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52)

  제 7 장

  특공조

  그날 

  와룡단의 전원은 동정호 북쪽 호변으로 급파되었다.

  풍운의 무림.

  음모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

  새벽 순찰길.

  뿌연 짙은 안개속으로 여명이 몰려드는 가운데, 사위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 안개속을 밟아가던 황보소운은 문득 늘어지게 하품을 해다.

  [아함, 졸립군...]

  이에 옆에서 짤랑짤랑한 교성이 터졌다.

  [호호..그렇게 졸리시면 들어가 보지 그래요? 감찰총령님.]

  황보소운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다소 마른 듯한 작고 가냘픈 몸매에 갸름하고 지극히 아름다운 용모의 소녀,

  그녀는 부드럽고 달콤한 미소를 흘리며 그를 살짝 흘겨보고 있었다.

  황보소운은 짐짓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험.  그렇다고 지금  돌아갈수  잇겠소. 이제  한군데만 돌면  다  끝나는

데...]

  그녀는 샐쭉 웃으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흥, 감찰총령이야 순찰과 관계가 없는 분이시니. 굳이 다  돌지 않아도 뭐라

고 말한 사람도 없을 거예요. 순찰을 다 끝낸다고 상을 줄 사람도 없구요.]

  [그건 그렇소.]

  황보소운은 짐짓 신중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낭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남들이 뭐라 하든  나의 소신대로 사는 것이 나의 특징이오.  이 사

흘에 한번 뿐인 순찰마저 마다해서야 내 체면이 서겠소.]

  [호오 그러니까 감찰총령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사흘에 한번씩 우리를  다라 

나선다는 말이군요. 허나 실망인데요. 그렇게 감찰총령이 할 일이 없나요?]

  황보소운은 그녀의 추궁에 짐짓 헛기침을 터뜨렸다.

  [험, 당청 당낭자 오늘이 우리가 여기 온지 몇일 되는 날이오?]

  그녀는 꿈결같이 둥근 두 눈을 살짝 빛내며 대답했다.

  [아마 일주일째 일거요. 헌데  그 당청 당낭자는 또 뭔가요. 저는  엄연히 제 

구향주의 직위에 있으니 그렇게 불러주세요.]

  (흥, 운후 당청  누가 제구향주인줄 모르냐... 이미 서로가 친숙해진듯  해서 

이름을 불렀거늘,,,쳇 이건 정말 엉뚱하군...)

  내심 투덜거리며 황보소운은 다시 입을 열엇다.

  [좋소. 구향주, 당신은  나처럼 순찰의 의무가 없으면서도 지난 일주일간  하

루도 빠짐없이 새벽 순찰을 돈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당청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흥 그걸 누가 모르나요? 바로 저분 백리언니가 아닌가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문득 황보소운의 시선이 그 손가락을 다라갔다.

  담황색 경장을 걸친 소녀,

  그녀의 용모는 빙기옥골이니 침어낙안, 화용월태 등의  형용구를 오히려 무색

하게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무림제일화,

  안개속을 걷는 그녀의 고결한 기품은 신후라는 별호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신후 백리하, 부단주..정말 아무리 봐도 아름답단 말이야...)

  내심 중얼거리며 황보소운은 또다시 헛기침을 발했다.

  [험, 그러니까, 내말은 그녀도 저렇듯 성의를 보이는데 어찌  내가 이 정도의 

....사실 말이지 감찰총령이란 자리도 할일이 무척 많은 자리요.  그 많은 인원

들의 행동을  지도하랴 적의 첩자를 색출하랴,  이 모든 것을 통합해서  상부로 

보고하랴... 사실 말이지 나는 정말 눈코 들새 없이 바쁜 몸이오.]

  [흥, 그래서 연신 하품이군요. 어젯밤을 꼬박 세우기라도 했나요?]

  [험, 그저 그렇다는 말이오...]

  당청의 날카로운 추궁을 대충 얼버무린 황보소운은 즉시 말머리를 돌렸다.

  [어, 벌써 다왔구려, 저기 초소가 보이지 않소. 아마  저게 삼십 삼번 초소이

었던가?]

  그러자 그녀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네 맞아요. 삼십삼초소죠...]

  살짝 웃는 그녀의 미소는 환한 달덩이 처럼 희고 아름답다.

  박속같은 이가 희고, 부드럽고 고요한 기품이 어려 있는 여인이다.

  (제길,, 무림오화는 하나같이  절색이란 말이야.. 저 미후 사마옥만 해도  백

리하에 버금간단 말이야..  그녀는 비록 십향주이지만 그건 미모가 아니라,  무

공이 약했기 때문이거든... 정말 골치가 아프군.. 이들 중에  어떤 여자를 선택

해야 할지...)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 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무슨 성의 어쩌구 했지만 기실은 이 여자들을  어떻게 해보자는 속셈

이 아니겠는가.. 새벽순찰을  부단주인 백리하가 돌고,, 그럴 때면 의례  두 명

의 여향주가 뒤다른다는 사실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단주 백리극

은 이미 팔향주인 화후 상관유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했고... 다른 향주들은 

시간을 낼수가 없는  형편이니,, 이야말로 나 황보소운의 둘도 없는  절호의 기

회가 아니겠는가.  명분도 그럴듯 하고,.. 만약  이들 무림오화 중  한명이라도 

맞아들인다면 그야말로 남들은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보겠지..  헌데, 황보소운. 

소운아 너는  가문의 숙원이나 불구대천지 원수들을  벌써 다 잊었단  말이냐.. 

소운 이  멍청한 녀셕아.. 아무리 그래도  여자의 치마폭에서 놀아날려고  하다

니...)

  그가 내심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득 앞쪽에서 가벼운 기척이 일었다.

  [....]

  사인의 순찰조의 선두를 걸어가던 백리하가 문득 걸음을 멈춘 것이다.

  이에 뒤따르던 삼인도 따라서 신형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오. 부단주..]

  황보소운이 묻기가 무섭게 백리하가 짤막하게 옥음을 흘렸다.

  [이상해요.]

  [이상하다니?]

  황보소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좌우를 휘휘 둘러보자  백리하는 손가락을 들

어 전면을 가리켰다.

  (응? 삼십삼초소가?)

  황보소운이 내심 흠짓해 하는데 그녀는 입을 열어 보충했다.

  [너무도 조용해요.]

  순간, 황보소운은 두 눈에 번쩍 기광을 발했다.

  (그렇군. 잠시 딴  생각에 몰두하느라 신경쓰지 않았더니.. 초소안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니. 이상하군. 불길해.. 설마 이들이  그새 나의 이목마저 

속일수 잇는 절정의 신법이라도 연마했단 말인가?..아니면..모두...)

  <죽었단 말인가..>라고 하는 생각을 하며 그는 문득 신형을 움직였다.

  스스슷..

  그의 신형이 흡사 휘뿌연 안개처럼 화해 대번에 초소의 문앞에  이르렸다.

  십장 여의 거리를 순간적으로 가로지르는 그 신법은 지극히 환상적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당청 등은 탄성이라도 질렸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뭔가 불길한 예감으로 인해 무겁게 짓눌린 분위기엿다.

  (설마..)

  내심 중얼거리며 그는 초소의 문을 가볍게 밀었다.

  삐걱...

  초소의 문은 쉽게 열렸다.

  순간, 코 밑으로 짙은 피비린내가 확 덮쳐들었다.

  (이럴수가.)

  황보소운은 장내의 상황을 보고 경악했다.

  그 상황은 그가 예측했던 것보다 오히려 더했다.

  [이, 이런일이...]

  뒤따라 들어온 백리하 등도 경악의 외침을 발했다.

  [아아...]

  나무로 만들어진 널찍한 침상은 교대로 잠을 자는 곳이다.

  지금 그 침상 위엔 열 명의 사람이 반듯하게 정렬된 채 누워 있었다.

  잿빛으로 창백하게 굳은  안색을 한 채 그들은  온통 붉은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 십인의 심장이 조각조각 부셔진 채 터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초소안은 섬짓한 선혈로 온통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이들은  한명의 타주와  구인의 단원들이다.  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짓

을..)

  황보소운은 내심 부르르 떨며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 중 한 사람의 맥문을 잡아 보았다.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들이 죽은지는 얼마 되지 않앗군...)

  내심 중얼거리며 시선을 백리하에게 돌렸다.

  [이 일에 대해 짐작이라도 가는 바가 없소?]

  백리하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아마도.. 녹림맹의 짓이겠지요.]

  (으음...)

  황보소운은 내심 참을성을 발햇다.

  문득 그의 시선이 정면의 벽으로 향했다.

  거기엔 붉은 선혈로 다음과 같이 쓰여있었다.

  --정의맹의 위선자들은 모두 다 이렇게 죽는다.--

  ><><         ><

  [뭐라고? 오늘이 이십육초소가 ...벌써 닷새째가 아닌가.]

  황보소운은 놀란 경악성을 발했다.

  이곳은 그의 집무실...

  지금 그의 앞에는 모두 십인의 젊은이들이 우뚝 도열해 있었다.

  문득 가장 좌측의 인물이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벌써 닷새동안이나 계속해서 그런  참극이 벌어지

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그간 이목을 총동원햇으나,..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일개 타주를 그런  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아, 흉수의 무예는  도저히 추

측을 불허할 것이라는 것을..]

  황보소운은 침음성을 터뜨리며 물었다.

  [그대들은 이 일을 녹림맹의 짓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시선을 빛내며 물엇다.

  [총령께선 이일을 우리편의 소행이거나, 아니면 제 삼자의 소행으로..]

  황보소운은 고개를 저었다.

  [단지  추측일 뿐이네, 녹림맹의 맹주라면 그런 정도의  능력은 있겠지. 허나 

귿이 그가 그러한 짓을 벌일 이유가 있겠냐는 말일세.]

  [..]

  장내는 잠시 조용해졌다.

  그는 침묵을 깨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갈기..]

  [옙. 총령님.]

  아까의 좌측의 청년이 대답했다.

  그는 이마가 넓고 단정하며  눈썹은 가늘고 길었고, 두 눈은 고요한  빛을 뿌

리고 있었다.

  황보소운은 그 고요한 시선을 마주 대하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이 일에  전 이목을 집밑중하도록 하게 특히 당내의  중요인물에게

는 은밀히 한명씩 붙여 주시해 보도록... 이일은 제일령인  자네가 맡아 처리하

게.]

  [알앗습니다.]

  제일감찰령 제갈기는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  ><        ><

  쾅.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놈들을 가만두자니.. 그럼 우리가 모두  죽을 때까

지 기다리란 말이오?]

  탁자를 부서져라 내리치며 소리친 사람은 제사향주 팽소엿다.

  그는 인상을 험악하게 구긴 채로 전면의 백리극을 주시했다.

  [...]

  백리극은 말없이 침중한 기색을 하고 있었다.

  이때 옆에서 운학도인이 입을 열었다.

  [단주의 생각은 좀더 신중하게 행동하자는 말일세, 이일에  어떤 흑막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자칫 잘못하면 큰화를 초래할 수도 있네 무량수불...]

  그 말에 팽소는 다시 한번 탁자를 쾅 내리쳤다.

  그는 분통을 못참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중은 무슨 말라비틀어진 신중이오. 놈들의 코앞에서  당햇으니, 더 생각할 

것이 뭐가 있느냔 말이오.]

  (제일 처음 당한 삼십삼초소가 그의 관할이니, 그가  이렇게 분통을 터뜨릴만

도 하지..)

  한쪽에 앉은 황보소운이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장내에 이변이  일었

다.

  돌연 팽소의 맞은 편 탁자 쪽에서 한줄기 섬광이 번쩍한 것이다.

  황보소운은 문득 기광을 발했다.

  팽소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섬전도 악천기, 제삼향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빠른 일순 섬광속에서  황보소운은 그것이 하나의  묵빛 

도광임을 알아보았다.

  (놀라운 쾌도술 과연 제삼아향주답다.)

  황보소운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이에 악천기의 검은 도신의  끝은 어느새 팽

소의 목부위에 닿아 잇엇다.

  팽소의 두 눈이 일순 퉁발울처럼 부릅떠졌다.

  그는 전혀 예측을 못한 듯 피할 생각도 못햇다.

  [악, 악형 단신은 어쩔 셈이오?]

  팽소가 덜리는 어조로 묻자 악천기는 냉막무심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는 하극상을 벌일 참이냐?]

  팽소는 순간 몸을 부르르 덜었다.

  이어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오. 나는 단지..]

  [아니라면 돼다.  너는 자중하도록 해, 여기는  옛날의 토론장소가 아니야  , 

단주께선 보다 훌륭한 방안이 계실 것이다.]

  말과 동시에 악천기는 도를 거뒷다.

  발도와 마찬가지로 도를 거두는 동작도 깨끗하고 쾌속한 동작을 보였다.

  [제기랄...]

  팽소는 도가 사라지자,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이때 밑개리극이 다소 묵직한어조로 입을 열었다.

  [본인이 사향주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아니 우리  모두 그의 뜻과 같을 

것이오. 허나 본인이  염려하는 것은 이번의 괴참사가 실로 괴이하기  그지없다

는 사실이오.]

  [...]

  백리극은 좌중을 둘러보며 알을 이었다.

  [전에도 물론 사소한 충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번처럼 잔혹하고 동일한 

수법의 참사는 없었던 것이오. 하여 본인은 급히 맹으로  전문을 띄움과 동시에 

녹림맹에 대한 정보를 긴급 입수하도록 하였소.]

  [......]

  [나는 거기에 관한  사항을 부단주에게 일임했으니, 여러분은 부단주의  설명

을 경청하길 바라겠소.]

  낭랑한 백리극의 말이 끝나자 부단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좌중의 시선을 받으며 영롱한 옥음을 토하기 시작했다.

  [녹림맹의 수뇌부는 대체로 맹주이하 삼광, 삼살, 칠혈로 말할수 잇어요.]

  이때 한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것은 어떤 경로로 입수된 정보요. 또한 그 신뢰성은 어느 정도요?]

  느닷없이 그렇게 물은 사람은 의외에도 남궁문우였다.

  황보소운은 가볍게 기광을 발했다.

  (그의 성품이 유약하다더니,  그것은 사실이 아닌가 보군, 아니면 이번  훈련

기간동안 성격을 고쳤거나..)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잇는사이에 백리하는 가볍게 미소하며 대답햇다.

  [방금 단주께서 긴급  입수했다고 하지만 기실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입수한 

것이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이  정보의 출처는 바

로 맹의 잠룡전이니 의심할 나위가 없어요.]

  (잠룡전?)

  황보소운은 내심 흠칫 햇다.

  (영웅전과 쌍벽을 이룬다는  정의맹의 두뇌정보조직.. 거기에서 나온  것이라

면 틀림이 없겠지..)

  내심 중얼거리는 사이 백리하의 음성은 계속되었다.

  주위의 가라앉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성은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

듯 맑고 또렸하여 듣기가 매우 좋았다.

  [녹림맹의 총타는 모두 알다시피 동정호의 군산에 있어요.  현재 녹림맹의 맹

주는 녹림사신 도광곤이란 자이며 삼광은 곧 삼대장로라고 할수있지요.]

  [..]

  [그들은 곧 유광인 사뇌, 유비양과 불광 마령두타, 도광  염왕우사 야군백 이

죠. 그 다음  삼살은 녹림맹의 삼대호법을 말함이니,.. 그들을 각각  소중살 주

곡, 음양살 반균, 무형살 등구 라고 하죠.]

  [....]

  그녀의 설명에 좌중은 물을 뿌린 듯 고요햇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백리하는 말을 계속햇다.

  [칠혈은 녹림맹의 칠대고수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검혈에서  도,창,편,

궁,곤, 자혈에 이르기까지 모두 칠명입니다.

  [..]

  [이상의 내용중 질문사항이 잇으면 말해보세요.]

  문득 한사람이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그들 십사인의 무예는 어느정도요?]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냈다.

  (그는 기승 대광이군. 그가 입을 열어 질문을 하다니  좀 의외인걸.. 워낙 말

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가 평범해 보이는 용모의 대광스님을 바라보는 사이에 백리하가 대답했다.

  [그들 무예는 최소한 우리들보다 약하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에 좌중의 분위기는 일순 무겁게 가라앉았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은 그들의 무예는 향주급보다 한두수  정도 위일 것이

다. 내참 그러고 보니 너무도 세력이 기우는군...)

  [아미타불 그렇다면 그들 모두 흉수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군요.]

  이어 그는 시선을 백리극에게 돌리더니 입을 얼었다.

  [소승이 한가지 의견이 있소이다.]

  [의견이라고요?]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이 의견웅운하자 백리극은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듯햇

다.

  대광은 좌중을 한 차례 흙어 보면서 입을 열었다.

  [소승의 의견은 가급적 녹림맹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본단의 사기

를 되찾기 위한 방법입니다.]

  백리극의 시선이 깊게 빛났다.

  [그런 방법이 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단주]

  대광은 잘막하게 불호를 왼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입니다.]

  [그렇다면...]

  대광은 확고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아미타불 특공조의 운용입니다.]

  일순 그의 말에 좌중의 모든 사람이 감전된 듯 두 눈에 불을 튀겼다.

  특히 팽소는 흥분을 못이겨 통쾌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하핫, 좋소 바로 그것이오. 내가 아까 한 말이 바로 그것이 아니겟소.]

  그 외에 다른 사람은 다소 신중히 생각해보는 눈치였다.

  백리극은 그러한 그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떻소.  제이향주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말해보시

오.]

  이에 남궁문우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나는 그 안에 동의하오. 사실 그것 밖에 더 나은 방안은 없다고 보오.]

  평소의 그 답지 않은 씩씩하고 낭랑한 신태엿다.

  (수줍음을 많이 타던 그가..확실히 많이 변했군.)

  황보소운은 내심 줄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쨋든 사람이 훌륭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이때 다른 사람의 이의가 없자 백리극은 최종적으로 입을 열엇다.

  [좋소, 오늘의 이  안건은 통과된 것으로 합니다. 단, 특공조의  인원은 부단

주와 몇몇 향주를 제외한 이곳의 인원 전부로 합시다.]

  짝짝짝...

  박수를 친 사람은 팔수표 당우, 제칠향주였다.

  좌중엔 저마다의 기이한 열기가 감돌았다.

  (특공조의 운용이라...)

  황보소운은 왠지 내심 고개를 젓고 있엇다.

  그 이유는 그 자신도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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