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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139화 (139/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139화

139화. 진짠데?

멜딘은 교황 측 세력과 접선하여 신전 내로 파고드는 것에 성공했다.

역시 예상대로 뮬베인이 모든 성기사를 끌어들이진 못했고, 오히려 생각보다도 뮬베인 측의 성기사는 숫자가 적었다.

괜히 뮬베인이 검은 늪을 의지하고 있던 것이 아닌 것이다.

멜딘은 교황 측 성기사들과 함께 모두가 감금되어 있는 대회의실로 향했고.

“막아!”

“거길 비켜라!”

쿠데타에 가담한 성기사들과의 칼부림을 피할 순 없었다.

대회의실을 향하는 복도나 중앙의 정원 등지 등, 본디 신을 믿는 자들의 경건한 장소에서 불경스러운 피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쿠데타를 일으킨 성기사들은 필사적이었고, 교황 측의 성기사들은 더없이 분노한 상태.

새빨간 피바람은 그들을 더욱 흥분시키는 자극제밖에 되지 않았다.

그 혼란의 한중간.

신전 내부의 아무도 모르는 구석.

구덩이 하나가 뚫려 있는 것에 신경 쓸 여유를 가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 * *

멜딘과 교황 측 성기사들은 적들을 회의실까지 몰아넣는 것에 성공했다.

“회의실이 보입니다!”

멜딘의 눈이 번뜩였다.

이제는 정말 시간문제였다.

수는 이쪽이 훨씬 많았고 적들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왜! 대체 어떻게 알고 들이닥친 거냐! 으아아아아아!”

저 멀리 뮬베인 추기경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를 보며 으득 이를 간 멜딘이, 당장은 눈앞의 전투에 집중했다.

이쪽이 수가 많다지만 전투는 치열했다.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의 통로가 좁았기에 수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구석에 몰린 적들의 반항이 거셌다.

그들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배신한 것이 아닐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이쪽이 적을 밀어내고 있다.

그에 희망을 가지며 검을 휘두르던 도중.

퍽!

“큭!”

누군가 뒤통수를 세게 내려쳤다.

순간 눈앞이 핑 돌았으나 그가 재빨리 몸을 돌려 상대를 걷어찼다.

넘어진 적은 다른 동료들에 의해 금세 제압되었다.

“멜딘, 괜찮나!”

“문제없습니다.”

몸이 살짝 휘청거렸으나 멜딘이 벽을 잡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눈을 부릅뜨며 다리를 굳게 딛고 일어난다.

이마에서 뜨뜻한 액체가 흐르는 것이 느껴지며 머리가 무척 지끈거렸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거…… 위험한데…….’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자클린.’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었다.

“으아아아아!”

그가 크게 함성을 지르며 적진에 파고들었다.

이제는 머리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아파오며 눈에 피가 잔뜩 몰려 흰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검은 매섭게 적들을 베어내었고, 그의 다리는 흔들림 없이 회의실을 향했다.

쾅!

뮬베인의 성기사들을 뚫고 회의실에 도착한 그가 냅다 문을 걷어찼다.

“자클린!”

“멜딘!”

묶여 있는 자클린은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그 옆엔 교황 니콜라이도 있었다.

그가 자클린의 포박을 풀고 니콜라이도 해방해 주었다.

처음 그가 자클린을 끌고 갈 때는 원망스럽게 쳐다봤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그때의 일이 조금 미안했다.

“구하러 와줬구나!”

“고맙네. 자네 이름이 멜딘인가? 내 모든 일이 끝나고 크게 치하하도록 하지.”

무서웠는지 찔끔 눈물을 글썽이는 자클린과 대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니콜라이.

아직 모든 전투가 끝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무척 뿌듯했다.

그래서였을까.

이곳까지 그를 옮겨왔던 긴장의 끈이 확 풀렸다.

“어?”

“멜딘!”

시야가 돌아가며 그의 몸이 하릴없이 쓰러졌다.

자클린이 급히 그를 붙잡아 눕혔다.

그녀의 무릎에서 멜딘이 보는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멜딘! 정신 차려! 멜딘!”

서서히 그녀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멜딘이 모든 것을 직감하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미안…….”

그것만이 간신히 낼 수 있던 마지막 목소리였다.

멀어지는 자클린과 교황의 아우성을 일별하며 그가 완전히 눈을 감았고.

“확실히. 숲에 있던 녀석들이랑은 수준이 다르군.”

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이상하게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떠올릴 수 없었다.

“아으…… 아이…… 아…….”

멜딘이 초점 없는 눈으로 횡설수설한다.

그 입가엔 침이 흐르고 있었다.

도저히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그야 실컷 환각을 보고 있을 테니 당연히 정상이 아닐 테지만.

“일단 저쪽에서 자고 있어라. 나중에 어떻게든 해주마.”

유릭이 멜딘의 목덜미를 잡곤 훌쩍 그를 들어 한쪽 벽에 내동댕이쳤다.

쿵!

갑옷을 입은 무거운 몸이 벽에 부딪혀 큰 소리를 내었지만 유릭은 별반 걱정하지 않았다.

단련한 기사가 저 정도로 다칠 리가 없다.

덧붙여 멜딘이 환각을 보기 직전에 머리를 맞았었는데, 그 머리엔 작은 혹이 나 있을 뿐이었다.

“돌대가리 녀석.”

멜딘을 치워두곤 유릭이 손을 털며 몸을 돌렸다.

그가 있는 장소는 회의실 안.

그곳에는 묶여 있는 자클린과 교황, 추기경들이 있었고, 그들을 감금하고 있던 다수의 성기사들이 있었다.

회의실 바깥의 복도에도 한창 싸우던 중의 성기사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 전부가, 방금의 멜딘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엎어져 있었다.

자클린과 교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 있는 것은 오직 두 사람.

유릭과.

“너는 어떻게 멀쩡한 거니?”

순진한 얼굴로 갸웃거리는 여사제.

아니, 여사제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늪의 대마녀뿐이었다.

* * *

녹시아를 든 유릭이 대마녀와 대치했다.

그가 물었다.

“늪의 마녀인가? 꽤 고위로 보이는데.”

“대마녀인 메이브라고 한단다. 꼬마의 이름은?”

“유안 아드레이.”

“거짓말이네.”

“…….”

“뭐 괜찮아. 비밀이 많은 남자도 좋아하거든.”

메이브가 히죽 웃으며 얘기했다.

그 얼굴은 아주 미묘하게 뒤틀려 있어 도저히 인간 같지가 않았다.

마네킹이나 인형 따위가 웃고 있는 듯한 느낌.

‘대마녀라……. 생각보다 거물인데.’

-대마녀면 늪의 통치자 중 하나 아니에요?

‘내가 알기로도 그래. 검은 늪은 4명의 대마녀가 통치한다 그랬었으니까.’

정확히는 네 개의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마녀들의 스승인 네 명의 대마녀가 있고, 그들은 각자 제자들을 데리고 늪을 통치한다.

그리고 유릭이 알기로 그 네 세력 중 하나는…….

“혹시 향기의 다루는 쪽인가?”

유릭의 말에 메이브가 눈을 반짝였다.

“그래, 맞아. 정말 눈치가 좋구나. 아니, 코가 좋은 거니?”

그 좋은 코 덕분에 아까부터 지독한 시궁창 냄새를 맡고 있지만.

“흐응.”

메이브가 유릭을 아래위로 끈적하게 쳐다보았다.

짙은 흥미가 담긴 눈빛.

그 흥미에는 비단 유릭이 그녀의 향기에 저항하고 있다는 점뿐만이 아니었다.

“얼굴도 괜찮고 몸도 다부지고 신기한 힘도 있고. 너 맘에 든다. 내 52번째 애인할래?”

“……많기도 하군.”

“아, 죽은 애들도 많아서 정말로 52다리를 걸치고 있는 건 아니야. 그건 걱정 말렴.”

“퍽이나.”

유릭이 코웃음 치며 녹시아를 강하게 틀어쥐었다.

별다른 대답은 없었으나 그게 답이나 마찬가지였다.

메이브가 피식 웃었다.

“그런 점도 매력적이긴 한데, 난 좀 순종적인 게 취향이라. 교육이 필요할 것 같네.”

“넌 네 동료를 죽인 놈도 애인으로 받아들이나?”

“응? 아, 이 성기사들? 딱히 동료는 아니고 그냥 이용하고 있을 뿐인데.”

“아니, 그들 말고. 알리샤란 이름의 마녀.”

“!”

그때였다.

회의실 내의 공기가 한층 더 묵직해진 것은.

더불어 유릭의 코를 괴롭히는 썩은 내 역시 더욱 무겁고 불쾌해졌다.

“……뭐라고 했지, 네놈?”

메이브의 말투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역시 이쪽이 정답이었나.

별로 성취감도 없는 답을 찾은 것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유릭이 얘기했다.

“알리샤. 5년…… 아니, 이제 6년쯤 됐나? 그년 목을 벤 게 나거든.”

쿡!

직후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유릭의 목을 꽈악 붙잡았다.

마치 분노한 메이브가 손아귀로 틀어쥔 것처럼,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한 번만 기회를 주마. 거짓이라면 지금 얘기해라.”

강하게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유릭이 어떻게든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진짠데?”

화르륵!

불꽃이 피어올라 유릭의 목을 틀어쥔 검은 연기를 태워 버린다.

그 선명한 불을 목격한 메이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침착해 보이는 그 눈빛 깊은 곳에는, 감출 수 없는 분노가 자리해 있었다.

“네놈을 애인으로 받겠단 말은 취소하마. 죽여주마. 잘게 저민 고기로 만들어서 저승에 있는 내 딸의 발닦개로 만들어주겠다.”

그녀의 손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 *

유릭은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에 무수히 많은 저주가 그 몸에 쏟아졌다.

그러나 그 대다수가 염화신무의 불꽃에 타들어 갔고, 그중 일부는 유릭의 정신을 건드리려 하였으나.

전부 소용없었다.

<외우주>의 노인이 새긴 기억 덕에 유릭에게 정신 마법은 대부분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간신히 발동한 몇 가지 환각이 있어 유릭의 눈앞에 갖가지 괴수와 날붙이, 단두대 등이 휘날리고 있었으나.

“이게 전분가?”

환각이란 걸 알고 있으니 놀랄 것도 없다.

빠득.

온갖 환상이 유릭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 이 가는 소리만큼은 귀에 딱 꽂혔다.

그 정도로 기분 좋은 소리를 유릭이 놓칠 리가 없었다.

“과연……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유릭 로스카.”

“…….”

그러나 이것에는 유릭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브가 코웃음 치며 얘기했다.

“유안 아드레이? 그런 듣도 보도 못한 자에게 내 딸이 당했을 리 없지. 딸아이가 죽기 전에 마지막에 있던 곳은 분명 로스카 가였다. 그리고 그곳엔 신기한 불을 부리는 아이가 있다 하였지.”

“잘 알고 있군. 나도 꽤 유명한가?”

“알면 그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지금도 나에게 쳐 죽기 직전이 아니더냐.”

굳이 대답은 하지 않고 유릭이 녀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그를 현혹하던 환상이 더욱 짙어졌지만 유릭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모든 것을 뚫고 불꽃을 두른 녹시아가 메이브의 목을 갈랐다.

콰직!

메이브는 별로 피할 생각도 없이 검을 받았다.

그러고는 마치 허물을 벗는 것처럼 그 껍데기를 벗어나 본래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은 알몸이었으나 이내 검은 연기가 둘러싸더니 고풍스러운 드레스와 양산으로 변하였다.

“싸우기 좋아 보이는 옷은 아닌 것 같은데.”

“싸움이 아니다. 처벌이지.”

그녀가 양산을 펼쳐 어깨에 걸쳤다.

겉으로는 검은 레이스가 달린 멀쩡한 양산이, 그 안쪽은 끔찍한 형상의 촉수가 가득했다.

그것들이 뻗어 나와 바닥을 잠식하더니 유릭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환상이 아니군.’

다른 것들과는 달리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

마수 가란드.

메이브의 양산에 기생하고 있는 그 마수는 지저의 마경 가장 깊은 곳에 서식하는 마수로, 그녀가 사역하는 마수 중 가장 뛰어난 개체였다.

강한 악력과 단단한 몸체, 온갖 방면에서 공격할 수 있는 촉수 형태의 육신은 몇 개체만 모인다면 능히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 하였다.

유릭에겐 환상이나 정신 마법 따위가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메이브가 확실한 물리력을 가진 마수를 소환하는 쪽으로 전법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서걱!

뻗어 나오는 촉수 다발을 유릭이 단숨에 베어냈다.

그 발이 바닥에 퍼진 물컹거리는 촉수를 자비 없이 밟는다.

촉수가 꿈틀거리며 유릭의 다리를 휘감으려 하였으나 피어오른 불꽃이 그것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메이브가 거의 비명을 질렀다.

정신 마법이 통하지 않는 건 특수한 능력이나 아티팩트 때문이라고 하여도, 강인한 마수까지 손쉽게 파훼당하니 메이브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을 아는 것은 유릭 뿐이다.

염화신무의 기운은 평범한 불의 기운과 전혀 달랐다.

운공을 할 때는 산속의 동물들이 모여들곤 했고 세계수의 정령과의 친화력도 상당했다.

그리고 초대가 남긴 보법인 태양천보의 이름.

유릭이 추측하기로 염화신무의 기운은 단순한 불이 아닌, 천상의 태양과 같은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저의 마왕에게서 유래된 마력을 사용하는 이들에겐 최악의 상성을 가진 것.

눈앞의 마녀뿐만이 아니라 지저의 마경에서 데리고 온 마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깊은 나락의 생물일수록 천상의 빛을 두려워하는 법.

콰앙-!

“꺄아아아악!”

다급히 양산을 들어 몸을 가리는 메이브를 향해, 유릭의 녹시아가 폭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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