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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146화 (146/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146화

146화. 로스카의 문장

유릭이 천천히 눈을 떴다.

현세로 돌아온 그의 몸은 루메나의 샘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유릭! 너, 너……!”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글렌이 커다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찰팍.

유릭이 태연하게 샘에서 일어나 불을 일으켰다.

그 불로 젖은 옷을 말리며 툭 얘기했다.

“뭘 그렇게 놀라냐.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 네가……!”

뭐라고 한 마디 뱉으려던 글렌은 이내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까 전, 분명 숨이 끊어졌다 생각했을 때.

갑자기 유릭의 몸이 화르륵 불타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기엔 너무나 뜨거운 그 불은 샘 안에서조차 활활 타올라 유릭의 전신을 불태웠다.

하지만 정작 유릭의 몸은 멀쩡하기만 했다.

오히려 불 안에서 모든 상처가 사라지며 재생되는 듯 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너…… 무슨 피닉스의 힘이라도 얻었던 거냐?”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새라고 한다면 피닉스의 전승밖에 없지 않은가.

글렌이 보기에 유릭에게 일어난 현상은 정확히 그것과 닮아 있었다.

“뭔 소리야?”

“모르는 거냐? 바로 방금까지 네 몸이 불타고 있었다고! 그러는가 싶더니 갑자기 상처가 다 낫고 그러니까…… 설마 네가 먹었던 불도마뱀의 심장이 알고 보니 불새의 심장이었다든가?”

“헛소리 그만하고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나 설명해 봐.”

유릭이 픽 웃으며 글렌의 의문을 일축하고는 설명을 요구했다.

글렌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하아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죽다 살아났다고 하는데도 그 주둥이는 여전하군. 물에 빠뜨려도 네놈 입만은 둥둥 떠다닐 거다.”

“?”

왜인지 유독 까탈스러운 글렌의 모습에 유릭이 갸웃했다.

그러고 보면 말투도 예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용병을 연기하던 그때가 아닌 보다 옛날의,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말투였다.

“됐으니까 설명.”

“알았다, 알았어. 근데 뭐 설명할 게 따로 있나?”

글렌이 어깨를 으쓱이며 턱짓으로 성역의 입구 부근을 가리켰다.

그곳을 보니.

“요, 용서해 주십시오, 교황님! 모두 마녀의 음모입니다! 마녀의 세뇌 탓에 이런 짓을 벌인 거란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아 보이는구먼, 뮬베인 전 추기경. 걱정 말게나. 나중에 듬뿍 시간을 내어 줄 테니.”

“……!”

교황 니콜라이의 말에 뮬베인이 흠칫 몸을 떨었다.

오랜 시간을 교황과 함께한 그는 교황의 지론을 잘 알고 있었다.

신의 본질은 믿음도 자비도 아닌.

-공포라네. 구원받지 못할 것에 대한 공포. 자신만이 버려질 것이란 것에 대한 공포. 신앙은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지.

그 하나의 신념으로 그는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교황의 자리에 앉았으니.

“끌고 가라.”

그가 차가운 눈으로 지시를 내렸다.

“예!”

“교황님! 교황님!!”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는 뮬베인을 분노에 가득 찬 성기사들이 연행해 끌고 갔다.

그들은 교황 측의 성기사로, 뮬베인과 동료들이 일으킨 반란에 무척이나 분개하고 있었다.

삿된 마녀들을 끌어들여 신전을 어지럽히고 성역마저 짓밟으려 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편 뮬베인 측의 성기사들은.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평생 속죄하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뮬베인과 크게 취급이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에야 뮬베인을 배신하고 성녀의 지시를 들었다곤 하지만, 니콜라이는 그런 것은 일절 참작해 주지 않았다.

참고로 자클린은 교황 측 성기사에게 둘러싸여 빈틈없이 보호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어째선지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긴 했지만 유릭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일을 겪었으니 무서울 만도 하겠지.’

그냥 무서운 경험을 했기에 떨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뮬베인이 잡혀가는 일련의 과정을 유릭은 모두 보았고.

“다 끝났군.”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었음을 알았다.

숲에서 도주한 마녀들을 추적하는 일이 남았긴 했지만, 그거야 유릭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자신은 이미 성국에서 할 일을 모두 끝마쳤다.

남은 건 교황에게 적절한 보상을 받고 떠나는 일뿐.

“……유안? 무사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때 마음이 통했는지 니콜라이와 눈이 마주쳤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를 보며 유릭도 웃어주었다.

방금까지 반란군들 앞에 염라대왕처럼 서 있던 저 노인은, 유릭의 눈엔 그저 황금 고블린과 같을 뿐이었다.

* * *

“유안! 다행이에요. 유안이 죽은 줄 알고 종자 씨가 얼마나 걱정하던지…….”

뒤처리를 다른 추기경에게 맡기고 유릭과 글렌, 그리고 니콜라이와 자클린은 따로 자리를 가졌다.

어찌 보면 이쪽이 가장 중요한 뒤처리였다.

“얘가 걱정을 했다구요? 드디어 해방이라고 기뻐 날뛴 것이 아니라?”

“그럴 리가요! 표정이 막 썩어들어가고 엄청 심란해하던데요.”

유릭이 가늘게 눈을 뜨곤 글렌을 바라보았다.

의심이 가득 담긴 시선에 글렌이 흥, 코웃음 쳤다.

“네놈한텐 갚아줘야 할 게 있는데 그게 아쉬워서 그랬다. 이기고 도망치는 건 난 절대 못 참아.”

“그럼 그렇지.”

유릭이 혀를 차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고, 그 모습을 자클린이 눈을 크게 뜨곤 바라보았다.

뭔가 아까 전이랑은 종자의 말투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애초에 주인에게 반말을 하는 종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정작 주인이 가만히 있으니 옆에서 지적하기도 뭐했다.

“자자, 이렇게 무사하여 정말 다행입니다. 피투성이로 쓰러진 모습을 보았을 땐 저도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답니다.”

니콜라이가 박수를 치며 화제를 돌렸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신호에 유릭이 입을 열었다.

“보상 말입니다만.”

“예, 말씀하시지요.”

교황에게 얻어낼 보상으론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루메나의 신력이 담긴 성물을 주시지요. 가능한 성역의 힘에 가까운 물건으로.”

“성물을요?”

니콜라이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건 혹시…… 동생분에게?”

“예.”

딱히 거짓말할 이유도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불도마뱀의 심장을 복용하는 일이 끝난 이상 유릭이 성국에서 얻어갈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돈이나 보석을 준다고 해봐야 감흥도 없고, 여타의 아티팩트 따위도 큰 쓸모가 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루메나 여신의 신력뿐.

‘확실히 도움이 되었으니.’

루메나의 신력은 도움이 된다.

자신의 몸으로 직접 그걸 확인했다.

로즈의 경우가 자신과 완전히 같진 않겠지만, 몸에 큰 부하가 걸린다는 점에선 똑같다.

거기에 루메나의 신력이 받쳐준다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

‘로즈가 4살짜리 몸이라는 게 걸리긴 하는데.’

치유할 틈도 없이 죽어버린다면 신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걸 모두 따지고 있을 틈은 없다.

지금은 어찌 됐든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대비하여 방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했다.

로즈가 한순간이나마 폭주하는 기운 속에서 살아남는다면, 그때 비로소 루메나의 신력은 큰 역할을 이루리라.

“알겠습니다. 다만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수준의 성물은 불가능합니다.”

“역사적 가치나 보물로서의 가치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신력만 가득 담겨 있으면 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흠…… 마침 딱 알맞은 게 있군요.”

이내 니콜라이가 떠올린 성물에 대해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면 본인과 추기경들을 포함해 수십의 고위 사제가 1년에 걸쳐 기도를 모으는 성물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딱히 신학적인 의미가 있는 그런 것은 아니고, 여차할 때를 위한 보험이라 하였다.

죽어선 안 되는 사람이 중상을 입었을 때 살리기 위한.

혹은 동맹국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고 양도하여, 금전적 이득과 함께 동맹을 강고히 하기 위한.

사실상 이 성국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마침 올해의 것이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금방 완성하여 드리죠.”

“그럼 사양 않고 받도록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이 나올 것 같아 유릭이 피식 웃었다.

조금 기다리는 정도야 일도 아니다.

어차피 잡화점도 처분해야 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니까.

“최상의 물건으로 준비해 드리죠. 성녀님, 괜찮으시다면 거들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성녀님께서 함께 기도를 올려주시면 훨씬 빠르게 완성될 겁니다.”

“예? 아, 저…… 그게…….”

“성녀님?”

니콜라이의 제안에 자클린의 눈이 허공을 방황했다.

유릭도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이 자리에서 그녀가 저러는 이유를 아는 것은 글렌 하나뿐이었다.

자클린의 눈이 잠시 방황하는가 싶더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침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교황은 약속대로 성물을 준비해 유릭에게 건넸다.

그건 은으로 된 고급스러운 촛대였다.

위에 초를 올리고 불을 붙이면 그 열기가 닿는 곳에 신력이 작용한다고 한다.

교황 휘하의 고위 사제단이 1년에 걸쳐 기도를 모은, 신력이 아주 가득 담겨 있는 물건이었다.

소모품이라는 사실만 제하면 한순간의 치유력만큼은 성역의 샘보다도 뛰어나 보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샘은 이 현세에 있는 성역의 샘을 말한다.

‘진짜’ 성역에 있는 샘에는 비할 바가 못 되긴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렇게 확신한 유릭은 제법 밝은 표정을 지었다.

성국에 올 때만 해도 불도마뱀의 심장을 제대로 복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는데, 생각보다도 성과가 좋았던 것이다.

생각지도 않고 있던 성물을 얻을 수 있었고, 중요한 심장의 복용도 천마 덕분에 더 뛰어난 성과를 얻었다.

“글렌. 너는 이 길로 가문에 돌아가 이 촛대를 전해줘.”

“제가 말입니까?”

다시 섀도우로서의 말투로 돌아온 글렌이었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 중요한 물건이니까.”

“제가 들고 도망가기라도 하면요.”

“이게 아무리 값져도 제국의 유산엔 비할 바가 안 될 텐데 네가 그러겠어?”

“씁.”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어 글렌이 얌전히 촛대가 든 상자를 받았다.

“나는 일단 남쪽으로 내려가려고. 적당할 때, 적당한 곳에서 다시 합류하는 걸로 하지. 내 위치는 13기사단을 통해 보낼 테니까.”

“알겠습니다.”

로스카의 13기사단은 대륙 전역에 고루 퍼져 있다.

물론 인력의 한계가 있으니 시골 마을에까지 모두 위치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륙의 주요 도시에는 대부분 거점을 꾸리고 있었다.

그걸 적절히 활용한다면 글렌과 합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당분간 혼자 다니시겠군요.”

“혼자긴. 얘가 있는데.”

“샤아!”

“……큭! 이 괭이 새끼가!”

유릭이 메르를 꺼내 들이대니 메르가 거침없이 글렌의 코를 할퀴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뺀 글렌이었으나 한줄기 생채기는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얘기했다.

“후우…… 도련님. 그 성질 사나운 고양이는 언젠간 반드시 버리셔야 할 겁니다.”

“나한테는 순한데 왜.”

“젠장.”

왜 나한테만.

글렌이 불평을 뱉으며 슥 코에 난 생채기를 문질렀다.

그도 일반인은 아니라 가느다란 생채기 정도야 그것만으로 금세 아물었다.

“그럼 몸조심하십시오. 여차하면 주변의 13기사단을 활용하시고, 또 그것도 있잖습니까. 그 뭐냐, 데릭 공자를 불러내는 마법이요.”

“초대의 비술 말이군.”

“예, 그거요. 그것도 아낌없이 활용하시지요.”

“그래 알았다. 너도 가는 길 조심하고.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그거?”

“걱정 마시죠.”

믿고만 있으라며 픽 웃고는 글렌이 떠나갔다.

유릭은 정말 오랜만에 혼자 남게 되었다.

잡화점도 이미 처분했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그도 곧 성국을 떠날 테지만.

‘작별 인사는 해야겠지.’

그전에 할 일이 있었다.

“자클린. 돌아와 있었군.”

“유안!”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잡화점은 이제 접었냐?”

자클린을 만나러 오니 멜딘도 함께였다.

두 사람은 평소와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은연중에 퍼져 있는 침울한 공기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잡화점은 팔았다. 아무리 낡은 잡화점이라도 반값에 넘긴다고 하니 살 사람이 줄을 서더군.”

“하, 하하하…… 그렇군요. 이제 떠나시는 거군요.”

“촛대도 받았으니까.”

동생을 위한 물건을 얻으러 왔다 했으니, 그걸 얻으면 떠나는 것이 정상이다.

자클린이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심란할 그녀에게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아 유릭이 쓰게 웃었다.

“글렌에게 다 들었어. 날 위해 성녀의 지위를 포기했다고.”

“그건…….”

일전에 교황과 함께 있을 때 자클린은 성녀의 지위를 잃었다고 자백했다.

당시에는 무슨 일인지 유릭은 알지 못했지만, 그날 저녁 글렌에게 들을 수 있었다.

자클린이 성녀의 지위를 잃은 것은 계시를 사칭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며, 그 거짓말은 유릭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 고백이 있은 후, 그녀는 루메나 교단에서 파문당했다.

“파문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죠. 교황님이 많이 배려해 주신 거예요.”

“그래?”

“원래라면 이단이나 불경죄 따위로 감옥에 갇혀도 이상하지 않은걸요.”

뭐 교단의 율법이나 징계에 대해 유릭은 잘 모른다.

그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하며 납득할 뿐.

유릭이 안주머니를 뒤져 손바닥만 한 무언가를 꺼내 자클린에게 건넸다.

“이건?”

“나를 의미하는 증명패다. 거기 그려져 있는 건 우리 가문의 문장에 내 표식을 더한 거야.”

“유안네 문장이요?”

자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알기로 유안 아드레이의 가문은 몰락한 가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가문의 문장을 주는 것인지…….

“파문을 당했으니 성국에서 살긴 힘들겠지. 북쪽으로 와라. 그걸 보여주면 뭐, 섭하게 대할 놈은 없을 거야.”

“유안?”

“네가 어떤 곤경에 처하더라도 반드시 힘이 되어줄 거다.”

유릭이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북쪽으로 오는 여정도 쉬운 일은 아니니 일단 가까운 곳의 도시로 가서 13기사단을 찾으라고.

그에게 패를 보여주고 호위와 여비를 부탁해 북쪽으로 거처를 옮기라고.

13기사단과 접선할 방법은 이미 적어두었기에, 유릭은 그 메모를 자클린의 손에 같이 넘겼다.

“예, 예?”

당최 무슨 설명인지 알지 못하는 자클린은 시종일관 눈만 깜빡였다.

이윽고 모든 설명이 끝나고.

“그럼 나중에 보자.”

유릭이 쓴웃음을 지으며 떠나갔다.

이젠 정말로 모든 할 일이 끝났다.

성국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갈 시간이다.

떠나가는 유릭의 뒷모습을 보며 자클린이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손에는 유릭이 남겨준 메모와 정체 모를 문장이 그려진 패가 남았을 뿐이었다.

“아!”

그때, 찡그린 눈으로 문장을 응시하던 멜딘이 기겁했다.

“멜딘?”

“이, 이거! 어디서 봤다 했더니, 로스카의 문장이야!”

“……!”

로스카.

대륙의 10대 가문의 하나이자 북부의 지배자. 강인한 얼음의 가문.

상상도 못 했던 이름에 자클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 순간 휘잉- 바람이 불었고.

“아앗!”

날아가려던 메모지를 황급히 잡아채던 그녀는 스스로 발이 걸려버려 주저앉아 버렸다.

‘아, 아드레이가 아니라 로스카?’

그 손에 들린 게 얼마만 한 보물인지, 그녀는 비로소 자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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