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52)

   제 6 장

   음모중중

   [당신은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 자신의 죽음은 두려워 하는군.]

   황보소운은 차갑게 냉소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때엿다.

   돌연 백리운악이 입을 열어 황보소운을 제지햇다.

   [황보총령, 그만두게.]

   그 말에 황보소운은 일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러한 자는 죽어야 합니다. 이 자만 죽이면 당장 무림이 평화로울텐데 

 뭘 주저 하십니까?]

   백리운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그래도 그는 영웅일세,. 영웅은... 욕보이는 것이 아니라네..]

   황보소운은 탄식했다.

   그는 돌아서서 백리운악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 대신 저는 죽련의  주력을 제거하겠습니다. 이것까지 말리지는 않겟

 지요?]

   백리운악은 미소했다.

   [자넨 좋은 젊은이군. 자네의 뜻대로 하게.]

   [고맙습니다.]

   황보소운은 허리를 굽히고 몸을 번쩍 날았다.

   뒤이어 장내에 괴상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삼단의 고수들이 픽픽 쓰러져 나가기 시작햇다.

   비명성도 일지 않앗다.

   오직 한가닥 희미한 백영이 휘도는 것만 보일 뿐.

   대략 일각의 시간이 지났을 때 황보소운은 돌아왓다.

   [자넨 그들을 죽이지 않고, 무공만 폐쇄햇군. 그로 인해 자넨 복을 받을 

 것이네.]

   백리운악은 미소하며 입을 열엇다.

   황보소운은 가볍게 실소하며 대답했다.

   [진작 이렇게 무력으로 나올  걸 그랬나 봅니다. 어쨋든 이제 맹으로 가

 셔야지요.]

   백이운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 가야지, 그전에..]

   황보소운은 한쪽에 시선을 주었다.

   거기엔 금룡대제가 쓰러져 혼절해 잇엇다.

   그는 극심한 내상과 정신적인 타격으로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

   황보소운은 그에게 가서, 그를 깨워 일으켰다.

   [너, 는...]

   황보소운을 향해 아직도 놀라는 그를 향해, 백리운악은 입을 열었다.

   [대제, 우리는 여기서 싸움을 끝냅시다.]

   [그... 그러지..]

   더듬거리며 대답하는 그를 향해, 황보소운은 입을 열었다.

   [당신의 아들은  놔두고 가시오. 나는 당신의  아들을 인질로 잡아야만, 

 당신을 믿을 수 있겠소.]

   이윽고, 죽련의 무리들은 떠났다.

   나타날 땐 화려했던 그들의 모습은 몹시 처참하게 보였다.

   그들이 멀리 사라지자, 돌연 백리운악은 허리를 꺾었다.

   [윽----]

   허나, 옆에서 이것을 바라본 황보소운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황보소운이 부축하자 그는 다소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알고 있었군. 나는  사실 내장이 완전히 부스러진 상태였네, 대

 라신선이 와도 어쩔수 없지.]

   [맹주님.]

   백리운악의 죽음을 지켜보며 황보소운은 내심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런 그를 보며, 백리운악은 입을 열었다.

   [내 딸을 불러주게.]

   마침 백리하는 그 근방에 있다가, 급히 달려왔다.

   그녀의 몸은 이번의 격전으로 인해, 온통 만신창이였다.

   [아버지]

   울음을 터뜨리는 딸을 보며 백리운악은 입을 열었다.

   [사람이란 한번은 죽게 마련이다.]

   이어, 황보소운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내 딸애가 자네를 생각하는 마음이 특별하더군, 밉지 않다면 

 내 딸을 거두어 주게 그리고,... 무림을 부탁하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렇게 이 시대의 한 영웅은 죽어간 것이다.

   -- 무림을 부탁하네.

   그의 그러한 마지막 말은 황보소운의 귓가에 오랫동안 남아 웅웅거렸다.

   >< ><         ><

   정의맹의 인원들은 일단 막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날 밤,  황보소운은 구파일방의 장문인을 비롯, 맹의 전주 및 

 당주, 대주 등의 방문을 받았다.

   마침 , 혼자 있던 황보소운은 내심 크게 놀라며 그들을 맞았다.

   [아니, 무슨 일들이십니가?]

   그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내당의 당주인 창궁검 낭궁수엿다.

   [공자와 한 가지 상의할 일이 있어 왔소이다.]

   그의 어조는 몹시 심각하도고 신중해 보였다.

   [무슨 일이신데... 말을 낮추시지요. 말학후진인데...]

   마침 남궁사란과의  관계도 있고 한지라, 황보소운은  내심 그를 공손히 

 대했다.

   허나, 남궁수는 다시 심각하게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그럴수는 없소. 공자께선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오?]

   [그것은...]

   황보소운이 잠시 우물쭈물하자 남궁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죽련이 물러갔다고 해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고, 특히, 맹주의 

 자리를 이대로 비워둘수는 없는게 아니겠소?]

   황보소운은 그의 말에 수긍을 표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습니다. 맹주님을 다시 뽑아야겟지요.]

   헌데, 그의 말을 받아서 남궁수는 또박또박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 맹주가 되실 분을 황보공자, 당신으로 결정했소.]

   황보소운은 순간 안색이 대변혔다.

   [그, 그것은 아직 소생의 나이가 어리고 경륜이 미천하여...]

   황보소운이 일시 당황하여 고개를  젖자, 남궁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미

 소했다.

   [공자께선 겸손하시군요. 이  상황에서 맹주의 적격으로, 공자만한 인물

 이 또 어디에 있겠소이까? 너무 사양하지 마시오.]

   [아, 하지만, 삼공이나 기타 여러분도 계시는데...]

   황보소운이 계속  사양하자, 남궁수는 할수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히 그러시다면.. 그 문제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지요. 그보다 사실은 

 더욱 중요한 일이 있소이다.]

   그의 느닷없는 말에, 황보소운은 일순 눈을 크게 떳다.

   [더욱 중요한 일이라니요?]

   남궁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듯 하더니,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낮 격전 도중 공자께서 말한 바 있는, 그 암중의 흉수 말입니다.]

   [예에?]

   황보소운은 설마 그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라, 눈을 더욱 크게 

 떳다.

   남궁수는 속삭이는 듯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만박신유가 마음에 걸립니다.]

   [만박신유요? 그분은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

   남궁수는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물론 우리 모두 분명히 보았지요. 허나 강호의 음모는 워낙 괴이막측하

 여, 그것만으로는 결코 안심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

   [이를 테면, 그자가 만박신유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도 잇지요. 우린 그

 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그자는 인피면구 따위로 교묘히 우리의 눈을 속

 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황보소운은 시선을 깊게 빛냈다.

   [그러니까. 만박신유가 흉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군요.]

   남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첫째, 무림의 너무도  신비에 가려진 인물로 행세해왔고, 그런 그

 가 아무리 무공이 없다고  해도. 그토록 쉽사리 금룡대제에게 잡혔다는 것

 은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일이지요. 더구나 그는 삼태상의 일인으로서, 정

 신이 이상해진  청허, 뇌공 두 분과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이일테니. 

 무슨 금제를 걸었다면, 그의 혐의가 가장 유력한 것입니다.]

   [....]

   황보소운은 말이 없었다.

   그는 이순간  노학자 만박의 그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

 다.

   (설마, 그러한 분이...... 정말 악의 꽃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이

 치란 말인가?  이분의 말은 옳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가...)

   황보소운은 조용히 그들을 둘러보았다.

   (다행이야. 그동안 나혼자 흉수의  음모를 깨기에 너무나도 벅찬 느낌이

 었다. 이제 이분들이 발벗고  나서서 도와준다면, 아마 흉수를 잡을 수 잇

 을지도 모른다.)

   내심 생각하며, 황보소운은 물었다.

   [그래서 여러분께선 어떻게 하시기로 했습니까?]

   남궁수는 다소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아무리 혐의가 짙가고 해도. 확실하지 않은 이상, 그 분을 흉수로 단정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소.]

   [그렇죠. 그 분은 누가 뭐래도 무림의 첫째가는 공헌자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남궁수는 말을 낮추며 속삭이듯 말했다.

   [우린 지금 직접 확인하러 가기로 했소이다.]

   [.....?]

   [그 방법은 저녁때 묻은 그의 시신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아하,]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다.

   (비록 그 분의  위명에 다소 누가 되더라도,  무림의 안녕을 위해선, 그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

   남궁수는 탄성을 지르는 황보소운을 보며 물었다.

   [어쩌시겠소? 공자께서도 같이 가시겠소?]

   황보소운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가야지요.]

   이윽고, 그들 모두는 막사 밖으로 신형을 날렸다.

   >< ><       ><

   -- 철탑용신 팽각,

   그는 구척이 넘는 거구에  우락부락한 인상이 우선 상대방에게 위압감부

 터 주는 용모이다.

   그는 병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스윽...슥...

   그의 애병은 폭이  넓고 , 두꺼운 검은 묵도,  그의 안색은 다소 침중해 

 보였다.

   문득, 한사람이 방안으로 다르어서며, 그 혼자만의 침묵을 깨뜨렸다.

   [하하, 자넨 역시 또 그 무거운 고철덩어리를 만지고 있군...]

   웃으며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잠룡전주 천우생이었다.

   팽각은 그를 힐끗 바라봤을 뿐, 아무 말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이에 멋쩍어진 듯 천우생은 싱겁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이런 무뚝뚝하긴, 나네의 그 무거운 입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어, 그는 팽각의 묵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의 그 둔한 고철덩어리는 가전의 도법 천뢰구도식을 펼치는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했지 아마?]

   그제야 팽각은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이에 천우생은 슬쩍 웃으며 다가왔다.

   [좋은 걸 하나 발견했네.]

   팽각의 시선에 일순 기광이 일었다가 사라졌다.

   [또 그 장난인가?]

   [허,참...]

   천우생은 내심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간 내가 그렇게 신용을 잃었던가? 하긴,내가 그 동안 너무 형편없는 

 것만 줏어왔으니.. 허나, 이번엔 진품일세..]

   팽각의 시선이 그에게 향햇다.

   [이봐, 자넨 언제나 그런 말을 하곤 했어.]

   [그랬었나?]

   천우생은 멋쩍게 웃더니 뒷머리를 툭툭 첬다.

   [그만, 그 말이 입에  붙어 버린게로군, 허나 이번엔 진짤세, 이거야 말

 로선 도저히 안되겠군.]

   말과 동시에 그는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전체가 먹물처럼 검은 한자루의 비수였다.

   그 비수의 날은  어찌나 예리한지, 마치 요사스런  기운이 흐르는 듯 했

 다.

   문득, 그것을 바라본 팽각의 시선이 한순간 흔들렸다.

   [좋군.]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천우생은 돌연 대소를 터뜨렸다.

   [아하핫,.. 자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다 나오다니. 이거야말로 내가 꿈

 을 꾸는 기분인걸... 절로 보람이 생긴단 말이야 어때, 한번 해 볼까?]

   천우생의 말에 팽각은 눈빛이 일순 기이하게 변하며 실소했다.

   [좋도록 하게,]

   천우생은 그 말에 일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그 검은 비수로 팽각의 가슴을 푸욱 찔러 버리는게 아닌가?

   쩔꺼

   미약한 음향과 함께, 비수는 자루까지 깊숙이 박혀 버렸다.

   헌데 기이한 것은 두 사람의 태도였다.

   [하핫 어떤가?]

   순을 툭툭떨며, 천우생이 묻자, 팽각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감촉이 몹시 좋군.]

   이어 그는 비수를 뽑으려고, 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그때, 천우생이 가볍게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잠깐, 뽑기 전에 할 말이있네.]

   팽각은 일시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앗다.

   웬일인지, 이순간  천우생의 안색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어, 

 평소에 농담이 잦은 그의 태도가 아니었다.

   그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라도 하듯 천우생이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엇

 다.

   [자네도 아다시피, 우리는 입맹 동기일세, 그리고 지금은 나란히 전주의 

 직위에 올랐있지, 자네는 무예로  나는 두뇌로 우리는 각기 입신양명을 했

 다고 볼수 있지,]

   [.......]

   [그러나 나는 궁금했네, 자네의  무예가 특별히 고강해진 이유는 금강하

 바마공이란 괴공을 얻었기 때문이  아닌가? 아무리 검상을 입어도 금방 아

 물고 전신이 토막나지 않는  한은 결코 죽지 않는 더구나 백독불침까지 되

 는,,, 그것은 자네의 그  거대한 체구와 어울려, 무적의 신화를 이루게 했

 네..]

   [새삼스럽게 그런 얘긴 왜 꺼내나?]

   팽각은 보기 드물게 미소했다.

   허나, 천우생은 다시 심각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네에게 말했지, 내가 자네에게  검을 구해다 줄테니까, 

 그 검으로 자네의  몸통을 한번 찔러보자고, 나는  그 괴공의 위력을 끝내 

 믿을 수 없노라고,,, 마침, 자네는 병기수집의 묘한 취미가 있었으므로 기

 꺼이 응낙을 했네, 그래서 우리는  그 동안 한 사람은 호기심에 의해 한사

 람은 취미로 그러한 장난을 계속해왔네.]

   [.....]

   팽각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의 태연한 표정을 바라보며 천우생은 불쑥 말했다.

   [허나, 이제 그 장난을 끝낼 시기가 되었네.]

   [뭐라고?]

   팽각의 시선이 일순 크게 흔들렸다.

   그런 그를 향해 천우생은 다짐하듯 말을 이엇다.

   [자네는 곧 죽게 된다는 뜻이네.]

   순간, 팽각의 안색이 홱 돌변했다.

   허나 그는 곧 다시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농담이 지나치군]

   그런데 천우생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또 내 말을 안믿는군.  내 말은 거짓이 아닐세, 자네는 지금 죽

 게 되네, 그 이유에 대해 말해줄까?]

   [........?]

   천우생은 점차 변해가는 팽각의 시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금강합마공은 불사불괴의 괴공이네 허나, 그것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

 지, 이른바 정공이 아닌  기공들이 다 그렇듯이 이 금강합마공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한 자루의 비수, 즉 금마인이란 것에 있었네, 그것은 실로 기

 이한 일이지만, 그 이치는 알고 보면 간단하네, 금강합마공의 괴기한 기운

 을 극마극사의 기운을 지닌  금마인이 파괴하는 것이네, 그렇게 되면 금강

 합마공은 깨지고 한낱 평범한 신체로 돌아가는 것이지,]

   팽각은 일순 전신을 크게 부르를 떨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시선이 가슴에 꽂힌  비수의 자루에 가자 천우생은 다시 고개를 저

 었다.

   [비수의 색깔이 금빛이 아니라는 말인가? 물론 늘 자네는 그것에 신경을 

 써왔겠지만 나는 금마인에 검게  염색을 햇다네, 물론 거기에 극독인 천잔

 지독을 발라 두었네.]

   그 순간 팽각은 무섭게 분노함과 동시에 괴성을 지르며 뛰어올랐다.

   [으아아아...]

   이어 수중의 묵도를 휘둘러 천우생을 단칼에 요절내려고 했다.

   쨍그렁...

   묵도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그의 우람한 동체가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쿵.

   부들부들 떠는 팽각의 안색은 벌써 잿빛으로 죽어 들어가고 있었다.

   [왜,,왜???]

   이것이 그가 토한 마지막 말이었다.

   큰 눈을 부릅뜬 채 그는 급작스럽게 숨을 거두었고, 육신은 벌써 한줌의 

 핏물로 녹아들고 있었다.

   그런 그의 최후를 지켜보며 천우생은 묵연히 입을 열었다.

   [나 역시, 자네가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이 모든 것은 높으신 그 분의 

 뜻일세, 심지어 내가 자네와 만나게 된 것 까지..]

   그의 중얼거림은 이미 들어줄 사람이 없는 허공에 가볍게 웅웅거렸다.

   [잘 가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천우생은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돌연 한소리가 그의 귓청을 때린것은.

   [그가 좋다면 너도 가라.]

   순간 천우생은 걸음을 멈추고 두 눈을 부릅떳다.

   그의 시선엔 갖은 경악과  의혹, 심지어 짙은 분노의 기색마저 어려있었

 다.

   그런 그의 목을 일순간 묵도가 나라아와 꿰뚫었다.

   푸슉..

   한줄기 진한 선혈이 허공에  솟구쳐 오르고 그의 동체는 시신이 되어 차

 갑게 바닥으로 뒹굴었다.

   쿵.

   [왜, 왜? 사부....당신이 나를....]

   그의 마지막 말에 화답하듯 한줄기 기이한 음성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왜냐구? 너는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아니까, 나의 대업에는 티끌만

 한 오점도 남겨서는 안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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