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52)

  제 9 장

  조여드는 마수

  그날 새벽 인시 무렵

  구인의 특공조는 와룡단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시행된 것은 역시 그 데려온 자의 치료였다.

  밀실의 경비는 대단히 삼엄했다.

  황보소운은 밀실 안으로  들어서자 이마의 땀을 씻고 있는 백리극을  볼수 있

었다.

  [어떻게 됐소? 의식이 돌아왓다는 말을 듣고 왓는데..]

  황보소운의 질문에 백리극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다행히 ... 조금 잇으면 말도 할수있을 거요.]

  희미하게 웃는 그의 안색은 몹시 초췌해 보엿다

  [그는 완쾌될수있단 말이오?]

  황보소운의 말에 백리극은 고개를 저엇다.

  [그는 전신의 심맥이 모조리 끊겨 한가닥 호심진기만  남아잇는 상태였소. 본

가비전의 금침대법으로  막힌 혈맥을  뚫고 보원속명결의 개정대법으로  간신히 

끊긴 심맥을 이어놓기는 했으나 아직은 뭐라고 장담할수 없는  처지요. 사실 이

정도만 된 것도 기적에 가깝다고 할수잇소.]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다.

  [호심진기라.. 그건 내공이  삼화취정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어서야  형성되는 

것아니오.]

  백리극은 침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러한 경지는본단에서 나와 부단주 외에 겨우  몇명의 향주들이 올

랐을까 말까한 대단한 경지요. 이로 미루어 그자는 아마도  녹림맹 내에서도 상

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자일거요.]

  [...]

  [사실말이지. 그자의 몸에  호심진기만 없었다면 나는 치료할 엄두도  못냇을 

거요. 일반인 이었다면 이미 몇번은 죽어야할 중상이었으니가..]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그러다가 그는 일순 흠칫 놀랐다.

  (아니. 이자는 겨우 약관의 청년이 아닌가.)

  그자는 이미 말끔히 씻겨져 누워 잇었다.

  그런데 그 용모는 지극히 준수한 이십대 청년이엇다.

  짙은 눈썹에 칼날같은 기상이 감돌고, 콧날이 우뚝한...  이마 가운데의 은은

한 홍점이 아니라면 그는 완연한 대장부의 모습이엇다.

  (홍점은 흔히 도화살,  여색을 밝히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지. 일백여  명의 

나녀속에 한 미남 청년이라, 더욱이 이자의 호심진기라는 것은  내가 보기엔 단

주 백리극만이 이룰수 잇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자의 정체는 뭐지?)

  황보소운이 그런 깊은 생각에 잠겨 잇을 때 돌연 그자가 천천히 눈을 떳다.

  백리극이 그 모양을 보고 급히 다가왓다.

  [정신이 드시오?]

  백리극의 물음에 그자는 잠시 멍한 표정을 보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가 어딘가? 그리고 나는 왜 여기 누워있지?]

  대뜸 첫말부터 반말이엇다.

  황보소운은 내심 탄식하며 실소를 터뜨렸다

  (평소에 모든 사람들을 부리는 위치에서 살아온 사람같군.  하대가 저렇듯 자

연스레 나온다는 것은  과연 보통일이 아니야 헌데 그는 자신이  왜 누워있는지

도 모른단 말인가?)

  밑개리극 역시 안색이 침중해져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백여명 나녀 시체들속에 파묻혀 있었소. 한줄기  호심진기만 남은 중

상에서 우린 당신을 살려낸 거요.]

  문득 그자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렇다면..그대는??]

  [나는 백리극 와룡단의 단주요. 그리고 이곳은 정의맹  와룡단의 지하 밀실이

오.]

  백리극의 말에 그자는크게 놀란 빛을 보엿다.

  쉴새없이 눈빛이 변하더니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듯 눈을 감아 버렸다.

  이윽고 그가 다시 눈을 떳을 때 한 말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나는 모용상 무심곡주의 외아들이오.]

  (무심곡이라면 죽련소속 구문중 제일문 이 아닌가.)

  황보소운이 내심 중얼거리는 사이에 그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들로 하여금 크게 놀라게 하기에 족했다.

  [무심곡주인 모용군백,  그분또한 죽련의  련주, 금룡대제 모용종도,  그분의 

외아들이오. 그러니가 나는 죽련 련주의 직계적손이 되는 셈이오.]

  [....]

  [내가 이렇듯 사실을  밝히는 것은 당신들이 함께 얘기해 볼만한  인물들이라 

여겼기 때문이오. 그렇지  않소. 당신 백리극은적어도 정의맹주 백리운악의  아

들이니가..[

  백리극은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엇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당신이 누구에게 당했느냐 하는 것이오.]

  그 말에 모용상은 기이한 시선으로 백리극을 바라봤다.

  [이상하군. 나를 이렇게  만든것은 당신들이 아니란 말이오? 설마 내  수하들

이 그렇게 했을 리는  없고, 어쨋든 대답이야 하지 나는 한가지  오묘한 방중술

에 몰입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을 뿐이오.

  그말을 듣고 황보소운은내심 탄식햇다.

  (죽련의 소공자가  녹림맹에 나들이  왓다가 느닷없이  잡혔다. 바로  이말이

군...더욱이 그는 자신을 해한 흉수가 정의맹의 인물인줄 알고..  그가 그런 상

태니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죽련에서  모든 것이 정의맹의  소행으로 

알테니 .. 정의맹은 이 누명에서 벗어나기 어렵겠군. 실로치밀한 함정이야.)

  황보소운이 내심 중얼거리는 동안 소공자 모용상은 말을 계속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당신들은 나를 몰랐다면 지금 당장 돌려  보내주는 

것이 좋을 거요. 아버님은 몰라도 조부님은 나를 몹시  아끼시는 편이니까.. 허

나 만일 내게 문제가  생간다면 .. 그건 당신들 상상에 맡기겠소.  나를 이렇게 

납치 하다니..이건 너무 무모한 짓이 아니오? 백리공자.]

  (제길. 이건 협박이나 같군. 하긴 현 죽련의 힘은  정의맹보다 우세하다고 자

차타가 이넣아하는터인...이렇게 되면 그의 말대로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

린 셈이지..)

  백리극은 마치 쓸개를 씹은 인상이 되었다.

  (그럴만도 하지 기대했던 그 괴이한 일의 단서는 조금도  얻지 못하고 어이없

이 크게 말려든 꼴이니..)

  그때 밀실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섰다.

  바로 백리하였다.

  [적이 침습했습니다.]

  [적이라고?

  백리극이 흠칫 놀라 묻자 백리하는침중한 안색으로 대답했다.

  [녹림맹의 삼살, 칠혈을 포하한 일만정도의 무리예요.]

  [녹림맹이? 그들이 벌써  이일을 눈치챘단 말인가? 우린 아무런 흔적도  남기

지 않았는데...]

  백리극은 침중한 안색으로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과연 치밀한 암계군.  더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게하는... 그들의 의도는  죽

련과 정의맹이 싸우게 만드는 것이란 말인가?)

  황보소운은 입을 열었다.

  [단주. 이자의 경비는 내가 맡겠소.]

  [그래 주겟소? 황보총령이 수고해 주신다면 안심이오.]

  백리극은 눈빛을 내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내가 나가봐야 하는것이 아닐까? 녹림맹의 일만정예라면  본 와룡단 일

천 열배에 해당된다. 중과부적이니..역시..)

  문득 황보소운은 눈빛을 뱉내며 입을 열었다.

  [제갈기.]

  [예.

  짤막한 대답과 함께 그의 앞에 한사람이 떨어져 내렸다.

  부복한 그를 바라보며 황보소운은 입을 열었다.

  [현재 시간을 낼수 있는 인원은?]

  제갈기는 허리를 굽히며 대답햇다.

  [담우, 모백, 두광, 이대혼 등 사명입니다.]

  [제 칠령에서 십령까지군.  그들에게 이곳의 경비를 맡기시오.  외인의  출입

이 잇을시엔 필히 보고토록 하고...]

  [알겠습니다. 그들은  각기 특이한 재주가 있는  만큼 충분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모인다면 최소한 누구에라도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리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

  밀실의 위엔 막사고 막사의 밖은 넓은 연무장이었다.

  밖으로 나온  황보소운은 곧 연무장을 새까맣게  둘러싼 무리들을 볼수  있었

다.

  (실로 대단하군. 녹림맹은...맹주와 삼광이 이미 죽었는데도.  이정도의 위세

라니.. 과연 나머지 구문은 어떠할까?)

  황보소운은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저자들이 삼살과 칠혈인가보군...)

  그의 시야엔 곧 맨앞의 십인이 들어왓다.

  앞의 셋 뒤에 일곱이다.

  뒤에 일곱은 갖가지  병기를 소지하고 있는데 반해 앞의 셋은  저마다 특이한 

용모를 하고 있었다.

  [흐흐..백리극,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앞의 백리극에게 그렇게 물은 사람은 셋중 우측의 괴인이엇다.

  그런데 그는 정말 괴이한 용모를 지니고 잇엇다.

  반쪽이 푸르고 반꼬이 붉은.... 그러니까 음양이 대립된 형국이랄까.

  (저자가 음양살 반균이란 자군. 저것은 음공과 양공을  동시에 극도로 연성한 

현상이지..)

  음양살 반균의 말에 백리극은 침착한 어조로 대꾸했다.

  [본인이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소. 우린  당신들의 소공자를 데

려오긴 했지만 악랄한 손속은 쓰지 않앗소.]

  [흐흐. 우릴 세살먹은  어린애로 아느냐? 그다위 변명은 집어치우고 어서  소

공자님이나 내놔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좌측의 괴인이엇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완전히 대패로 밀어 버린 듯 밋밋햇다.

  뻥 뚫린 두개의  콧구멍과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거칠기 짝이  없는 탁성

이었다.

  (저자가 무형살 등구인가 보군..)

  이때 백리극의 옆에서 팽소가 듣다 못해 소리쳤다.

  [우리의 단주가 네놈들과 같은 줄 아느냐? 정인대협의  흉금을 너희들은 짐작

이나 하느냐? 너희들의 두목은 누구냐?]

  팽소의 말에 가운데의 괴인이 나섰다.

  [허허... 내가 보로 책임자다. 넌 바로 와룡단의 사향주  흑철신 팽소라는 아

이였군.]

  (저들은 이미 정의맹의 모든 상황을 일일이 알고 있엇단 말인가?)

  황보소운은 내심 흠칫하여 그를 살폈다.

  그는 오히려 괴이하기는 커녕 몹시 평범한 사십대 중년부호처럼 보였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의 어조와 인상에 항상  온화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바로 삼살의 첫재인 소중살 주곡이군... 저런  사람은 바로 소리장도의 

명인이라고 할수 있지...)

  그 사이에 백리극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하고 입을 열었다.

  [방금 밝힌 바도 있지만 우리는 당신들의 맹주등을 살해하지 않았소.]

  [믿고 안믿고는 당신들  자유지만 우린 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원하

오. 그 증거로 당신들 소공자를 그냥 돌려 보낼수도 있소.]

  그 말에 소중살 주곡은 음험하게 웃었다.

  이어 그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흐흐.. 너희들은 이말을 믿느냐?]

  순간 나머지 이살을 비롯, 뒤의 칠혈까지 흉험하게 웃으며 비양거렸다.

  [클클클... 개소리군.]

  [한마디로 우리더러 제발 눈좀 감아달란 소린가? 크크...]

  그들의 태도에 이쪽 팽소등은 마악 발작하려고 했다.

  그때 주곡이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허허.. 이정돌세 ,허나 나만은 자네의 말을 믿어줄수 있지.  자넨 바로 맹주

의 아들인 동시에 강북무림의 최고 기린아가 아닌가. 그런  자네의 말이니 믿을 

수 있지 암 믿고 말고...]

  [.....]

  주곡은 부드럽게 말을 계속했다.

  그의 어조는 마치 자상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타이르는듯 했다

  [허나 말일세  나는 몰라도 이들 전부를  이해 시키려면 뭔가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애긴데 자네가 소공자님을 돌려준다면 나는  책임

지고 이들을 이해시키겠네...]

  그의 말은 매우 설득력이 있엇다.

  그 말에 백리곡은 잠시 생각해 보는 눈치엿다.

  그때, 황보소운은 앞으로 나섰다.

  [당신이 반드시 그러리란 보장이 있소?]

  주곡은 눈빛을 빛냇다.

  [너는 누구냐?]

  [나는 황보소운이오.]

  주곡은 눈동자를 기이하게 굴리며 말했다.

  [네가 바로 그 와룡단 감찰총령인가?]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의 말은 제법 타당하지만, 만일 당신의 행동이  말고 같지 않다

면, 우리만 당하는 것이 아니겠소.]

  그말에 팽소등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을 표시했다.

  주곡은 안광을 차갑게 빛내며 물었다.

  [그래서 너는 어쩌겠다는 거냐?]

  황보소운은 가볍게 미소하며 대꾸했다.

  [뭐, 달리 어쩌갰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인질이 몇명 필요할 뿐이오.]

  이어 그는 손가락으로 반균과 등구등을 지적했다.

  [바로 저 두사람이면 좋겠소.]

  [뭐, 뭐라고?]

  [네 놈이...]

  황보소운의 지적을 받자 반균과 등구는 하나같이 대노하여 눈을 부릅뎠다.

  허나 주곡은 오히려 빙그레 미소하며 말했다.

  [좋소, 허나 나 역시 그들을 함부로 제압할 수  없으니 인질이 필요하면 그대

가 알아서 데려가 보시오.]

  그는 마치 <네 깟것이  감히 저 두사람을 당할까 싶으냐.> 하고  말하는 투였

다.

  황보소운은 미소했다.

  [물론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하도록 해야지요.]

  말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퍽 꺼지듯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는가 싶은 순간, 이미 반균과 등구 두사람의  면전에 도달해 있었

다.

  이 같은 빠르기는 전혀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엇다.

  [엇.]

  [헉..]

  그들이 크게 경악하는  순간, 황보소운의일수는 거짓말처럼 화려하게  움직였

다.

  (연기성선 일선지 , 일선은 곧 일만변으로 통한다.)

  일순 환영처럼 움직이는 그의 손끝에서 무수한 금빛  광채가 빛살처럼 뻗어나

왔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두 사람의 전신을 폭포처럼 가격하고 있엇다.

  슈파팟..

  금세 반균과 등구는 전신대혈이 제압되어 꼼작없이 굳어버렸다.

  그들은 직접당하고도 믿을 수 없는지. 두눈을 경악으로 휩뜬 상태였다.

  [이.이런...]

  그렇게 넋나간듯 중얼거리는주곡 역시 경악하기는 마찬가지 엿다.

  아마 그것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그들은 결코 이토록 빠르고 기이한 손속을 본적이 없었을 테니까..

  [단주께선 이제 그를 데려와도 좋을 것이오.]

  황보소운의 전음에 백리극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그럼 약속대로 소공자를 돌려드리겠소.]

  이어 그는 뒤를 돌아보며 팔수표 당우에게 지시했다.

  [칠향주는 그를 데려오도록 하시오.]

  [예.]

  당우는 급히 허리를 숙여 대답하곤 몸을 날렸다.

  스슷...

  (당가의 무예는 암기와 경공이라더니..과연 그의 신법은  뭇 향주급들중 발군

이군...)

  황보소운은 소리없이  날려가는 당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

다.

  헌데 이윽고, 되돌아온  당우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모두들에겐 커다란  충격

이엇다.

  [뭐라구?]

  경악하여 되묻는 백리극의 말에 당우는 똑똑하게 외치듯 말했다.

  [그자, 소공자가 피살되었소. 지금 안엔 온통 난장판이오.]

  그 소리는 황보소운 등은 물론 모든 녹림맹도들까지 다 들었다.

  황보소운은 순간 대경하여 눈을 크게 떳다.

  (소공자 모용상이 피살되었다고? 그렇다면 당우, 모백  등도 모조리..대체 어

찌된....)

  황보소운은 일순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급히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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