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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문의 검신급 소가주가 되었다-47화 (47/134)

< 47화<제가(3)> >

과앙!!!

나름대로 순화한 당기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굉음과 함께 자단목 탁자가 여러 갈래로 쪄저적 갈라졌다. 다섯 장로가 모두 노기를 터뜨리며 탁자를 내리친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이 대단했다.

그 광경을 코앞에서 지켜보며 총관 당기삼은 마른침을 삼켰다. 과연 본가 최고수들이시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로구나!"

"제 놈이 벌써 소가주라도 된 양 행동하는군."

"어미인 독봉이라 해도 우리 앞에서는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거늘一"

"약관도 되지 않았다고 들었건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건방지기가 하늘을 찌른다...!"

"총관은 앞장서게! 당장 놈의 상판을 봐야겠으니."

다섯 장로들이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한 마디씩 짓씹듯 내뱉는 모습이 몹시 분개하는 듯했지만 당기삼은 그들의 눈빛이 더없이 냉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시 말해 지금 이 행동은 계산된 것이라는 의미다.

하기야 장로들은 당가의 권세를 자그마치 십 년이 넘게 휘둘러온 인물들이다. 이런 방면으로는 도가 텄다. 경합에서 우승했을지언정

당연명이 보인 태도를 문제 삼아 소가주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었다.

이미 전례도 있지 않은가. 당연명의 어미인 독봉 당지혜 역시 그렇게 소가주 자리에서 물러나 쥐죽은 듯 살아왔으니.

'모자가 닮은꼴이 되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당기삼은 문을 열었다. 곧 다섯 장로들이 밖으로 나섰다.

나서자마자 불현듯 삼장로 당석형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파룡 대주."

"예.,,

놀랍게도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곧 한 사내가 소리 없이 나타나 당석형의 앞에 부복했다. 삼장로 직속 무력대인 파롱대를 이끄

는 당계중이었다. 평상시에는 그 혼자서 삼장로 당석형의 곁에 은신하며 호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파룡대(破龍隊)를 이끌고 뒤를 따라라. 암독전으로 갈 참이니."

"존명."

당계중은 조금 더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흐릿하게 사라졌다. 실로 귀신같은 신법.

다른 장로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각기 직속 무력대를 호출했다.

대장로 당석중은 준령대(俊令隊)를,

이장로 당명신은 건정대(乾靜隊)를,

사장로 당지룡은 독검대(毒劍隊)를,

오장로 당명후는 암량대(暗備隊)를.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의 기척으로 장로원 전체가 들썩였다. 모시는 장로들로부터 소집령을 받은 무인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한 까닭이다. 하나같이 잘 연마된 무인답게, 준엄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구름처럼 모여드는 군세가 어마어마했다. 장로원 인근을 오고가는 가솔들이 어디 전쟁이라도 하러 가는 거냐며 불안한 눈초리로 떠들어 댔다.

'이만한 인원이 모였으니 놈도 별 도리가 없겠지. 그러게 왜 장로들을 자극해서는...:

차라리 고분고분 숙이고 들어왔다면 기히가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어리석은 녀석一 총관 당기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다섯장로들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편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연명의 기운에 심장이 움츠러들었던 감각이 아직 선명했던 까닭에.

****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당원진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일단은 당면한 것부터 처리하고 나서 얘기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당연명은 당원진이 모친에 대한 것을 물어보려 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기에 그가 말을 꺼내려는 기색이 보이자마자 끊었다. 당연히 감회가 있을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들을 죄인이라 소개했던 봉위대 아닌가. 모친인 독봉에 대한 아련한 미안함 같은 것이남아 있을 테지.

주인인 당연명의 입으로 직접 확인받고 싶을 터였다. 독봉과의 관계를.

그러나 당연명은 아직 그렇게 소회를 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예상대로라면 곧 장로원에서 들고 일어날 테니까.

총관이 항명죄 운운했던 만큼,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 십중팔구는 무력대를 동원해서 일촉즉발의 흉흉한 분위기를

조장하리라. 어떻게든 경합에서 승리한 당연명을 소가주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면, 갈등을 빚어 힘으로 찍어 눌러야 했으니까.

'아마 지금쯤 잘됐다고 여길지도.'

아직 어린 탓에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수한 것이라 생각할지도 몰랐다. 모친의 일도 있으니 감정을 앞세워 행동한 것이라고 말이다.

당연명은 실소했다.

장로들은 알까?

그들의 무력시위로 인해 가문의 이목이 모두 쓸리고, 무슨 일이건 공론화하기 좋은 장을 만드는 게 목표였음을 말이다. 절차대로 해서야 소가주에 오르는데 장로원에서 사사건건 훼방을 놓을 거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럴 바에야 초장에 방해되는 것들을 정리해버 리는 게 나을 터다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익숙한 현판이 보였다.

암독지왕 사천제일(暗毒之조 四川第一)

여전히 용사비등한 필체였다.

당연명은 묘한 감흥을 느끼며 전각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시선이 꽂힌다. 아직 그들의 귀환 소식이

암독전까지는 닿지 않았던 것일까. 경계의 눈초리다.

"누구… 음? 설마, 원진 형님?"

암왕대로 보이는 무사 하나가 당원진을 알아보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암왕대나 독왕대 무사들도 각자 아는 이의 이름을

하나둘 불렀다. 같은 암독전 소속이니 서로 교류가 있던 이들이 제법 많았다. 이름이 불린 봉위대 무사들의 눈에도 반가움이 어렸다.

"대주를 불러. 봉위대가 왔다."

"봉위대? 소가주 경합이 벌써 끝난 건가? 아직 시일이 남은 것으로 아는데."

"마지막 과정이 일찍 끝난 모양이지. 저기 좀 자랐지만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 경합 참가자들이 분명하다."

"한데 처음 보는 얼굴도 있군...? 저자는 누구지? 생김새가 비범하기 짝이 없는데."

"누가 승자일까. 하나같이 헌앙하게 자라서 짐작하기가 쉽지 않아."

"본가에도 드디어 소가주가 탄생하는 건가."

암왕대와 독왕대의 무사들이 수군대는 와중에, 전각 안에서 나오는 두 사내가 있었다.

암왕대주 당적휘와 독왕대주 당지혁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독왕대주였다.

"문찬아. 이 녀석...!"

참가자들 틈에서 아들인 당문찬을 발견한 것이었다. 팔이 온전치 못한 녀석을 경합에 내보내고 한동안 염려를 놓지 못했었다. 소가주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되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쳐오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까닭이다. 무를 수만 있다면 경합 참가를 무르고 싶었지만, 소가주 경합은 일단 참가가 확정되면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취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지혁은 이 순간 무탈하게 살아 돌아온 아들을 기특하게 여겼다. 표정으로 보아 경합에서 승리하지 못했음은 짐작이 갔지만,

어차피 경합의 승자는 단 한 명이다. 다른 쟁쟁한 참가자들도 많았으니 탈락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장로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자들 중에 최종 승자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당지혁이었다.

한편 당문찬은 쏟아지는 시선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도 수년 만에 보는 부친이 반갑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아. 마주쳤다.'

당문찬은 당연명과 눈이 마주쳤음을 깨달았다. 그를 알아본 것일까. 순간 당연명의 눈에 이채가 도는 것을 분명 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당연명은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

당문찬은 더욱 비참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원한을 되새기며 어떻게든 복수해주겠다 다짐하긴 했지만, 과연 어떻게? 당연명은 그의 손이 닿기엔 너무도 높은 곳에 있었다. 무위도 그렇고, 이제 정식으로 소가주가 되어버리면 독왕대주인 부친의 위세로도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존귀한 신분이 된다. 아니, 그렇게 되면 오히려 부친의 자리가 보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기대해볼 만한 것은 장로원이었는데, 당문찬은 왠지 다섯 장로들이라 해도 당연명을 어찌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렇듯 당문찬이 온갖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당연명은 그에게는 조금도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독왕대주의 말에 그가 옛 악연임을 알아차렸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그때 엮인 다른 악연이랄 수 있는 당정일 또한 지금은 나쁘지 않은 관계였다. 오히려 곧 있을 일의 조력자라고 볼 수 있겠지. 어릴 적의 원한은 당시에 '적당히' 응징하는 것으로 모두 청산했다고 여기는 당연명이었다.

물론 당영령처럼 새롭게 악의를 품고 다가온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지만.

어쨌건 당연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주."

"누구...?"

암왕대주 당적휘는 미형의 청년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자 살짝 당황했다. 오랜만이라니?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나? 그보다 연배로보아 경합 참가자인 것 같은데....

문득, 당적휘는 청년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금방 알아차렸다. 그가 몰래 사모해온 한 여인과 닮아있었던 것이다.

"...설마, 연명이냐?"

"알아보시는군요."

당연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당적휘가 바로 가까이 다가와 손을 마주잡았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신법까지 펼치는 모습에서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그 꼬맹이가 불과 삼 년 만에 이렇게 휜질한 장부가 되다니. 게다가 얼굴은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이지?환골탈태를 했다 해도 믿겠다."

"대주께선 제가 누구의 핏줄인지 잊으셨습니까?"

"뭐? 하하하, 그렇지. 이제 보니 독봉 누님을 완전히 빼다 박은 듯한 얼굴이구나. 정말로 잘 자랐다."

"어머니는 별고 없으신지...?"

"누님이야 무슨 일이 있겠느냐. 네가 오기만을 오매불망하실 뿐이지. 가끔 적적함을 덜어드리려 방문하곤 했다만, 그때마다 네 얘기 뿐이더구나. 이렇게 무사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당적휘는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그로서는 당연명의 성취를 더 이상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체 경합이 치러지는 삼 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제 이팔청춘에 불과한 당연명의 무위가 이토록 깊어진 것일까.

"한데, 저들은 왜 그러는 것이냐."

당적휘가 슬쩍 고갯짓을 하며 작게 물었다. 봉위대 무사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당원진을 포함한 봉위대는 어떤 감격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감정적 동요 탓에 기세가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기파가 어지럽게 번진다.

어찌 그러지 않을까.

당적휘와 당연명一 둘의 대화를 들은 봉위대 무사들은 마침내 짐작이 확신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전에 끝내 지키지 못했던 전 소가주 독봉 당지혜. 그녀의 자식이 정당한 과정을 거쳐 다시금 소가주의 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그들 봉위대의 주인이 되었으니...!

눈시울마저 붉히는 이들이 몇몇 있을 정도였다.

"아직 제대로 얘기한 적은 없거든요. 제 어머니가 독봉이시라는 걸."

"그렇다고 한들 저 런 반응을 보일 것 까지는...."

"아, 대주께는 지금 말씀드립니다."

당연명이 말끝을 흐리며 한 걸음 슬쩍 물러나더니 정식으로 인사하듯 두 손을 모으며 당적휘에게 말했다.

"예비 소가주 당연명. 본가 소가주 경합에 참가 및 최종 승리하여 막 암독전으로 귀환했습니다."

< 47화<제가(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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