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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문의 검신급 소가주가 되었다-45화 (45/134)

45화<제가(1)> ─ 무료 마지막

“저들은...?”

“소가주 경합이 끝났다나 봐. 봉위대와 경합 참가자들이라는데.”

“경사로군. 드디어 본가에도 소가주가 탄생하는 걸까.”

“아직 앳된 구석이 남아 있긴 하지만 다들 헌앙해. 가문의 미래가 밝군. 마음이 놓여.”

“그래서, 누가 경합의 승자래?”

“그건 아직 몰라. 이제 막 들어왔는걸. 그래도 곧 밝혀지겠지. 저기 봐. 총관부에서 사람이 나왔잖아.”

“그나저나 저 사내는 누구지?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엄청난 미모네. 순간 말을 잊었어.”

“그러니깐. 생김새만으로는 소가주감인데. 홀로 빛이 나는 것 같아.”

“세상에. 사람이 어찌 저렇게 생겼담? 만약 저분이 소가주시라면, 당장 암왕전 시비로 자원해야겠어.”

“정신 차려. 이것들아. 너희한테 눈길이나 주겠니? 당장 외모부터가 천양지차인데....”

당가의 가솔들이 연신 수군댔다. 가문으로 귀환한 당연명 일행을 보면서다. 구경 나온 인파가 제법이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이중에 새로운 소가주가 될 인물이 있지 않나. 그게 누구냐에 따라서, 당가의 세력 판도가 확연히 바뀔 수 있다. 특히 이번 경합에 혈육이나 제자를 출전시킨 이들은 애가 달아 있었다.

“소아는, 우리 소아는 어디 있지?”

“저기 보여요! 키가 조금 컸는데 얼굴이 어렸을 적 그대로야.”

“다행이다. 죽은 이도 더러 있다고 들었는데...!”

“부총관 어르신. 저기 정일 도련님이 계십니다. 표정이 밝은 것이 무언가 좋은 결과가 있는 듯한데, 혹시...?”

“쉿. 확실한 게 없는데 괜히 기대하게 만들지 마라.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큰 법이거늘.”

아는 얼굴을 발견한 이들은 안도하거나 신이 나서 떠들었고, 몇몇은 심각한 얼굴로 몇 번이고 당연명 일행의 면면을 훑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일행에게 가까이 다가서지는 못했는데, 경합 참가자들을 둘러싼 봉위대 무사들이 접근을 불허하듯 삼엄한 기세를 흘려대고 있었던 까닭이다.

‘오는 길은 평탄했군.’

주변의 말소리를 흘려들으며 당연명이 생각했다. 물론 공동산으로부터 당가가 있는 성도까지 오는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긴 했다. 일행 모두 도검류를 패용하고 있지 않은 탓에 단순 장사치로 보인 것인지 도적 떼들이 급습하기도 했고, 객잔에서 삼류 잡배로 보이는 사파 무인들이 죽을 자리를 찾는 것인지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 모두가 봉위대 선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었다.

‘어머니.’

당연명은 모친을 떠올렸다. 달라진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시겠지. 당신의 아들임을 의심하실 지도 모른다. 그만큼 경합에 참가하기 전과 지금 당연명의 모습 간에는 크나큰 간극이 있었으니. 낯설어할지언정 싫어하지는 않으시겠지.

경합이 끝나고 돌아왔음을 알리자 가장 먼저 달려 나온 것은 가문의 대소사를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총관부였다. 당정일의 아비이자 부총관인 당부윤이 총관부의 인물들 몇몇을 이끌고 나왔다.

그중 한 중년 사내를 슬쩍 가리키며 당유리가 속닥였다.

“저기, 우리 아버지셔.”

“벌써 청탁하는 거야? 부친을 잘 봐달라고?”

“...그런 의도가 없진 않지. 누구한테도 줄을 서지 않아서 총관부에서도 계속 잡무만 맡고 계시니까.”

당연명의 장난스런 응대에 당유리는 쓰게 웃으며 답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부친은 장로원이 권세를 잡고 나서 계속해서 한직으로만 밀려나는 중이었다. 어느 장로와도 연이 없는 까닭이다.

‘나쁘지 않지. 능력만 있다면.’

당연명은 당유리의 부친을 흘끗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을 떠올렸다. 어차피 소가주가 되어 실권을 잡게 되면 당연히 가문의 기존 핵심 인원들을 갈아치울 필요가 있었다. 장로원이 가문을 쥐고 흔들 때 요직에 앉아있던 이들이다. 어떻게든 장로들과 끈이 닿아 있다는 의미다. 차후 그가 실권을 휘두르려 할 때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 넣어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나았다.

다만 기용할 만한 인물이 충분히 있느냐가 문제였는데....

‘둘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

당연명은 당이전과 당미려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벗이 되어버린 둘. 그들 역시 크건 작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을 공산이 컸다. 소가주 경합에 참가할 정도의 역량을 어려서부터 갖추려면 다른 이의 조력 없이는 거의 불가능했으므로.

실제로 경합에 참가한 대다수의 소년소녀들이 가문 내 유력인사들의 혈육이거나 제자였다.

‘당이전은 약왕당과 관련이 있는 것 같고, 미려는....’

당연명이 잠시 상념에 빠져 있을 때였다.

“고생들 많았네. 봉위대, 그리고 제갈가의 분들도.”

머리가 막 희끗희끗해지는 중년 사내가 말을 건네면서 다가왔다. 부총관 당부윤을 비롯한 총관부 인물들이 그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학사 차림의 그가 바로 당가 총관부의 수장, 당기삼이었다.

그제야 봉위대 무사들도 삼엄한 기세를 풀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길을 터주었다.

“강녕하셨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갈창신이 앞으로 나서며 인사했다. 둘은 이미 안면이 있는 듯했다.

“자넨 여전하이. 나는 이렇게 흰머리가 늘었는데 말일세. 아무튼 본가를 위해 제갈가가 힘써 준 것을 잊지 않겠네. 덕분에 별 탈 없이 경합이 마무리된 듯하군.”

“아직 정정하신 분이 왜 그러십니까. 그리고 마땅히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왔을 뿐입니다. 양가가 서로의 일을 제일처럼 도운 것이 벌써 꽤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군. 사실 무량전주를 포함해 진법 고수 칠인이면 제갈가에서도 상당한 전력이 아닌가. 그런데 몇 년이나 파견을 해주었으니 은혜가 맞지. 특히 칠쇄환궁진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본가의 후기지수들을 보낼 수 있었다네. 파훼가 극히 어려운 희대의 절진 아닌가.”

“.......”

그 절진을 손쉽게 파훼한 장본인이 옆에 있었기에 제갈창신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딱히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던 듯 총관 당기삼이 말을 이었다.

“그럼 장로원으로 가지. 장로들께는 따로 기별을 넣었으니 지금쯤 자리하고 계실 걸세. 경합 참가자들 전원과 제갈가 분들은 나를 따라오시게. 봉위대는 이만 해산하여 쉬어도 좋네. 다년간의 임무에 이어 본가까지 참가자들을 호위하기도 했으니 피로가 쌓였을 것 아닌가.”

그렇게 말한 뒤 당기삼은 몸을 돌려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들이 따라오리라 생각하면서.

그러나.

“저희는 해산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소가주 경합은 암독전의 소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음? 자넨...?”

“봉위대 당원진입니다. 임시로 대주를 맡고 있지요.”

“그래. 당원진. 지금 무슨 얘기를 하려던 건가?”

다시금 몸을 돌린 당기삼이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며 물었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여기서 소관을 운운한다는 것은 장로원으로 가지 않겠다는 뜻임을 능히 짐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그가 한 번 해산을 명했는데 거역하기까지 한다.

아니나 다를까.

당원진이 말했다.

“장로원이 아니라 가주전인 암독전으로 가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미 대장로 어르신을 위시한 다섯 장로 분들이 모두 장로원에 모여 있을 걸세. 경합의 결과를 보고하고 그 과정이 공정했음을 말씀드리는 게 마땅한 순서 아니겠나? 가문의 가장 큰 어르신들일진대.”

“예법을 말씀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저는 원칙을 말하고 있습니다만.”

“어허! 나랑 지금 말장난을 하자는 겐가?”

당기삼이 호통을 쳤다. 그의 얼굴은 노기로 인해 조금 붉어져 있었다. 가문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총관부의 수장인 그가 명했는데 따르지 않다니, 그것도 수많은 가솔들과 외인인 제갈가의 인물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봉위대는 좋은 말로 할 때 해산토록 하게. 경합이 끝났으니 더 이상 핑계거리도 없을 터. 마지막 경고일세.”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기삼은 봉위대를 어찌할 무력이 없었다. 총관부라고 해서 무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때 소가주를 호위하던 봉위대는 당시에도 재능 있는 이들로 꾸려졌었다. 마광천과의 일전으로 당가의 고수들 대부분이 죽어나갈 때에도, 소가주를 지키기 위해 남았던 봉위대는 상당수가 살아남았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지금은 봉위대 개개인이 암왕대나 독왕대를 웃도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상 당가에서도 단일 무력대로는 손꼽히는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당기삼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항명죄로 다스리겠네.”

그 말에 주변에서 숨죽이고 있던 가솔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항명죄라니?

명가라 불리는 곳이 대개 그렇듯, 당가 역시 가주를 중심으로 한 상명하복 체계가 뚜렷했다. 가주의 명이 곧 법인 셈이다. 다만, 현 당가는 가주 및 소가주의 자리가 공석이었으므로 장로원이 가주를 대행하여 위세를 휘두르고 있었다.

장로원의 다섯 장로들은 가문의 수뇌부를 자신들의 사람으로 채운 후에, 그들에게 한 가지 특권을 부여했다. 바로 긴급한 사안일 경우 명을 따르지 않는 이를 엄벌에 처할 수 있는 권한─ 항명죄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그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장로원이 가문의 실세로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당연히 반감을 가진 이들이 속출했다. 소가주인 독봉 당지혜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장로들이 나서서 권세를 휘두르는 것이냐면서.

그들은 장로원의 행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기 일쑤였고, 장로원은 그런 그들을 항명죄라 하여 엄히 다스렸다. 장로들은 마광천과의 혈전 이후 살아남은 무력대를 갈라 자신들의 직속으로 삼고, 직접 가르침까지 베풀어가며 충성심을 공고히 해둔 바가 있었다. 항명죄를 다스릴 때는 이 다섯 장로의 무력대가 모조리 나서서 대상을 제압하는데, 당해낼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즉, 지금 당기삼은 장로원의 권세를 빌려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으음.’

상대가 이 정도로 강경하게 나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당원진은 슬쩍 당연명의 눈치를 봤다. 사실 당원진이 이리 나선 것은 독단이 아니었다. 성도에 도착하기 전, 봉위대의 새로운 주인이 미리 지시를 했던 것이다. 가문에 들어선 이후 장로원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아니나 다를까. 과연 총관부에서는 구렁이 담 넘듯 그들을 장로원으로 넘기려 했고, 대비하고 있던 당원진은 원칙을 내세우며 암독전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항명죄로 다스리겠다는 총관의 말에는 당원진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봉위대의 전력이 막강하다고 해도 다섯 장로들의 직속 무력대가 모두 나선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는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당연명의 힘이 되어야 할 봉위대가 제압되어 투옥되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그렇게 당원진이 난처한 기색을 보일 때였다.

“항명죄라.... 소가주에게 명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본가에 있습니까?”

“자넨 또 누구지? 그 정도 용모라면 기억에 없을 리가 없는데.”

연배를 보아선 봉위대는 아니고, 경합 참가자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당기삼에게 미형의 청년이 천천히 힘주어 말한다.

“저는 본가 소가주 경합, 그 최종 승자인 당연명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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