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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6화 (6/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6화

6화. 2시간짜린데

빙하백가의 본가는 겨울성이라 불리는 곳이다.

매우 크고 넓은 성으로 부지 안에는 별궁이 몇 개씩이나 있다.

가문의 직계들은 모두 하나씩 별궁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유릭과 데릭만은 예외였다.

둘은 쌍둥이라는 이유로 같은 별궁에서 살고 있었다.

‘마주치는 일은 별로 없지만.’

별궁이라 해도 거의 대저택이나 다름없는 넓은 곳이기에, 둘의 생활공간은 거의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야외수련장은 오직 하나뿐.

아마 데릭도 모처럼의 맑은 날씨에 좋은 기분으로 야외수련장에 나온 것이리라.

“뭐 하러 왔어?”

유릭이 달리기를 멈추고 물었다.

데릭이 언제나처럼 벌레라도 보는 표정을 지었다.

“보면 모르나?”

“수련?”

“…….”

더 이상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데릭이 유릭을 무시하곤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쌍둥이라 그런지 몸을 푸는 모습조차 꼭 닮은 두 사람이었다.

“이솔렛을 얻었다며.”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관심 꺼.”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보나 마나 한번 만져보자거나 그딴 소리나 지껄이겠지.”

나름 귀신같은 녀석이었다.

지금의 유릭은 물론 그런 소릴 할 생각이 없지만, 회귀 전에는 실제로 그런 말을 했었다.

어떻게든 서리 마나를 익히고 싶어서 눈에 띄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보던 시기.

“그런 거 아니고. 어때, 모처럼 얻은 검을 시험해 보고 싶지 않아?”

“?”

그제야 겨우 데릭이 돌아보았다.

한쪽 눈을 찌푸린 의문 섞인 표정.

“시험?”

“검의 위력이 얼마나 되는지, 실제 전투에선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되는지 궁금하지 않아? 설마 써보지도 않고 대뜸 실전에 들고 갈 거야?”

“그건 아니다만…….”

그건 점혈을 시험해 보고 싶은 유릭 본인의 심정과 똑같았다.

비단 유릭이나 데릭만의 일이 아니다. 갓 세례 의식에서 기연을 얻은 아이들은 모두 그랬다.

‘뭐 당연하지만.’

새로 얻은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제심이 부족한 아이들로서는 특히나.

데릭 역시 잠시 흥이 동한 듯했으나, 이내 눈이 다시 가라앉았다.

“아서라, 의미 없다.”

유릭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깔보고 있는 것이었다.

“너 따위를 상대론 검을 들 일도 없어.”

너에겐 검의 위력을 시험해 볼 틈도 없을 거라고.

고로 너와 대련하는 의미는 조금도 없다고.

‘여전히 재수탱이구만.’

기억에 있는 녀석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한심한 쌍둥이 형을 깔보는 눈빛.

뭐 재수는 없긴 하지만 딱히 악의를 가진 녀석은 아니다.

유릭을 괴롭히거나 그럴 시간이 있다면, 수련에나 더 매진하자고 생각하는 그런 놈이었다.

형제 중에서 어머니와 가장 닮은 녀석이다.

다른 어떤 일보다도 수련과 단련이 최우선인 녀석.

실력 차이가 심한 유릭과 대련 따위로 시간을 낭비할 바엔, 혼자서 검이라도 휘두르는 편이 유익하다 생각하는 것이겠지.

“뭐 그러지 말고, 일단 한판 해보지.”

유릭이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땅을 박찼다.

녀석이 싫다고 하든 말든 관계없다.

먼저 덮치면 대부분의 대련은 성사되게 마련이었다.

“이 자식이!”

뻗어오는 유릭의 손을 쳐내고 데릭이 다리를 올려 찼다.

이 한 방으로 완전히 기절시킬 생각이다.

의식에서 뭘 얻었기에 이리 자신에 차 있는지 몰라도, 그래봤자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겨우 일주일 가지고 자신에게 이길 생각이라니, 데릭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탁!

그러나 양상은 데릭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턱에 발차기를 맞고 기절해야 했을 유릭이 데릭의 다리를 손쉽게 쳐내고 더욱 품에 파고든 것이다.

“!”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한 절묘한 타이밍에 데릭이 흠칫 떨었다.

그가 본능적으로 뒤로 뛰어 거리를 벌리려 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유릭이 빨랐다.

‘일단 마혈(痲穴)부터.’

몸이 마비되는 혈.

세심하게 마나, 아니 내기를 조정한 유릭이 그 손가락으로 푹, 데릭의 혈을 찔렀다.

“흡!”

순간 데릭이 움찔거렸다.

유릭이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거리가 벌어졌음에도 데릭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려고 최선을 다해 움찔거리는데 움직여지지 않았다는 게 옳으리라.

“무슨 짓이야! 뭔 수작을 부린 거지!?”

데릭이 혼란스러운 눈으로 유릭을 바라보았다.

“마, 마법인가? 아니, 하지만 주문도 마법진도 없었는데? 혹시 손바닥에 몰래 술식을 그려놓았나?”

데릭이 필사적으로 지금의 현상을 해석하려 하였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바인드(bind) 계열의 마법?

하지만 마법이라기엔 석연치가 않다.

본디 마법이라 함은 체외에 마나를 배출하여 주문이나 룬, 마법진 등의 술식을 통해 발동하는 것이다.

경지에 오른 마법사는 외부가 아닌 체내에서 마법을 완성시켜 발동한다고도 하지만, 그건 정말 고위의 마법사들에게나 가능한 일.

그런데 방금 유릭의 근처에서 마법 술식 같은 건 일절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데릭의 눈이 흔들리고 있을 때, 유릭은 만족스럽게 끄덕이고 있었다.

‘이런 느낌인가.’

확실히 표적이 움직이니 몇 배는 맞추기 힘들다.

지금 한 방에 적중한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유릭의 전투 기술이 데릭을 압도하고 있었고, 데릭이 방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

혈을 찌르는 것은 바늘구멍에 실을 넣는 것보다 타점이 좁은 데다, 깊지도 얕지도 않은 딱 적절한 깊이로 찔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기운을 뚫고 자신의 내기를 밀어 넣어, 상대의 혈을 뒤흔들어야 하는 일.

스스로의 몸에 시험할 때보다 아득히 어려운 일이었다.

‘다음 걸 해볼까.’

그렇기에 더욱 대련할 가치가 있다.

유릭이 다음 바늘을 준비했다.

물론 그전에 데릭의 마혈을 풀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큭! 허억, 허억.”

마비가 풀린 데릭이 비틀거리는 몸을 다잡았다.

풀어준 이유는 하나였다.

애당초 유릭의 목적은 가만히 있는 상대가 아니라, 움직이는 상대에게 혈을 짚어보는 것이었기에.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써보는 건 자신의 몸에 써본 걸로 충분하다.

‘사혈은 당연히 안 되고 훈혈은 기절이라 그랬지? 기절도 몸에 이상이 남을 수 있으니까 하지 말자.’

그 밖에 남은 것은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아혈(啞穴)이나 잠에 빠뜨리는 수혈(睡穴) 등등…….

자신의 몸에 시험해 봤던 후유증이 없는 혈만 골랐다.

몇 개 되지 않으니 금방 끝나리라.

수혈을 마지막으로 시험해서 재우면 되겠지.

“큭!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데릭이 다시 굳건하게 자세를 잡았다.

뿐만 아니라 허리춤의 이솔렛을 빼어 들었다.

단 검집을 씌운 채로.

그에 비해 유릭은 시종일관 맨손이었다.

“좋아. 합의하에 하는 대련이니까 좀 아파도 상관없지?”

“내가 할 소리다! 너나 다치고 뒹굴지나 마!”

크게 자존심을 상한 데릭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달려들었다.

유릭이 씨익 웃으며 내기의 바늘을 조정했다.

* * *

[“네!? 실전에서 점혈을 성공했어요? 진짜요?”]

“정확히는 대련이긴 한데.”

[“대련이라두요! 대단해요, 대단해! 아저씨 천재예요? 무슨 전설 속 천무지체라도 돼요?”]

다소 과한 칭찬을 들으며 유릭이 피식 웃었다.

대련에서 점혈을 성공한 것엔 점혈에 대한 이해도뿐 아니라, 용병 생활을 했던 회귀의 경험 또한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그 부분을 설명할 순 없었기에, 유화 입장에선 더욱 대단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도중, 복도에서 휘청거리며 걷고 있는 데릭과 마주쳤다.

대련 중에 녀석한테 꽤 많이 점혈을 시험해 버렸다.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마혈을 수없이 써먹어 봤기에, 아직도 몸이 저릿저릿한 모양이었다.

“야. 몸은 괜찮냐? 내가 좀 심했나?”

유릭이 데릭을 불러 세우곤 사과의 말을 건넸다.

순간 움찔거린 녀석이었지만 곧바로 몸을 바로 세웠다.

“하! 심하긴 무슨. 웃긴 소리를 다 하는군.”

데릭은 평소처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찌릿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미안했다.”

마저 사과하며 유릭이 데릭의 어깨를 두드려 주려 손을 올렸다.

그러자.

“거, 건드리지 마!”

데릭이 새파란 얼굴로 다섯 걸음은 뒤로 펄쩍 뛰었다.

그 눈은 유릭의 손가락 끝만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

“어, 응.”

유릭이 손을 거두곤 겸연쩍게 목덜미를 긁적였다.

‘점혈…… 대성공이긴 하네.’

기초치고는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는 결과가 따라오긴 했지만.

* * *

다음 날.

유릭은 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후우…….’

소주천.

염화신무의 비급에 쓰여 있는 대로 내기의 길을 잡는다.

이전에는 영문 모를 암호 같은 말이었지만, 혈도를 모두 외운 덕에 충분히 길을 잡을 수 있었다.

[“소주천을 한시진에 한 바퀴 돌릴 수 있다면 2성에 오를 기반은 닦인 거에요.”]

‘한 시진이 몇 시간이랬더라…… 하루가 열두 시진이랬으니까 2시간인가?’

한편으로 그는 유화에게 무공의 조언을 듣고 있었다.

지금 유릭의 염화신무는 1성의 경지.

그것을 2성으로 올리는 것이 당면 과제다.

유화의 말로는 2시간에 한 바퀴가 가능하면 슬슬 2성으로 오를 때가 됐다는 뜻이라 하였다.

‘그거면 돼?’

유릭이 의아하게 물었다.

소주천이라 하면 정수리에 모이는 음기를 단전으로 내리고, 단전에 모이는 양기를 정수리로 올리는 과정이다.

호흡을 통해 쌓이는 내기를 잘 섞어 순환시켜 주는 것.

이 두 과정을 2시간에 하면 된다는 건가?

[“그거면이라뇨! 그만큼 단축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요. 처음 무공을 익히는 거니까 여섯 달 정도는 걸릴걸요?”]

번갯불 콩 볶아먹듯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들러야 할 모든 혈에 들르면서 온전한 소주천을 이루는 것은,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 하였다.

마치 적당히 검을 휘적거리는 것과, 완벽한 검술을 펼치는 게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런 설명을 들으며 유릭이 한 번의 소주천을 마쳤다.

그가 힐긋 앞쪽에 세워놓은 모래시계를 보았다.

마침 마지막 모래가 딱 떨어지고 있다.

‘이거 2시간짜린데.’

소주천을 시작하기 전 뒤집어놓은 모래시계가 지금 막 다 떨어지고 있었다.

정확히 2시간이 지났단 뜻이었다.

하지만 유화는 6개월은 걸릴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

‘내가 뭐 빠뜨린 거라도 있나? 다시 한번 해볼까.’

6개월을 수련해야 하는 것을 느닷없이 해냈다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빠뜨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먼저였다.

다시 한번 차근차근 소주천을 진행해 보자.

그리 생각하며 유릭이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었다.

그리고 운기에 빠져들려는 그 때.

-똑똑.

“유릭 있니?”

손님이 찾아왔다.

막 운기에 빠지려는 찰나 집중을 방해받았지만 유릭은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두었던 모래시계를 탁자 위에 올려두곤, 방문을 열었다.

“오! 역시 있었구나.”

“외숙?”

그곳엔 외숙부인 발터 로스카가 생긋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손에 웬 종이 한 장을 든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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