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정의맹으로
[자네는 정의맹을 알고 잇겠지?]
[예]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허상인은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본 정의맹에서는 일천 명의 젊은 영재들을 모
집하고 있다네 그들을
무림수호의 간성으로 키우고자 암이지... 일단 그 대열에
끼이면 자신의 장래는
보장받게 되는 셈이지 어떤가 자네도 여기에 한번 참가해졸
용의가 잇는가?]
황보소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이때 옆에 잇던 중년도인의 하나가 나서며 입을 열엇다.
[사조님. 보아하니 이자는 엉뚱하기만 할 뿐 근골도 뛰어
나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천명의 인원은 이미 모두 찼는데 어띠 또 저런
작자를 거두려 하십니
까?]
그가 말을 하자 나머지 다른 네 중년인들도 동조하는지
고개를 끄덕엿다.
그도 그럴 것이 황보소운은 외모상 단순히 둔재처럼 보
이기 때문이며 특히 눈
빛도 간혹 멍청하게 보일 때가 많앗다.
그 모습은 귿르이 보아온 무수한 영재들과 많은 차이가
있었던것이다.
마치 봉황과 닭처럼...
허나 청허상인은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운송, 너의 말은 잘못이다. 세상에 ̄ ̄ 드러나지 않고도
뒤어난 기재가 있기
마련이니라 만일 이 아이를 둔재라고 한다면 아까 그가 펼
친 유운신법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그것은...]
말을 꺼낸 중년도인은 대답을 못하고 우물 쭈물 했다.
청허상인은중년도인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말을 히었다.
[본파의 유운신법은 너희들도 알다시피 평범한 듯 하면
서도 가장 심오한 절할
이니라, 얼핏 흉내내기는 쉬워도 그 정수를 제대로 깨닫기
어려운 까닭은 거기
에 잇느니라 그런데 이 아이는 방금 그 정수를 보여 주었
다. 너희들은 이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느냐?]
[...........]
중년도인들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엇다.
때문에 옆에 황보소운까지도 은근히 숙연해지는 기분이엇
다.
[특히 이 아이는 본파의 유운신법 말고도 그에 못지 않
은 실저비예 두가지를
더 전개했다. 실로 이것들이야말로 신법의 주종을 이루는
것들이니라, 그로 인
해 형편없는 내공을 가지고도 노도의 일초를 피했으니 너
희들은 이것 또한 우여
니라고 하겠느냐?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것이다.]
청허상인의 말을 듣고 잇던 아까 입을 열엇던 중년도인이
다시 입을 열엇다.
[허나, 일천 개의 철패는 이미 소모됐는지라 어떤 방법
을 택하시려 하십니
까?]
청허상인은 빙르게 미소지엇다.
[그깟 철패 하나 없다고, 무림영재 하나를 잃다니 말이
되느냐? 나는 대신 이
것을 사용하겠다.]
말과 함께 그는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청옥으로 만들어진 반 자 길이의 소검이엇다.
일견하기로도 귀해 보이는 그것은 불빛 아래 은은한 청광
을 발햇다.
그가 그것을 꺼내들자 중년도인은 순간 깜짝 놀라 입을
열엇다.
[그 그것은 사조님의 신패가 아닙니가? 그것을 어찌 저런
모르는 자에게...]
청허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다른 말은 마라 나는 이미 결정했으니.. 사람이
란 믿음이 가는 사람
은 믿어야 하느니라.]
이어, 그는 그 소럼을 황보소운에게 내밀며 말햇다.
[자, 이건 네 차지다. 시일이 촉박하니 곧바로 맹으로 향
해야 할것이다. 그리
고 이건 잃어버리지 말고 반드시 차후에 내게 돌려 주어야
한다.]
황보소운은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저엇다.
[저, 저는 아직 가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요.]
청허상인은 미소했다.
[내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네가 정의맹의 간성이
되기만 한다면 곧 구파
일방의 공동제자가 되는 셈이니 굳이 처단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아하.]
호아보소운은 그제야 그의 말뜻을 깨닫고 고개를 그덕었
다.
[ ̄호습니다. 그게 조건이엇다고 진작 말씀해 주시지요.
하하... 그것이 뭐가
어렵겠습니까. 지금 마땅히 할 일도 없는데.]
헌데 그의 말을 듣고 난 청허상인은 두 눈에 기광을 뿌렸
다.
그는 황보소운이 그에게 선택되고도 영광은 커녕 짐으로
생각하자 요놈 봐라
하는 기색이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너는 내게 선택된 것이 기쁘지 않단 말이냐?]
황보소운은 뒤통수를 긁적 긁적 거렸다.
[글세요... 어쨋든 가보기는 하겠브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청허상인이 내민 청옥소검을 받아들었
다.
그것을 받아들자 마자 손바닥으로 서늘한 기운이 전해져
결코 평범한 물건이
아님을 알수 있엇다.
(음.. 좋은걸.. 이게 혹시 만년한옥이란 것이 아닐까?)
중얼거리며 검자루를 보니 거기에는 작은 글씨로 청허라
고 음각되어 있었다.
(이놈. 어째든 가보기는 하겠다고?)
방금 던진 황보소운의 말에 청허상인이 내심 쓴 입맛을
다실때,
황보소운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니?]
청허상인은 눈을 크게 떳다.
너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보소운의 입에서 흘러나온 다음 말은 더욱 엉뚱
했다.
그는 땅바닥에 나뒹굴고 잇는 산삼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
었다.
[상인께서 저것들을 가지셔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허허헛.]
청허상인은 순간 너턱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웃으면서 말햇다.
[내 평생 그토록 쉬운 조건은 처음이구나, 헌데 너는 저
귀한 것 ̄르이 아깝
지도 않느냐?]
황보소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갑기는요. 저는 이미 많이 먹었는데요.]
[많이 먹었다고?]
청허상인이 가볍게 놀라며 묻자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
였다.
[예.]
[그래서 네 몸이 아까처럼 금강불괴가 됐단 말이냐?]
황보소운은 고개를 꺄웃했다.
[그게 금강불괴인지는 모르지만 이상하게 강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 모두가
그 만년동자삼을 먹은 탓입니다.]
만년동자삼이란 말에 좌중은 일시 크게 경악했다.
말이 쉽지 그 만년동자삼이 어디 보통 희귀한 것인가?
그 효능 역시 아래의 산삼의 열배를 능가하는 것이다.
인세에서 그저 전설로만 전해지던 그것을 이 나이어린
소년이 먹었다니 놀랄
수밖에...
헌데.
청허상인은 아미를 찌푸리고 있었다.
[만년동자삼이 아무리 휼륭해도 금강불괴를 만들어 주
지는 못하네, 그 밖에
다른 것을 먹은 기억은 없는가?]
황보소운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런가요? 글쎄요. 그게...]
그에게서 더이상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자 청허상인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 눈썹은 그때 그렇게 희어져 ̄는가?]
황보소운의 은빛 백미를 말하는 것이엇다.
황보소운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건 제가 어렷을 때부터 이렇게 하앴지요.]
[그래...]
청허상인은 묵묵히 고개를그덕였다
이 순간 그는 내심 중얼거렸다.
아주 오래 전에 들었던 전설 한 구절이 생각났던 것이다.
(백미성골...)
백미성골의 전설...
허나, 그는 곧 내심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 전설은 신비할 뿐이지 너무도 허황된 것이고 근거가
없어 거의 잊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 살다보면 눈썹이 희어질 가능성은 많고도 맣
다
약물을 잘못 복용해서 그럴수도 있고 선천적인 기형으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혹은 체내의 무엇이 부족하여 검은 눈썹이 탈색되는 경우
도 있는 것이다.
(너무 비약된 생각이야...)
청허상인은 자신의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에 내심 실소를
터뜨렷다.
그때, 황보소운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제 조건은 들어 주시는 겁니가?]
[허허...]
청허상인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왓다.
[들어주다마다 노도는 오늘 횡재했느걸.]
[그럼 좋습니다. 하하... 저도 상인님의 조건을 받아들이기
로 하죠.]
황보소운은 따라 웃으며 그제야 청옥소검을 품속에 잘 갈
무리했다.
청허상인도 미소하며 산삼 세뿌리를 집어서 중년도인
중 하나에게 건네주었
다.
모든 것이 정리가 되자 황보소운은 길게 하품을 하더니
화톳불 한 옆에서 모
로 누워 잠드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청허상인의 시선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엇다.
>< >< ><
다음날 아침,
황보소운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청허상인 일행은 이미
떠난 후였고, 화톳불
은 꺼져버린 뒤엇다.
그리고 해는 이미 중천으로 치솟고 있었다.
[허, 이거 내가 너무 늦잠을 잤는걸...]
중얼거리며 일어난 그는 문득 배가 몹시 고팟다.
[이거 안되겠다. 빨리 객점을 찾아야지,,, 잘못하면 굶어
죽겠는걸...]
그는 즉시 남쪽 방향으로 신법을 일으켰다.
정의맹의 본부인 복우산은 남쪽 방향에 있엇기 때문이
다.
다행히 신형을 날린지 얼마 안되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 낙양이
머잖았다는 것을 알게 되엇다.
낙양을 고도이지만 대성시다.
그는 오랜만에 변화한 거리를 누빌 것을 생각하며 은
근히 마음이 흥분됨을
느꼈다.
-- 낙양성
이름하여 천년의 고도
낙양성하면 먼저 복망산을 연상하게 되는 이유는 그만
큼 흥망성쇠가 심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묵객들은 말한다.
흥망성쇠의 무상함을 알려면 낙양아로 가보라고...
그러나 낙양성은 점차 고도이기 보다는 번화한 대도로
서 인식되어 가고 있었
다.
교통이 원활하고 문물교역이 활발한 것을 기화로 옛 번
영을 되찾아 가는 중
이었다.
사시 무렵
이 낙양성내로 한 명의 준수하고 순수해 보이는 인상의
백의 미소년이 들어
섰다.
그는 낙양의 번화가를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곧 그중 화려해 보이
는 주루로 올랐다.
그는 다름아닌 황보소운이었다.
(옥화루라, 정말 멋지고 화려한 곳이군...)
그가 내심 중얼 거리며 두리번거릴 때 산뜻한 인상의
점원 하나가 다가와 깍
듯이 그를 맞는다.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앉으세요.]
고개를 들어보니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소년이다.
황보소운은 그가 인도해 준 차아가의 우아한 탁자 앞에
앝으며 물었다.
[이곳이 바로 낙양제일룰라는 옥화루가 맞소?]
점원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손님..]
[음 정말 그렇군,.]
황보소운은 그말에 수긍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
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마치 대청처럼 거대한 실내인데 그 장식들이 대
단히 우아하고 화려했
다.
아직 한번도 와보진 않았지만 표국에 있을 때 표사들의
얘기를 듣고 알고 있
었다.
이대 점원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며 입을 열었다.
[손님께선 뭘 드시겠습니가?]
[응?]
딴 생각을 하고 있던 황보소운은 일시 멍한 표정이다가
대답했다.
[아무거나 제일 자신있는 걸로 다섯개 정도 주시오.]
점원은 눈빛을 빛냇다
[저희 옥화루엔 자신 없는 것이 없습니다. 그중 가장 휼
룽한 것으로는 하인
송이, 삼선시자, 팔보계등이 잇습니다.]
황보소운은 조금 귀찮아져서 말했다.
[그것들 중 당신이 생각해서 가져오시오.]
점원은 허리를 굽혔다.
[예 그럼 하인송이 , 삼선시자, 팔보계, 남전환자, 와
완자청빙탕을 올리겠
습니다. 식대는 함께 은자 이십냥 선불입니다.]
황보소운은 눈을 크게 떴다.
(제길, 무슨 요리 다섯 가지에 은자 이십냥이나 하지?)
그는 값이 너무도 비싼 것에 속으로투덜거리며 품속에
서 구슬만한 흑진주 하
나를 꺼내 주었다.
[여기 있소.]
흑진주를 보자 점원은 일시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즉시 허리를 굽히며 말햐다.
[알겠습니다. 금방 바꿔다 드리지요.]
점원이 물러가자 그는 약간 따분해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손님은 거의 없엇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움직여 주루 안의 화려한 목조장식들
을 구경했다.
불과 일각이 못되어 주문한 음식이 나왓다.
그리고 그와 함계 아까의 점원이 흑진주를 은표로 바꿔
가지고 왓따.
[여기 있습니다.]
흑진주를 가까운 전장에서 바꾸었다는 증명서와 황금
열냥짜리 은표 한장,
황금 만냥짜리 은표 아홉장에 은자 열냥짜리 은표 일곱
장, 그리고 기이하게도
은자 열냥은 실문이엇다.
[식대는 미리 공제하였습니다.]
점원은 정중히 말을 덧붙었다.
그러니가 흑진주 한 알은 황금 이십냥과 바꾸어진 것것
이다.
은표는 중원에서 가장 신용이 두텁다는 은하전장의 것이
다.
황보소운은 은표등을 갈무리 하다가 점원이 아직 가지
않고 잇음을 보고 은
자 두냥을 건네 주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드십시오.]
점원은 안색을 활짝펴고 인사한후 물러갔다.
과연 음식 맛은 기가 막혓다.
몇 달 동안이나 따뜻한 음식을 못먹어 본 그로서는 그
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
아 넘어가는 것 같았다.
처음 몇 숫갈은 천천히 떳으나, 그 다음은 그릇째 들
고 그야말로 아귀처럼
정신없이 먹었다.
후후룩..쩝쩝.
음식 다섯 그릇의 양은 혼자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
이 엇지만 그는 그것을
순식간에 다 비워 버리고 말았다.
(아아.. 이제야 사는 것 같군..)
끄윽.
식사를 마치고 나자 그는 트림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려고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의 면전에서 낯익고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개자식 결국은 만났군..]
동시에 서슬이 시퍼런 금빛 도신이 그의 목을 겨누엇다.
일순 황보소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용문이 정교하게 새겨진 금빛의 도 --
그것은 일명 비룡금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어떤 특정한 사람을 대표하는 병기
였다.
비룡금도 하후승
중원팔의 중 하나였던 그였다.
그리고 그는 이미 죽었으니 비룡금도를 든 상대방은 하
후승이 아닐 것이다.
(하후기.)
황보소운은 안색이 변하며 내심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