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52)

  제 14 장

  만박신뢰

  동시에 어디선가 기이한 음조이 소리가 들려왓다.

  [이 몸을 당신께 바치니, 붉은 심장이여 뛰놀아라 회주님 만세...]

  그 음서은 바로 당우에게 난 소리였다.

  (앗차.)

  황보소운은 내심 경악하며 당우에게 신형을 날렸다.

  당우의 앞에 이른  그는 일천지를 펼쳐 그의 아혈은 물론  전신대혈을 제압했

다.

  그가 이렇게  하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한순간이었고, 그 불가사의한  속도에 

당우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엇다.

  (너희들은 결코 마음대로 죽을 수가 없다)

  이들이 자결할때면, 저러한  주문을 왼다는 사실을 황보소운은 한번 겪은  바 

있엇다.

  [아니---]

  한쪽에서 비명섞인 경악성이 터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대광은 온몸이 녹아들어가고 있엇다.

  그것은 죽은 남궁문우로 변장한 시신도 마찬가지 엿다.

  (실로 철저하군..)

  내심 중얼거리며, 황보소운은 고개를 돌렸다.

  당우의 경악한 표정이 거기에 있었다.

  (우선, 입속의 극독을 빼내고..)

  생각과 함께 그는 손을 뻗었다.

  그때엿다.

  황보소운은 일순 뻗어가던 손을 주춤했다.

  (이럴수가...)

  뻣뻣하게 굳어있던 당우의  몸이 돌연 부드럽게 풀리며, 두 동공에서  갑자기 

붉은 기운이 폭출된 것이다.

  (제압했던 혈도가 저절로 풀리다니.. 이건..)

  황보소운이 망연자실해 있는 순간 당우의 신형은 돌연  붉은 기운으로 휩싸였

다.

  그것은 바로 불길이었다.

  화르륵...

  황보소운은 일순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 한걸음 물러섰다.

  (이럴수가.. 금강불괴인  내게 뜨거운 느낌을  주다니.. 그럼 이것은  심화란 

말인가?)

  화르르륵....

  당우의 시신은 금방 타들어가 한줌의 재로 화해갔다.

  (그럼, 이건 심령금제란 말인가? 악마의 심령금제, 천년  전 십만마교에서 잠

시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미완의..)

  내심 중얼거리며, 황보소운은 멍하니 서 있엇다.

  그때, 그의 앞으로 한사람이 다가들었다.

  [넌 누구냐?]

  그의 음성은 마치 고함을 친듯 했다.

  황보소운은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바라봤다.

  [당신은...]

  [난 무심곡주다. 이름은 모용군백이지...]

  황보소운은 일순 눈빛을 빛냇다.

  (아 , 이사람이 바로 모용상의 부친이자.. 그렇다면..  이들 흑의인들은 모두 

무심곡의 고수들이란 말인가?)

  황보소운이 내심  흠칫하여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또한사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는 본맹의 와룡단 감찰총령, 황보소운이지.]

  그는 바로 백리운악이엇다.

  이에 무심곡주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오랜만이군..운악.]

  [그렇네.. 백군.]

  그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섰다.

  (무심곡주와 맹주는 서로 아는 사이였단 말인가?)

  황보소운이 내심 놀라는 가운데, 그들은 잠시 마주보며 침욱했다.

  휘이잉...

  안개속으로 일진의  살풍경한 회오리가 지나간  뒤,,, 백리운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술수업시절, 우리가 만났떤 때가 이십 오년전 이었던가?]

  무심곡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았네, 패기로 다지면 오히려 자네가 한 수 위였지..]

  [자넨 좀 사려깊은 면이 있었어,, 그래서 내가 자넬  친구로 생각했었던 것이 

아닌가? 허나, 옛날의 친구는 이렇게 적이 되어 있군. 이것이 숙명이란 건가?]

  [.......]

  일순 묘한 침묵이 다시 그들 사이로 흘렀다.

  이윽고, 그 침묵을 깨고, 백리운악이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네, 비록  길이 달라, 이렇게 지금은 적이 됐지만,  옛날의 우정을 

생각해서 들어주게.]

  [옛날의 ...우정이라...]

  무심곡주는 일순 부르르 떨었다.

  그는 바라보며 백리운악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네, 비록 자네의 아들이 죽었지만, 나의 아들도  죽었네. 그뿐만이 아니

라, 많은 젊은이들이  똑같이 희생을 당했네, 내말은 자네가 여기서  그만 물러

서주길 바란다는 말이네..]

  [물러서 달라고?]

  백리운악의 말을 뇌까리던 무심곡주는 돌연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핫... 물러서 달라고?  자네이 아들과 내 아들이 같은줄 아는가?  좋지, 

좋아, 설혹 내가  지금 이대로 물러선다고 치세  허나, 나의 부친께서 이  일을 

그냥 좌시할 것 같은가?]

  이 말에 백리운악은 고개를 끄덕엿다.

  [그도 그렇겠지, 허나, 나는 이번의 이 사건에 모종의  흑막이 게제되어 있음

을 느끼고 있네, 자네 부친께는 빠른 시일내에 진상을  파악해 전해드릴 생각이

네, 싸움이란 피차 좋지 않다고 보네..]

  일순 무심곡주는 안광을 번쩍 빛냇다.

  [내가 만일 그래도 무력을 불사하겠다면.?]

  백리운악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 또한 그것은 자네의 성격과도  부합되는 

것이고, 허나,,, 나역시 이곳에 혼자 오지많은 않았네.]

  (그렇겠군. 그가 왔다면,,, 정의맹의 전력이 투입돼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황보소운이 내심 중얼거리는 동안, 무심곡주는 잠시 침묵을 지켯다.

  휘이잉...

  한차례 회오리가 지나가자, 마침내 그는 입을 열었다.

  [좋네,, 허나 양보는 이번 한번뿐일세.. 그리고 상아의 시신은 내놓게.]

  백리운악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 빙긋 미소를 지었다.

  [고맙군. 자네의 그  한마디로 천하무림이 도탄에서 구제된 셈이네, 그대  아

들 시신이야 여부가 있겠나?]

  이어 그는 백리하를 불러 지시했다.

  [하아! 어서 가서 그의 시신을 가져오너라.]

  [예,]

  백리하는 곱게 대답한 뒤, 바람처럼 신형을 날렸다.

  휘익..

  금세 아득히 멀어져가는 그녀의 신형을 보며 문득  무심곡주는 통명수럽게 입

을 열었다.

  [좋은 딸을 두었군, 내 자식이 죽지만 않았더라도..]

  백리운악은 미소하며 손을 저었다.

  [사람은 반드시 한번은 죽게 마련이니, 그리 상심하지 말게.]

  [흥, 그러는 자넨 아들을 잃고서도 마치 해탈한 사람같군.]

  무심곡주가 냉랭하게 코웃음치자, 백리운악은 낭랑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이로 인해, 그들 주위에는 금세 옛날의 우정이 다시 피어나는 듯 했다.

  (맹주는 과연 대인의  풍도가 있구나, 그는 자식을 잃고도 무림을  위해 저토

록 태연하게 웃을 수 있다니... 아마도 그는 이번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잇을 지

도 모르겠다. 허나, 과연 그 흉수들이 겨우 이정도에서 그치고 말까?)

  내심 중얼거리는 황보소운은 일순 뭔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옴을 느꼇다.

  (허나, 어쨌든 그  흉수들과 나와는 불공대천의 관계가 아닌가. 비록  그들에 

의해 덧없이 죽어갈  사람들이 안타깝지만, 어차피, 언제고 부딪칠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다음순간이라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내심 뇌까리며 황보소운이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저 멀리서 하나의 담황색 일점이 나타났다.

  물론, 그녀는 조금전에 떠났던 백리하였다.

  헌데 그녀이 윤곽이  점차 확실해지자, 황보소운은 문득 눈빛에 기광을  뿌렸

다.

  (헌데,, 어째서 그녀는 빈손으로 혼자 오는 것일까?)

  그 광경에 백리운악과 무심곡주 두 사람 역시 크게 움찔하는 모습이엇다.

  이윽고 백리하는 신형을 날려 가까이 내려셨다.

  [무슨 일로 그냥 왔느냐?]

  백리하는 급히 달려왔는지, 그녀는 즉시 대답했다.

  [그들이 죽련소속의 무리들이  본단막사를 침습하여 그의 시신을  가져갔습니

다. 지금 본단의 막사는 온통 수라장입니다.]

  [뭐라고?]

  그녀의 말에 장내에 모든 인원은 하나같이 크게 놀랐다.

  [와룡단의 인원들은 어찌됐느냐?]

  백리운악의 물은에 백리하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막사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 그들이 데려간 듯 합니다.]

  이에 백리운악은 잠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늘의 시기하심인가? 무림은 점차 수습하기 어려워져 가는구나....]

  허공을 바라보며 뇌까린 그는 무심곡주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도 들었는가?]

  무심곡주는 눈을 부릅떳다.

  [나더러 지금 그말을 믿으라는 건가?]

  그의 음성은 몹시 침중하고 비장한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무심곡주는 잠시 망설였으나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가보게.]

  이 무렵 황보소운의 신형은 이미 허공을 날고 있엇다.

  그는 무심곡주의 끝말을 아득하게 들으며, 황급히  막사쪽으로 신형을 날려갔

다.

  (무심곡주에 이어 그들이  이렇게 빨리 나타났다는 것은 정말 이상하군..  죽

련이 잇는 강서성  무이산은 웬만한 고수라도 보름은 걸리는 거린데  말야.. 그

렇다면. 이것도 흉수의 짜여진 각본의 하나란 말인가?)

  내심 조급한 심정으로 신형을 날리면서도, 황보소운은  얼핏 머리칼이 곤두서

는 느낌을 맛보았다.

  ><      ><         ><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막사앞에는 의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다.

  거기에서 황보소운은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황보소운이 얼마 전 와룡단 창단식에서 본바 있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신유 만박님...]

  바로 신도 청허, 신승 뇌공, 과 함께 삼태상으로 불리우는 신유 만박이었다.

  그는 노학자답게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었다.

  [이 할일없는 늙은이야, 무슨 일이 있겠는가? 자넨  아마, 와룡단의 감찰총령

이었지, 이름이 황보소운이라고 했던가?]

  미소를 떠올리자, 홍안백발 청수한 용모는 얼핏 선인의 기풍을 느끼게 했다.

  황보소운은 그가 자신을 알아주자, 문득 송구한 느낌이 앞섰다.

  (누구라 해도 이분 앞에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수밖에  없다니, 과연 정말

이구나, 맹주의 인덕과  뇌공, 청허상인의 화려한 옛 명성에 코웃음을  치는 자

라도 이분에게 만큼은 누구나 존경으로 대한다지?  정의맹을 창설하신 실질적인 

공로자이자, 무공도 없이  암중에서 맹을 지도하고 이끄셨다는, 무림의  살아있

는 성스러운 두뇌... 신유 만막이란 이름은 그래서 붙여졌지...)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리며 허리를 굽혔다.

  [불초의 미미한 이름을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에 신유만박은 미간에 온화하고 고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허. 자네같은 물미의 신룡을 모른대서야 어디 말이나 되겠는가?]

  황보소운은 더욱 송구한 느낌을 받으며 입을 열엇다.

  [실은 죽련의 무리가  본단의 인원들을 데려갔다는데, 어찌 되었는지  아십니

까?]

  그말에 만박은 고요한 시선에 얼핏 기광을 발했다.

  그는 다소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정예와 우리 본맹의  전인원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바로 방금 전이었네, 부상자의 말을 들어보니, 맹주와  먼저 출발했던 영웅전주

등은 그 죽련의 무림들을 뒷쫓아 갔다더군, 우린 지금 맹주를 기다리고 있지]

  (영웅전주라면 철탑용신 팽각, 그분이 아닌가.)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리며 물었다.

  [하오면 그들이 어느쪽으로 갔는지,...]

  [동남쪽으로 갔네 대략  일각정도 지났다니까 지금 달려가보면 볼수 있을  지

도 모르네, 자네가 먼저 가보려나?]

  [예, 와룡단은 저와 한몸이나 같습니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지요.]

  말과 동시에 읍하고 황보소운은 신형을 뽑아올렸다.

  [그럼 수고 하게,, 맹주께서도 곧 뒤다르실걸세.]

  만박신유의 온화한 음성이 달리는 그이 귓전에 웅웅거렸다.

  ><     ><><

  과연 동남쪽으로 이각정도 달려가자, 일단의 무리들이  어우러진 격전지에 도

달할 수 잇었다.

  팡...파팡,,,

  차차창...

  [으아악...]

  격전은 예상보다 살벌햇다.

  드넓은 평원의 가운데 서로 얽혀 돌아가는 무수한 사람들..

  그들중에서 얼른 피아를 식별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문득 시선이 빛났다.

  (감찰육령이 그리고 저들은  와룡단의 잔여인원들이 아닌가? 다행히 아직  붙

잡히진 않았군..)

  황보소운은 급히 그쪽으로 신형을 옮겼다.

  예상외로 와룡단의 인원들은 선전분투하고 있엇다.

  포위된 형국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인원들과 함께,  적도들을 거세게 몰아붙

이고 잇었다.

  (영웅전의 고수들이 적절한 시기에 가세했던 모양이군.)

  내심 중얼거리며, 그는 한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그가 아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격전에 임하고 있었다.

  바로 황보소운그의 수하였던 감찰육령이엇다.

  (감찰육령 능소.)

  번쩍...번쩍..

  불과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총기 가득한 영준한 용모,

  그는 쾌검의 명인이었다.

  좌충우돌 성난 사자처럼 용감하게 날뛰는 그를 보며  황보소운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열여섯의 나이에  감찰육령에 오른 아이, 그이 무예에 대한  자질은 다

른 오명보다 오히려 앞선다고 볼수 잇찌.)

  그이 시선은 곧 다른 곳으로 돌았다.

  (제오령 노광,  그는 지법의  조예가 상당하군.. 제사령,단비...그는  육중한 

체구에 무거운 대도..흡사 팽소를 다시보는 느낌이야..)

  일순 황보소운의 시선이 번쩍 빛났다.

  (저자는 몹시  검법의 기본이 충실한데? 아하~  그는 바로 제삼령  구홍이군, 

그리고 저  흐릿하게 보이는 삐쩍마른 놈은  암기와 경공에 조예가 깊은  곡풍, 

제이령이지.. 그런데 저 비검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자는?  음, 바로 제갈기

군. 그는  제일령이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군. 머리만 비상한줄  알았는데 

무예수준도 상당하군...그래...)

  삼십육개의 비검술...

  그것이 허공가득 펼쳐지자, 사방은 온통 검화의 꽃비가 내리는 듯했다.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거두고, 발출하는 제갈기의 주위엔  이미 적도들의 시신

이 가득했다.

  파라락...

  슈슈슉,,,

  한참 공격을 퍼붓던 제갈기는 문득 황보소운을 발견하고 급히 다가왓다.

  [수고가 많군, 헌데 어쩐일이지?]

  황보소운은 가볍게 미소하며 물었다.

  그런데 제갈기는 의외로 가득 침중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 놀랍고 의오로운 것이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총령님이 떠나신 후 바로 무심고곡을  제외한 팔문의 인

원들이 쳐들어 왓습니다. 그들은 모용상의 신신을 찾아낸뒤 , 물러갔지만...]

  [......]

  [그들중 환영막주가 주모님을 비롯한 세명의 여향주를  납치해갔습니다. 그래

서 저희들은 그들을 추격,.. 이들은 그 잔당들 입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남궁사란. 당청, 사마옥이 잡혀아갔단 말인가?]

  황보소운은 일순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 2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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