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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41화 (41/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41화

41화. 어머니

여인은 눈에 띄지 않는 남색 로브로 몸을 덮고 있었다.

로브의 틈새로 보이는 드레스도 별다른 장식이나 자수가 달려 있지 않은 수수한 복장.

하지만 단정히 정리된 분홍빛 머리칼과 고아한 손끝의 움직임은 그녀의 신분이 결코 낮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

애초에 이런 타이밍에 궁정마도사를 대동하고 방문할 여인이라면, 유릭은 한 명밖에 알지 못한다.

분홍빛 머리라면 리헨델 왕자와 똑같지 않은가?

“퀘른 왕국 델라임 자작가의 유릭 델라임이라 합니다, 왕비 전하.”

리헨델 왕자의 어머니이자 스카디 왕국의 섭정인 미레유 왕비.

유릭이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하려 하였다.

“괜찮아요. 몸도 안 좋으신데 그대로 계세요.”

“배려 감사합니다.”

그러자 그녀가 괜찮다며 손을 저었기에 유릭은 그대로 침대에서 누운 채로 상체만 일으켰다.

“…….”

“…….”

잠시 말 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유릭은 신분이 낮은 이가 먼저 말을 걸 수 없어 가만히 있었고, 왕비는 어찌 된 일인지 유릭의 얼굴만 생글거리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다간 끝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왕비 옆의 노인이 헛기침을 했다.

“큼큼. 전하.”

“아. 죄송해요, 공자. 왕자를 구해준 은인이 어떻게 생겼을까 무척 궁금했거든요. 무척 잘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면전에서 외모 칭찬을 듣는 것은 또 처음이다.

말문이 트인 듯하여 이번엔 유릭이 그녀에게 질문하였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

“습격을 미리 알고 있던 겁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빨리 수습을 하러 올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생각에 유릭이 물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심각한 질문이었다.

‘회귀 전에는 왕자는 죽었어.’

만약 왕비 측에서 습격을 알고 있었는데도 왕자가 죽은 거라면, 그건 둘 중 하나라는 소리다.

왕비 측이 심하게 무능하거나, 아니면 일부러 왕자를 죽게 내버려 뒀거나.

두 경우 모두 상종할 필요가 없는 이들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아니요.”

그러나 왕비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둘 다 아니라는 뜻.

“모종의 사정으로 엘가이아 경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묘한 움직임이 보여서 쫓아온 거예요. 엘가이아 경이 왕자가 있는 곳으로 향하길래 가슴이 철렁했어요.”

왕비가 처음으로 웃는 낯을 지우곤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놀랐을 것이다.

적대 파벌에 있는 마스터가 자신의 아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다니.

“이렇게 찾아온 것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유릭 공자, 아니스 경. 그리고 지금은 없는 것 같지만 글렌 경까지. 왕자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글렌은 간단한 식사 거리를 사러 나가 있다.

왕비가 유릭과 아니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무리 은인이라 하여도 일국의 왕비가 일개 자작가의 공자와 기사에게 고개를 숙이리란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눈앞에 아이가 위험에 빠지면 구하는 것이 사람 아닙니까.”

“맞는 말씀이지만, 그래도 말처럼 많은 이들이 지키진 않는 말이기도 하죠.”

“만약 저희의 눈앞에 있던 게 공작의 아들이었고, 왕비님 측의 기사가 암습을 펼치고 있었다면 저는 기꺼이 공작의 아들을 구했을 겁니다. 그러니 왕비님께서 고개를 숙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공자…….”

어찌 보면 불손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당히 얘기하는 유릭을 보며 왕비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곤 이내 풉, 하고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훗, 후후후. 델라임 자작가는 화술의 달인으로 유명한 가문이거나 하나요? 굉장히 말을 잘하시네요.”

“딱히 그런 것은…….”

“어쩐지. 막 왕자를 만나보고 오는 길인데, 왕자가 유릭 공자를 무척이나 흠모하고 있더라구요.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인데. 이제 보니 왕자가 왜 그러는 것인지 잘 알겠어요.”

처음 잘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타인을 칭찬하는 데 인색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대놓고 금칠을 하니 듣는 유릭이 부끄러울 정도다.

문득 옆쪽을 보니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메르가 어르신이라면 당연하다는 듯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약소하나마 성의를 표하고 싶은데…….”

그때 왕비가 무척이나 솔깃한 말을 꺼냈다.

유릭은 이런 건 또 거절하지 않는 주의였다.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일단 당장 드릴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군요. 엘가이아 경을 급히 따라오느라 뭘 챙겨 오질 못해서요.”

왕비가 품에서 돈주머니 같은 것을 꺼내 유릭에게 건넸다.

금화라도 들어 있는가 싶었지만, 받으며 느껴지는 감촉이 금화의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작은 보석들이 들어 있는 듯싶었다.

“뭘 이런 걸 다…….”

라고 얘기하며 유릭은 챙길 건 모두 챙겼다.

시원스럽게 받는 모습에 왕비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에요. 아즐렛 경?”

“이미 왕궁 쪽에 연락을 해두었습니다. 전하께서 승인만 해주시면 곧바로 진행될 겁니다.”

무슨 소리지? 유릭이 의아해하고 있자 왕비가 설명해 주었다.

“스카디 왕국에는 왕국에 공헌한 이들에게 주는 훈장이 있답니다. 국민은 물론 타국의 사람이라도 왕국에 공헌하기만 한다면 받을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중 최고 등급의 훈장을 준비하도록 지시해 놓았어요.”

“그렇습니까?”

훈장이라면 일종의 명예상 같은 건가 보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 뒤를 아즐렛이 덧붙였다.

“최고 등급의 훈장이라면 그야말로 왕국의 은인이라는 소리네. 왕국 내에 어딜 가더라도 최고 귀빈으로 취급될 것이며, 또한 이는 황금가의 다른 영역에도 해당된다네.”

순간 유릭의 눈이 반짝였다.

“황금가의 다른 영역이라면…… 골든하트 가를 포함한 다른 가문과 왕국도 말입니까?”

“황금가에 속한 3가문과 3왕국. 그 여섯 곳에서 귀빈으로 대우받게 되지. 우리 스카디 왕국의 이름으로.”

이쯤 되면 단순한 명예를 위한 상 같은 것이 아니다.

황금가의 영역에 언제 또 찾아올 날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안에선 상당한 편의가 보장된단 뜻이었다.

“본래는 왕도에 초대해서 대대적인 행사를 거쳐서 수여하게 되어 있는데, 어쩌시겠어요?”

눈을 빛내는 유릭을 보며 왕비가 물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겁니까?”

“그럼요. 은인께 드리는 것인데 편한 대로 맞춰 드려야죠. 왕도까지 오시기 불편하시다면 댁으로 보내드릴까요?”

퀘른 왕국의 델라임 자작가.

가짜 신분이긴 하지만 엄연히 저택도 있고 실제 거주자도 있는 확실한 주소지다.

“예. 그렇게 해주세요.”

그쪽으로 물건이 온다면 조용히 가문에 연락이 들어온다.

괜히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끌시끌해질 일도 없으니 그게 최상이었다.

“훈장은 왕비 전하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겁니까?”

한 가지 확인할 사실이 있어 유릭이 그리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왕비는 곧바로 눈치챈 모양이다.

그녀가 웃으며 얘기했다.

“걱정 마세요. 왕국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까.”

현재 스카디 왕국은 섭정 왕비와 크라우 공작이 실권을 두고 다투는 중.

만약 왕비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훈장이라면, 크라우 공작이 집권할 경우 그 훈장의 값어치는 사라진다.

때문에 유릭은 놀랐다.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지기로 유명한 황금가. 그 소속의 왕국 중 하나인 스카디.

스카디의 여왕이라면 일부러라도 본인의 이름으로 훈장을 수여할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래야 스스로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넓어질 것이 아닌가?

“공자가 세운 공이 다른 것이었다면, 가령 왕자가 아니라 제 목숨을 구해준 것이었다면 훈장엔 제 이름을 박았을 거예요.”

그래야 당신을 보다 더 가까이 둘 수 있을 테니까, 라고 왕비가 덧붙였다.

그게 평범한 판단이다.

젊은 나이에 마스터의 검을 버텨낸 유릭은 물론이고, 당장 7성의 경지에 있는 아니스 하나만 해도 상당한 전력이 아닌가.

“하지만 당신이 구한 것은 왕자에요. 머지않아 국왕이 될 이 나라의 미래죠.”

그래서 왕비는 스스로의 이름이 아닌 왕국의 이름으로 훈장을 발행했다.

왕국의 미래를 지켜주어 고맙다는 의미로.

“그리고 또.”

다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가 허리를 숙여 침대를 짚고는, 앉아 있는 유릭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다른 이는 들으면 안 될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그 아이는 제 아들이에요. 아들의 은인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은 어미의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훈장 수여라는 공적인 일엔 담아선 안 될, 그녀만의 사적인 감정이었다.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이름의.

* * *

미레유 왕비와 아즐렛은 왕자를 데리고 돌아갔다. 물론 노기사 파비스도 함께였다.

헤어지며 파비스는 몇 번이나 유릭 일행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늙은 허리에 무리가 가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몇 번이나 허리를 숙이며 말이다.

“고, 공자! 혹시 왕도에 올 일이 생기면 꼭 왕궁에 들러주세요. 꼭이요!”

“기꺼이 찾아가겠습니다, 저하.”

리헨델 왕자는 유릭의 옷자락을 잡고는 몇 번이나 다짐을 시켰다.

질릴 정도로 약속을 한 뒤에야 유릭은 간신히 해방됐다.

그래도 아쉬운 듯 몇 차례나 뒤를 돌아보는 왕자와 왕비를 태운 마차가 이윽고 떠나갔다.

결국 보물을 찾아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왕자의 꿈은 무산됐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레어가 발견되었단 것만으로 왕비 측에 크게 이익이 생길 테니까.’

그 사실이 발표되면 웃는 건 공작이 아니라 왕비다.

곧 이 그웬델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것이다.

그건 보물 지도를 공개했을 때가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대하고 또 집요한 관심이겠지.

특히 10가문 중 하나, 용의 유적이라고 하면 환장을 하는 ‘그곳’에서도 공식적인 방문을 행하리라.

그웬델의 영주가 왕비의 친척이라 하였으니, 그 과정에서 왕비에게 많은 힘이 실리겠지.

‘그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쏠리면 공작도 허튼짓은 못 하겠지.’

거기다 그 과한 관심은 크라우 공작을 억제하는 억제제로 작용할 것이다.

공작이 하려는 일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쿠데타다.

그런 어두운 야욕을 이렇게 과한 이목이 쏠렸을 때 드러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번 시간 동안 왕비는 충분히 대책을 가다듬겠지.

‘시간만 벌어도 이득이야. 왕자가 자라니까.’

이미 흐름 자체가 반전되었다.

오늘 왕자가 죽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것이 분수령이었다.

왕자가 죽지 않은 이상 이제는 왕비 측이 공세로 나올 것이고, 크라우 공작이 수비를 해야 하리라.

‘알아서 잘하겠지.’

뭐가 됐든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전쟁이지 유릭의 전쟁이 아니었으니까.

왕자와 왕비를 떠나보내고 유릭은 그웬델에 2주를 더 머물렀다.

빙하백가까지 돌아가는 길은 멀다.

긴 여행길을 버티려면 어느 정도는 상처가 치료되어 있어야 했다.

그 시간을 도시에 머문 것이다.

그 2주 동안 그웬델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큰 대로는 물론 골목길까지 사람이 가득 들어차, 무슨 서울 명동 거리의 인파라도 보는 것 같았다.

모두 드래곤 레어가 발견되었단 소문 때문이다.

“메르.”

—네.

“이 사람들이 다 니네 집 뒤지려고 온 건데 괜찮아?”

그렇게 묻자 머리 위의 새끼 호랑이가 느긋한 어조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집이 아니라 잠시 거주하던 은신처였는 데다, 애초에 뒤져봐야 아무것도 없거든요.

“아무것도?”

—네. 딱히 보석이나 금화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 문답을 하며 유릭이 목적지로 향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허름한 세공소였다.

“주인장 있습니까?”

“…….”

그리 얘기하며 천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키에 꼬장꼬장하게 생긴 노인이 유릭을 맞았다.

힐긋 유릭의 얼굴을 확인한 그가 말없이 손짓했다.

뒤를 따라가니 노인이 작업대 구석에서 고급스러운 벨벳의 케이스를 꺼내 주었다.

“오…….”

딸각, 열어보니 그 안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게 세공된 브로치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색조에, 끝부분이 꽃물이라도 든 것처럼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아름다운 백합이 새겨진 브로치.

그것은, 메르의 비늘을 깎아 만든 브로치였다.

“대단하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유릭이 진심으로 공경이 담긴 말투로 얘기했다.

장인이 말없이 손바닥을 폈고, 유릭은 그 손에 왕비에게 받은 보석 중 하나를 떨어뜨렸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보석 중 가장 커다란 보석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르신. 일을 맡길 때도 말씀드렸지만 이 일은…….”

“알아. 나도 귀찮은 일 싫다.”

드래곤의 비늘을 가져온 것을 비밀로 해달란 얘기.

끝까지 얘기하지 않아도 노인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누구에게 줄 거라고 했었지?”

유릭이 벨벳 케이스를 품에 넣으며 대답했다.

“어머니께 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첫 봉급을 받아서요.”

이건 다름이 아니라 발렌티나에게 줄 선물이었다.

“드래곤의 비늘에 이따시만한 보석을 봉급으로 주는 일터가 있단 말이냐? 거 꿈의 직장이로구만.”

유릭의 말에 노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곤 이젠 가라며 훠이훠이 손을 내저었다.

유릭이 피식 웃고는 공방을 뒤로했다.

—어머니라면 지금 몸의 어머니요?

공방을 나오자 메르가 그리 물었다.

메르의 말은 착각에서 비롯된 말이었지만, 유릭에겐 참 묘하게 들렸다.

“처음으로 사회에 나와 돈을 벌었으니 선물이라도 하나 해야지.”

—오…… 어르신이 있는 가문의 풍습인가요?

딱히 그런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정우로서 지구에 살던 때의 풍습.

하지만 그때의 정우는 고아였기에 첫 월급으로 부모의 선물을 살 수는 없었다.

시설의 원장님께 값 좀 나가는 와인 한 병을 보내드리긴 했지만.

‘사실 지금 인생도 어머니와 살갑지는 않긴 한데.’

발레티나의 성향도 있거니와 유릭 본인도 가족에게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몇 번 마주친 일조차 없었다.

발렌티나는 철저한 방임주의였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받은 게 없다고 입 싹 닫고 있을 순 없지.’

비록 어머니와 대화도 별로 못 해봤고 받은 것도 얼마 없지만, 유릭은 그런 걸로 불평할 나이는 한참 전에 지났다.

지금은 그저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관계만으로 만족할 뿐이다.

특히, 2주 전 왕비를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더욱 짙어졌었다.

드래곤의 비늘을 세공하여 선물하자는 생각을 떠올린 것도 왕비와 대화를 한 이후였다.

“이제 여기서 할 건 다 했다.”

—돌아가는 거네요.

브로치를 받는 것으로 일은 다 끝났다.

굳이 남은 일이 있다면 델라임 자작가로 보내질 훈장을 수거하는 일이 있지만, 그건 이곳이 아니라 가문에서 처리할 일이다.

엘린에게 부탁하면 조용히 잘 처리해 주리라.

“돌아가자.”

이젠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그 시각, 로스카 영지의 성문.

“멈춰! 멈춰라! 소속과 목적을 밝혀라!”

영지의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창을 들이밀며 소리를 질렀다.

그 창끝에는 황금으로 장식된 한 대의 마차, 그리고 강건한 눈빛의 기사들이 있었다.

“스카디 왕국에서 온 사절이오.”

마차에 걸린 깃발, 그리고 기사들이 입은 갑옷에는, 스카디 왕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스카디 왕국이? 무슨 일입니까?”

조금 공손해진 경비병에게 스카디의 사절이 대답했다.

“로스카의 가주님께 드릴 친서, 그리고 유릭 공자님께 드릴 선물을 가져왔소이다. 이는 우리 왕비님께서 직접 보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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