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2/52)

제 1 장

## 이상한 손님.

개봉성,

하남성 북동쪽에  위치하며   교통과 상권의 요충지로써 

예로부터  문물이 번성했다.

수없이  늘어선 고루거각들의  행렬이나,   화려한  번화

가....특히 명승고적이나 시인묵객들이 즐겨찾는  유람지 

역시 즐비한 이곳,

이곳에 하나의 유명한 표국이 있다.

---진천표국,

본시 표국업이란 남의   물건을 무사히 타지역으로 운송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종이다. 

이곳 개봉성 내만 해도  표국이 많기는 하지만  이 진천

표국에 견줄바가 못되었다.

그것은 가히 독보적인 위치였다.

이토록 진천표국이 유명한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표국내에  두 사람의 인물이 존재하기 때문이

다.

--비룡금도 하후승

--금적수사 이장룡

비룡금도 하후승은  표국의 국죽요, 금적수사   이장룡은 

그의 친구이면서 표국의 총표두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들은 바로  그  유명한 중원팔

의(중원팔의)의 이인이라는 점이다.

-중원팔의

그들은 여덟명의 협객들이다.

한결같이 협의와 신의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여덟명

의 결의형제들...

그들의 무예 또한 무림의 절정고수수준인지라  정대문파

인 구파일방에서도 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터였다.

이러니 표국의  신뢰도는 높아만  가고 그럴수록 주문은 

쇄도했다.

표국개업 이래  단  한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 

명성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매우 당연시 되었다.

세상에 그 어떤  녹림도의 무리가 감히 중원팔의에게 도

전하겠는가.

그러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이 진천표국에 어느 틈엔가 먹구름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장차 무림사에 거대한 변수로써 등장하게 

되니....

이는 어느날 오후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노인 --- 그의 차림새는 평범한 마의엿다.

용모또한 계피학발의 평범한 촌로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그를 처음본   장표사는 직감적으로 노인이 평범

하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노인의  시선이 지나치게  깊고 고요했기 때문이

다.

장표사는 노인의 그  시선에서 뭔가 모를 신비로운 위압

감을 느꼈던 것이다.

노인은 그에게 다가와 표물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그때 정문 근무중이던 장표사는 이 사실을 즉시 총

관에게 알렸다.

사실 표물에 관한  책임은 총표두에게 있지만 마침 그는 

표행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총관은 금검패장 관단양이란  중년인으로 얼굴이 말처럼 

길고  눈썹이 빗자루처럼 검은 위인이다.

비록 중원팔의에는 미치지 못하나 그 역시  무림 일류고

수급의 노련한 인물이다.

그는 장표사의 보고를 받고 노인을 유심히 살폈다. 

허나 그 역시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우선 노인의 몸에는 무공을 익힌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

이다.

다만 눈빛과 분위기가 신비로운 노인이엇다.

고나단양이 그의 정체에  대해 묻자 노인은 이렇게 대답

했다.

[나의 성은 황보요, 사람들은 나를 황보노야라고 부른다

오.]

황보노야라는 이름에 대해서  관단양은 들어아본 기억이 

없다.

내심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관단양은  노인을 안으로 

안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초표두가 없으니 국주에게 데려다 주는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표물은 몹시  귀중한 것이니 확실한 책임자를 만

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표국의 정문을 들어서면  우선 널찍한 연무장이 눈에 들

어온다.

때마침 연무장에는  표사들과   쟁자수들이 한데 어울려 

무술연마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연무장을 지나던 중 관단양은 한 가지 기이한 

일을 목격했다.

하기야 별로 이상할 것도 없지만......

황보노야라는 그 노인이  문득 한사람을 아는척 했던 것

이다.

그는 일개 소년이었다.

용모가 다소 준수하고 나이 십칠 세의 백의미 소년...

물론 표국내의 사람이니 관단양도 그를 잘 안다.

그는 바로 총표두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특이하게도 두  눈썹이  백설처럼 희고 늘  백의를 즐겨 

입는 것이  특징인 소년...

누구나 소년을  처음 대하면 비범한  인재로 생각하겠지

만 기실 그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도 못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호부에 견자라고 말한다.

그것은 소년의  무예에 대한  자질이 그야말로 형편없기 

때문이다.

강호무인들은 뭐니뭐니  해도 무예가  강해야 살아갈 수 

있다.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무림에서 무공은 간혹  그 사

람의 등급을 대신하는것이다.

그런만큼 총표두인   이장룡이나 주위의  사람들은 소년

의 무예지도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거의 진전이  없다는 것은 한편 기이하기도 했

다.

물론 소년이 게으르거나  무예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

다.

오히려 그 열성 만큼은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했다.

오늘도 소년은 연무장의 한쪽 구석진 곳에서  열심히 목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노인은 유독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이야! 네 이름이 뭐냐?]

매우 친근하고 자상한 어조였다.

마악 연무를  멈춘  상태라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년은  기이한 시선으로 노인을 주시했다.

잠시 그러다가 그는 즉시 꾸벅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저는 이소운입니다.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대답은 하지 않고 노인은 웃으며 또 물었다.

[소운 ... 좋은 이름이다. 네 아비는 장룡이가 맞느냐?]

[예?]

소년, 즉 이소운은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저의 아버지를  아시죠? 저의 아버지와는 잘 아

는 사이신가요?]

노인은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이소운은 그 미소가  매우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

다.

문득 노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애야, 아까 너의 무술은 정말 형편없더구나.]

이소운은 그 말에  금세 안색이 붉어지며 눈길을 내리깔

았다.

[그. 그것은 제가 너무도 못난 탓에...]

그가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데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그

의 말을 잘랐다.

그리곤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걱정마라 너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니라. 

그렇다고  기죽어 있을 필요는 없지...]

[다,다른 사람이라고요?]

이소운이 놀라 묻자 노인은 웃으며 몸을 돌렸다.

[모든 것은 차후에 알게 될게야. 아이야, 우리는 또  보

게 될 것이다.]

노인의 뒷말은 총관인 관단양이 듣기에도 매우 의미심장

한 것이었다.

그 뒤로 관단양은 노인을 객청에 안내한 후 국주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마침 국주는 내실에  잇다가 그의 보고를 듣고 객청으로 

달려왓다.

비룡금도 하후승.

그는 눈빛이 형형하고 사자코에 곰의 허리를  하고 구렛

나루가 수북한 중년나이였다.

그냥 보기에도  강함과 위맹함이  절로 느껴지는 용모였

다.

그는 중원팔의 중 첫째인 대형이다.

하후승은 노인을 보자 정중히 포권하며 말을 열였다.

[제가 이곳의 주인인 하후모입니다. 노인장께서는?]

[황보이오.]

노인은 마주 답례했다.

상견례가 끝나고 자리에 앉자 하후승은 말을 이엇다.

[황보노야께선 저희 표국에 표물을 맡기려 오셨다구요?]

[그렇소이다.]

노인은 담담하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허나 거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만...]

[조건이라고요?]

하후승은 눈을 크게 떳다.

오인은 창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 표행에 중원팔의가 모두 참가하는 것이 조건이오.]

[뭐라고요?]

하후승은 일순 크게 놀랐다.

그는 내심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

[방금 황보노야께선..]

[표물운송에 중원팔의가 모두 참가해야 한다고  그랬소이

다.]

노인은 그의 말을 자르며 태연히 대꾸했다.

그는 잠시 노인을 주시하다가 입을 열엇다.

[그것은 불가합니다. 비록   중원팔의가 결의형제이긴 해

도 서로  떨어져 있는데다 제각기 할 일이 있으므로..]

[운송료는 황금 만냥을 주겠소.]

노인의 말에 하후승은 입이 굳었다.

그는 더욱 놀라며 물었다.

[황금만냥이라구요?]

[그렇소이다.]

일순 하후승은 어켜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은자 열냥이면 다섯 식구가 한달을 먹 고 살수 있는 금액

이다.

황금 한냥은 대체로   은자 백냥에 해당되며,  황금 만냥

이라면  그야말로 은자 백만냥에 해당된다.

아무리 진천표국이 유명해도 한달 수입이 황금  오백냥을 

넘어설 수가 없다.

그런데 단 한번의 운송료가 자그마치 황금 만냥이라니...

자고로 인간의 돈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하후승은 문득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그는 내심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대체, 그 표물이라는 것은 뭡니까?]

노인은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탁자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바로 이것이오.]

[아니...]

하후승은 일순 놀란 외침을 발했다.

옥합 , 그것은 불과 손바닥 만한 크기의  몹시 진귀해 보

이는 옥합이엇다.

얼핏 보기에도 특수한 장치가 되어 있는 듯 뚜껑이 보이

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진귀한   것일지라도 저렇게 작은  것을 

운송하는데 중원팔의가 동원되어야 하고, 또 운송비가 황

금 만냥이라니....

하후승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직감과도 같은 것으로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 것

이다.

그 순간 그는  노련한 강호인답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혔다.

[운송지는 어디입니까?]

하후승이 묻자 노인은 미소를 거두지 않고 대답했다.

[복우산 천무봉...]

[저, 정의맹 말입니까?]

---정의맹

당금 무림의 백도 최강의 단체,

무림의 태두  구파일방이  주축이 되어  형성된 그 힘은 

정도무림사상  최대라 일컬어 진다.

세상에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적어도 강북무림에선...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표물은   정의 맹주인 백리운악에게   전해지면 

되오, 기한은  열흘이오.]

하후승은 내심 몸을 가볍게 떨었다.

         

--백리운학

이 얼마나 거대한 이름인가

상세 아니 고금최상의 무예인이라고 전해지는 그가 아닌

가.

그야말로 그는 전 백도인들의 우상이다.

허나,사실 그라고 해서 표물운송에 차질이  있을 리는 없

다.

더욱이 이곳과는 불과    리 정도의 거리이니 빠르면 이

틀안에  표물을 전달할 수 있다.

정말 이름만 거창할  뿐 표물운송은 그야 말로 간단하고

도 다쉬울 뿐이었다.

한가지, 중원팔의를  그 열흘 안에 모을   수가 있느냐는 

것인데  그것은 이미 생각 밖이다. 

왜냐하면 운좋게도 그들이 모두 모이기로 되어  있기  때

문이다.

바로 내일이면..

하후승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불길한 예감은 들었으나 다지고 보면 그리 어려운 것 같

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황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노인은 그의 내심을  읽었는지 미소가 더욱 짙어지고 있

었다.

하후승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 내용물을 알수가 있습니까?]

[그건 비밀이오.]

노인은 고개를 가로 저였다.

하후승은 더 물을 수가 없었다.

표물의 내용물에 대해 밝히지 않느 것은 흔한 일이기 때

문이다.

특히 이번의 운송비가  엄청난 것은 그 내용물의 가치에 

있겠고  특별히 비밀을 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소, 굳이 마음에 내키지 않느나면]

노인은 그를 조용하게 지켜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하후승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는 한 순간 갈등을 겪느라 지친 기색으로 물었다.

[대금지불은?]

[물론 선불이오.]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품속에서  은표 하나를 꺼내주었

다.

은표는 중원에서 가장 신뢰가 높다는 은하전장의 것으로

써 황금 만냥짜리

하후승은 은표를 확인한 후, 계약서를 작성했다.

문득 노인이 물었다.

[만약 계약에 어긋날 때에는 어찌 하겠오.]

하후승은 다소 딱딱해진 음성으로 대답했다.

[물론 규칙에 의해 운송료의 열배를 환불해 드립니다.]

운송료의 열배

그것은 물경 황금 십만냥의 거대한 액수다.

그 액수는 하후승의 전 재산을 털어도 모자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모험이다.

결코 실패해서는 안되는...

사람은 일생동안 몇번의 모험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예감은 좋지 않았지만. 하후승은 이 모험에 어느 정도의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노련한 그가 쉽게 승락하지도 않았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계약서를 나누어 가졌다.

[글머 수고해 주시오.]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후승은 표뭉을 갈무리  하면서 총관을 불러 노인을 전

송할 것을 지시했다.

[걱정마십시오. 표물은 반드시 운송될 것입니다. 그럼  안

            녕히]

노인을 보낸 후, 하후승은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는 다시 옥합을 꺼내 찬찬히 살펴 보았다.

아까처럼 뚜껑은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냥 하나의 길쭉하고 통통한 옥덩어리처럼 보였

다.

옥합의 표면엔 여러가지   형태의 조각들이 생생하고 정

묘하게  양각되어 었었다.

그것은 마치 십장생도와 비슷했다.

(이중에 뚜껑을 여는 기관이 있겠지)

내심 중얼거리다가 문득 그의 시선이 허공에 던져졌다.

[그는 우리 중원팔의가  모이는 것을 미리 안 것은 아닐

까?]

낮은 독백

그 중얼거림은 허공에 격렬하게 뒤엉켰다.

><   ><  ><

다음날,

산동성 일대에 표행을 나갔던 총표두 금적수사 이장룡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는 다른 여섯 명의 사람들을 대동하고 왓다.

그들은 바로 중원팔의 중 나머지 여섯인 것이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일장진건곤 묵송

추풍객 갈위,

천리무영 능풍

거령선 담대월

편신 곽룡

신창 담승파 --

오늘은 바로 이들 중원팔의의 회합일이었던 것이다.

진천표국은 이들을 맞아 하루종일 떠들썩한 연회를 베풀

었다.

그리고 연회가 파할  무렵이 되자, 하후승은 이들을   밀

실로 불러 표물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예상대로 그들 모두는 이번 표행에 적극 가담키로 했다.

어떤 사람은 오랜만에  중원팔의 모두가 강호에  나가게 

되어 흥분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겉으로 하후승의 부담을 줄이기 위

한 행동이었다.

그들 모두는 느끼고 있었다.

이번의  이  앞엔  어딘가  불길한  암운이  깔려  있음

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