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장
신도 청허
황보소윤은 신법을 펼치고 잇었다.
이곳은 인적이 없는 산악지대인지라 신법을 배우기엔 좋
앗다.
그는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운이 없는지 오후무렵인 아직까지도 그는 한 사람도 만나
지 못했다.
이 주위가 산악지대라서 그런 것이다.
자연 따분해진 그는 신법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신법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아마 그가 알고 잇는 신법의 종류만도 대략 일천 가지나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몇가지 류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법은 정통적인 것 몇가지만 배우면 되는 것이
다.
우선 지금같이  ̄라리 달리는데 가장 정통적인 신법은
무당의 유운신법이라고
할 수 잇다.
물론 그 부다 빠른 신법이 있겠지만 그것들은 편법을
취한 것이라 결국에는
뒤지게 된다.
이 유운신법이야 말로 그 정수를 깨닫기만 한다면 다른
어던 신법보다 빠른
거이다.
처음에 좆 ̄ 진전이 느리다고 해서 요사이 는 점차 편
법화 되어가는 경향이
잇따.고 한다.
그것은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유운 신법의 정수를 이미 꿰뚫고 있는 황보소운의 신형은
무척 빨랐다.
관목이 무수하고 기암괴석이 우뚝우뚝 치솟은 산중인데
도 그의 신형은 마치
구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빠랐다.
이십년 내공의 사람답지 않게 그는 반시진에 무려 백여리
를 주파하고 있엇따.
이번에 그는 환각적인 신법을 펼쳐 보았다.
환각적인 신법이란 갑자기 나타났다가 스르르 꺼지듯
사라지는 듯한 신법이
다.
그것은 주로 잠행술에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신법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배교의 무흔환영종
이 정통이라고 생각했
다.
그가 그 무흔환영종을 펼치자 산중에는 느닷없이다. 한
명의 도깨비가 출현한
듯 했다.
나무아래에 있엇는가 하면 퍽 꺼지듯 사라져 저쪽 언덕
위에 나타나고 느닷없
이 스르르 사라지더니 안개같이 부유하며 허공에 떠 있느
둥....
정말로 신기하고도 환상적인 신법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일 수록 금방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는 금방 그 신법을 거두고 다른 것으로 전환했다.
이번의 것은 묘기부리는 신법이엇다.
허공과 지상에서 몸을 굴리고 휘돌아 가면서 위태롭게
넘어질 듯 하다가도 기
묘하게 몸을 돌리면서 허공에 희안하게 재주를 넘는....
겉보기에는 그저 멋들어지고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실상
적과의 접전때 필요한
것은 이 신법이다.
이러한 몸놀림이 뛰어날 수록 적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법
이다.
이 종류의 신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정묘한
것을 꼽으라면 사라진
전진파의 비기였던 천룡환허대구식 이다.
사람들은 곧잘 운룡대팔식이란 곤륜파의 절기를 꼽는데
그것은 이 천룡환허대
구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실전 됐지만 이것이야마로 운신법의 최고봉인 것이
다.
물론 황보소운은 지금 그 천룡환허대구식을 펼치고 있었
다.
그것은 전진차가 한창일때 성검가에서 사본을 한 장 베껴
놓았던 것이다.
천룡환허대구식을 펼치자 황보소운의 신형은 허공에서
뿌옇게 흩어지면서 마
치 삼두육비의 거대한 괴물처럼 변했다.
좀 더 지나자 그의 몸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용처럼 보엿
따.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운신법의 정수였다.
만일 그의 내공이 조금만 더 기 ̄어지면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 것이다.
다음으로 그가 펼친 것은 하늘 높이 치솟는 어기총소란
신법이엇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면서 그는 문득 떨어지는 해를 보
았다.
순간 그는 아차했다.
그 동안 신법에 너무 열중하느라 인가 찾는 것을 잊은 것
이다.
잘못하면 강호출도 첫날부터 야숙을 하게되기 십사인 엇
이다.
그는 신법이 그 종류가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집어 치우
고 급히 신형을 날리
기 시작햇다.
객점을 잡으려면 평범한 촌락은 안된다.
그러나 이시각에 어디가서 객점이 잇는 성읍을 찾아낸단
말인가
해는 급속히 떨어지고 산중의 어둠은 빨리 왔다.
첫날 만큼은 객점의 편안한 침대에서 하룻밤을 쉬고 싶
었던 그는 그만 낙망을
하고 말았다.
어둠속을 맑게 보는 이상한 힘을 가지게 된 탓에 주위
가 어둡지는 않앗으나
그는 은근히 심통이 낫다.
반드시 객점을 찾겠다고 억지감정을 일으켜 그는 계속해
서 달렸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무리였다.
두 시진이나 계속해서 달렸는데도 원하는 성읍은 나타나
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마음을 누르러 뜨리고 말았다.
(쯧 할 수 없군.)
포기하고 그는 신법을 서서히 늦추었다.
바로 그때 그의 시야에 하나의 불빛이 보였다.
이곳은 산중이다.
이런 산중에 불빛이 있다는 건 야숙을 하는 사람들이거
나 고적한 산장일 억이
다.
둘 중 아무래도 좋다.
불빛을 보자 우선 반가운 마음부터 들어 그리고 신형을
움직엿따.
가까이 이를 수록 그 정체는 분명히 드러났다.
과연 여러개의 굵고 마른 통나무를 여러 겹으로 쌓아 올
린 것이라, 기세 좋게
타오르고 잇엇다.
그 충천하는 화광은 어두운  ̄나중에 밤하늘을 훤하게 비
춰다.
그리고 그 화톳불 주위에는 지금 여섯 명의 사람이 둘러
앉아 있엇다.
아니 한 사람 주위에 다섯 명이 모시듯 듈러 앉았다고
하면 보다 적당할 것이
 ̄다.
한사람
그는 일견하기로도 용모가 청수하고 흰 수염이 멋들어진
백발노도인이엇다.
등에는 한자루 고색창연한 장검을 매었는데 그 풍도는
은은히 사람을 누르는
위엄이 있었다.
그의 주위에 있는 다섯 사람은중년도인들로 등에는 역시
멋진 장검을 매고 있
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눈을 번뜩일 때마다 화광같은 신광
이 폭사되곤 한다는 것
이다.
황보소운은 그들의앞에 여유를 부리며 떨어졌 다.
이어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무림말학 황보소운이 여러 선배님들께 신세를 지겠습니
다.]
말을 뜨 ̄내고 그는 점잖게 화톳불 주위에 앉으려 했다.
그때 한 줄기 창노한 음성이 그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자네는 어디사는 누구의 자식인가?]
황보소운은 허리를 다시 펴며 고개를 들었다.
그에게 물은 사람은 바로 백발 노도였다.
웬일인지 그는 황보소운을 바라보며 안색을 찌푸리고 있
었다.
황보소운은 약간 염연쩍어 하며 웃으며 대답했다.
[분초소생은 마침 고아에다 떠돌입니다. 노도장께선 무슨
일로 그러십니가?]
백발노도는 그를 유심히 쓸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자네가 펼친 신법은 뭐라고 하는건가?]
[아, 그것은 유운신법이라고....]
황보소운은 그가 추궁하듯 묻자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헌데 그의 말에 돌연 다섯 중년인들도 깜짝 놀라 그를 쳐
다보는 것이었다.
[자네는 그 유운신법이 어느 문파의 절학인지 아는가?]
백발노도는 두 눈에 기광을 뿌리며 말했다.
황보소운은 그가 심각하게 나오자 오히려 멍청해져 ̄따.
둘러보니 다섯 중년도인들은 칼날같은 신광을 뿌리며
그를 소아보는게 아닌
가.
황보소운은 그만 머쓱해져서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제,제가 알고 있기로는 그것은 무당파의 ...헌데 뭐가 잘
못됐스니까?]
[아니, 이 파렴치한...]
순간 중년도인들이 대노하며 그 중 하나가 소리치더니 검
을 뽑아들었다.
창
맑은 용울음 소리와 함께 뽑혀나온 검날은 푸른 광채를
소 ̄아냈다.
검을 뽑은 중년도인은 안색에 짙은 살기까지 때고 있었
다.
그렇게 되자 황보소운은 더욱 어리둥절 했다.
그때 백발노도가 입을 열어 중년도인을 말렸다.
[자네는 잘 모르는가 보군. 강호의 문파는 각기 독문절예
라는 것이 있네, 말
그대로 타 문파의 사람들에게는 전수하지 않는 것이지...자
네는 방금 유운신법
을 펼쳤 ̄, 그런데 우리는 바로 무당파의 사람들일세. 우리
는 자네를 모르는데
자네는 그 신법을 어디서 배웠는가?]
그 말을 듣자 황보소운은 아차 했다.
독문절예에 대한 각문파의 관리는 지나칠 정도였다
그리고 것은 또한 무림의 불문율이엇다.
속가제자일 때 아무리 친자식이라고 해도 함부로 그 절
예를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강호엔 다소 변형된 무예가 난무하는 것이다.
그런데 황보소운은 무당파의 인물들에게 드러내놓고 보
란듯이 유운신법을 펼
쳤으니...
황보소운은 금세 난처한 기색이 되어 우물거렸다.
[그 그것은 그저 흉내만 내 본다고 하는 것이 정말로... 죄
송합니다.]
백발노도는 두 눈에 기광을 일으켰다.
[자넨 그 벌칙이 뭔줄 아는가?]
물론 황보소운은 그 벌칙을 안다.
독문절예를 훔쳐서 장법을 펼쳤으면 그 손을 신법을 펼
쳤으면 다리를 자르는
것이 상례였다.
[네, 넷? 다, 다리를요?]
황보소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리를 자르다니 말도 안된다.
이제 강호초행인데...
특히 그는 가문의 숙원을 짊어진 몸이 아닌가.
그는 즉시 털썩 그 자리에 엎드리며 애원했다.
[노도장님 제발 이 다리만은... 살려 주십시오. 노도장님.]
백발 노도는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당에는 규울이 엄한 편이네 내 존장된 몸으로 어찌 그
규울을 깨겠는가?]
그 말에 혹시나 했던 황보소운은 안색이 사색이 되엇다.
그는 부들부들 떨더니 문득 생각난 떨더니 문득 생각난
듯 산삼이 담긴 물체
를 등에서 풀어 내렷다.
이어 그는 두 손으로 받쳐 내밀었다.
[이, 이것은...]
[그건 뭔가?]
문득 백발노도는 가볍게 놀란 표정이 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산삼들은 족히 천년은 묵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에 산삼이 흔하다 해도 이런 오래 묵은 것으 정
말 희귀한 것이다.
일반 사람이 복용하면 오래도록 무병장수하게 될 것이
요. 무림인들이 복용하
면 즉시 이십년에 해당하는 공력을 얻게 될 것이니. 어찌
놀랍지 않은가.
그것도 세뿌리식이나.
만약 일반 무림인들이 보앗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었겠지만 백발노도는
좀 달랐다.
그저 가볍게 놀란 표정르 보인 것 분이었다.
황보소운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간절하게 입을 열었
다.
[원래는 강호출도 기념으로 노도장님께 그냥 드리렬고
했지만 이것으로 그냥
저의 죄를 떼우면 안되겠습니가?]
백발노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호출도 기념으로 내게 그것을 준다? 하필 왜 노도인
가?]
황보소운은 허리를 구벅 숙이며 말했다.
[그것은 노도장께서 제가 처음 만난 사람이기 때문입니
다.]
[내가 처음이라고? 그래서 그 귀한 것을 그냥 주겠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백발노도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예 그렇습니다.]
백발노도는 안색이 밝아지자 황보소운은 은근히 기대를
하며 대답했다.
허나 백발노도는 다시 고개를 젓는게 아닌가
[자네의 뜻은 그럴지 몰라도 나는 이것을 그냥 받을 수
없네 특히 이것 때문
에 규율을 깬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가 없고.]
(아이고.)
황보소운은 내심 절망적인 신음을 토했다.
이제 더이상의 가능성을 없어 보였다.
있다면 오직하나 뿐이다.
(도망가는 거야.)
생각이 떠오르자 그것은 곧 실행했다.
순간, 그의 신형이 움찔 하더니, 뒤쪽으로 번개같이 날아
갓다.
그는 잇는 힘을 다해 최대한 빠른 신법을 펼친 것이다.
헌데 그것은 또 공교롭게도 유운신법이다.
[이놈]
뒤에서 벼락치는 듯한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앞 ̄고에서 하연 그림
자가 어른거렸다.
보나마나 그는 백발노도엿다.
황보소운은 순간 아차햇다.
그의 앞에서 또 유운신법이라니, 이건 강물이 용왕묘를
침범한 결과가 아닌가
그는 즉시 신법을 바꾸엇다.
천룡환허대구식으로....
대번에 그의 신형이 여러개로 늘어나면서 백발노도의 곁
을 절묘하게 피해 달
아났다.
[앗]
그 때문에 백발노도는 일순 놀란 외침을 발했다.
허나 천룡환허대구식으로 도망갈 수는 없다.
그는 다시 신법을 바꾸어 무혼황영종을 폈쳤다.
순간 그의신형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그대로 사라지려 했
다.
그때 황보소운은 가슴부위에 미미한 통증을 느끼며 벌렁
나가 떨어졌다
쿵,
물론 손을 쓴 사람은 백발노인이엇다.
그런데 그는 매우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황보소운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 황보소운은 일어나 엎드리
더니 통곡부터 터뜨렸
다.
[으흐흑,,, 노도장님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저는 다리가 잘
려서는 안되는 몸입
니다. 흐흐흑...]
백발노도는 침음성을 터뜨리며 물었다.
[너는 도대체 몇개의 신법을 알고 있느냐?]
[예에?]
황보소운은 아주 서럽게 울다가 뚝 그치고 고개를 들었
다.
백발노도의 시선은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실전된 천룡환허대구식, 무흔환영종, 그밖에 무슨 신법
을 알고 있느냔 말이
다.]
황보소운은 의아스런 표정을로 대답했다.
[그, 그것이....전 좀 복잡한데...]
[무엇이 복잡하단 말이냐?]
백발노도는 싸늘하게 물었다.
황보소운은 우물우물 대답했다.
[저, 저는 그 숫자가 몇개인지 지금 당장은...]
순간 백발 노도는 두 눈에 기광을 뿌렸다.
[이루 헤아리기 어렵단 말이냐? 그 중하나가 유운신법이
고?]
황보소운은 즉시 고개를 끄덕엿따.
[바로 그렇습니다. 실은 저는....]
[이놈, 거짓말을 하는군...]
백발노도가 차갑게 말을 끊자 황보소운은 급히 고개를 가
로저었다.
[아닙니다요. 전 ̄ 실은 ..]
그가 말을 이으려 해으나 백발노도에 의해 또 잘렸다.
[이놈, 너의 사부는 누구냐?]
[사부라니요>]
황보소운은 눈을 크게 떳다.
[네 신법을 가르친 사람 말이다.]
백발노도의 말에 황보소운은 그제야 아하 했다.
[그 그것은 실은 저혼자 비급을 보고 배운 것입니다.]
순간 백발노도는 두 눈에 싸늘한 광망을 토했다.
[이놈 네 혼자서 그 많은 신법을 그 토록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다시 한번 거짓말을 한다면 혼을 내주겠다.]
황보소운은 그 기세에 질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
다.
(제길, 이 모두가 사실인데,,, 에잇. 강호초행부터 이 지경
이라니..)
[너의 몸은 금강불괴인가?]
[금강불괴라뇨?]
황보소운은 도리어 의아해 되물엇다.
백발노도의 안색이 일순 또 싸늘해졌다.
[나의 점혈이 통하지 않는데도 금강불괴가 아니란 말인
가?]
[아, 그거요]
황보소운은 그제야 그 뜻을 알아차리고 뒷머리를 긁적거
렸다.
자신의 신비롭게 변한 몸을 보고 말하는게 분명했다.
그의 행동을 바라보며 백발노도는 문득 준엄하게 꾸짖었
다.
[이놈 네가 어디서 기연을 얻고 금강불괴가 되엇 ̄르지
몰라도 그것으로 노도
를 놀리려 한다면 그건 가소로운 짓이다. 그 껍데기 분인
금강불괴가 당할 것
같으냐?]
황보소운은 대뜸 넙죽하게 엎드렸다.
[그것은 오해이십니다. 저는 다만 용서를 받기 위하여...]
[용서를 받기 위해서라고?]
백발노도는 진중하게 물었다.
황보소운은 더욱 납작하게 몸을 숙였다.
[예]
백발노도는 깊은 시선으로 한동안 그를 내려다 보더니 말
했다.
[그럼 이쪽으로 오너라.]
그리고는 화톳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것이엇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끔 보고는 어기적 거리
며 뒤를 따르기 시작했
다.
용서해 준다고는 했지만 갑자기 말이 변한 터라, 그게 영
못미더운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도는 전혀 없엇다.
그가 흡사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모양을 하고 가자 백
발노도는 자리에 앉으
며 입을 열엇다.
[네 죄를 용서해주긴 하되, 거기엔 조건이 잇다.]
[네? 용서를 해주신다고요?]
용서해준다는 말에 황보소운은 우선 정신없이 기버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정말...]
[조건만 들어주면 된다.]
백발노도가 싸늘히 말을 자르자 그는 즉시 말을 바꾸었
다.
[네, 어떤 조건이라도 좋습니다.]
[어떤 조건이라도?]
백발노도가 기이한 표정으로 묻자 황보소운은 급히 말을
수정했다.
[아,아니 우선 천륜에 거스름이 없어야 하고, 제가 죽
으라는 것만 아니라
면..]
백발노도는 웃으며 말했다.
[천륜에 어긋나지도 죽으란 말도 아니니 안심해라]
[가,감사합니다.]
황보소운은 내심 식은땀을 흘리며 투덜댔다.
(제길, 척하면 알아들어야지 무슨 말을 그리 복잡하게 한
담...)
백발노도는 황보소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엇다.
[자네는 이름이 황보소운이라고 했던가?]
황보소운은 고개를 숙였다.
[예]
[음 좋은 이름이군. 나는 자네를 황보소협이라고 부르겠
네.]
[예 그렇게 하십시오.]
황보소운은 그가 갑자기 부드럽게 나오자 일시 얼떨떨 햇
다.
백발노도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물엇다.
[자네는 내가 누군가 아는가.]
황보소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느 모르겠는데요?]
백발노도는빙그레 미소햇다.
[내가 바로 청허이네.]
[네? 청허상인이시라고요.]
황보소운은 놀라 눈을 부릅떳다.
그는 정말 상대가 그토록 거물급 인사인줄 몰랐던 것이
다.
--청허,
무당파의 최고원로이자 제 이대 정의 맹주를 지냈던 삼
태상 중 하나인 신도가
아닌가
[정말 몰라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황보소운은 다시 허리 깊숙이 절을 했다.
백발노도 즉 청허는 미소하며 말을 이었다.
[죄송할 건 없네, 헌데 자네는 내가 강호에 나온 이유를
아는가?]
황보소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문득 청허상인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참 자네는 지금이 강호초행이라고 그랫지.... 그렇다면
내 애기를 잘 들어
보게]
[.....?]
황보소운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