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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45화 (45/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45화

45화. 왜 벌써 발견돼!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 천마라고 하면 무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돈데!”]

천마라는 건 저쪽에선 굉장히 유명한 모양이었다.

[“흉악한 마인들이 가득한 마교를 다스리는 우두머리에, 그 무위는 손짓 한 번으로 하늘을 가르고 산을 쪼갤 정도고—”]

대충 알아듣기를, 악평이 자자한 마교 -일월신교- 라는 집단의 두목으로 본인 또한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고.

[“생긴 건 악귀나찰과 같아서 머리엔 뿔이 달렸고 입에선 불을 뿜는데, 그게 어찌나 무서운지 밤에 아이가 울면 천마가 와서 잡아간다고 할 정도로…… 앗, 아앗! 죄송해요, 철 대협! 할아버지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소문이 그렇다는—”]

아무래도 괜한 소리를 했다가 할아버지의 부하라는 사람한테 눈총이라도 받았나 보다.

여하튼 두서없는 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무림에서 가장 강하고 거대한, 동시에 악명이 자자한 무력집단의 수장.

‘어쩐지 할아버지의 부하라는데 왜 그렇게 무서워하나 싶더라니.’

아까까지 덜덜 떨던 유화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갑자기 그런 곳에서 사람이 온 것부터 심장이 놀라 떨어질 정도일 텐데, 자신이 그 도깨비의 손자라니?

‘알고 보니 재벌 회장의 손자’라든가 하는 정도의 비밀은 비비지도 못할 수준이 아닌가.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혔는데 뒤집혀 떨어진 곳이 불바다 속인 수준이다.

‘그런 곳이라면 확실히 위험하겠어.’

바들바들 떨고 있으랴 할아버지의 부하에게 사과하랴 이래저래 바쁜 유화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릭의 눈은 조금 더 진지해졌다.

그냥저냥인 명문가라면 문제없다. 오히려 신분 상승의 수혜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겠지.

하지만 이 정도로 일이 크다면 좋아할 일이 아니다.

‘무림 제일의 단체라.’

그쯤 되면 그 마교란 곳은 말 그대로 복마전과 다름없는 곳일 터.

온갖 암계가 휘몰아치는 소리 없는 전쟁터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당장 유릭이 사는 이 세계만 해도 그렇다.

빙하백가가 특별한 케이스라 그렇지, 이미 멸망한 제국이나 아니면 백가와 맞먹는 규모의 적마도가를 보라.

내부 분열이나 후계 다툼 등으로 한시도 편히 발 뻗고 잠들 수 없는 곳이 아니던가.

‘일단 알았어. 도착까지는 얼마나 걸린대?’

[“글쎄요. 신강까지 가려면 못해도 수개월은 걸릴 텐데.”]

‘머네.’

[“엄밀하게 따지면 중원 무림보단 새외세력에 더 가까운 곳이거든요.”]

그 정도로 거리가 있다면 이동 중엔 크게 위험하진 않을 것이다.

암살자를 보낸다고 해도 타깃의 위치를 찾는 일부터 고역일 테니까.

유릭이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 중에 익히게 하면 되겠어.’

가르칠 것은 방어 마법.

특히 암살을 막는 데 특화된 비전이 로스카의 비전 중에 존재한다.

그걸 가르치면 될 테지.

‘죽으면 곤란해.’

유화가 죽으면 곤란하다.

자신은 아직 염화신무의 비급을 반도 채 읽지 못했다.

그녀가 죽으면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나왔을 때 설명해 줄 사람이 없어진다.

그리고.

—저는 설유화예요. 나이는 열 살!

‘……물가에 애라도 내려놓은 기분이군.’

무공이니 뭐니 하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도저히 그녀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 * *

“내주마.”

“정말요?”

유릭은 바로 발렌티나에게 알현을 신청했다.

그렇게 만나 비전에 대해 물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쉽게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네가 서리 마나를 익혔다면 이미 한참 전에 익혔을 비전이다. 허락 못 할 이유가 없지.”

불의 마나의 수련이 벽에 막혀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고 한다든가 뭐 이런저런 변명들을 준비해왔지만, 하나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쿨한 어머니의 태도에 유릭이 기쁘게 주먹을 쥐었다.

“단 비전서의 반출은 불허하며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는 것도 안 된다. 그 자리에서만 보고 외우도록.”

“예.”

“그래도 모두 외울 때까지 몇 번이고 출입할 수 있도록 얘기해놓으마.”

비전서의 보안을 위한 최소한의 제약 말고는 어떤 제약도 없다는 소리다.

발렌티나가 서랍에서 종이를 꺼내 몇 자를 적더니 유릭에게 건넸다.

장서관의 심처, 비전서가 보관된 비고의 출입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허가서였다.

“감사합니다.”

유릭이 조심스럽게 접어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나오려던 중.

“유릭.”

발렌티나의 부름에 뒤돌아봤다.

“예?”

“할아버지와 마신 술은 맛있었느냐?”

유릭이 갸웃거렸다.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조금 귀찮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그렇구나. 언젠가 이 어미와도 한잔해주려무나.”

“언제도 뭐고 시간만 된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하시죠.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그 말에 발렌티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아직은 안 된다.”

그것은 18년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아니, 기억을 뒤져보면 딱 한 번 본 기억이 있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응애응애 울기만 하던 그때,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표정이 이랬던 것 같았다.

“……언제라도 좋으니 편하실 때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

유릭이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피어오르는 의문을 품에 안고선, 유릭이 집무실을 나왔다.

* * *

비전서는 가문의 장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열람할 수 있는 곳에 있진 않다.

수많은 책들이 늘어서 있는 도서관 중에서도 더욱 깊은 곳, 심처 중의 심처에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

“오셨습니까, 공자님.”

“오, 게오르그 단장.”

도서관의 심처에 내려가 보니 4번대 단장인 게오르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하고 있었다.

“단장이 직접 지키고 있다니 웬일이래?”

“공자님이 오신다고 들어 당번이던 기사와 교대했습니다.”

4번대 기사단은 가문의 역사를 지키는 이들이다.

기록된 역사서와 각종 비전, 유적 등지를 지키고, 새 유적이 발견되었을 때 발굴한다.

쉽게 말해 고고학적인 성향을 띤 곳이라 보면 되었다.

‘재미없는 기사단이라고 많이들 그러지만.’

그 이미지 때문에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곳이란 느낌이 강하지만 유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고고학이라 하면 인디아나 존스의 박력 넘치는 모험을 떠올리는 세대가 유릭, 그러니까 정우의 세대가 아니던가.

“듣기로 최근에는 잘 안 오신다 들었습니다만.”

“뭐야, 그런 것도 들었어?”

유릭이 이곳에 오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비전이 있는 심처까지 들어가는 건 처음이지만, 가문의 역사를 모아놓은 곳은 자주 들락날락했었다.

‘염화신무를 얻은 직후에 그랬었지.’

염화신무가 초대의 유산이란 말을 듣고, 초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던 시절.

다만 초대와 관련된 기록들을 모두 훑어본 후에는 오지 않았다.

더 알아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가문의 유적이 발견되든가 그래야 더 조사해 보지.’

말할 것도 없지만 가문에 남은 자료로 초대의 정체를 캐는 것은 실패했다.

일반적인 행보나 그런 기록은 다수 있었으나 보다 깊은 내용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대다수의 초대 관련 기록이 초대가 얼마나 큰 업적을 이뤘는가 찬양하는 것뿐이었다.

“이게 허가서군요.”

“확인해 봐.”

유릭이 건네는 허가서를 게오르그가 손바닥으로 훑었다.

그 손에 은은한 마나가 어리며 허가서에 적힌 발렌티나의 마나를 확인했다.

“가주님의 마나,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게오르그가 확인을 마친 허가서를 모닥불에 던지려 하였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었다. 유릭이 스스로 태울 수 있었으니까.

화륵.

“……과연. 그게 말로만 듣던 공자님의 마나로군요.”

“뭐 그렇지.”

게오르그가 신묘한 것을 보았다는 눈으로 유릭의 손을 보았다.

이미 불은 꺼트린 후였지만.

“들어가자. 안내 부탁해.”

“예. 맡겨주십시오.”

그제야 게오르그가 시선을 들어 유릭을 비고로 안내했다.

* * *

비고로 발을 들이고부터 일주일가량이 지났다.

딱히 일주일 내내 비고에 틀어박혀 비전서를 탐독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평소와 같은 일과 속에 비고로 가는 일정을 살짝 끼워 넣었을 뿐이다.

‘얼추 암기는 다 한 거 같은데.’

그렇게만 해도 비전서 한 권 다 외울 정도는 충분했다.

낮에는 백월봉에서 격산타우의 습득과 함께 보통의 수련을 하고, 밤에는 비고에서 비전서를 외우며 유화를 가르친다.

이 일주일은 그런 일주일이었다.

[“앗! 됐어요, 됐어! 아저씨가 말한 대로 됐어요!”]

‘잘했어. 아직 1단계긴 하지만 진도는 꽤 빠르네.’

역시 월하무녀의 체질 덕분인지 유화의 습득은 상당히 빨랐다.

‘내가 볼 때 네가 실력은 좋아. 지금 5성이라고 했지?’

[“네.”]

유릭 본인도 염화신무의 경지가 5성이다.

유화가 자신보다 3살이나 어리다는 걸 생각하면 유화의 재능은 고금을 통틀어도 탑을 다툴 수준이란 뜻이다.

‘습득은 빠르긴 한데, 약점이 두 개 있어. 하나는 실전 경험이 없는 거.’

[“평화로운 도시에서 자란지라…….”]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전 경험이 원한다고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유릭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초점은 두 번째에 맞춰졌다.

‘두 번째가 문젠데, 네가 익힌 그 비전들은 전통적인 마법사의 것이라는 점이야.’

[“전통적인 마법사요?”]

‘스스로 앞에 나서서 싸우는 게 아니라 아군의 뒤에서 커다란 마법을 날리는 타입. 주로 군대의 뒤에서 적진에 대형 마법을 펑펑 쏘는 타입인데, 내가 볼 때 이게 문제가 된다.’

[“그런 거라면 암살이나 저격에 너무 취약하겠는데요? 비무에서도 약할 것 같고.”]

‘그러니까.’

특히 유화가 있는 무림의 세상은 군대끼리의 싸움보단 소규모 전투나 1:1의 비율이 극도로 많다고 하였다.

그런 세상이라면 전통적인 마법사는 더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그건 이 세계에서도 고전적인 스타일이다.

최근에 와서는 그런 약점을 많이 보완한 마법사들이 등장하곤 했다.

<프로즌 로드(Frozen road)>.

유릭이 얻어온 비전 역시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마법이란 간단히 말해 마나를 이용해 술식을 새겨 이적을 발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사용되는 술식으론 언어를 통한 주문이나 글자를 통한 룬 문자, 그리고 도형으로 행하는 마법진 등이 있다.

다만 이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이 세 가지라는 뜻이지,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제약 같은 건 없었다.

어느 부족에서는 춤을 통해 마법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느 일족은 수면 시에 변화하는 호흡을 통해 마법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그리고 프로즌 로드는, 체내를 순환하는 마나의 길 그 자체를 하나의 술식으로 삼는 마법이었다.

‘어떻게 보면 마법진과 비슷해. 단 마법진은 땅이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거라면 프로즌 로드는 네 몸속의 마나 로드가 마법진이 되는 거지.’

[“내기가 돌아다니는 세맥의 모양 자체가 마법진의 일종이라는 거군요?”]

‘잘만 익히면 피부에 문신처럼 술식을 새기거나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야.’

암살을 막기 위한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상시 발동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암살 방지 마법은 신체 어딘가에 마법진이나 룬어를 새기곤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약점이 있다.

강한 외압에 술식 자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적이 피부를 살짝 도려내는 것만으로 손쉽게 무력화된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암살자라도 몸속의 마나 로드를 들어낼 순 없으니까.’

때문에 프로즌 로드는 외압을 통해선 결코 술식이 깨지지 않는다.

마나가 모두 떨어진다든가 하는, 술사 본인의 문제가 아니면 꺼지지 않는다.

[“효과는요?”]

‘이런저런 게 있는데.’

프로즌 로드의 효과는 무척 다양하다.

술사의 마나 코어를 강화하는 것이나 활력을 돋구는 것, 호흡뿐만이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대기의 마나를 조금씩 빨아들이는 것 등등.

로스카의 비전인 만큼, 그것은 대륙에 있는 마나 로드 중에서도 최상위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유릭이 기대를 걸고 있는 효과는 한 가지.

‘불시의 공격을 받았을 때 1회에 한해서 그걸 막아줘. 구체적으로는 통째로 얼려서 멈춰주지.’

[“오오……. 1회라는 건 뭐예요? 그냥 무조건 한 번만 막아주는 건가?”]

‘그 마법이 새겨진 부분은 운기를 하면서 네가 마나를 채워줘야 해.’

[“아하.”]

다른 효과들은 마나의 순환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채워지지만, 해당 방어 술식이 있는 부분은 그렇지 않다.

이것도 자동으로 채워지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편리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좋네요! 이것만 있으면 무적이겠어요!”]

‘한 번 운기 했을 때 1번씩이라는 걸 잊지 말고, 그리고 네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은 공격은 못 막는다는 거 명심해.’

[“네.”]

‘좋아. 마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확실하게 익혀두자.’

[“넵!”]

유릭은 회귀 전 폐인이 될 정도로 서리 마법서를 탐독했었고, 유화도 월하무녀의 체질로 5년이나 서리 마법을 익힌 몸이다.

가르침을 아끼지 않고 배움에 막힘이 없다.

두 사람의 밤은 깊어만 갔다.

* * *

그런 나날을 보내는 사이, 황색 지대를 탐사 중이라던 기사단이 돌아왔다.

슬슬 출발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영약을 찾으러 갈 생각에 유릭이 희희낙락 짐을 싸던 중.

“뭐, 뭐라고? 다시 말해봐.”

들려온 소식에 그의 눈이 떨려왔다.

“그러니까요 도련님, 황색 지대로 갔던 4번대 기사들이 유적을 발견했대요!”

유적 좋다. 별로 드문 것도 아니다.

마경쯤 되는 오래된 장소라면 발에 채도록 많은 게 유적이다.

중요한 건 그전.

“아니, 그전에 얘기한 거!”

“전이요? 아 유적에서 영약을 발견했다고 한 거요? 유적 안에 봉인되어 있어서 가져오진 못했는데 확실히 봤대요. 이름이 빙하설월이라던가? 잘 모르겠는데 무슨 대단한 영약이라고 하네요.”

덜그럭.

가방에 넣으려던 컵이 떨어져 소리를 내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유릭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게 왜 벌써 발견돼!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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