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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14화 (14/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14화

14화. 한 번 더

유릭이 청색 지대를 나와 남색 지대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이미 1반의 아이들이 토벌을 진행하고 있었다.

5명씩 조를 나눠 움직이는 모습.

이번 대회는 최대 5명까지만 한 팀으로 참가할 수 있기에 나눈 모양이었다.

‘꽤 하는데?’

아이들의 토벌은 생각보다 수월해 보였다.

개인의 기량은 물론 팀적인 훈련도 잘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골렘의 시선을 교란하고 네 사람이 뒤에서 공격한다.

참다못한 골렘이 뒤를 보면 다른 한 사람이 다시 교란을 시작하고, 기존의 인원은 곧바로 공세로 전환.

역할의 분배와 전환이 무척 매끄러웠다.

한 마리씩 차근차근 아이스 골렘을 상대하며, 팀이 한 몸인 것처럼 움직였다.

‘아이스 골렘은 보통 4성은 돼야 사냥한다고 하지만.’

그건 혼자서 상대할 때의 이야기다.

1반의 아이들 수준이라면 5명 정도로 충분히 토벌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듣기론 현재 1반의 구성은 3성과 2성이 적절히 섞여 있다고 했던가.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활약하는 건 역시 데릭의 조였다.

마검의 성능 덕인가 하고 보고 있었더니 그렇지 않았다.

‘마검은 그냥 매고만 있잖아?’

데릭은 다른 훈련생들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철검을 들고 있었다.

혼자 마검을 들면 다른 조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다른 아이들 중에도 자기만 특별한 아티팩트를 가지고 온 아이들이 있는데, 쓸데없이 성실한 녀석이다.

“유릭 로스카! 뭘 엿보고 있는 것이냐!”

유릭이 있는 곳은 언덕 위.

아래쪽에 있는 1반의 아이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베르겐 장로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그 역시 아래가 잘 보이는 곳에서 관람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잠깐 보기만 하는 거잖아.”

“흥! 그러다 옆에서 사냥감을 강탈하려는 것이 아니냐? 혹여 악의적인 훼방이라도 놓을 생각은 아니겠지?”

“내가 뭐 하러?”

어깨를 으쓱이는 유릭을 베르겐 장로가 째릿 노려보았다.

유릭이 화염 마나를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그를 안 좋게 보는 시선은 가문에 넘치도록 있었다.

베르겐 장로는 그중에서도 특히 강경파였다.

이 신성한 로스카에 하찮은 화염 마나 따윈 가당치도 않다!

라는 사고방식을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노인.

안타까운 점은 가문의 절반 이상은 이 생각에 동조하고 있단 점이었다.

“쳇! 가주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놈을 내버려 두고 있는 건지!”

베르겐 장로가 투덜거렸다.

유릭을 내버려 두라고 한 가주의 명령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들었다.

그건 가문 전체로 보면 매우 작은 목소리긴 했지만, 어찌 됐건 변화는 변화였다.

반석과 같이 단단하던 가주에 대한 지지가 살짝 흔들린 것이니까.

‘뭐 어머니는 신경도 안 쓰는 모습이었지만.’

그러나 정작 그 대상인 발렌티나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여전히 가문의 일은 일족이나 가신들에게 떠넘기고, 수련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이만 꺼져라! 네놈이 봐봤자 뭘 알겠느냐. 서리 마나라곤 조금도 알지 못하는 녀석이.”

유릭이 고개를 저으며 뒤로 돌았다.

잠깐 흥이 동해서 구경을 했을 뿐이다.

이렇게 땍땍대는 이웃과 함께 보고 싶을 정도로 1반의 모습이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쿵!

땅이 흔들린다.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단단히 얼어붙은 땅이 그 무게만으로 콰지직 깨져 나가고 있었다.

“언제 왔대, 저건.”

아이스 골렘이 언덕 위에 있는 유릭과 베르겐 장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유릭은 이도 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언덕을 내려가는 길은 단 하나였고, 그 길을 따라 골렘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훗. 정신줄 놓고 구경만 하느라 적이 온 줄도 몰랐구나. 어쩔 테냐? 잘 도망갈 수 있겠느냐? 아니면 그 알량한 화염 마나로 저항해 보겠느냐?”

뒤쪽에서 베르겐 장로의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은 지금이 기회라는 듯 잔뜩 비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걱정 말거라. 꼴 보기 싫은 네놈이지만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터이니. 그냥 한마디만 하면 된다. 살려주세요, 장로님. 어떠냐?”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

“글쎄? 팔다리 하나쯤 부러지기 전까지 내 눈과 귀가 닫혀 있을지도 모르지.”

“하아.”

유릭이 한숨을 쉬었다.

“장로. 아무리 밉다지만 애를 상대로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제대로 예의만 갖추면 구해준다고 하는데 말이다.”

쿵! 쿵! 쿵!

그렇게 말을 하는 와중에도 아이스 골렘은 다가오고 있었다.

가만 보니 다른 아이들이 잡고 있는 골렘들보다도 머리 두어 개는 더 컸다.

아무래도 이곳에 서식하는 골렘들의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

“싫으면 그동안 익힌 화염 마나로 잘 벗어나 보던지. 설마 불꽃이라고 해서 아이스 골렘이 간단히 녹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이스 골렘은 어지간한 화염 마법으로는 조금도 녹지 않는다.

순수한 불꽃만으로 녹이기 위해선 그야말로 4성 수준의 마법이 필요했다.

때문에 베르겐 장로는 유릭이 살려달라고 할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1반의 아이들조차 5명이 조를 짜 잡는 것이 아이스 골렘.

그중에서도 한층 더 커다란 개체다.

유릭 혼자서 처치할 수 있으리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잘됐군. 나도 사냥감 하나쯤은 가지고 가야 되니까.”

그러나 유릭은 코웃음 치며 앞으로 나설 뿐이었다.

그 모습에 베르겐 장로가 눈을 찌푸렸다.

‘멍청한 녀석. 이게 자존심을 세울 일이더냐?’

베르겐 장로가 혀를 찼다.

저 골렘을 처치하는 것은 불가능. 무사히 도망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에 비해 살려 달라 한마디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딱히 무릎을 꿇으라는 것도 아니고 굴욕적인 말을 하라고도 안 했다.

살려주세요.

이런 상황에 처한 아이라면 당연하게 내뱉을 그런 말이다.

그 한마디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면 싼 것일진대.

‘쳇.’

베르겐 장로가 품에 손을 넣어 지팡이를 잡았다.

말과는 달리 그는 유릭이 다치게 둘 생각이 없었다.

딱히 유릭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일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을 우려해서였다.

어쩌면 유릭도 그걸 간파하고 저리 무모한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놈이야.’

그가 찡그리며 지팡이를 꺼냈다.

하지만 그 지팡이에 서리 마나가 모여드는 일은 없었다.

“뭣……!”

유릭이 뽑아 든 검이, 맹렬한 화염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화룡검화>.

검에 극양의 기운을 두르는 무공.

“볼 거면 조심히 보는 게 좋을걸. 눈이 좀 부실 수도 있거든.”

유릭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번 기운을 덮은 검에 또다시 <화룡검화>를 둘렀다.

‘역시 2중첩도 문제없어.’

불길이 더욱 거세지며 온도가 아득하게 올라갔다.

유릭이 녹시아의 손잡이를 꽈악 틀어쥐었다.

보통의 검은 이 온도를 버틸 수 없다.

몇 자루 시험을 해봤는데 2중첩을 거는 순간 모두 녹아내렸다.

하지만 녹시아는.

‘한 번 더.’

2중첩을 넘어 3중첩을 해도 거뜬했다.

단단한 것이 특징인 보검 녹시아.

그것은 부러지지 않는다든지 충격에 잘 견딘다든지, 그런 1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녹시아의 진짜 특성은 ‘원형을 유지하려는 성질’.

그 성질 덕에 보통의 검이라면 당장 녹아내렸을 고온의 불꽃을 아무렇지 않게 버티고 있었다.

3번이나 중첩한 <화룡검화>는 단순한 불꽃으로 보이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 눈이 멀게 하는 태양과 같은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쿵!

아이스 골렘이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표적은 찾기 쉬웠다. 누가 봐도 투지가 가득한 빛과 열기가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크오오오오-!”

아이스 골렘이 고성을 내지르며 주먹을 내려쳤다.

“유릭 로스카!”

베르겐 장로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이 피하라는 뜻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탄성인지 그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유릭은,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그저 검을 뻗을 뿐이었다.

휘익!

콰과과과광-!

불꽃이, 승천하는 용과 같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주먹을 내지른 아이스 골렘의 몸에 붉은 선이 그어지며, 세로로 길게 파괴되었다.

일시 정지한 동영상처럼 멈춘 녀석이, 이내 쩌억 갈라졌다.

쿠웅!

거대한 양쪽 몸이 쓰러지며, 놈의 몸속에 있던 골렘의 핵도 땅에 떨어졌다.

구 형태의 그것은 너무나 깔끔히 두 동강 난 채였다.

유릭이 저벅저벅 걸어가 반으로 갈라진 핵을 주워 들었다.

“이 정도면 놀았단 소리는 안 듣겠어.”

여유롭게 그것을 챙겨 들곤 유릭이 언덕을 내려갔다.

베르겐 장로가 있는 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허, 허…….”

베르겐 장로는 지팡이를 잡은 채로, 그것을 내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방금 본 태양빛 검이 그의 망막에서 아직도 명멸하고 있었다.

* * *

토벌 대회가 종료되었다.

가장 먼저 치러진 것은 인원 점검과 부상자의 파악이었다.

모든 사람이 마경에서 나온 것을 확인하고, 부상자는 그 경중에 따라 시급히 처치를 받는다.

그 모든 것을 마치고 나서.

-논공행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바로 논공행상이 시작되었다.

먼저 어른들부터 한 팀씩 나와 공적에 따라 상을 받아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을 주는 것은 20대 중반쯤의 여성이었다.

빙하백가의 둘째이자, 장녀인 엘린 로스카. 25살.

의절 당해 쫓겨난 장남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가문의 일을 거들고 있는 효녀였다.

‘형님은 내가 20살 때 돌아오던가.’

잊으려야 잊을 리가 없다.

일찍이 의절을 당해 로스카의 이름을 빼앗기고 쫓겨난 장남, 아이작 로스카.

그는 유릭이 20살 때 가문으로 돌아온다.

그러곤 오랜 적대 가문이던 적마도가와의 화친을 성사시키고, 그 공으로 다시금 로스카의 이름을 돌려받게 된다.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생각한 평화를 구축한 인물.

그리하여 의절당했던 죄조차 용서받아 다시금 가문에 돌아온 영웅.

그리고 그것은 즉…….

‘날 볼모로 넘긴 장본인.’

화친의 증표로서, 유릭을 적마도가에 넘긴 장본인이란 얘기였다.

남들에겐 영웅일지 모르지만, 자신에겐 원수와도 같은 이.

‘후우.’

거뭇한 부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유릭이 한숨을 쉬며 잡념을 털어내었다.

형님이 돌아오기까지 아직 5년은 남았다. 벌써부터 열을 낼 일은 아니다.

‘그나저나 누나가 와 있었군.’

유릭이 단상 위의 엘린을 쳐다보았다.

분명 임무로 출타 중이라 들었었는데, 대회가 치러지던 중에 가문에 돌아온 모양이다.

임무를 마치자마자 쉬지도 않고 행사에 참가하다니, 대단한 정력이다.

가주인 발렌티나는 가문에 소홀하고, 가장 책임자인 장남은 의절 당해 쫓겨났고.

그 때문인지 엘린은 가문과 가족의 일에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열정적이었다.

“다음은 아이들 차례입니다.”

성인 부문의 수상이 끝나고 미성년 부문의 수상 시간이 다가왔다.

엘린이 하위 순위부터 차근차근 아이들을 호명했다.

그 대부분이 전투1반에 속한 팀이었다.

그리고.

“2위는 데릭 로스카의 팀이다. 데릭, 클로비스, 제이나, 레펠튼, 알리샤.”

데릭의 팀이 호명되었다.

웅성웅성.

좌중들 사이에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그들은 당연히 데릭의 팀이 1위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데릭네가 2위?”

“거기 골렘을 4마리나 잡았잖아?”

“아이들 중에 그것보다 많이 잡은 데가 있다고?”

데릭 역시 처음엔 놀란 표정이었으나, 이내 꾸욱 입술을 다물었다.

“데릭. 팀을 대표하여 올라오도록.”

엘린의 호명에 단상으로 올라가며, 데릭이 힐긋 옆을 째려보았다.

그곳엔 유릭이 서 있었다.

그를 스쳐 지나 데릭이 단상 위에 올랐다.

“축하한다. 열심히 하였구나.”

엘린이 웃으며 데릭에게 부상을 내렸다.

팀원들의 것까지 해서 5명분의 상이었다.

데릭의 팀이 가져온 골렘의 핵을 보이며 그녀가 그들의 용맹함을 칭찬했다.

잔뜩 금이 가고 깨어진 핵이 네 개.

네 개체의 아이스 골렘을 쓰러뜨렸단 뜻이었다.

이윽고 데릭이 인사를 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남은 건 1위뿐.

“1위를 호명하기 전에 이것부터 보여주는 것이 낫겠구나.”

엘린이 작은 꾸러미를 보이며 보자기를 끌렀다.

그곳에는 척 보기에도 데릭의 것보다 큰 골렘의 핵이 있었다.

“저게 1위가 제출한 건가?”

“엄청 크잖아! 누가 어디서 저런 걸 잡은 거야?”

아이들은 처음엔 크기에 놀랐지만, 이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데릭의 팀이 제출한 것은 수많은 타격을 받아 금이 가고 깨져 있었다.

완전히 거칠고 지저분한 모습.

그것은 골렘을 사냥하기 위해 어떤 장렬한 전투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엘린이 지금 들고 있는 것은 어떤가.

너무도 깔끔하게 반으로 절단되어 있다.

이 자리의 모두가 그 의미를 알았다.

저건 골렘을 단칼에 베어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대체 누가?

“이걸 가져온 이는 팀이 아니라 혼자였다. 다섯이서 넷을 토벌한 것보다 혼자서 하나를 토벌한 것이 위라는 것에 이견은 없으리라 본다.”

점점 웅성거림이 번져갔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엘린이 1위를 호명했다.

“유릭. 올라오렴.”

그녀가 대견하단 눈으로 유릭을 보며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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