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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152화 (152/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152화

152화. 나 대신

“너네 아칸 맞지?”

“흐으으으읍!”

“응 그래, 맞다고? 여기 말고 다른 창고는 또 있냐? 이 마약 보관하고 있는 곳.”

“흐읍! 흐으브븝!”

“와씨 그렇게나 많아? 니들 진짜 이 도시 벗겨 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발터는 눈앞의 광경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렇게 귀엽고 기특했던 조카가 아무렇지 않게 고문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대체 무슨 수법을 쓰는 것인지 콕콕 찌르기만 하면 자지러져라 비명을 지르는데, 정작 유릭 본인은 태연히 메모나 하고 있다.

“저…… 유릭? 정말로 알아듣고는 있는 거니? 그냥 비명 소리로밖에 안 들리는데.”

“그럼요. 한두 번 해본 일도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이런 걸 몇 번이나 해봤다고?”

고문은 전문 기술자가 따로 있을 정도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걸 가문의 귀공자인 유릭이 이렇듯 능숙하게 하고 있다니?

발터조차도 제대로 된 고문은 별로 해본 적이 없어 13기사단에 맡기는 게 전부였는데.

“잠깐 앉아서 기다리고 계세요. 금방 끝낼 테니까.”

잡아놓은 술사들을 한 번씩 찌르고 다니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도중에 위층에서 전투 중이던 1기사단의 기사들이 포로를 더 추가했다.

그놈들까지 한 번씩 찔러보니 정보가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허…….”

“정말 그, 도련님 맞습니까?”

“그래, 맞다. 그러니 너희 어디 가서 입조심해라.”

부관과 기사들의 벙찐 반응에 발터가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행여나 유릭이 고문이 취미라든가 하는 헛소문이 퍼졌다간 그다지 좋은 꼴은 보지 못할 테니.

“이 정도면 얼추 됐네.”

한편 만족할 만큼 정보를 뽑아냈는지 유릭이 탁탁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그가 지풍을 쏴 마지막으로 꿈틀거리던 놈을 픽 기절시켰다.

“어떻게 됐니, 유릭?”

“생각대로 아칸 놈들이 맞고 필리페의 직속 부하라고 하네요. 여기 말고 다른 창고도 여럿 있다는데 그냥 용돈 벌이 수준이 아닌 것 같아요.”

“으음…… 확실히, 내 지인도 무서울 정도로 퍼지고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했었지.”

“근데 무슨 약인데 그래요? 단순히 효과가 강력한 마약일 뿐입니까?”

“조금 특이한 놈이야. 마나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더군.”

“마나를?”

유릭의 귀가 솔깃해졌다.

“여러 재료를 배합해서 만들어지는 모양인데, 가장 주가 되는 재료가 렉사나라는 이름의 풀이란다. 감각을, 특히 시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준다는 환각초지. 약 이름도 똑같이 렉사나라고 하더구나.”

“마나를 볼 수 있다면 수련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 점 때문에 보통은 약물에 내성이 좀 있는 기사나 마법사들도 속수무책으로 홀리고 있다고 하더군.”

마나 사용자들에겐 희끄무레하게만 느껴지던 마나가 확실히 보이는 것에서 해방감과 닮은 감각을.

일반인들에겐 마나라는 특별한 에너지를 체감시켜 주어 근거 없는 전능감을.

어느 쪽이든 약 자체의 강렬한 쾌감과 의존성을 동반하다 보니, 기존의 마약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상품으로 치면 확실히 상등품이긴 하다.

“벨파스트에는 몇 종류의 마약이 알게 모르게 돌고 있었지. 밤의 조직들의 이권 다툼도 치열했고 말야. 그것이 렉사나가 등장한 이후 깡그리 사라졌다 하는구나.”

“상품성으로도 상대가 안 되고, 힘으로도 필리페에게 당해낼 리 없으니 기존 조직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은 기분이겠군요.”

“그놈들을 동정하는 건 아니지만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야. 결국 더 강한 의존성을 가진 약이 돌게 되었단 뜻이니까.”

벨파스트에 있어선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닐 터.

“그 정도라면 고발도 쉽겠어요.”

“벨스 가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지. 어쩌면 필리페가 수작을 부리는 것까지도 알고 있을지 몰라. 증거를 잡지 못했을 뿐.”

아칸의 정예 술사들이 마음먹고 도망친다면 벨스 가가 잡을 수 있을 리 없다.

골든하트가 10대 가문 중 하나라곤 하지만 근본은 상인의 가문.

심지어 골든하트의 일원 중 하나일 뿐인 벨스 가의 무력이 아칸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벨스 가에선 사냥개를 찾고 있겠군.’

눈엣가시 같은 아칸을 물어뜯을 성능 좋은 사냥개를.

“체르 경. 경비대는 불렀습니까?”

유릭이 발터의 부관을 불렀다.

“아, 예. 이미 연락해 놓았으니 곧 올 겁니다, 도련님.”

그러나 조금 후 돌아온 기사는 혼자였다.

그가 곤란한 얼굴로 체르에게 귓속말을 하자 체르가 눈을 찡그렸다.

“단장님. 경비대가 이상한 꼬투리나 잡으며 묘하게 미적거리고 있다고 합니다만.”

“뭐 흔한 일이군. 돈이라도 먹여 놓은 거겠지.”

발터는 간단히 납득하면서도 얼굴을 찌푸렸다.

이렇게 된 이상 벨스 가에 직접 타진해 보는 수밖에 없나.

그때 유릭이 품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더니 체르에게 휙 던졌다.

“도련님? 이건 뭡니까?”

“그거 가져가서 다시 신고해 보시죠.”

체르가 눈을 깜빡이며 손에 들린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작달막한 그것은 일종의 훈장과 같이 생긴 것이었다.

그곳엔 유릭 로스카란 이름과 함께.

‘스카디의 문장이잖아?’

스카디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벨스 가와 마찬가지로 골든하트의 일원 중 하나인 왕국.

“그거면 돈을 먹었든 뭐든 부리나케 뛰어올 겁니다. 처음부터 들려 보낼 걸 그랬네.”

과거 미레유 왕비에게 받은 훈장.

골든하트의 영역이라면 어디서든 최고 귀빈으로 취급받을 것이라던 그 물건이었다.

* * *

아니나 다를까 경비대는 숨을 헐떡이며 황급히 달려와 상황을 정리했다.

현장을 보존하고, 일어난 일을 물어보고, 그리고 기절한 아칸의 술사들을 모조리 끌고 갔다.

그 모든 것이 일개 조장급이 아닌 경비대장이 직접 찾아와 지휘한 것이었다.

“협력 감사드립니다, 로스카 공! 덕분에 도시의 치안이 지켜질 수 있었습니다!”

“아뇨,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마약은 용서할 수 없잖아요? 그쵸?”

“물론입니다!”

“근데 처음엔 왜 안 왔어요?”

“예, 예?”

“마약 창고를 발견했다고 분명히 신고가 들어갔을 텐데 왜 안 왔죠?”

“그, 그건 이곳 담당이…… 그러니까 부하가…….”

쩔쩔매는 경비대장과 그 앞의 유릭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체르가 중얼거렸다.

“어째 단장님보다 더 능력 있는 것 같습니다?”

“뭐야?”

“이 정보를 물어온 것도 도련님이고 먼저 내려가 증거를 확보한 것도 도련님이고 경비대 꽁지에 불을 붙인 것도 도련님 아닙니까.”

“그건 맞는데…… 끄응.”

능력 있는 조카의 모습이 물론 기쁘긴 하지만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하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뭔가 뛰어난 아들을 가진 아버지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들의 성장이 기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넘어야 할 벽이 되어주고 싶은 기분.

그러나 결국 마지막까지 발터가 나설 일은 없었다.

“잘 처리해 주겠다고 합니다. 벨스 가에도 보고한다는군요.”

“그러냐?”

유릭의 선에서 모두 마무리되었다.

뒤는 경비대에게 맡기고 유릭 일행이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경비대로부터 정식 공표가 있었다.

안 쓰는 낡은 창고에 사고로 화재가 났다는 발표였다.

“화재라구요?”

“그래. 예감이 좋지 않은데…… 일단 현장에 가보자꾸나.”

발터의 재촉에 유릭이 일어나 현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찾아가 본 현장에는.

“…….”

낡긴 해도 우뚝 서 있던 창고 건물이, 모조리 탄 채로 시꺼먼 재가 된 것이 보였다.

“유릭. 혹시나 해서 묻는 거다만 불씨라도 남겨두고 왔니?”

“그럴 리가요. 그런 게 남아 있었다면 무조건 눈치챘을 겁니다.”

낡은 건물이라 불이 붙기 쉬운 환경이었고, 증거품인 렉사나 역시 불을 놓으면 활활 타는 물건이다.

그런 만큼 유릭은 불씨가 남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를 기울였다.

절대 실수로 남았거나 그랬을 리가 없다.

애초에 설령 불씨가 남았다고 해도 경비대가 현장 보존을 위해 지키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타버릴 리가 없지 않은가?

“잘 지키고 있어라! 쥐새끼 한 마리 들어오지 못하게 해!”

마침 화재 현장을 살피며 지휘를 하는 경비대장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어쩐 일인지 물어보니.

“발표대로다, 유릭 로스카. 더 말해줄 건 없으니 그만 꺼지도록. 방해한다면 죄인으로 간주하고 체포하겠다.”

어젯밤 굽신거리던 것이 거짓말처럼 빳빳해진 경비대장이 있었다.

턱을 치켜들고 흡사 범죄자라도 보는 것마냥 유릭을 내려다본다.

“……어제랑은 꽤나 다른 모습인데 무슨 일이 있었죠?”

“흥. 그만 꺼져.”

이 이상 말도 하기 싫다는 듯한 태도.

“…….”

경비대장의 태도 변화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자신이 스카디 왕국의 훈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런 태도란 것은, 그 이상의 영향력이 뒤에 있다는 뜻.

이 벨파스트에서 그런 이는 하나밖에 없었다.

안토니 섀일던 벨스.

벨파스트의 시장이자 벨스 가의 가주. 이 도시의 지배자인 남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는데.’

그 낮은 가능성이 들어맞았다.

필리페와 벨스 가는 한패였다.

* * *

“7번 창고는 모조리 불태웠습니다. 안에 있던 약은 모두 건져 오진 못했고, 급하게 챙길 수 있는 만큼만 챙겨 숨겨놨습니다.”

“아칸의 수하들은?”

“적당히 심문하는 시늉을 낸 후 차례차례 석방할 예정입니다.”

“킥킥킥, 잘했다, 잘했어. 물러가거라.”

작은 키의 남자가 짝짝짝짝 박수를 치며 키득거렸다.

침까지 튀겨가며 좋아하는 그 모습은 작은 키와 어우러져 철없는 어린애처럼만 보였다.

하지만 아니다.

그야말로 벨파스트를 지배하는 지배자.

벨스 가의 가주인 안토니였다.

“실례했습니다.”

그에게 보고하던 수하가 깊이 고개를 숙이더니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토니가 빙글 의자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수하의 위치에선 볼 수 없는 그 장소엔 픽 웃고 있는 필리페가 앉아 있었다.

“고맙군, 안토니. 괜한 신경을 쓰게 했어.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됐네, 됐어. 같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 동업자의 고충은 최대한 들어줘야지.”

필리페는 렉사나라는 마약을 가져와 벨파스트 내의 거의 모든 마약 조직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무리 그가 아칸이라는 간판을 가지고 있다지만 단기간에 해내기엔 지나치게 대단한 일.

안토니의 협력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일이었다.

“이제야 좀 분쟁이 끝나고 안정을 찾는가 했는데 이렇게 방해가 들어와 버렸구만.”

안토니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심했다.

도시의 지배자인 그가 스스로의 도시에 마약을 푼 이유는 하나였다.

통제가 되지 않는 다른 마약 조직들을 모조리 쫓아버리고 통제가 가능한 자를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보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자신과는 조금도 연관이 없는 조직들이 목돈을 챙겨가는 것이 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그가 해왔던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시장을 점유하는 기존의 공급자를 온갖 수단으로 쫓아버리고, 그 시장을 온전히 장악하는 것.

그렇게 그는 재산을 불리고, 가문을 키우고, 그리고 도시를 키웠다.

이 찬란한 도시는 셀 수 없는 눈물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였다.

“그나저나 로스카라니 또 대단한 이름이 납셨구만.”

“넥타르를 노리고 온 거겠지.”

“안됐군, 안됐어. 멀리서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으니.”

안토니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 침을 흘리며 킬킬대고 있었다.

그 광인과 같은 모습 앞에 필리페는 조용히 찻잔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예정대로만 된다면 넥타르는 내 것이다.’

경매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넥타르의 행방은 내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와 안토니 사이에선 뒷거래가 오간 상황.

자신이 경매에서 할 일은 느긋하게 경쟁자들보다 상위 입찰을 부르는 일뿐이다.

실제로 그만한 돈이 없어도 상관없다.

지불 능력을 확인하는 것은 결국 주최 측이고, 그 주최 측이 그의 편인데 무엇이 걱정인가.

사실 렉사나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흐름 자체가 넥타르의 대가로 그가 안토니에게 지불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즉.

“사업이 좀 삐끗하는 것 같으면 우리 거래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

방해가 들어오는 건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안토니의 은근한 말투에 필리페는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장사치 놈. 어떻게 굴러도 지는 손해는 안 본다 이건가?’

마약 사업이 실패해도 안토니의 입장에선 옛날로 돌아갈 뿐이다.

또 새로운 조직이 새로운 약을 들고 와 적당히 장사를 하고 상납금을 올리겠지.

반면 필리페는 실패하면 렉사나의 연구 비용과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자원을 모조리 날리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넥타르.’

그에겐 넥타르가 필요했다.

사업이 실패하면 안토니는 절대 넥타르를 내어주지 않겠지.

당초 예정대로 평범히 경매에 부칠 것이고, 마약 사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필리페는 절대 경매에서 이길 수 없다.

렉사나의 이익금은 대부분이 안토니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필리페의 주머니 사정은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걱정 마라. 로스카는 이쪽에서 처리할 테니까.”

욕이 나오는 속내를 감추며 그가 온화한 미소로 얘기했다.

“그래그래. 잘하라고 공자 나으리.”

키득거리는 안토니를 두고 필리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오는 그의 얼굴엔 짙은 불쾌감이 머물러 있었다.

‘유릭 로스카.’

재스민이 관심을 보이는 것만 해도 충분히 죽을죄이거늘, 자신의 앞길까지 방해하고 나서다니.

‘일단은 그놈부터 처리해야겠군.’

다행히 놈의 신분과 존재는 훤히 드러나 있다.

발을 묶는 것도, 압력을 가하는 것도, 여차하면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그에겐 그럴 자신이 있었다.

* * *

발터는 굉장히 머리가 아픈 표정이었다.

필리페와 안토니가 이미 손을 잡고 있다니?

그의 입장에선 불안한 상상밖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고발이나 외부의 힘을 빌리는 길은 없어졌군요.”

“어떡할 거니, 유릭?”

“글쎄요.”

유릭이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 첫수를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외부의 힘을 빌릴 수 없다면 저희끼리 해야겠죠.”

“가능할까? 여긴 벨파스트고 적은 벨스 가다. 우리의 신분도 훤히 노출되어 있으니 뭐만 해도 방해가 들어올 거야.”

“도시에 없는 유령 같은 존재면 됩니다.”

“-? 무슨 소리니?”

뜬금없는 소리에 발터가 얼굴에 의문을 띄웠다.

대답 대신 유릭은 손을 들었다.

그 손에서 <프로미넌스>의 붉은 불꽃이 피어올라.

쩌-엉!

허공을 강하게 그었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열리며 눈에 익은 사내가 툭 떨어져 내렸다.

데릭이었다.

“어…… 오랜만이군, 유릭.”

잠시 어리둥절한 데릭은 이내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 차분히 일어섰다.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인 발터의 눈이 크게 뜨였으나, 이내 그가 깨달았다는 듯 얘기했다.

“그렇지! 데릭이라면 출입 기록도 없으니 유령 같은 존재나 다름없다는 얘기구나!”

“비슷한데 조금 달라요.”

그러나 유릭은 고개를 저었다.

상황을 몰라 갸웃거리고 있는 데릭에게 그가 얘기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한데, 나 대신 나인 척 좀 해주라.”

유령이 되는 건 데릭이 아니라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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