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52)

  제  3 장

  악마의 철기대

  --무심곡주

  그는 막사 앞, 가장 높은 곳에서 있었다.

  황보소운은 그가 일순 손을 가볍게 젓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그의 뒤에서 안개처럼 검은 흑영들이 치솟아 올랐다.

  (저 백여 명이야말로  오늘 아침에 본 그 자들이군... 일인이  능히 와룡단의 

향주급과 맞먹는 수준이야...)

  흑의인들의 신법은 표홀했고 마치 유령이 흐느적거리는 듯 했다.

  [으흐흐흐... 감히 우리 백팔무심인을 링로라보다니...]

  일진의 괴소성이  터지는가 싶은 순간 그들은  일제히 철기대를 향해  덮쳐갔

다.

  슈슈슉,,,

  철기대의 철장찧아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폭사됐다.

  허나 일순  흑무가 어른거리는 순간 그들의  신형은 교묘히 철장창의  사이를 

파고 들고 있었다.

  슈파팟....

  백여 개의 검광이 번뜩이자, 돌연 하늘에 섬광이 작렬하는 듯 했다.

  번쩍,

  [끄으윽....]

  일진의 둔중한 단말마와 한께, 허공 가득 핏물이 폭사되어 올랐다.

  가공스럽게도 철기대의 말과 사람은 동시에 절반으로 베어지고 있엇다.

  [끄억---]

  번쩍----번쩍.

  허공 가득 혈육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토록 당당하던 철기대의 위용이  한꺼

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엇다.

  (안타까운 일이다. 저들이  제정신이었담녀, 저토록 쉽게 당하지도  않앗씽르 

것이다. 내가 나서서  도와주고 싶으나, 그로 말미암아. 대격전이 야기될  수도 

있는 일이고..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저들은 살지 못할  것이다 심령금제가 풀

리지 않는 한은...)

  황보소운은 내심 탄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죽련과도  한판 대격돌을 피할 수  없겠짐나, 지금은 흉수의  암계에 

휘말려 있는 만큼,  도저히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는 일이야,  가능하면 대격돌

을 피하고 봐야 해, 저들의 죽음은.,... 어쩔수 없구나...)

  그때 문득 그의 시선이 기광을 발했다.

  팔척이 넘는 체구에 , 우람한 근육이 번들거리는 육체....

  피부색은 철갑만큼이나 시커멓게  보였는데, 철장창 대신 그는 한 자루  거대

한 묵도를 팔랑개비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크아악...]

  고함인가, 괴성인가?

  그 무적의 흑의인들도 그의 앞에선 크게 주춤하고 있엇다.

  파츠츠츳....

  아니, 오히려 한두명싶기 거꾸러져 가고 있었다.

  (그는 바로 철기대주로구나, 아마 이름이 절사자 팽무라고....)

  [크윽...]

  또 한명의 흑의인이  허리가 동강나서 쓰러지자, 다른 흑의인들은 일시에  크

게 격분했다.

  [흐흐흐... 제법이나 한꺼번에 덮쳐라....]

  누군가의 냉혹한 음성이 터지자 돌연 하늘이 어두워졌다.

  대여섯 명의 흑의인들이 한꺼번에 덮쳐 내려온 것이다.

  칠흑빛 먹장구름  아래 뇌전이 작렬하듯 가공무쌍한  검광이 오직 그를  향해 

내리꽂혔다.

  번---쩍...

  무론, 그 철사자 팽무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순간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킴과 동시에 검고  칙칙한 도강을 가득  피워올린 

것이다.

  파츠츠츠츠....

  꽈꽈광...

  마치 수천근 화약이 폭발한 듯한 폭음이 장내를 진동했다.

  동시에 어지럽게 날아가는 혈육들....

  놀랍게도 그들은 방금 공격한 대여섯 명의 흑의인들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팽무가 아직도 땅위에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점

이다.

  비록 그의 가슴과 허리, 복부등에는 무려 다섯 자루의  장검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지만...

  [지, 지독한 놈...]

  경악과 두려움에 가득찬  음성과 동시에 두어 명의 흑의인들이 그의  목을 베

기 위해 달려들었다.

  번쩍....

  시체와 같은 그의 목을 베기란 의외로 쉽게 느껴졌다.

  헌데 그때 무심곡주의 쩌렁한 일갈이 터지며, 검은 그림자가 번쩍했다.

  [멈춰라.]

  슈슈슈,,,,

  [으아악....]

  어찌된 일인가?

  일순 장내의 흑의인들은 신형을 멈추고 두 눈을 부릅떳다.

  [이럴수가... 대체... 믿을 수가 없구나...]

  누군가의 경악성이 절로 터졌다.

  죽은 줄로만 알앗던 팽무,.

  그는 죽은게  이니라, 오히려 그를 베려던  두 흑의인의 심장을 각각  쌍수로 

꿰뚫었던 것이다.

  비명은 그들에게서 난 것이었다.

  물론 팽무도 처참하게 죽어 있엇다.

  그것은 물론 무심곡주가 일순지간 날아들어 그렇게 한 것이다.

  [정말, 지겨운 놈이군..]

  무심곡주가 일순 이를 갈며 진저리를 친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 무렵 철기대의 인원들은 거의 모두가 쓰러져 가고 있었다.

  그때,

  일순 무심곡주의 전면으로 쾌속하게 날아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움직임은 우선, 소리 없이 날아드는 신법부터가  다른 사람들과 달

랐다.

  [아니,]

  무심곡주는 일순 경악하여, 몸을 비틀며 좌측으로 열 자나 미끄러져 갔다.

  헌데, 그의 반응도  신속한 것이었지만, 상대의 임기응변 역시 그에  못지 않

았다.

  그가 마악 자세를  갖추기도 전에 상대는 이미 날벼락같이 일장을  전개해 오

고 잇엇다.

  꽈르르...

  그 묵청빛 강기 속엔선 강렬한 벽력음까지 울리고 있었다.

  [천뢰기, 무당절학이구나!]

  일순 크게 놀란 무심곡주는 일시, 경호성을 지르며 마주 쌍장을 내뻗었다.

  쿠르르르....

  마치 고리모양으로 생긴 검은 강혼들이 굉렬한 속도로 맞부딪쳤다.

  꽈꽝....

  마치 금속이 터져나가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순간 무심곡주는 신형을 가누며, 곤혹에 가득찬 음성을 토했다.

  [어째서 그자는  도중에 공력을 거둔 것일까?  그렇다면 필히 중상을  입었을 

텐데...]

  이때, 뿌옇던 황사가 가라앉고, 장내의 상황이 환하게 드러났다.

  헌데 웬일인지 그 상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앗다.

  [엇.]

  [아니---]

  흑의인들이 저마다  놀라경악성을 발할 때,  무심곡주는 멀리 지평선  한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실로 귀신같은 놈, 그러한 경공의 고수가 잇을 줄이야,,  놈이 그 자를 구해

가는데도.. 나는 놈의 형체도 분별하지 못했다니.. 대체  이러한 고수가 있었던

가? 그래서 놈들은 이런 방법으로 나를 히롱한 걸까?]

  [.....]

  그의 중얼거림에 흑의인들은 대경실색했다.

  무심곡주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이빨을 악다물엇다.

  [허나, 그자, 철기대를 이곳에 이끌고 온 그 자는  분명, 정의맹 삼태상의 하

나인 청허였다.  그 자들이 감히  나를 우습게 본다면, 나도  가만 있을 수  없

지..결코..]

  외치듯 주얼거리는 그의 시선엔 어느덧 붉은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문득 나직한 단말마가 터져삥다.

  [으아악...]

  그것은 화려했던 철기대의 최후를 장식하는 비명이엇다.

  ><         ><      ><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아무리 그래도 이분만큼은 죽게  할 수는 없지, 그때 

마침 상인의 공력이  탈진상태에 이를 줄이야... 그 무심곡주는 이상하다고  생

각하겠지만.. 이 분은  무리한 어풍비행등르로 진기의 소모가 너무도  극심했었

거든... 실로 그때의 격돌에서 이만하기도 다행이야...]

  황보소운은 까마득한 허공을 날고 잇엇다.

  경공이 답허성실, 즉  허공을 자유로이 오가는 경지에 오른 그는  날아가면서 

청허상인의 몸상태를 살쳤다.

  다행히 심한 내상 뿐이어서 그는 진기요상으로 치료한 뒤,  수혈을 짚어 잠들

게 햇다.

  (깨어나면 또 발작할 테니.. 우선 이렇게 해두는 수밖에...  그나저나, 이 심

령금제는 어떻게 푼단 말인가?)

  세상의 모든  무학에 저통한 그도, 그것만은  알수 없어 무척 곤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이 황보소운심령금제는 기타 사술이나,  금침제혼수법 따위와는 

전혀 다르다는 거지. 오로지 강력한 심령에 의한.... 세상에  이런 자가 있다는 

걸까? 그건 곧 무예가 추측하기 어려운 경지라는뜻인데...)

  ><     ><           ><

  황보소운이 돌아왔을 때 막사는 기이하게도 텅비어 있엇다.

  황보소운은 몇몇 잔여 인원들에게 물었다.

  [대체 어찌된 일이오? 모두 어디로 갔소?]

  그러자 그는 몹시 분개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모두 죽련 그자들  때문이오. 놈들은 전 와룡단의 남은 젊은이들을  모두 잡

아갔소. 그래서 신승께서 직접 나섰으나, 적도들이 워낙  강대하여 결국 맹주님 

이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달려갔소.]

  황보소운은 내심 아연했다.

  (아침의 격전에서  와룡단의 잔여인원들은  돌아오지 않앗단 말인가?  그리고 

신승이라면 바로 뇌공선사가  아닌가? 청허상인에 이어 그가??? 결국  전면전은 

터지고야 말았단 말인가?)

  황보소운은 내심 장탄식을 토하며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들은 모두 어느 방향으로 갔소?]

  그 자는 황보소운과  손에 들린 청허상인을 힐끗 바라보더니, 곧이어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바로 정남으로 갔을 거요. 헌데 그 환자는 놓고 가는게 어떻소?]

  그의 말에 황보소운은 가볍게 웃으며 몸을 날렸다.

  [알아줘서 고맙소, 허나 이분은 아무곳이나 함부로 둘 분이 아니오.]

  꽝...꽈꽈과,,,

  펑....파파팟...

  황보소운은 아연실색했다.

  (이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갈대숲이 우거진  드넓은 대평원 가운데., 무섭게  드잡이 질을 벌이고  있는 

인원은 거의 십만이나 되었다.

  말이 십만이지, 그것은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숫자다.

  황보소운은 내심 부르르 떨었다.

  (과연 전 무림인이 다  모인 것 같군. 대체 무림인이 이렇게 만은 줄은  상상

도 못했어...)

  그는 정신이  일신 멍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장내를 좀더 찬찬히 흩어  보았

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까마득한 허공인지라, 모든 상황이 하눈에 들어왓다.

  (적은 대체로 아홉무리군.  헌데, 어? 저들은 무심곡의 인원들이 아닌가?  저

들은 언제 이곳에  합류했지? 그러고 보니, 저아홉무리는 바로 구문인  것 같은

데...)

  죽련의 구문,,

  황보소운은 그중 녹림맹과 환영막, 무심곡의 인원을 알고 있엇다.

  지금 그들 중 가장 날뛰는 무리들은 무심곡의 인원들이었다.

  (그들과 맞서는 이족 편은, 음, 저건  백팔나한진에다 무당파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고수들이구나, 그리고  특히 저 금검대와 영웅대의 활약은 정말  눈

부시군...)

  장내의 상황은 서로 대등했다.

  죽련의 무리들이 무려  칠만, 정의맹의 인원들이 삼만여이나, 정의맹은  거의

가 정예들이 었다.

  황보소운은 문득 한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정의맹주인 백리우악이 처열하게 접정을 벌이는 곳이엇다.

  (엇, 그의 상대는  무심곡주군, 둘은 거의 막상막하인 걸, 맹주가  조금 나아

보이기도 하고...)

  콰르릉...

  번쩍....파팟...

  그 두산람이 맹렬히 돌아가는 주위엔 뽑혀나간 갈대잎과  아울러 자욱한 황사

가 가득했다.

  더군다나 그드은 아예 발이 땅에 닿지도 않고, 공주에서  격렬하게 얽히고 잇

었다.

  번적이는 검광이나 우뢰소리를  동반하는 강기의 폭풍으로 그들 주위엔  아무

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다.

  헌데, 정작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곳은 거기가 아니었다.

  황보소운은 일순 눈빛을 빛냇다.

  (저분이 바로 뇌공선사인가? 헌데 저분과 대등하게 어울리는  저자는 대체 누

구지? 실로 살벌무쌍하군...)

  백미노승... 그러나 안색은 핏빛처럼 붉어, 그가 성격이  다소 황금함을 나타

낸다.

그와 맞붙은  사람은 역시 대머리에 눈썹마저  없이 씽노통 시뻘건  흉상이었

다.

  특히 그자는 불타는 듯한 흉포를 걸치고 있어, 마치  전신이 타오르는 활화산 

같았다.

  꽈꽈과꽝....

  번쩍...뻔쩍....

  그들이 싸우는 광경은 마치 아수라의 지옥도를 방불케했다.

  지옥의 수라귀가  현신한 듯 그들은 아예  자신의 안전 다위는 돌보지  않고, 

오로지 상대를 척살하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자니 온통 땅거죽이 일어나고 그 여력으로 곁에서  멋모르고 죽어가는 자

들이 부지기수였다.

  (저자야 그렇다쳐도 불문의  고승인 뇌공선사께서 저렇듯 흉험한 살수를  ...

저것도 무슨 까닭이 있는 것일까?)

  그 밖에 삼공인 전광, 만뢰, 허무와 거대한 덩치의 철탑 용신 팽각,

  그리고 내당 당주인 창궁검 남궁수, 형당 당주인 섬전무정도  악정 등 육인이 

각각 적의 수뇌 일인씩을 맡아 교전하고 잇엇다.

  (저들은 바로 오대세가의  가주들이군...그 중에서도 저 팽각이란 분의  무예

는 정말 대단해, 그는 마치 불사신 같군..)

  구파일방의 영수들과 외당  당주인 팔비신수 당천행 , 일백영웅 대주  무적권 

사마장후, 일천금림대주 천환검  냉풍 등은 나머지 고수들을 이끌고 구문의  무

리들과 서로 치열한 살상을 벌이고 잇엇다.

  사실상, 그곳의 싸움이야말로 가장 잔인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도살이나, 자살행위엿고, 일면 죽음의 유희였다.

  파도처럼 , 마치 하찮은 벌레처럼,.. 무더기로 혹은  소리없이 황야의 고혼이 

되어가는 무수한 인명을...

  황보소운은 내심 진득한 슬픔이 밀려왓다.

  (어째서.. 저들은 서로 죽이고 또 하릴없이 죽어가는가? 아마,  저들 중에 무

림제채의 야망을 꿈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들은 그저  윗사람들의 명령에 의

해 덧없이 죽어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싸움은 무림제패도  뭣도 아닌, 음모

에 의해  진행된 어처구니  없는 격전이  아닌가? 실로  무의미한 저러한  죽음

은... 말려야 한다. 나는... 비록... 흉수의 손에  놀아나게 되는 것일지라도.. 

어차피 저들 무림인들이  몰살한다면.. 무림의 나 역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

겠는가?)

  일순의 생각은 긴 듯 했으나, 사실 짧았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황보소운은 까마득한 허공으로 부터 일직선으로  내리꽂

히듯 떨어지며, 벼락같이 일갈을 터뜨렸다.

  [멈추시오....]

  죽고 죽이는 상황에서 멈추란다고 멈추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허나, 장내의 치열하던 격전은 일순간 거짓말처럼 멈췄다.

  황보소운의 일갈에 모든 사람의 진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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