걸음걸이.
귀찮은 의식 따윈 빨리 해치우고 수련을 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역력했다.
“시작하지.”
발렌티나가 곧바로 의식의 시작을 알렸다.
본래 의식은 축복과 감사, 선조에의 인사 등등 이런저런 것들이 잔뜩 있지만, 그녀는 잡스러운 형식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의향에 따라 세례 의식은 곧바로 가장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올해 13살이 된 아이들을 기연관으로 들여보내는 일.
‘올해는 3명.’
유릭과 쌍둥이 동생인 데릭. 그리고 방계의 아이 한 명.
순서는 방계의 아이가 먼저, 그 다음이 동생인 데릭, 마지막이 유릭이었다.
의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기연관에 들어가서 선조가 남긴 선택을 받는다.
그리고 나오면 끝.
‘과거랑 모두 똑같군.’
앞선 두 사람은 과거와 완전히 똑같은 것을 얻어 나왔다.
특히 데릭의 경우.
녀석이 기연관에서 나오자 주변이 대번에 시끄러워졌다.
“저, 저건!”
“초대님의 검!”
데릭이 초대 가주의 검을 가지고 나왔기 때문이다.
빙하백가를 세운 초대 가주 유진 로스카의 검.
냉기를 흘리는 푸른 검을 보곤 모두가 경악했다.
‘초대 가주는 백가에선 신격화된 인물이니까.’
아니, 신격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신으로 모시고 있다.
그 검을 가지고 나왔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역시 데릭 공자님이시다! 하하하! 설마 초대 가주님의 검을 이어받으실 줄이야!”
“……이거 위험하군요. 아직 어린 나이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러면 강력한 차기 가주 후보로 급부상하는 것 아닙니까?”
대해 누구는 들뜨고 누구는 경계하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가문 전체가 달아올랐다.
물론 모든 것이 유릭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저놈은 저놈 알아서 살라고 하고.’
자신은 자신이 할 일만 하면 된다.
회귀 전보다 더욱 강해지고 영향력을 넓힌다.
이윽고 찾아올 7년 후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
그걸 위한 첫걸음이, 지금 유릭의 앞에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았겠지. 네가 할 일은 그저 입구로 들어가서 출구로 나오기만 하면 된단다.”
발렌티나가 마지막 차례인 유릭을 보며 얘기했다.
그제야 몇몇 사람들이나마 유릭을 보았다.
“유릭 공자는…….”
“흐음…….”
데릭을 볼 때와 같은 관심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두 쌍둥이의 극심한 재능의 차이는 가문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 미적지근한 시선을 뒤로한 채, 유릭이 기연관의 문 앞에 섰다.
이윽고.
끼이익-
저절로 문이 열리며 거센 한기가 풍겨 나왔다.
밀려오는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유릭이 그 안으로 향했다.
이윽고 문이 닫혔다.
바깥의 빛이 차단당하며 기연관 내부가 어둑어둑해졌다.
그래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수많은 보물이, 스스로 빛을 발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
‘밤하늘 같아.’
기연관의 내부는 마치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 같았다.
등불 하나 없고 바깥의 빛을 받을 창문도 하나 없었지만, 은은한 빛을 발하는 보물들이 별처럼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개중에는 제 주장을 펼치듯 강하게 빛을 뿌리는 보물도 있는가하면,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을 감추는 보물들도 있었다.
별의 신전이라는 이름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모습이었다.
다른 가문의 별의 신전도 모두 이런 모습이려나?
‘여기서 선택을 받는단 말이지?’
빠르게도 유릭의 재능을 판별하기 위한 서릿빛 별빛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 기운은 곧바로 다시 흩어졌다.
‘그럴 줄 알았어.’
유릭에게 서리 마나의 재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선택을 받는 건 무리다.
현대를 살고 왔다 하여, 혹은 회귀를 하였다 하여 없던 서리 마나의 재능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단 하나, 조금은 기대할 만한 것이 있었다.
‘이쪽이었던가?’
유릭이 아까 기억을 뒤져보며 봐두었던 장소로 향했다.
어쩌면 그거라면 뭔가 다른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있다.”
잠시 후, 건물의 깊숙한 곳에서 유릭이 그 물건을 발견했다.
다 낡아 해진 한 권의 서책.
가죽을 씌우는 보통의 책과 달리 그것은 표지부터 종이로 되어 있었다.
못해도 수백 년은 지난 듯한 누렇고 해진 종이.
그 표지에는 유릭이 아주 잘 아는, 그러나 이 세계엔 있을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이거…… 한자 아냐?”
다시금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유릭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한자가 적혀 있는 누런 책자.
마치 옛 조선 시대의 책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파라락 페이지를 넘기며 안쪽을 훑어보니, 내용도 역시 모두 한자로 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모르는 문자가 대부분이라 전혀 읽을 수는 없었지만.
‘왜 이 세계에 한자가?’
한자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이 세계에도 표음문자는 물론 표의문자도 다 쓰인다.
마음만 먹으면 한글로도 영어로도, 한자로도 물건이나 사물을 표현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자와 동일한 문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이 책은, 명백히 다른 세계의 글자로 적혀 있다는 뜻.
‘이제 와서 다른 세계가 있다는 정도로 놀랄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세계를 관장한다는 외우주의 존재를 아는 유릭이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두 개의 세계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놀랄 것은 다른 세계의 존재가 아니라, 다른 세계의 물건이 이곳에 있다는 점이었다.
“제목이…….”
유릭이 책을 탁 덮고는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세월 탓에 잉크가 다 번지고 흐릿해져 있었지만 간신히 문자의 형상은 보였다.
다행히 유릭도 알고 있는 간단한 문자였다.
“<염화신무(炎華神武)>?”
꼭 예전에 잠깐 봤던 무협 웹툰에나 나올 법한 네이밍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을 부른 순간.
책의 모서리 부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어? 어어?”
유릭이 당황하며 불을 끄려 했다.
손으로 탁탁 쳐보기도 하고 땅에 떨어뜨려 신발로 밟기도 했다.
하지만 불꽃은 꺼지기는커녕 더욱 커져만 갔고.
이윽고 책을 모조리 태운 불꽃이 유릭의 왼팔에 달려들었다.
“아니, 씨…….”
……발이란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전에 유릭이 팔을 흔들었다.
하지만 불꽃은 조금도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거대해진 불꽃이 유릭의 손바닥으로 파고들었다.
“큭!”
태양이라도 삼킨 것 같은 열기가 전신에 퍼져 나간다.
혈관 속을 피가 아니라 뜨거운 열탕이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
화르륵!
유릭의 몸에서 거뭇한 연기가 피어올라 증발되었다.
불꽃이 몸 곳곳을 쑤시고 다니며 온갖 잡스러운 노폐물들을 태워버린 연기였다.
극렬한 고통에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려던 유릭은, 그것을 알아챈 순간 급히 입을 다물었다.
‘마나다!’
회귀 전, 용병 생활을 하며 서리 마나는 아니지만 다른 마나를 익힌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마나를 습득할 때와 비슷한 감각.
그러나 그때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고, 동시에 몇 배는 더 힘이 넘쳤다.
‘크윽!’
어떻게든 침착하게 불꽃의 흐름을 관조했다.
몸속에서 날뛰는 뜨거운 고통과는 반대로, 유릭의 머리는 얼음처럼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영원 같은 시간이 흐르고 고통이 점점 줄어들었다.
유릭의 입에서 새어나오던 신음도 서서히 줄어갔고.
“하아아…….”
유릭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는 줄 알았다. 진짜로.
그런데 그때.
[“누, 누구세요오……?”]
“……응?”
유릭이 흠칫 몸을 떨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 뭐야. 귀신인가?
[“귀, 귀신이면 물러가고 사람이면 이름을 대라!”]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은 오히려 유릭보다도 훨씬 떨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