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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27화 (27/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27화

27화. 힐라사

정령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그늘진 절벽 아래였다.

일부러 찾으려고 기를 쓰지 않으면 발견할 수조차 없을 만큼 구석진 공간.

그곳에서 대령은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 드리운 눈으로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대령!”

유릭이 당장 달려가 상세를 살폈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살아날 상처가 아니었다.

“아우아우아우.”

정령이 눈물이 가득 고인 표정으로 유릭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유릭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전신에 자상이 가득하고,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베였다.

그것들까지는 어떻게 치료를 한다고 쳐도, 문제가 있었다.

심장에 손상을 입었다.

지금 바로 낫지 않는 한 도저히 살 수 없는 상처.

이런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걸어온 것조차 기적이었다.

‘이곳이 죽을 자리라는 건가?’

유릭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곤 하지만 요 2년간 매일 함께했던 녀석이다.

매일같이 수련을 하며 동고동락해온.

가문의 그 어떤, 심지어 데릭보다도 더욱 함께 지낸 시간이 길었다.

그런 녀석이 죽어가는 모습에 유릭은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유릭. 저 정령이 들고 있는 건 혹시 숲의 근원이니?”

그때, 유릭의 뒤를 따라온 엘린이 그에게 물었다.

엘린뿐만 아니라 아니스도 유릭을 따라왔다.

그녀들을 보며 유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칸의 술사가 이 산에서 뺏어가려 하던 거야.”

“그랬군.”

그것만으로 엘린은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이해했다.

그녀 역시 적마도가의 사막화 문제와 그걸 해결하려 갖은 수를 다 쓰는 녀석들의 수법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저 정령은 세계수의 정령이겠구나.”

“세계수의 정령?”

그건 뭐지? 숲의 정령이랑은 다른 건가?

“숲의 근원은 옛 세계수의 잔재라고 알려져 있지. 그 근원에서만 나타나는 정령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 나도 듣기만 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갑작스레 잡학의 강의를 시작한 엘린을 보며 유릭이 의아한 눈을 보냈지만, 말을 끊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누이가 괜한 상황에서 괜한 소리를 꺼내지 않는 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엘린이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어쩌면 저 정령의 힘이라면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

“아웃!”

엘린의 말에 유릭, 그리고 당사자인 정령까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넌 왜 놀라는데…….’

정령 본인까지 놀라는 모습이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결론부터 얘기하면.”

엘린의 입이 열리는 것을 유릭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약간의 시간조차 참을 수 없이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엘린의 말이 이어졌다.

“그 정령과 이 호랑이를 계약시키면 돼.”

* * *

정령이 동물과 계약했다는 말 따위 유릭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엘린 역시 자신이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당연했다.

보통 계약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스스로가 계약을 하지 뭐 하러 동물과 계약을 시키겠는가.

“하지만 이론상 안 될 건 없어.”

그러나 그건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못한다’가 아니다.

“숲의 근원에서 온 정령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숲의 근원은 본디 숲과 나무의 생장을 돕는 힘이 있다.

그것은 곧 생명의 힘.

본디 그 힘의 방향은 근처의 식물들만을 향하지만, 계약자가 되면 얘기가 다르다고 한다.

“정령과 계약자는 일종의 동화 상태가 돼.”

예를 들어, 불의 정령사는 그 스스로가 불의 정령과 동화한다.

약한 불의 정령사라면 동화라고 해봐야 ‘정령의 불로는 화상을 입지 않는다’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

하지만 8성 이상의 마스터급의 정령사라면 그 본인이 하나의 정령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동화율이 높다고 한다.

그쯤 되면 이미 자연현상인 불꽃 그 자체가 되어 온갖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난다고.

뭐 정령사의 경지는 둘째 치고, 요는 정령의 힘이 그대로 계약자에게 흘러들어 간다는 것이다.

“세계수의 정령과 계약한다면 그 생명의 힘이 계약자에게도 들어올 거야.”

이 같은 ‘정령의 법칙’은 세계수의 정령 역시 동일할 터.

그게 엘린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었다.

“그렇게 되면 사는 건가?”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가능성은 있지.”

100%라고 확언할 수는 없었다.

세계수의 정령과 계약한 존재에 대해선 그녀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그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거야? 빨리 알려줘.”

“계약진 자체는 내가 알고 있어.”

엘린이 정령을 향해 손짓하자 정령이 그녀의 손바닥에 앉았다.

그 상태로 엘린이 마나를 일으켰다.

그러나 그녀가 일으킨 마나는 정령의 기운과 물과 기름처럼 전혀 섞이지 않았다.

엘린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였다.

“미안하다.”

“왜? 뭐가 안 돼?”

“계약진을 그리기 위해선 해당 정령과 친화력이 높아야 해. 난 얼음 정령과는 상성이 좋고, 얼음 정령과 숲의 정령도 나쁘진 않으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수의 정령은 숲의 정령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엘린은 그 숲의 정령과의 친화력이 높지 않았다.

“아니스.”

“예.”

엘린이 정령을 아니스에게 인계했고 아니스도 시험해 보았다.

하지만 그녀도 고개를 저었다.

엘린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미안하구나, 유릭. 이렇게 되면 구할 수 없겠어. 산을 내려가서 친화력이 있는 이를 찾아 다시 올라오기엔, 이 아이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이는구나.”

시간이 많다면 천천히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

결국 이 호랑이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럴 거면 그냥 입 다물고 있을걸.’

동생에게 괜한 기대를 심어주고 실망시켰단 생각에 엘린은 입맛이 썼다.

그러나 유릭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그리면 돼.”

그의 말에 엘린과 아니스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응?”

“도련님이요?”

유릭이 손짓하자 정령이 쪼르르 날아와 유릭의 어깨에 앉았다.

엘린이 유릭의 친화력을 시험해 보지 않은 건, 그럴 필요조차 없어서다.

유릭은 불의 마나를 익혔다.

그리고 불의 기운과 숲의 기운은 상극 중의 상극.

친화력이 높기는커녕 마이너스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상성이었다.

하지만.

파앗!

유릭이 일으킨 기운은, 정령의 기운과 너무도 잘 녹아 들어갔다.

“……!”

“…….”

엘린은 물론 아니스조차 말을 잃었다.

그것은, 이 세상의 상식을 벗어나는 광경이었다.

불의 기운은 숲의 기운과 극상성이라는 상식.

그 아칸조차 이 상식을 극복하지 못하여 사막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지 않던가?

그 말은 즉, 수백 년 역사의 적마도가조차 도달하지 못한 현상이 유릭의 손에서 피어오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계약진은?”

놀라지 않는 건 유릭뿐이었다.

그가 침착한 목소리로 엘린을 재촉했다.

“어, 아 응. 알려줄게.”

멍하니 있던 엘린이 다급히 달려와 유릭에게 계약진을 알려주었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

이내 완성된 계약진이 신비로운 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엘린의 유도로 차근차근 계약이 진행됐다.

세계수의 정령과 흰 호랑이의 계약.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유릭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유는 몰라도 자신에겐 숲의 정령과 친화력이 있다.

계약진을 그릴 수 있던 것, 그것은 곧 그 자신도 세계수의 정령과 계약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어.’

유릭은 아낌없이 남에게 헌신하는 성자(聖子)가 아니다.

충분히 아쉬움을 느끼고 미련도 느끼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 평범한 인간인 유릭이 대령을 살리는 것을 택했다.

정령은 언젠가 다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생명은 한 번 꺼지면 다신 타오르지 않는다.

유릭이 고를 선택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크르…….”

“아우아우!”

이윽고 빛무리들이 천천히 갈무리되며, 마치 실타래처럼 둘을 동여매었다.

머지않아 그 빛마저 가라앉고, 바닥의 계약진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계약이 종료되었단 뜻.

“크르르…….”

대령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상처가 깊긴 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무엇보다 갈라져 있던 심장이 최우선적으로 붙어가고 있다.

다른 상처도 심하긴 했지만, 심장만 붙으면 어떻게든 된다.

“남은 건 이 아이의 의지에 달렸어.”

상처의 치료에는 스스로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

살아남겠다는 의지.

“크릉.”

대령이 계약을 주선해 준 엘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마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리라.

그러곤 유릭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다 죽어가던 방금과는 딴판이었다.

아직도 힘이 많이 없긴 하지만, 적어도 죽음의 그림자는 모두 걷혀 있었다.

“돌아왔구나.”

“크릉!”

대령이 평소의 녀석처럼 이를 보이며 웃었다.

마치 유릭의 앞에서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

그러던 녀석이 유릭에게 다가와 그 손가락을 핥았고, 유릭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령이 머리를 허락한 것은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두어 번 슥슥 하고 나니 여기까지라는 듯 대령이 몸을 뺐다.

그리고 껑충 뛰어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아우아우…….”

급히 대령을 따라가려던 정령이 잊은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유릭에게로 왔다.

그리고 아우아우거리며 몇 번이나 입술을 오물거렸다.

마치 표현할 말을, 아니, 표현할 언어를 고르는 것처럼.

그러고는 유릭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아우, 이, 이름…… 아우아우…….”

“이름이 아우아우라고?”

정령이 힘차게 도리질을 쳤다. 그러곤 무척이나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마치 인간의 언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힘겨운 일이라는 듯.

“……히, 힐라사.”

그 말만을 남기곤 정령, 힐라사가 대령의 뒤를 쫓아 사라졌다.

아마 당분간 둘을 만날 일은 없겠지.

다음에 만날 땐 대령의 상처가 모두 나은 이후이리라.

“내려가자, 유릭. 물어보고 싶은 게 많구나. 그리고 너도 의원에게 보여야 하고.”

“응.”

그렇게, 눈 덮인 산이 모조리 불탈 뻔한 기나긴 하루가 끝이 났다.

* * *

사건의 뒤처리는 엘린이 모두 맡아주겠다 하였다.

그녀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산에 몰려와 혹시 모를 잔당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산의 수색은 많은 병력과 긴 시간이 필요한 무척이나 힘든 작업이다.

그래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었기에 요 며칠 내내 병사들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유릭 공자님이 아칸의 스파이를 잡았다며?

-어린 나이에 대단하시지. 공녀님도 싱글벙글하시잖아.

수색에 나선 병사들의 얼굴은 밝았다.

어린 유릭이 대단한 활약을 했다는 사실에 순수히 기뻐하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금일 예정되어 있던 고된 훈련이 느긋한 수색 작업으로 대체되어서.

“거기! 입 다물고 수색에 집중해!”

“아, 예! 죄송합니다!”

지휘관으로 온 기사의 짜증스러운 외침에 병사들이 꾹 입을 다물고 수색에 열중했다.

기사가 칫 혀를 차며 옆을 보았다.

고개가 돌아가는 그 짧은 사이 벌써 표정 관리를 마친 채였다.

“죄송합니다, 장로님. 병사들이 뭘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되었네.”

수색 작업에 따라온 베르겐이 휘휘 손을 저었다.

그는 자원하여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

아칸과 화염 마나를 모두 싫어하는 그로서는, 아칸의 스파이가 나타났다는 현장을 꼭 봐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못 배운 병사들이 뭘 알 리가 없죠. 이제 15살인 공자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한 공을 올렸겠습니까. 스파이라고 해봐야 평범한 아낙이나 나무꾼 같은 걸로 위장했던 말단 정보꾼일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일부 진실이었다.

단지 나무꾼으로 위장한 이들의 정체가 말단이 아니라 아칸의 특수부대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뭐, 그럴지도.”

“하하하, 역시 장로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독학으로 익힌 화염 마나 따위로 잡을 수 있는 스파이래 봐야 그런 놈들뿐이겠죠.”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하하하!”

기사는 베르겐이 자신의 말에 동조한다 생각하여 크게 웃었다.

베르겐 장로라고 하면 아칸과 화염 마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유명한 강경파의 인물 중 하나.

당연히 유릭을 고깝게 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라고 기사는 생각하고 있었다.

“…….”

그러나 기사의 생각과 달리, 베르겐의 표정은 복잡하여 읽을 수가 없었다.

그도 예전엔 저 기사와 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그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승천하는 불꽃의 용.’

마경에서 아이스 골렘을 일격에 처치한, 그 일격을 본 이후부터였다.

유릭이 아이스 골렘을 일격에 처치했단 사실 자체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이는 오직 베르겐 혼자.

“아, 곧 있으면 사건 현장입니다.”

기사가 그리 얘기했다.

그들은 사건 현장 주변의 수색을 담당했고, 그래서 베르겐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가-”

그리고 도착한 현장에서.

기사는 하려던 말도 잊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말을 잃은 것은 다른 병사들도, 그리고 베르겐 장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건 현장은 전투의 흔적으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지진이라도 난 듯 쩍쩍 갈라져 있는 땅과 거센 충격파라도 받은 듯 반쯤 뽑혀 기울어진 나무.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현장, 그리고.

“이, 이건…….”

“범상한 기운은 아니군. 적어도 ‘말단’의 것은 아냐.”

아직도 이글거리며 잔류해 있는 불의 마나.

베르겐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당연히 말단의 것이 아니다.

이곳에 남아 있는 기운은, 비록 잔류하고 있을 뿐인 미약한 상태라곤 하나, 아칸 가주의 것이었으니까.

“아, 아하하……. 이거 참, 좀 덥군요 하하하…….”

기사가 진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얘기하였으나 베르겐은 더 이상 기사의 말엔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그놈의 재능은, 진짜다.’

유릭의 재능에 대해서.

참으로 신은 공평하기 짝이 없다.

유릭이 가진 재능이 서리 마나의 것이었다면, 로스카는 앞으로 200년은 탄탄대로였을 것이다.

반대로 녀석이 태어난 곳이 로스카가 아니라 아칸이었다면.

‘아칸 쪽이 200년은 더 패권을 잡았겠지.’

그러니 이 얼마나 공평한가.

하늘이 내린 불을 품은 아이를, 불의 가문이 아닌 자신들 얼음의 가문에 내리다니.

마치 신이 억지로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듯하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베르겐이 흠칫했다.

균형을 맞추는 것 따위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

‘불의 명가는 얼음의 적이다. 그러니 타도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건만.’

하지만 다를지도.

어쩌면 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역사의 승자란 적을 배제하고 멸망시키는 것이 아닌, 그조차 짓밟고 올라 지배하는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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