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나타난 단심혈
--무심곡주 모용군백
그는 황보소운의 침실, 바로 아래쪽 지하실에 감금되어 잇었다.
헌데, 그는 자신을 구하러 느닷없이 뛰어든 여덟 명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
[자네들은 누군가?]
그가 알기로 귿르은 자신이 처음대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덟명은 오남 삼녀의 젊은이들이었다.
그의 물음에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가 공손히 대답했다.
[저희들은 만상문소소그 정보원들입니다.]
[만상문? 만상문에 너희들같이 나이어린정보원들이 있엇던가?]
만상문이라면 죽련의 구문 중 첩보를 도맡아 하는 문파이다.
모용군백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 자는 허리를 굽히며 대답을 했다.
[과거 중원칠의를 아십니까? 저희들은 그분들의 후예입니다.]
[중원칠의? 음, 그들이 정보원이었던 것은 사실이지, 자네들이 그 후예
한 말인가? ... 어쨋든 본분을 잊지 않고 이렇게 와주니 고맙네. 내 본부
로 돌아가면 그대들을 후사하지.]
말과 함께 모용군백은 몸을 씽리으켰다.
[자, 가세. 씽므? 자네들은 어째서 그렇게 가만히 있는가?]
그 자가 미소하며 대답했다.
[저희들은 달리 할 일이 있는지라,. .. 곡주께선 어서 나가보십시오. 모
두가 기다릴 겁니다.]
일순 모용군백은 흠칫 놀라 물었다.
[나를 기다린다고? 모두가?... 글머 밖에 이미 본련의 고수들이 와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럴수가?]
모용군백은 일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님이 당하고, 백팔령이 없어지고, 삼단은 해체됐을 텐데... 대채
누가 왔단 말인가? 구문의 잔여인원이? 글세... 그들이 이곳까지 쳐들어올
능력이 잇을까? 정말 이상한 일이군...)
그는 고개를 돌려 그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허나, 그 자는 다만 입가에 한줄기 기이한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 >< ><
마침내 무덤이 해쳐지고, 목관의 뚜껑이 열렸다.
(과연, 생시의 그 분의 형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군.)
만박신유의 시신을 바라보며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렸다.
아직 염을 하지 않고 가매장한 시신의 용모를 분별하기는 쉬웠다.
[공자께서 직접 확인해 보시겠소?]
옆에 잇던 남궁수가 그를 바라보며 입을열었다.
[그러지요.]
황보소운은 대답과 함께 훌쩍 무덤속으로 들어갔다.
시신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 있엇다.
그는 그 시신의 얼굴 부위를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이내 곤혹한 얼굴을
햇다.
(인피면구가 없잖아. 역용약이라 해도 변색될테고... 운용역기술 따위라
면 죽는 그 즉시 용모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인데... 그럼.. 우리의 생각
은 한낱 헛된 것이었단 말인가?)
황보소운이 이맛살을 찌푸릴 때, 남궁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호에는 전혀 예측불가능한 , 기기묘묘한 역용술이 많다오.이를테면,
얇은 인피면구로 아예, 얼굴에 붙여버리는 방법도 잇지요. 그 방법을 알아
내려면 위에서 순양진기로 인피면구를 녹여봐야 하오. 그러면 인피면구가
드러날 것이오. 황보공자께선 그렇게 한번 해보시겟소?]
[알겠소.]
황보소운은 깊은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밤에 이런 시체를 만진다는 역겨움이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갖
지 못하게 한것이다.
황보소운은 곧 우장을 시체의 면상에 갖다댔다.
푸스스...
내력을 운기하자, 시체의 면상에서 썩은 악취가 풍기며 희뿌연 김같은
것이 뭉클 솟아올랐다.
(윽, 지독하군...)
그 지독한 악취에 황보소운은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렸으나 그 행위를 멈
추지는 않았다.
이윽고, 내력을 거두자, 황보소운은 볼수 있었다.
시체의 면상에 마른 가죽처럼 들고 일어난 한 겹의 인피면구를...
(바로 이것이군, 만박신유, 과연 치밀하구나.)
면구의 밑에 드러난 얼굴은 그가 전혀 모르는 자의 낯선 용모였다.
황보소운은 인피면구를 들고 소리쳤다.
[찾았소. 바로 이것이오. 과연 우리의 생각대로 흉수는 만박신유였소.]
[....]
일순 그들은 왠지 조용했다.
황보소운은 내심 의아해 하는데, 문득 남궁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헌데 그 말은 전혀 의외였다.
[너가 이상하지 않느냐?]
(..........?)
황보소운은 일순 안색이 변하며 물었다.
[뭐가 이상하단 말이요?]
남궁수는 다시 말해다.
[흉수가 만박신유라면, 그는 사전에 매우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헌데, 그의 정체가 이렇듯 쉽게 드러나다니 이상하지 않느냐 말이다.]
어느새 그의 어조는 반말로 바뀌어 있었다.
황보소운은 일시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그건 그렇군요. 당신은?]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느냔 말이냐?]
남궁수의 음성은 어느덧 음산하게 바뀌어 있었다.
[....]
황보소운은 일시 섬칫한 기분이 들었다.
남궁수의 말은 이어졌다.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너는 그 이유를 알겠느냐?]
황보소운은 일시 부르르 떨었다.
[당신은... 남궁당주님이 아니구려.]
[으하하핫...]
남궁수는 일시 광소를 터뜨리더니 소리쳤다.
[그럿다. 애송아, 어리석은 네놈은 우리를 그들로 착각하고 이곳까지 다
라왔지, 지금 정의맹은 쑥밭이 되어 있을 거이다. 아니, 오늘로써 무림에
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겠지.]
[당신들은 바로 백팔단심혈 중의 사람들이군.]
남궁수로 변장한 자는 음흉하게 웃었다.
[과연, 똑똑하구나, 우리는 단심혈의 형제들이지, 나는 제 칠십 삼호
다.]
말과 동시에 그는 손짓으로 신호를 했다.
그러자 나머지 인원들은 소리없이 황보소운의 주위를 둘러샀다.
(모두 십이명, 보아하니 저 칠십삼호가 수뇌인 것 같군.)
황보소운은 내심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겨우 이숫자로 나를 당할 것 같소?]
그 말에 칠십삼호는 음흉한 음소를 날렸다.
[그럴리가 있겠느냐? 으흐흐흐.. 다된 밥에 번번히 코를 빠뜨린 놈이 네
놈인데, 회주께서도 네놈을 주시하고 계셨지. 흐흐, 아까 네놈이 인피면구
를 뜯어낼 때, 맡은 연기가 뭔줄 아느냐?]
(뭐라고?)
황보소운은 내심 흠칭했다.
[그것은 바로 만독불침도 어쩔수 없게 하는 귀화강기연이란 거다. 즉 최
고의 산공향이지, 흐흐... 내력을 운용해 봐라.]
과연 황보소운은 몸이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럴수가.)
황보소운은 내심 대경실색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들을 향해 칠십삼호의 말은 이어졌다.
[게다가 우리 십이인은 특수한 진법을 연성햇으니, 설사 네가 멀쩡하다
고 해도 결국 죽게 될 것이다.]
황보소운은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한가지 질문이 있소. 당신들 회주는 정말 만박신유요?]
이에 칠십삼호는 차가운 냉소를 날렸다.
[흐흐, 그건 지옥에나 가서 알아보도록 해라.]
소리침과 동시에 그들은 서서히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 ><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정의맹 삼공, 삼당의 당주, 이대의 대주, 그리고
백리하 등은 한곳에 모여 있었다.
[아미타불...]
소림장문 혜명대사가 불호소리와 함께 입을 열엇다.
[빈승의 생각으로는 현 싯점에서 무작정 맹주의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
는 일이오. 비록 죽련이 물러갔지만, 황보시주의 말에 의하면, 암중의 흉
수가 달리 있다고 하니, 맹주자리가 공석으로 되어 있을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오.]
그는 앞쪽의 침상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곳엔 혼절해 누워 있는 청허상인과 뇌공선사의 모습이 보였다.
[만일, 저분들이 저렇게 되지만 않았다면, 마땅히 두분 중 한분이 맹주
를 맡아야 하겠지만, 그럴수도 없는 형편이고 보니 우리는 달리 한사람을
선출해야 할 것이외다.]
그의 말에 무당장문 자양진인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빈도 역시 소림장문인과 동감이외다. 다만 덧붙일 것은 상황이 불확실
한 만큼 맹주는 보다 실제적으로 강한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오. 강
한 자라야만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잇다고 보기 때문이오. 무량수
불...]
이때 또 한사람이 나서서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는 바로 화산파의 젊은 장문인 매화무적검 선우룡이었다.
[옳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황보소운, 그 소협을 맹주로 추천하는 바입니
다. 그는 비록 나이가 다소 어리긴 해도. 신중하고 침착하며, 광명정대한
성품에다 , 무공까지 고강합니다. 게다가 금상첨화격으로... 전 맹주께서
그에게 무림의 안위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그가 맹주가 된다면, 이
난국을 무사히 타개해 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때, 한 사람이 나서서 그의 말을 반박했다.
[어째서 그런 어린애밖에 인재가 없다고 하는것이오.? 여기 이 전광형만
하더라도 충분하며, 오히려 경험면에선 그를 능가할 것이오.]
그렇게 말한 사람은 삼공중의 만뢰엿다.
그는 은연중 황보소운을 내리깎고 전광을 추천하고 있었다.
이에 다른 한사람이 나서서 그의 말을 공박했다.
[듣자하니, 만뢰 당신은 전번에 그에게 패해 검을 잃었다고 하던데, 설
마 당신의 저 대형은 당신보다 특별히 뛰어나기라도 하단 말이오?]
그 말은 여지 없이 체면을 깎아 내리는 것이어서, 만뢰는 일순 안색이
붉어졌다.
그러자 그의 옆에서 전광이 나서서 입을 열엇다.
[개방장문인이신 천애궁신 왕가달, 왕선배의 의견은 옳습니다. 본인의
무예가 그보다 못함은 사실이니, 본인역시 여러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본래, 맹주의 자리는 최강자의 자리인 것, 비록 그가 경륜이 다소 얕을 지
라도, 우리 선배들이 뒤에서 도와준다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입니
다.]
짝짝짝....
박수소리가 일었다.
박수를 친 사람은 종남장문인 종남일검 남등산과 천창장문인 관일청이었
다.
그밖에 아미파,곤륜파,공동파의 장문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의 뜻을
보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만뢰는 안색을 붉히며 일어서서 입을 열엇다.
[대형의 뜻이 그렇다면, 나 역시 여러분의 뜻에 찬성하오. 내가 뭐 맹주
에 욕심이 나서 그랬던 것은 아니오.]
[아미타불...]
혜명대사가 불호와 함께 일어서서 좌중의 의견을 정리햇다.
[삼당의 당주이신 창궁검 남궁수, 남궁대협과 팔비신수 당천행, 당대협,
섬전무정도 악정 , 악댕벼, 그리고 이대 대주이신 사마대협과 냉대협께선
이일에 찬성하십니까?]
그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허나, 나는 그 전에 그와 한번 겨뤄볼 생각이오.]
뒷말은 섬전무정도 악정의 말이었다.
혜명대사는 미소하며 입을 열엇다.
[이로써 우리의 모든 의견은 일치되었소이다. 이제 그를 모셔오도록 합
시다.]
그러자 한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그를 데려오는 일은 내가 맡겠소. 내가 가보겠소.]
그는 바로 무허였다.
신법이 빠른 그가 가겠다고 나서자, 다른 사람들은 이견이 있을 리가 없
었다.
[아미타불,. 그럼 수고해 주시오.]
혜명대사가 정중히 말하자, 그 순간 무허의 신형이대청에서 사라졌다.
스슷....
이윽고, 잠시의 시간이 지난후, 그는 다시 나타났다.
[.....]
중인들의 의아해하는 시선을 받으며 그는 급히 입을 열었다.
[황보공자는 보이지 않았소. 뿐만아니라, 무심곡주가 탈출햇고, 사방은
이미 적으로 둘러싸여있소.]
[뭐라고요?]
창궁검 남궁수가 벌떡 일어섰다.
그뿐만 아니라 장내의 모든 사람은 하나같이 크게 놀랐다.
무허는 참담한 안색으로 말을 이었다.
[적들은 몹시 강한 것같소. 헌데 기이하게도 그들은 죽련의 구문소속의
복장을 하고 있었소.]
[뭐라고? 구문의...]
중인들이 저마다 크게 놀라 눈을 부릅뜨는 그 순간, 돌연 장내에 요란한
대갈일성이 터졌다.
[으하하하하하핫.]
[캇캇캇캇캇캇캇..]
쾅...쾅쾅...
퍼...펑..펑..
요란한 굉음과 함께 대청의 사방 문들이 박살이 되어 날아갔다.
동시에 안개처럼 날아내리는 수십인의 고수들...
[크하하하하하핫.]
그들의 복장은 실로 여러가지 였다.
무심곡의 복장인가 하면, 괴이한 귀신같은 백사당, 주문을 외거나, 부적
을 붙인 만상문, 온통 시뻘건 광기의 광풍성, 요사하고 요염한 환영막, 독
궁과 자객집단 허무교, 백골을 부리는 유명곡, 그리고 녹림맹에 이르기까
지...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의 각각의 신위는 전과는 아예 비교도 안
된다는 사실이였다.
휘우웅웅----
뜯겨나간 문들을 통해 일진의 회오리가 밀려들었다.
그것은 곧 닥쳐올 피보라를 예고하는 듯했다.
그것을 암울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전광은 만뢰와 무허에게 동시에 전음
을 날렸다.
[이들은 결코 죽련의 구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
들도 아니다. 기왕 죽는 것이라면 맹주의 딸을 구해보도록 하자, 그간 그
분께 두터운 후의를 입었으니, 보답도 해야겠고, 또 젊은 사람에게 무림의
장래를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말에 만뢰와 무허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순 그들의 눈빛에서 무서운 투지의 광채가 폭사됐다.
>< >< ><
[엇.]
[헉---]
칠십삼호를 비롯한 단심혈들은 일순 경악의 비명을 질렀다.
[너, 너는 중독되지 않았구나.]
[으하하핫,]
황보소운은 대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하늘은 아직 정의맹 편임을 모르느냐?]
말과 동시에 그는 번개같이 앞으로 덮쳐가며 일검을 떨쳤다.
꽈르릉...
주위가 금세 검은 강막으로 뒤흔들리며 벼락치는 굉음이 일었다.
(만붕뢰.)
순간, 그 가공할 압력으로 그들의 진법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그 순간을 노리고, 황보소운의 제이검이 펼쳐졌다.
스팟,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극쾌의 검초,
(광섬혼,)
[크윽..]
짧은 단말마가 일며, 단심혈 하나의 목에 구멍이 뻥 뚫렸다.
쿵.
쓰러지는 그 자의 시신을 돌아, 황보소운은 또다시 몸을 날렸다.
번쩍---
수천 수만의 그물처럼 상대를 덮어가는 무수한 검망... 최대다변의 검
초,
(조화의.)
[크윽..]
[헉---]
대번에 두 단심혈의 팔과 다리 한쪽이 날아갔다.
안개처럼 허공에 떠서 불가사의하게 공간을 누비는 황보소운의 무예는
차라리 신기, 그대로였다.
이에 우두머리인 칠십삼호는 안색이 급변해져서 급급히 소리쳤다.
[둔천마왕세를 대전륜사망진으로 바꿔라.]
그는 설마, 황보소운의 무예가 이정도인줄은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