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52)

  제 11 장

  어떤 죽음

  황보소운은 그의 집무실 태사의에 등을 가볍게 기대며 입을 열었다.

  [제갈기.]

  [예]

  짤막한 대답과 함께 감찰제일령 제갈기가 나타나 부복했다.

  그는 얼굴을 들지 못햇다.

  허나 황보소운은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때의 상황을 말해보게]

  제갈기는 허리를 깊숙이 굽힌 뒤,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그 일은 소인의 계산착오였습니다. 허나,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그들 사인의 공격을 그토록  쉽게 손을 쓸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

은 지단소속의 가장 뛰어난 열명의 기재 중 네 명 이엇기 때문입니다.]

  [...]

  [다만 한가지 그들은 기습을 받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기습을...]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다.

  [예, 그것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대에게서 당한  어이없는 기습이었을 겁니

다. 왜냐하면 밀실의 통로는  오직 그 곳 뿐이며 그곳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제 

아무리 무예가 고강해도 결코 그들의 이목을 피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래  그들 사인은 바로 추적과  암수의 대갇띵이 아니었던가.  그들의 

이목이야 말로 특별한 것이지...)

  황보소운은 내심 고개를 까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퓽수는 전혀 의외의 사람 즉 본단소속의 인물이엇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으응..._

  제갈기의 말을 듣고 황보소운은 내심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이미 흉수의 암수는 본단의 인물들에게 까지 미쳐 있단 말인가?)

  그때 한줄기 음성이 그의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총령님 손님입니다.]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다.

  [누군가 곡풍]

  그말에 곡풍은 다시 전음을 날렸다.

  [제오향주입니다.]

  (오향주 남궁사란...그녀가?)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리며 다시 물었다.

  [그녀와 동행한 사람은?]

  [없습니다. 혼자입니다.]

  (혼자서? 난데없이 그녀가 혼자 이곳까지 웬일이지?)

  황보소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똑...똑...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황보소운은 제갈기를 내보낸 뒤 입을 열었다.

  [문은 열려 있으니 들어오시오.]

  덜컹...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어선 사람은 과연 남궁사란이었다.

  헌데 그녀는 연남빛  아름다운 비단나삼을 몸에 휘감고, 엷은 화장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자 평소에도 아름답던 그녀의 용모는 극히 요염한  염기까지 더하여 마치 

장미빛 향기를 휘감은 듯 했다.

  [무슨 일이오?]

  황보소운은 그 용모에  눈이 다 어찔어찔해질 지경이었으나, 곧 태연하게  그

녀를 맞았다.

  [호오.. 여기가 감찰총령님의 집무실이군요.]

  남궁사란은 보석같이 영롱한 눈길로 실내의 이곳저곳을  흙어보더니, 다시 황

보소운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이곳은 제가 오면 안되나요?]

  [뭐, 안될 것 까지야...]

  황보소운은 그녀의 시선에 얼굴이 공연히 화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토록 차갑던 신색에 이런 요염함이 숨어 있었다니 놀랍군..)

  황보소운이 내심 중얼거리는 사이에 남궁사란은 순간 톡 쏘듯이 물었다.

  [안될것 까지야  없지만 왔으니  어서 용건만 말하고  빨리 꺼지라는  말인가

요?]

  황보소운은 일순 당황해졌다.

  [그런 말은 아니오. 나는 당신의 방문이 너무  느닷없는지라.. 사실 당신같은 

미녀의 방문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이오...]

  그의 말에 남궁사란은 문득 깊은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

  [당신은 내가 아무런 용건도 없이 이곳에 왔을 것 같은가요?]

  [글,, 글쎄요.]

  황보소운은 갑자기  말을 더듬는 자신을 발견하고  서 있는 위치가  불편해졌

다.

  [우선 무슨 일인지 앉아서 차근히 얘기해 봅시다.]

  황보소운은 탁자의 자리를 가리켰다.

  허나 남궁사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햇다.

  [앉을 필요는 없어요.]

  [.....]

  황보소운이 주시하자 그녀는 깊이 그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 나를 어떻게 생각하죠?]

  황보소운은 절로 무안해져서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그야... 당신은 무예가 고강하고 아름다우며 성격이..]

  황보소운은 성격이 곱다고 하려다, 지나친 아부같아서  일부러 말꼬리를 흘렸

다.

  (너의 성격은 곱기는 커녕 남자들보다 더 사납고 차갑기만 하지..)

  그런데 그녀는 그 말꼬리를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졌다.

  [성격이 어떻다는 거죠?]

  황보소운은 순간 당황하여 우물쭈물 했다.

  [다, 당신의 성격은  매우 곱고 아름답소, 정말이오. 만일 당신을  맞는 남자

가 있다면 그는 매우 축복받은 사람이 틀림없을 거요.]

  남궁사란은 미소했다.

  이에 황보소운은 내심의 감정을 들킨것같아 안색이 더욱 붉어졌다.

  그를 바라보며 남궁사란은 말을 이었다.

  [제성격이 나쁘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 저는 사내들보다  더욱 차갑고 악랄하

죠. 허나 문제는 그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저의 미모가  당신의 마음에 드느냐는 

거죠. 당신의 무공이 높은  것은 알고 있으니 제 무공에 대해선  거론하지 말기

로 하죠.]

  [그, 그것은..]

  황보소운은 일순 말을 못하고 허둥지둥했다.

  (정말, 이 여자는 나를 지금 유혹하고 있단 말인가?)

  그가 내심 중얼거릴때, 남궁사란은 말을 계속했다.

  [저는 오늘의 격전에서 실로 많은 걸 느꼇어요. 그것은...  아무리 빛나는 젊

음이라도 한번 죽으면 허망하게 사라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시간은 나를 기다

려주지 않으며 기회는 내 스스로가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

  [얼마전 나는 평소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게  됐죠. 그는 다소 어

리숙해 보이면서도 마음이  넓고 대인대용의 흉금을 지닌 대장부에다  무공또한 

강하고 준수했죠. 저는 그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  그에게 접근하려고 한가지 

방법을 시도해죠. 헌데 그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닌 그의 화를 돋구어  내게 간

심을 갖게 하는 것이었어요.]

  [..]

  [과연 그는  저의 격장지계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더군요. 따라서 저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란게 금방  떠오르

지 않는 거옛어요.  결국 오늘까지 차일피일 미루어 왔는데... 저는  오늘 인간

에게 주어지는 기회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래서 결국은 아무런 방책도 없이 그저 허두지둥 달려오고 말았죠.]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다.

  [그가 만약 그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소.]

  남궁사란은 가볍게 탄식하며 말을 받았다.

  [그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죠. 나의 성격이 나쁜 이상은,  미모로서 그를 유혹

하려고 했죠. 더우기 저는 아직 처녀니까.. 그가 나를  버린다 해도. 나는 그를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이시간 만큼은  완벽한 그의 소유가 되고  싶어

요. 나는 자칫 이러한 기회를 놓치게 될까. 두려운 거예요.]

  황보소운은 탄식하며 말했다.

  [그 사람이 바로 나란 말이요?]

  남궁사란은 대답없이 그져 고개만 끄덕였다.

  황보소운은 재차 탄식했다.

  이순간 그의 가슴에선 뭔가 붉은 기운이 솟구쳐 나올 듯했다.

  그는 탄식하며 입을 열어싼.

  [실로 대담한 고백이오.  뜨거운 유혹이구려 당신이 아닌 그 어떤  여자도 이

렇게 대담하진 못할거요.]

  [실망하셨군요.]

  남궁사란은 다소 처연해진 음성으로 무물었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세상의 그  누구도 당신같은 여자를 마다한다면 그는 정말  욕을 먹

어도 마땅할 것이오.]

  [그렇다면...]

  일순 남궁사란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듯 했다.

  황보소운은 두손을 활짝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이리 오시오. 나는 그리 말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소.]

  [아아..]

  순간 남궁사란은 크게 기뻐하며 단숨에 날아 그의 품에 안겼다.

  [당신이.. 저의 마음을 받아주니.. 고마워요.]

  그녀의 두눈엔 어느새 눈물이 범람하고 있었다.

  황보소운은 그녀의 눈물방울을 닦아주며 입을 열엇다.

  [... 당신의 용기는 충분히 자격이 있소.]

  그 말에 남궁사란은 눈물을 비오듯 쏟아졌다.

  [허어,,, 이 좋은 시간에 눈물이나 흘려서야 쓰게쏘.

  말과 함께 황보소운은 입술을 부딪쳐갔다.

  일순 그녀의 몸에 가벼운 진동이 이는듯 했다.

  그녀의 입술은 뜨거웠고 불길같은 향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입맞춤은 길고도 뜨거웠고 농밀했다.

  이윽고 입술을 떼자, 황보소운은 그녀를 안아들었다.

  순간, 남궁사란은 감았던 눈을 뜨며 물었다.

  [여, 여기에서?]

  그녀의 배꽃같이 흰 얼굴에는 어느새 수줍은 홍조가 떠올랐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저었다.

  [내 방으로 갑시다.]

  말과 동시에 그는 가볍게 지풍을 퉁겼다.

  그러자 집무실의 한쪽벽이 밀려나며 침실이 나타났다.

  드르륵...

  황보소운은 그녀를 안고 가볍게 몸을 날렸다.

  이윽고 침실의 벽이 다시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남궁사란은  사르르 눈을 감

았다.

  ><      ><     ><

  -- 백리극

  그는 집무실의 태사의에 몸을 깊숙이 묻고서 앉아 있엇다.

  실내는 어두웠다.

  [불을 켤까요?]

  옆에서 묻는 상관유의 음성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 그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두렵지 않소?]

  그 말에 상관유는 순간 흠칫하는 듯 했다.

  [왜 그런 생각을]]

  가냘픈 떨림...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백리극은 다시 입을 열었다.

  [유매.]

  [예.]

  [언제엿던가, 우리가 약혼식을  올렸던 날이... 와룡곡에 들어가기  전이었으

니까. 아마 거의 일년쯤 됐지?]

  [.,.///

  [그 후로 당신은 내게  매우 잘 대해 주었소. 우린 결혼은 안햇지만 실은  부

부나 다름이 없었지. 사실 당신은 나에겐 과분한 사람이고...]

  [왜.. 그런말을...]

  떨리는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유매..]

  [예.]

  [우리의 이기아는 잘 자라고 있겠지?]

  [....]

  상관유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속이었짐나 그녀는 얼굴에  떠오른 수줍은 홍조를 감추지 못했다.

  백리극은 그녀의 손을 감싸잡으며 말을 하이었다.

  [당신에게 부탁이 잇소.]

  [......]

  상관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 보앗다.]

  [솔직히 나는 지금  두렵소. 이미 와룡단은 와해된것과 같고, 우리를  괴롭히

는흉수는 언제 또다시  나타날지 모르오. 이미 죽련의 소공자가 죽었으니  다음

은 아마도 내 차례일지 모르오.]

  [...]

  [나는 가가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의 백리가문이 내대에서 끊길까  두려

워 하는  것이오. 당신은..... 만일 내가  잘못되면 아이를 잘 키워주시오.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소>?]

  [가가...]

  울음섞인 음성을 토하며 상관유는 그의 품에 쓰러지듯 안겨왔다.

  일순, 그의 내심속에서 짙은 슬픔이 밀려왔다.

  그는 그러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처음  흉수가 녹림맹의 인물이거나  죽련의 인물들일줄 알았소.  허나, 

모용상이 죽고난 지금 난  생각을 바꿨소. 세상에 자기 혈육을 죽이고  일을 벌

일 사람은 악마밖에 없기 때문이오. 결국 제삼의  인물들이란 결론이오. 정의맹

도 그러한  자들은 없으니까... 더우기 그  흉수는 우리들의 매우 가까운  곳에 

잇다는 생각이 드오.]

  바로 그때,

  소름끼치도록 음산한 음성이 들린 것은....

  [흐흐흐...과연 똑똑하군.]

  [클클클.. 정말 무림의 기린아란 소리는 맞아.]

  삼인.

  그들이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자 백리극은 순간 대경하여 몸을 일으켰다.

  [너가 너희들은..]

  [왜? 아직 우리일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나?]

  가운데의 인물이 음산하게 웃으며 말을 받앗다.

  백리극은 이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대광, 당우, 남궁문우 너희들이...]

  [으흐흐흐...]

  [너희들이 그간의 흉수였단 말이냐?]

  [그렇다. 백리극 너도 이제 갈때가 되었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바로 남궁문우였다.

  그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엇다.

  백리극은 간신히 감정을 억제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믿을 수 없다. 너희들은... 진짜 그들은 어디 잇느냐?]

  [으흐흐..]

  당우가 음산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훈련이 끝나자 마자 그들은 모두 지옥으로 갔지 곧 가보면 만나게 될게다.]

  [그럼 그들은 이미... 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대광이 날카로운 흉광을 뿌리며 말했다.

  [단심회를 아는냐? 우리들은 백팔단심혈의 일원이다.]

  [배,백팔단심혈..]

  이때 남궁문우로 분장한 자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긴말은 좋지 않아 빨리 해치우자.]

  [흐흐. 그래]

  동조하는 말과 함께,. 그들은 한꺼번에 유령처럼 접근해 았다.

  이때, 백리극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말했다.

  [잠깐, 할 말이 있소.]

  이에 당우가 음흉하게 맞받았다.

  [소리를 질러서 다른 사람을 부를 생각은 말아, 이미  모든 음파는 우리에 의

해 차단되고 잇으니까.]

  허나 백리극의 생각은 딴데 잇엇다.

  [유매 부탁하오.]

  전음과 동시에 상관유의 몸을 밀실의 문쪽으로 일순 집어던진 것이다.

  휘익.

  상관유의 몸이 날고 그는 뒤따라 그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잠시라도 이들을 막아 상관유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유매, 이곳만 벗어나면 무슨 방도가 잇을 것이오.)

  백리극은 내심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곧 그것이 헛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빠르게 날려가던  상관유의 전면에 돌연 하나의  인영이 나타난것을 본  것이

다.

  (저, 저런..)

  인영의 신법은 빨랐다.

  그리고 그 손속은 더욱 빨랐다.

  백리극이 어떻게 손을 쓸새도 없이 상관유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푸슉...

  마치 폭죽이 터지듯  그녀의 가슴어림이 터져나가면서 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난무했다.

  [유, 유매.]

  백리극은 크게 울부짖으며 그 인영을 덮쳐갔다.

  순간, 그는 하얗게 웃는 상대의 사악한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친했던 남궁문우의 얼굴이엇고...

  푸슈가,,,

  눈부신 섬광이 가슴어림을 파고들며 일순 화끈하고도 극렬한 통증을 느꼈다.

  [으윽..]

  악다물린 이빨 사이로  단말마의 비명은 새어나가고 그 순간 그는  아득한 나

락으로 자지러졌다.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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