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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63화 (63/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63화

63화. 네가 왜 거기서

토굴 안.

유릭이 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천마가 가기 전에 뭐라고 했더라?

시끄러운 ‘계집’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사막의 신 프라나는 여신이다.

……그냥 우연일까?

-단약의 기운은 잘 정착한 모양이네요. 축하드려요.

“아, 응.”

그제야 유릭은 스스로의 몸을 살폈다.

본래는 당연히 이쪽이 우선인데도, 눈을 뜨자마자 느껴진 기이한 감각에 차례가 밀려 버렸다.

“어디…….”

그가 눈을 감고 기운을 움직이며 어떻게 됐는지 확인했다.

‘일단 빙하설월의 기운은 변함없고.’

당연히 그쪽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단전은…….’

중요한 것은 단전에 위치한 염화신무의 기운.

그쪽은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거의 2배로 커졌잖아?’

기운의 양이 2배가 된 것이다.

불의 단약이 풍기던 기운을 생각해보면 거의 100% 가까이 약기운을 모조리 흡수한 셈이었다.

화륵!

시험 삼아 내기를 둘러보는데, 기운의 수발이 자유롭고 막힘이 없다.

단순히 내기의 양이 많아진 것뿐만 아니라 그걸 둘러싼 혈도 또한 더욱 크고 단단해졌다.

‘염화신무의 기운이랑 단약의 기운이랑 충돌하던 걸 버텨서 단단해진 건가.’

비 온 뒤의 땅이 굳는 것처럼, 두 기운이 충돌하고 나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혈도가 더욱 튼튼해진 것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전이 아닌 ‘길’이 단단해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6성에 올랐군.”

경지가 6성에 올랐다.

영약을 먹은 보람이 있는 확실한 효과.

유릭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탈탈 털고 일어났다.

모두 끝마쳤으니 이젠 돌아갈 때다.

‘그나저나 선물이란 건 뭐지?’

문득 천마가 마지막에 얘기한 것이 떠올랐다.

선물을 주겠다며 이마를 톡 치던 그.

‘영약 효과 말곤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은데…….’

천마가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말했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선물 같은 건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음에 유화를 통해 물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유릭이 토굴을 나왔다.

신전 사람에게 날짜를 물어보니 꼬박 하루가 지났다고 하였다.

“어휴~ 하룻밤 내내 나오질 않아서 안에서 말라 죽은 줄 알았다니까요.”

“죄송합니다. 프라나께 인사를 드리다 보니 어쩌다…….”

“죄송할 건 없죠. 여기 물이랑 소금 있으니 신경 써서 드시고, 살펴 가세요.”

“감사합니다.”

친절하게 물과 소금을 대접받곤 유릭이 신전 건물을 나왔다.

바깥은 이미 밤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데릭이 혼자 쉬고 있었다.

글렌은 아직 일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다 왔나?”

“신전에 잠깐.”

“신전? 어젯밤 내내?”

별일도 다 있다는 듯 데릭이 유릭을 쳐다보았다.

그야 평소 가지도 않던 신전 같은 곳에 갑자기 갔다고 하면 그런 눈으로 볼만도 하겠지.

“잠깐 조사할 게 있어서.”

“무슨 조사?”

“안 알려줘.”

“아니…….”

데릭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려다, 뭔가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글렌에게 들은 적이 있다.

유릭에게는 13기사단도 모르는 별도의 정보원이 있다고.

신전이라는 건 연막이고 사실 그 정보원을 만나고 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무리 캐물어도 소용없을 터.

‘대체 그런 정보원은 어느 틈에 만든 건지…….’

태어나 대부분의 세월을 함께 산 쌍둥이로서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의문이었다.

그때 유릭이 데릭을 불렀다.

“데릭.”

“뭐지?”

“네 검 좀 빌려줘 봐.”

데릭이 눈을 깜빡이며 검을 끌러 주었다.

당연히 평범한 철검인 쪽이었다.

“그거 말고. 이솔렛 말야.”

유릭이 그렇게 얘기하자 대번에 데릭의 눈이 가늘어졌다.

누가 봐도 ‘나 경계하고 있소’라며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잠깐 살펴보는 것뿐이니까.”

“거절하지.”

잠깐 보기만 한다는데도 칼같이 거절하는 데릭.

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검을 가리기까지 한다.

무슨 아끼는 장난감을 빼앗기는 어린애 같은 반응이었다.

“아니, 진짜 잠깐이면 돼. 정 불안하면 내 엑셀레아 가지고 있어.”

유릭이 엑셀레아를 끌러 데릭에게 안겼다.

“끄응.”

데릭이 떨떠름하게 그걸 받더니,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이솔렛을 건넸다.

‘어휴.’

간신히 이솔렛을 받은 유릭이 검을 살짝 뽑아보았다.

스릉-

약간 뽑은 것으론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가 아예 내친김에 확 뽑아보았으나.

‘아무렇지도 않군.’

검신이 모두 뽑혀 나와도 이솔렛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천마와 만났던 그 이상한 장소에서의 이솔렛과 전혀 달랐다.

‘대체 그건 뭐였을까.’

천마의 말론 힘만으론 안 된다고 하던데 어떻게 뽑을 수 있는 것일까?

그 공간에 다시 갈 수 있다면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런데 거긴 어떻게 가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데릭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이제 됐지? 돌려줘.”

아무래도 데릭이 납득하는 ‘잠깐’의 시간이 모두 지난 모양이었다.

유릭이 어깨를 으쓱이며 이솔렛을 데릭에게 돌려주었다.

데릭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솔렛을 허리춤에 걸었다.

‘달라고 하면 아주 그냥 칼이라도 휘두르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짜 휘두를 것 같아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유릭도 엑셀레아를 돌려받아 허리춤에 매었다.

그 길로 방에 돌아온 유릭.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 허기가 졌지만, 식사를 하기 전에 연락할 상대가 있었다.

‘유화, 자?’

[“앗! 아저씨!”]

유화에게 천마와 만난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전에 어떻게 되었는지 얘기도 듣고.

‘어떻게 됐어? 잘 얘기했어?’

[“그게…… 잘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된 것 같아요. 이제 어떡하죠?”]

‘잘 안 돼? 왜?’

[“제가 요리도 직접 해드리고 막 열심히 얘기해보려고 하고 그랬는데요, 엄청 무서운 얼굴이셨어요. 막 노려보는 것 같구…….”]

‘애교 부려봤어?’

[“해봤는데 잘 안 통하는 것 같던데…….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괜히 심기라도 건드리면 어떡해요.”]

‘괜찮아. 통하고 있으니까 계속해도 돼.’

[“네? 어떻게 알아요?”]

직접 만나보니까 잘 통하는 것 같더라.

통하는 정도가 아니라 크리티컬 히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만했다.

손녀의 절맥을 고치기 위해서 5년 동안 갖은 애를 썼던 양반이니까.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오히려 할아버지한테 딱 붙어 있어. 거기서 가장 안전한 곳이 그 노인 옆일 테니까.’

천마가 유화를 아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마교라는 집단이 유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거대한 집단인 만큼 다양한 생각과 입장이 충돌하고 있을 테고, 개중에는 유화를 거슬려 하는 이들도 존재하겠지.

천마의 옆에만 딱 붙어 있으면 그가 든든한 가림막이 되어주리라.

‘그리고 다음에 보게 되면 선물이 뭐냐고 한번 물어봐 주라.’

[“네? 아까부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유화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잔뜩 띄웠다.

유릭이 피식 웃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선이 되려다 만 노인과 만난 이야기를.

* * *

밤이 되어 달이 떠오른다.

설군악은 마당에 나와 둥그런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전에 유화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유릭이라는 이름의 색목인을 만났다.

그와의 만남은 아주 잠깐에 불과했지만 나와 보니 이쪽은 밤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별반 신기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며, 설군악은 고즈넉한 달밤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떠올리는 건 아침에 먹었던 식사.

손녀아이가 직접 차려주었던 식탁.

평범한 맛이었다.

……정말 평범한, 이 신강에선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가정집 요리.

“어찌 천릿길 밖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신강의 맛을 그리 잘 안단 말이냐.”

정보에 따르면 유화의 어미는 신강과 전혀 연이 없는 여자다.

그렇다면 유화의 그 맛은, 어미가 아닌 아비의 맛이라는 뜻.

유화의 아비.

즉 자신의 아들.

“…….”

설군악이 눈을 감았다.

그는 과거 아들의 연인을 제 손으로 베었다.

그 여자가 무림맹의 첩자였기 때문에.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많이 미숙하던 시절이었다.

잘 찾아보면 좀 더 제대로 된 길도 있지 않았을까.

아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틀어지지 않을 만한 길.

……죽어가던 아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지.

이제 와선 알 수 없다.

그걸 말해줄 아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오늘 먹은 유화의 요리에서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고향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아들이 이 고향을, 신강에서 나고 자란 세월을 잊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

설군악이 달을 올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십만대산의 이 드넓은 산과 들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의 아들이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지만 그의 눈에서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널 위해 울어줄 수는 없게 되었다.”

그의 영혼은 이미 깃털처럼 가벼워 언제라도 선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육신에 남은 한 방울의 눈물이 무게가 되어 그것을 막고 있었다.

그 눈물은 본디 아들의 부고 소식을 듣고 흘렸어야 할 눈물.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네 딸아이가 완치된 날, 기쁨의 눈물로 흘리마.”

그게 너도 더욱 바라는 일이겠지.

쟁반 같은 달빛이 그를 내리쬔다.

달밤의 정취를 느끼며 설군악이 고요히 눈을 감았다.

‘모두 네게 달렸다. 하얀 머리의 색목인아.’

* * *

보급과 휴식을 마치고 완벽한 컨디션이 된 유릭 일행이 울르를 떠났다.

그들의 목적지인 사막과 아칸의 접경지대는 도시의 서쪽 방향에 있다.

낙타에 탄 세 사람이 해가 지는 방향을 향해 하염없이 걸었다.

“그 근방에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글렌이 미리 조사했던 정보를 얘기했다.

“카람이라는 마을로, 사는 사람이 얼마 없는 작은 마을이라고 합니다.”

“그곳을 거점 삼아서 조사하면 되겠군.”

“예. 일단 예의 지진이나 모래폭풍을 확인해야겠죠.”

접경지대에서 기이하리만치 많아진 자연현상.

그게 정말로 인위적인 것인지, 그렇다고 한다면 범인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

‘라곤 해도 인위적인 것까지는 사실이다.’

다만 유릭은 지진과 모래폭풍을 일으키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는 확신하고 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회귀 전에 실제로 그런 이들이 발각되었으니까.

‘카자르 왕실이 그런 짓을 벌였다고 아칸 쪽에서 분개했었지. 반대로 왕실 측은 극구 부인했고.’

얼추 사건의 개요 정도는 알고 있다.

요는 아칸 측에서 카자르가 범인이라 지목했고, 카자르는 억울하다 항변했다는 것.

진실은 어둠 속에 가려져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둘 중 하나다.

‘정말로 카자르 왕실이 범인일 경우나.’

사막을 넓혀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이득을 보는 이는 카자르 왕실뿐이다.

모래술사를 주전력으로 삼는 그들에게 사막이 넓어진다는 건 그만큼 활동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니까.

그냥 빈 사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칸의 땅을 침범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둘째론.

‘아칸의 자작극.’

얼핏 말도 안 되는 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것 역시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련님.”

한창 생각을 정리하던 중 글렌이 말을 걸었다.

돌아보니 그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멀리 가리켰다.

“누가 있습니다.”

“그러네.”

이 사막에 누구지?

대략 5명 정도 규모의 집단.

일전에 만난 도적단도 아니고, 여행객이라고 하기에도 분위기가 이상했다.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안 들키게 조심하고.”

“예.”

글렌이 조심스레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곤 그들을 향해 움직였다.

유릭과 데릭은 낙타를 끌고 선인장 그늘에 숨어 대기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일이 공교롭게 됐군요.”

돌아온 글렌이 찡그린 얼굴로 얘기했다.

“아칸 녀석들입니다.”

“아칸이라고?”

“저들도 접경지대의 수상함을 깨닫고 조사차 온 모양입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긴 했다.

그래도 하필이면 자신들이랑 일정이 겹쳐 버리다니…….

글렌의 말처럼 정말로 공교로운 일이었다.

‘어차피 우리 얼굴은 모를 테니까 괜찮긴 하겠지만.’

다행히 긴급상황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아칸의 조사단이라 하여도 자신들의 얼굴은 모를 테니까.

그냥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객이라 하면 끝나는 얘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조사단의 지휘는 클레어 아칸이 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누구라고?”

“클레어 아칸이요.”

“…….”

잠시 말문을 잃은 유릭이 와락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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