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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51화 (51/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51화

51화. 불꽃의 용

검을 뽑으려던 브랜든의 손은 검과 검집과 함께 꽁꽁 묶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전신을 두꺼운 뿌리들이 옭아매었다.

좀처럼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런 놈을 향해 유릭의 불의 검이 쇄도했다.

‘잡았다.’

유릭의 눈이 번뜩인다.

노리는 것은 목. 일격에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급소.

붉은 불꽃의 검이 호를 그리며 브랜든의 목을 향했고.

뿌직.

순간, 놈을 묶고 있던 뿌리들이 요동쳤다.

“!”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감각.

그 다급한 신호에 유릭은 휘두르던 검을 회수한 채 곧바로 뒤로 뛰었다.

펑-!

콰과과과광!

직후 바람이 터져 나갔다.

소용돌이의 진원지는 묶여 있던 브랜든.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칼바람이 모든 나무뿌리를 찢어발기곤, 유릭마저 덮쳐왔다.

“칫.”

유릭이 혀를 차며 검을 틀었다.

그의 검을 스친 칼바람이 뒤쪽의 나무뿌리들을 산산 조각내었다.

그 스산한 위력에 유릭의 등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렀다.

“같잖은 수작을…….”

스릉-

브랜든이 이를 갈며 검을 집어넣었다.

어째서 이미 뽑은 검을 수납하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보이는 그대로 납득하기로 했다.

그냥 저 마검은 저렇게 쓰는 물건이구나, 하고.

‘뽑을 때 강한 바람이 생성되는 건가.’

그렇다면 그 순간만 조심하면 된다.

그때만 잘 넘길 수 있다면 상대는 마검이 없는, 그냥 평범한 7성 기사란 얘기다.

물론 7성의 기사를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이란 얘긴 아니지만.

“죽어라, 로스카!”

브랜든의 양손에 얼음으로 된 검이 들렸다.

콰과과광!

그 한쪽을 휘두르자 뻗어 나온 검기가 대지를 가르며 유릭에게 쇄도했다.

‘정면으로 받으면 손해다.’

받지 못할 것은 없지만, 놈의 오러는 자신보다 한 수 위다.

가급적이면 피하는 게 베스트.

피잉-

놈의 검기를 피하며 유릭이 공중으로 불꽃을 쏘았다.

불꽃이 강한 빛을 흩뿌리며 저 하늘 높이 올라갔다.

“너 이 자식……!”

브랜든이 이를 갈았다.

방금 그것은 이곳의 위치를 알리기 위한 신호탄과 같은 불꽃.

즉 브랜든에게는 제한시간이 걸렸다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당장 잡아 족쳐주마!”

브랜든이 험상궂은 얼굴로 땅을 박찼다.

양쪽에서 휘두르는 검이 양방향으로 유릭을 덮친다.

쿠구구궁!

두 개의 검을 휘두르는데도 얽힘이 전혀 없었다.

하나하나가 교활한 뱀과 같이 움직이며 유릭을 옭아매었다.

충동적이고 단락적으로 보이던 놈의 성격과는 반대의 견실한 검술이었다.

‘보기보다 치밀한 검을 쓰는데.’

유릭이 눈을 찌푸리며 검을 받아냈다.

콰앙!

철과 철이 부딪칠 때 같은 소리는 나지 않았다.

브랜든의 얼음검도 유릭의 불검도 오러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검.

철끼리 부딪칠 때의 불티 대신 그곳에 있는 것은 오러와 오러가 부딪칠 때의 충격파뿐이었다.

쾅! 콰콰콰쾅!

유릭의 몸이 조금씩 조금씩 뒤로 밀린다.

양쪽에서 덮쳐오는 얼음의 뱀은, 매번 막히긴 했지만, 착실히 유릭의 목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그 좁혀진 거리를 다시 벌리기 위해 유릭은 뒷걸음질을 쳐야만 했다.

-크엉!

대령의 털이 부유하듯 흩날린다.

그 끝이 연녹빛으로 빛나며 땅이 흔들렸다.

쿠구구구궁!

다시금 자라난 뿌리들이 아까와 같이 브랜든을 덮쳤다.

“소용없어!”

챙그랑!

그 순간 브랜든의 왼쪽 검이 박살 났다.

그건 놈이 의도한 것이었다.

비산하는 얼음 조각 하나하나에 담긴 예기에 유릭은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유릭을 견제한 브랜든이 비어 있는 왼손을 허리춤에 가져갔다.

‘젠장!’

유릭이 다급히 엎드리다시피 몸을 숙였다.

휙!

촤촤촤촤촤촤!

엑셀레아가 뽑히며 또다시 칼바람이 소용돌이친다.

날뛰는 바람은 사방의 뿌리들을 모조리 작살내고, 그러고도 여력이 남아 언덕 위의 대령에게 쏟아졌다.

“크릉!?”

대령이 다급히 뒤쪽으로 피신하여 바람을 피해냈다.

“멍청한 짐- 헙!”

도망가는 대령의 모습에 히죽거리며 엑셀레아를 집어넣던 브랜든이 다급히 고개를 젖혔다.

쯧.

유릭이 혀를 찼다.

엑셀레아를 다시 수납하는 그 빈틈을 노려 불검을 올려 베었으나, 놈의 앞머리 몇 가닥을 태운 게 전부였다.

“이 꼬마 놈이……!”

쾅! 브랜든이 오른손의 검을 내리쳤다.

땅에서 삐죽삐죽한 얼음의 가시가 솟아오르며 유릭의 전신을 난자하려 하였다.

간신히 피하긴 했으나 브랜든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다시 양손에 검을 만들어 검기를 흩뿌린다.

폐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검기가 몇 차례나 유릭을 쫓아 쇄도했다.

‘큭.’

유릭이 이를 갈았다.

멀어지면 검기가 폭풍처럼 날아오고 붙으면 엑셀레아가 칼바람을 뿜어낸다.

마검을 든 7성의 기사.

버티기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헝!”

“이 개자식이!”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령이 함께 있다는 점.

유릭이 앞쪽에서 브랜든을 상대하면 대령이 뒤에서 놈의 신경을 분산시켰다.

처음처럼 뿌리를 일으키기도 하고 때론 직접 달려와 앞발로 후려친다.

100㎏ 이상은 족히 나갈 맹수의 앞발치기를 브랜든은 결코 경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흥!”

놈이 얼음의 검을 휘둘러 유릭을 베었다.

동시에 놈의 발이 대령의 배에 깊숙이 꽂혔다.

단단한 군홧발이 내장을 터뜨릴 듯이 찍어 누른다.

“크헝!”

대령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유릭 역시 온전하진 못했다. 가슴이 베이며 옷이 사선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 상처를 후벼 파듯이, 브랜든이 킥을 날렸다.

“컥!”

휘익, 쾅!

순식간에 날아간 유릭이 절벽에 등을 부딪쳤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드니, 날아간 유릭을 뒤따르듯 대령의 거구가 날아오고 있었다.

유릭을 걷어찬 브랜든이 곧바로 대령을 집어 들어 던진 것이다.

“큽!”

가슴과 등의 격통을 감내하면서 유릭은 대령까지 받아내야 했다.

흡사 교통사고라도 당한 듯한 충격이 전신을 휩쓸고 지나가며 눈앞이 순간 핑핑 돌았다.

“놀아주는 건 끝이다, 애송이 놈아.”

브랜든이 엑셀레아에 손을 가져간다.

위험하다.

본능과도 같은 신호에 움찔거리며, 유릭이 대령과 함께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그 손에 불의 검이 피어올랐다.

3중첩의 <화룡검화>.

녹시아가 없긴 했지만 지금의 유릭에겐 3중첩 정도는 거뜬했다.

그렇게 단단히 대비를 한 채 쏟아질 바람을 대비하였으나.

‘……?’

바람은 전혀 불어오지 않았다.

순간 찌푸린 유릭이었으나, 이내 머릿속에 경종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불길한 징조.

엑셀레아의 바람은 해방되지 않고 오히려 응축되었다.

이전까진 ‘면’을 공격하며 쇄도했던 마검의 바람이, 하나의 ‘선’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그아아아아아!”

핏줄이 돋은 얼굴로 강한 반발력을 제어하며, 브랜든이 검을 뽑았다.

발검(拔劍).

아름다울 만치 정련된 하나의 ‘선’이 유릭을 덮쳤고.

-서걱.

숲이 그대로 베여나갔다.

* * *

-콰앙!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산이 흔들렸다.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이 일제히 푸드덕 날아올랐다.

어찌나 큰 진동이었는지 수색을 위해 들어온 병사들마저 전부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아까 보았던 불꽃을 향해 달리고 있는 엘린도 있었다.

‘그곳이다!’

그녀는 지진의 진원지를 금방 알아차렸다.

자신이 향하고 있는 장소. 불꽃이 신호탄처럼 올라왔던 곳.

땅의 진동은 그곳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

그녀가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 정도의 지진.

전투 행위가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유릭을 납치한 자는 7성의 기사. 심지어 마검을 소지하고 있는 이.

유릭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다.

“부디 무사해다오.”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제발.

간절히 소망하며 그녀가 나뭇가지를 박찼다.

* * *

“컥, 커헉, 쿨럭!”

유릭이 몸 위에 쌓여 있는 나무 파편과 돌무더기를 치우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마를 만져보니 뜨뜻한 느낌과 함께 손이 금세 피로 물들었다.

머리가 깨졌나?

“큭…….”

최대한 정신을 차리며 유릭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정면에 솟아오른 수십의 뿌리들.

그러나 그것은 일검에 모조리 잘린 채 밑동만 흉하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대령이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였으나 실패했다는 흔적.

어지간한 목책보다도 두텁고 단단할 그것을, 엑셀레아의 발검은 두부 자르듯 잘라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뒤쪽의 절벽 역시 완전히 부서져 더 이상 절벽이라 부를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대령!’

대령은 무사한가?

유릭이 찾아보려 하였으나 한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방금 자신처럼 어딘가 돌무더기에 깔린 것이리라.

살아 있을지 아닐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초조함을 느끼며 유릭이 비틀비틀 일어났다.

저벅.

그리고, 들려온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과연 아이작 공자님의 동생이로군. 아직도 죽지 않았다니.”

그의 손엔 뽑힌 엑셀레아가 들려 있었다.

검집에 꽂지 않으면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검이지만, 그게 없더라도 절삭력과 예기만으로 충분히 보검 이상의 검이다.

유릭에게 더 이상 저항할 여력이 없다 판단하여 뽑아 든 것이었다.

“살려서 나가는 건 포기했다. 인정하지. 네놈을 살려서 인질로 삼는 건 내겐 무리다.”

사람을 죽이는 것과 살려서 데려가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

브랜든은 스스로에게 유릭을 살려서 데려갈 능력이 없음을 인정했다.

5성과 7성이란 경지 차이가 있는데도, 심지어 자신의 손엔 신병이기라 불리는 마검이 들려 있음에도.

……그래도 안 된다.

그것은 무척 굴욕적인 일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브랜든은 열등감 같은 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느끼는 것은 경외감.

마치 자신이 모시는 아이작 공자님을 눈앞에 둔 것만 같은 감각.

‘살려둬선 안 된다.’

그랬기에 더욱 살의가 피어올랐다.

이 로스카란 하늘에 떠오를 태양은 하나로 족하다.

“네 목을 베어 시체만 가지고 나가겠다. 동생의 시체를 걸레짝으로 만들겠다 하면 엘린 그년도 조금은 멈칫하겠지.”

유릭의 귀가 움찔거렸다.

멈칫해?

병신 같은 놈. 누나가 과연 그럴까?

자신이 죽었다고 하면 눈이 돌아가 네놈을 잡아 죽인다고 혈안이 될 텐데.

“후…….”

그러면 안 되지.

악귀같이 변한 누이의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녀는 항상 고고하고 아름답게 이 땅에 군림해 주었으면 하니까.

“-? 뭐가 웃기지?”

딱히 웃진 않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유릭이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손을 품속에 넣었다.

순간 브랜든의 눈에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으나, 유릭이 꺼낸 것은 무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드래곤의 비늘.

그것을 5장이나 겹쳐 꺼낸 유릭이 비늘을 입에 물었다.

재갈을 무는 것처럼.

“죽어!”

무슨 수작인진 모르겠지만 기다려줄 의리도 없다.

브랜든이 냅다 검을 내질렀다.

그 순간.

화르륵!

유릭의 몸이 3중첩의 화룡검화에 휩싸이며 브랜든의 검을 받아쳤다.

그 손에 들린 불꽃의 검에는 엘가이아의 참격을 받아칠 때만큼의 강한 불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이 자식이 아직도!”

튕겨 나간 검을 바로잡아 브랜든이 그대로 내려쳤다.

유릭이 비늘을 문 입을 꽉 악물었다.

그리고 한 겹의 불꽃을 더욱 둘러매었다.

‘4중첩.’

울컥하고 불꽃이 한층 더 거세게 쏟아져 나왔다.

한계를 넘은 내기의 운용에 눈이 충혈되고 전신이 붉어져 왔다.

그의 몸속에선, 단전을 시작으로 염화신무의 기운이 미친 듯이 날뛰며 폭발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오직 자신에게만 들리는 폭음을 들으며 유릭이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그나마 호흡만은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건 입에 문 드래곤의 비늘, 그 정순한 마나 덕분이었다.

그리고.

‘5중첩.’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유릭이 또 한 겹의 불꽃의 용을 둘렀다.

쌔애애액-!

브랜든의 검이 떨어진 것은 그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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