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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68화 (68/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68화

68화. 바람이 있었다

유릭과 데릭이 순간적으로 땅을 박차고 나갔다.

위장 망토 덕분에 화염술사들은 한 박자 늦게 그들을 발견했다.

“저-!”

적습이라 외치며 신호를 위한 불꽃을 터뜨리려 할 때.

두 사람의 검이 먼저 번뜩였다.

“컥!”

서걱, 소리와 함께 술사 두 명이 부릅뜬 눈으로 목을 부여잡는다.

그 손에 타오르던 불길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꺼진 후였다.

“이런 식으로 최대한 외각부터 갉아먹는다. 들키면 그때부턴 난전이니까 알아서 판단하기로 하고.”

“알았어.”

이 상황에 가장 알맞은 심플하기 그지없는 행동 방침.

이 지하 기지는 통로도 많고 매우 어두워 조용히 처리하기만 한다면 꽤 오랫동안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릭과 데릭이 몸을 낮추며 옆쪽의 다른 통로로 향했다.

그곳에도 역시 통로를 경계하는 술사 두 명이 있었다.

서걱!

“이걸로 넷.”

이번에도 문제없게 처리했다.

바깥쪽을 경계하느라 이쪽은 신경 쓰지 않던 만큼 처음보다 더 쉬웠다.

“총 스물둘이라고 했던가?”

“이젠 열여덟이고.”

모래술사를 잡아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기지 안의 술사들은 총 22명이라 하였다.

바깥에 도적으로 꾸미고 있던 말단이 100명 이상 있었으니 합쳐서 120을 넘는 대인원인 셈이다.

이만한 인원을 투입할 정도라니.

‘하긴 라인 하나를 완전히 실각시키려는 음모였으니.’

8부인과 그를 따르는 가신들을 모조리 쳐내기 위한 음모.

그 목적을 생각하면 이 정도 규모인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

“대부분 6성 수준이라 했었지?”

“그리고 7성이 셋. 그 셋만 조심하면 될 거야.”

놈들의 경지는 7성의 술사가 셋에다, 나머지는 대부분 6성.

한꺼번에 상대하기엔 조금 많이 벅찬 전력이다.

그렇기에 바깥 통로를 돌며 경계를 서는 놈들부터 줄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만.

“적이다! 적이 습격했다.”

콰아아아아앙!

총 7명의 인원을 줄이고 8명째를 벨 때 미스가 있었다.

미스라기보단 이 8명째 술사가 무척 노련했다고 봐야겠지.

“쯧! 입 막아!”

“어, 어!”

혀를 차며 얘기하는 유릭의 지시에 데릭이 급히 놈의 입을 막았다.

물론 손바닥으로 막았다거나 그랬다는 소리가 아니다.

푹!

“커헉!”

검으로 가슴을 찔러 비틀었다.

이걸로 기지 내의 8명째 술사를 처리했다.

‘남은 건 14명.’

들켰다곤 하지만 그래도 꽤나 줄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죽여!”

“절대 놓치지 마라!”

어둠 속에서 화르륵 하며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것들이 모조리 유릭과 데릭, 두 사람에게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하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어 놈들이 불덩어리를 쏘는 그 잠시간 동안만 놈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콰과과과과광!

둘은 불꽃을 피해 일단 적당한 통로 벽에 몸을 붙이고 숨었다.

“포위당하진 않았어. 구조가 복잡하기도 하고 14명 정도로는 포위하기 힘들 테니까.”

“그렇겠지.”

뿐만 아니라 포위를 위해 넓게 섰다가 각개격파를 당할 우려도 생각했으리라.

놈들은 대부분이 뭉쳐 있거나, 혹은 가까이서 서로를 보조하며 공격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 장소에서 뭉텅이로 무수한 포화가 쏟아져 내린다.

그걸 뚫고 들어가기는 썩 쉽지 않아 보였다.

“어떡하지?”

데릭의 물음에 유릭이 짧게 고민했다.

“일단 하나씩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겠지.”

“그건 아는데 어떻게?”

“너 발 빠르지?”

“그야 주법을 익혔으니까.”

유릭이 딱 적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얘기했다.

“그럼 내가 먼저 나가 미끼가 되지. 놈들의 시선이 쏠린 사이에 네가 튀어 나가 가장 앞 놈을 베.”

“미끼가 되겠다고?”

순간 데릭이 눈을 찡그렸다.

분명 그는 더 이상 유릭에게 빚을 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진 빚도 갚아 나가겠다고.

그런데 미끼 같은 위험한 역할을 맡기기만 하라고?

“멍청아, 내가 무슨 희생이라도 하겠대?”

“그럼…….”

“지금 상황에선 이게 최선이니까. 젠장, 너 이런 쓸데없는 곳에서 또 우물쭈물하면 다음부턴 안 데려온다?”

“미, 미안. 알았다. 네 작전대로 하지.”

“딱히 작전 같은 거창한 건 아니지만.”

유릭이 잠시 호흡을 고르며 폭음을 세었다.

콰과과과과광!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숨은 벽으로 수없이 화염구가 쏘아지고 있었다.

빼꼼 내밀기만 해도 통구이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이.

‘흐름을 읽어라. 반드시 비게 되는 시간이 있으니까.’

유릭이 귀를 쫑긋 세우며 불규칙한 폭음 소리를 세었다.

그렇게 잠시 있으려니, 이내 불꽃 소리가 가장 적은 타이밍이 찾아왔다.

‘지금!’

그 순간 유릭이 <태양천보>를 밟으며 벽 바깥으로 뛰었다.

타이밍을 잰 정도로는 안전하지 않으니 술사들을 조금이라도 흐트러뜨리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쿠웅-!

“큽!”

“뭐, 뭐야, 갑자기!”

그 여파가 생각보다도 컸다.

유릭이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알고 있는 평소의 태양천보보다도 훨씬 무겁고, 그리고 광범위했다.

이 지하 기지의 절반 이상이 영역에 닿을 정도로.

‘설마 이게 천마가 준 선물인가?’

단순히 위력이 강해진 정도가 아니다.

땅을 밟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정확히 확인할 겨를은 없었지만, 걸음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

‘대지와 소통하여 물아(物我)가 되기 위한 무공이라 했었지.’

천마군림보가 그러한 무공이고, 그리고 태양천보 역시 그와 같은 부류라 하였다.

어쩌면 그런 쪽과 관련하여 뭐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젠장! 다시 진형을 잡고 쏴라! 태워 죽여!”

아주 잠깐의 혼란이 진정되고 곧바로 놈들이 다시 불꽃을 쏘기 시작했다.

‘태양천보는 일단 나중에 확인하고.’

지금은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먼저다.

콰앙!

유릭이 녹시아를 휘둘러 불꽃을 쳐내며 옆에 있던 다음 벽을 향해 달렸다.

그런 유릭을 잡기 위해 술사들이 혈안이 되어 불을 쏘았다.

화염 마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파이어 볼트>였지만 쏘는 이들이 6성인 만큼 결코 무시할 위력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가 두 번째 벽에 도착할 때쯤.

-커억!

뒤쪽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행히 데릭의 것이 아닌 모르는 사람의 것이었다.

유릭이 벽 뒤쪽으로 냅다 뛰어들었다.

콰과과과광!

바로 그 주변으로 몇 발이나 되는 <파이어 볼트>가 날아와 터졌다.

그러나 유릭은 이미 다시 숨은 채였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데릭 역시 술사 한 놈을 죽이곤 다른 차폐물에 몸을 숨긴 후였다.

‘이걸로 열셋 남았나.’

이런 식으로 줄여나가다 보면 힘의 역전이 생기는 타이밍이 나온다.

다만.

‘너무 늦는데.’

이렇게 겨우겨우 한 놈씩 줄여나가기에는 너무 늦다.

놈들에겐 상당한 전력의 지원 병력이 있지 않은가?

바로 어스웜들 말이다.

‘여왕 개체를 먼저 처리해야 돼.’

그게 이 전투의 관건이다.

하지만 자신과 데릭 둘이선 여의치가 않았다.

당장 눈앞의 13명의 화염술사를 상대하는 것만도 벅찼으니까.

그때.

“도련님.”

“글렌!”

글렌이 돌아왔다.

“촌장을 비롯해 5명의 마을 사람을 구했습니다. 휘말리지 않도록 구석에 잘 숨어 있으라 일러놨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나 보지?”

“예. 촌장이 새끼 어스웜들의 먹이가 될 뻔했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구했습니다.”

“잘했어.”

맡겼던 일도 성공했고 복귀한 타이밍도 딱이다.

유릭이 글렌의 어깨를 탁탁 치며 얘기했다.

“그럼 여긴 부탁할게.”

“예?”

“데릭이랑 같이 놈들 상대 좀 하고 있어봐.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도련님은 어디로 가시려고요?”

유릭이 곧바로 뒤를 돌았다.

위치는 이미 메르에게 들어 알고 있다.

이곳보다 한층 더 깊은 지하.

“여왕부터 조지러 간다.”

한마디 얘기하곤 그가 지하 통로에 몸을 던졌다.

* * *

어스웜의 부화장.

갓 태어난 새끼 어스웜이 꾸물거리고 있거나 족히 수백에 달하는 작은 알들이 굴러다니는 등,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장소였다.

유릭이 혀를 차며 모조리 불을 놓았다.

‘촌장이나 다른 사람들은 무사했다고 하지만.’

그들 말고 몇이나 더 마물의 밥이 되었을까.

헬렌의 말에 따르면 이전에도 몇 사람이나 마을 밖으로 도주하려던 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 잡혀 사람들 앞에서 잔인하게 처형당했다고.

어쩌면 그 시체를 먹이로 던져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1공잔지 2공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다니.’

이 한 건으로 이미 유릭의 안에선 상종도 못 할 악인으로 낙인찍혔다.

앞으로 무슨 선행을 하더라도 그 낙인이 지워질 일은 없겠지.

지울 생각도 없다.

-화르르륵!

그의 불꽃이 알과 새끼 어스웜들을 모조리 태워 나갔다.

몸을 비틀고 쪼그라들며 검게 타버리는 그것들을 보며 유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여왕 개체를 찾았다.

일반적인 어스웜처럼 가늘고 긴 생김새는 아니었다.

타원형에 가까운 통통한 모습.

예전에 책에서 본 바로 어스웜의 여왕은 알을 낳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들었다.

스스로 사냥은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하지 못해 다른 어스웜들이 먹이를 날라준다고.

‘그럴 만한 모습이군.’

저 생김새를 보니 납득이 되었다.

다른 어스웜처럼 땅속을 헤엄치기는커녕 데구르르 굴러다녀야 할 법한 생김새였다.

“후우.”

싸우지 못하는 마물을 죽이는 것만큼 쉬운 게 없다.

유릭이 녹시아를 들어 그 검면에 <익스플로전>의 술식을 새겼다.

이대로 꽂아 넣기만 하면 끝.

그가 역수로 녹시아를 잡아 들어 올렸다.

‘저건……?’

그러던 중 여왕 개체의 머리 위에 무슨 희한한 문양이 보였다.

뭐지, 저게?

유릭이 눈을 찌푸리며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노란색으로 새겨져 있는 그것은 눈에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책에서 본 것뿐만 아니라 유릭 본인도 실제 한 번은 본 적이 있는 문양.

문양의 정체를 깨닫곤 유릭의 눈이 점점 커져 왔다.

그때.

“지금이다!”

“발동해!”

갑자기 발아래가 번쩍하더니 마법진이 나타났다.

지금 막 펼쳐진 것이 아니다.

미리 공을 들여 만들어놓은 마법진에 지금 마력을 집어넣은 것이다.

유릭이 급히 돌아보았다.

“이 자식들……!”

돌아보니 세 명의 술사가 각각의 원 바깥에 서서 땅에 손을 짚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진 마나의 크기를 보아 셋 다 7성의 술사들.

놈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마법진에 꾸역꾸역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다.

-폭발 마법이에요!

마법진이 가리키는 술식은 유릭도 조금은 눈에 익었다.

오로지 폭발 단 한 점에만 집중한 마법인 5성 마법 <익스플로전>.

바로 지금 유릭이 녹시아에 새겨넣은 그 술식의 마법진 버전이 아니던가?

다만 대충 얼개가 같다는 것이지 세부적인 면에서는 전혀 달랐다.

이 마법진은 <익스플로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마법을 덕지덕지 발라 위력을 증강한 훨씬 고도의 마법.

상황이 바로 파악이 되었다.

‘이 새끼들이 여길 통째로 터뜨리려고!’

유릭이 이를 갈았다.

놈들은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모든 증거를 인멸할 방책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가장 들키면 안 될 증거들이 위치한 이 부화장에.

바깥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이 부화장은 몽땅 날아가겠지.

조련을 마친 여왕 개체라면 다신 구하지 못할 정도로 귀중한 개체일 텐데, 그걸 서슴없이 파기하다니.

그만큼 이 자리의 일이 바깥에 알려지기 싫다는 것인가?

-도망치실 수 있겠어요?

‘…….’

-아…… 어르신의 고행에 따라다니는 거 무척 재밌었는데 그것도 이제 끝인가 보네요.

메르는 이미 다 포기한 말투였다.

아무리 봐도 유릭의 몸으로 이 자리를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미 유릭의 끝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다.

-그래도 어르신의 본체를 볼 수 있다 생각하면 행운일지도? 사실 엄청 궁금했거든요.

‘……좀 조용히 좀 해봐.’

유릭이 이를 갈며 얘기했다.

녀석은 자신이 드래곤이라 생각하니 이 자리에서 죽을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겠지.

하지만 자신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터지면 그냥 죽으니까!

츠츠츠츠츠츠!

그러는 동안에도 빛과 열이 차근차근 모이고 있었다.

이제 와서 술사들을 죽여 봐야 소용없다.

이미 발동된 마법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

방법은 하나뿐이다.

발동된 마법을 견뎌낼 것.

유릭이 으득 이를 악물었다.

‘해보자.’

이제는 이판사판이다.

그가 그대로 녹시아를 놓고는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엑셀레아.

풍마검이란 이름을 가진 바람의 검. 심지어 손잡이 끝에는 비슷한 힘을 가진 풍령까지 달아놓았다.

짤랑.

방울이 울리며 검이 서서히 뽑혀 나간다.

동시에 그 손잡이를 중심으로 바람이 모여들었다.

지금까지 엑셀레아로 펼쳤던 공격은 광범위를 공격하는 면의 공격이나 하나의 검기를 쏘아 보내는 선의 공격뿐.

그것은 유릭도, 그리고 브랜든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유릭이 시도하는 것은 면도 아니고 선도 아닌, 일점(一點)의 공격.

‘지금까지 성공해 본 적은 없지만.’

당장은 그것만이 돌파구다.

모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

그렇기에.

‘반드시 성공시킨다.’

강하게 집중하는 유릭을 중심으로 바람이 나선을 그리며 모여들었다.

머리 위로 거대 기류가 형성되며 부화장의 공기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허튼수작을!”

“죽어!”

7성 술사들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마나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강한 에너지가 모이며 현기증이 날 정도의 기압이 사위를 내리눌렀다.

그 가운데서, 누구보다 강한 압력을 받고 있을 유릭은 두 다리로 단단히 땅을 딛고 서 있었다.

그리고 검이 뽑힌다.

하늘에 구멍을 뚫듯 허공의 일점(一點)을 향해 찔러 들어가는 검.

동시에 아칸이 준비한 폭발 마법이 터져 나갔고.

-콰아아아아아아앙!

빛과 열기, 그리고 바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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