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단 심 회 주
칠십삼회의 일갈이 터지자, 그들의 진세는 순간 변화를 보였다.
열한명 남은 그들은, 돌연 몸을 쾌속하게 휘돌리면서, 마치 거대한 수레
바퀴처럼 돌아가기 시작한것이다.
웅우우웅우----
삽시간에 그 돌아가는 속력이 배가되면서, 일순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
다.
대신 거대한 검은 강기의 덩어리가 수레바퀴처럼 회전하며 무섭게 황보
소운을 압박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런! 대체 보이지 않으니 어딜 공격해야 할지 난감하구나,)
황보소운이 일순주춤거릴 때, 문득 뒤에서 예리한 검기가 기척도 없이
스며들었다.
(이크!)
황보소운은 순간 급히 몸을 뒤돌며, 검을 날렸다.
꽝-----
강렬한 금속성이 일며, 황보소운은 은은히 팔에 진동을 느꼈다.
(이럴수가, 이들의 힘이 이렇게 강해지다니..)
그때, 옆에서 또 검강이 무섭게 날아들었다.
깡----
엉겁결에 부딪친 일검에 황보소운은 일순 주르르 뒤로 밀렸다.
그순간, 무시무시한 강기의 톱날이 그의 등을 파고들었다.
황보소운은 일순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벼락같이 몸을 돌림과 동시에, 만붕뢰의 일초를 날렸다.
꽈꽝---
황보소운은 신형을 부르르 떨었다.
허나, 이번엔 그들 역시 주춤하는 기세였다.
(놈들의 진기가 한곳으로 모이는 것이라 정말 대단하군, 다행히 만붕뢰
면 버틸수가 있어...)
그때, 또다시 그들의 공세가 파고들었다.
황보소운은 이번에도 만붕뢰의 일초를 날렸다.
꽈꽈꽝---
이에 , 안되겟던지, 칠십삼호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대전륜사망진을 환마유령세로 변화하랏,]
순간, 그들의 움직임이 기이하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만덮쳐오던 그들의 공격이 갑자기 허공과 자하로도 그 범위를
확대시킨 것이다.
뿐만아니라, 그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많아져 보이고, 환청과 환각이 온
통 가득했다.
(어어...?)
사면팔방에서 무수히 적의 공격이 엄습해오자, 황보소운은 아연해져서
이번엔 조화의를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꽝---
일진굉음과 함께, 황보소운은 또다시 주르르 밀려 나갔다.
(아, 안돼, 조화의는 너무 힘이 약해,)
순간 날카로운 검날이 날아들며 그의 살갗을 찢었다.
(윽)
황보소운은 급히 돌아서며, 그 검날을 피햇다.
허나 황보소운의 등허리 부분은 이미 깊은 자상으로 선혈이 솟구치고 있
었다.
(금강불괴도 소용이 없다니, 대체..)
그는 정말 당황하며, 넋이 다 달아날듯 했다.
그때, 또다시 무수한 공격이 밀려들어, 그는 또 상처를 입었다.
무예를 익힌 이후 이처럼 상처를 입고, 당황하기는 실로 처음이엇다.
(어느것이 진짠지 알수 없으니, 만붕뢰를 펼칠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화
의로 방어하면 밀린다. 밀리면 다시 당하고,,,)
스팟.
이번엔 허벅지가 길게 벌어졌다.
화끈한 통증속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을 보며, 황보소운은 최대한 신형을
빠르게 움지엿다.
그러나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마치 새장속에 갖힌 새처럼 무수히 좌충우돌할 뿐이었다.
여기서 황보소운은 자신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았다.
(진법에 대해 조금만 더 공부했어도 어렇게 막무가내로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황보소운은 내심 한탄했으나, 그렇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적들의 공격은 점차 그 범위를 압축해들고 있었다.
그럴수록 황보소운의 전신상처는 많아져갔고 깊어져 갔하다.
점차 황보소운은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아,, 끝이구나, 피를 너무 흘렸어...)
황보소운은 내심 절망적인 기분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섬칫한 파육음과 함께, 가슴의 정중앙으로 장검하나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신이 화끈하며 일시지간 불이 붙는 듯 했다.
(윽)
내심 신음성을 삼키며 황보소운은 눈을 감았다.
일순지간 그의 뇌리로 무수한 생각이 스켜지났다.
아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그 뒤를 이어, 한줄기 격렬한 분노와 비애감이 솟구쳤다는
사실이다.
그러는 순간 또다른 검날이 그의 등허리에서 앞쪽으로 관통하고 있었
다.
푸슉...
쏟아지는 핏물과 함께, 황보소운은 일순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진듯한 느
낌이었다.
엄청난 고통이 휘몰아쳐 왔으나, 그는 그 반항으로 신음을 삼키며 눈을
부릅떳다.
그리고 그는 전 영혼의 힘을 모아 부르짖었다.
(조화의는 뭐고, 또 만붕뢰는 또 뭔가, 오오 나의 마음아 네뜻데로 되어
라---)
일순간, 그의 우수가 번뜩이는가 싶었다.
꽈꽈꽈꽈...
하늘이 무너지는가?
일시에 천지가 뒤집어지는 듯했다.
비명소리도 모두 그속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 곳에서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렸다.
(광섬혼, 조화의, 만붕뢰가 이 일초의 검식, 이것을 나는 단심혈한이라
부르자....하하하..)
이윽고, 사위가 조용해지자, 황보소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칠십삼호등은 이미 시신도 분간할 수 없게 갈가리 찢긴 채 죽어 있엇다.
(단심혈한의 위력은 만붕뢰의 강한 위력이 , 조화의의 변화된 숫자만큼
불어나서, 광섬혼의 짧은 찰나에, 일시지간 폭발한 것 과도 같군,,, 이와
같은 위력은 만붕뢰의 수백배에 달하는 것이다. 저들이 당한 것은 실로 당
연하군... 그 한순간에 그런 영감이 떠오를 줄이야,, 단심혈한은 정말 불
가사의한 검초다...)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리며, 전신상처의 치료에 들어갔다.
상처는 무척 많고, 또 깊었지만, 이미 금강불괴의 몸인 그인지라, 벌써
급속히 아물고 있었다.
>< >< ><
막사로 돌아온 황보소운은 아연실색했다.
(이럴수가, 여기가 정말, 아까 내가 떠났던 그곳이란 말인가?)
황보소운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막사 전체는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아, 저 시신들은 바로,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삼당의 당주들...
대주들이 아닌가..? 저들이 모두가..)
황보소운은 여기저기 뒤덮인 시체더미 들을 보고 넋을 잃었다.
(정의맹이 끝난다... 그들 말대로 놈들이 다녀갔단 말인가? 백팔단심혈
의 다른 놈들이..)
황보소운은 부르르 떨며,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제 무림은 끝이구나, 정의맹이 멸망했으니.. 이제 놈들은 어떤 방법
으로 나올 것인가?...)
황보소운은 내심 소리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버님. 조부님, 성검어른, 그리고 백리맹주님.. 저는 못나서 무림을
이지경으로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그들을 막지 못한 저는 참으로 대죄인
이로 군요.....)
황보소운은 장탄식을 토햇다.
그리고 그 자세로 석상이 되어갔다.
황보소운이 그 소리를 들은 것은 우연이라고 해야할까?
극도로 참담한 심정속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봐, 그가 과연 올까?]
[오지 않고, 궁금한데 제가 오지 않을 수가 있나.]
[자, 그만 가세. 존자께서 기다리시네.]
그 대화의 내용도 수상했지만, 황보소운을 놀라게 한건 그들의 특이한
음성이었다.
(중원칠의의 후예, 추우, 담허, 하후기 그들이? 그들이 아직 살아있단
말인가? 벌써 처단을 받았다고 소문나지 않았는가?)
황보소운은 경악하며 급히 신형을 날렸다.
과연 황보소운은 곧,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그들 팔인을 볼 수 있었
다.
그는 그대로 그들을 덮치려 하였으나, 일순 멈칫했다.
(존자가 기다린다고? 그 존자는 바로 단심회의 회주가 아닐까? 그리고..
그 회주는 저들을 시켜 나를 자신에게 인도하게 한 것이 아닐까?)
황보소운은 내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그런 예감이 가장 짙었다.
일순 황보소운은 단정을 내렸다.
(저들을 어떻게 하기란 그야말로 손쉬운 일이다. 허나, 저들로 말미암아
그 우두머리 흉수를 만나게 된다면, 모든 사람의 한도 풀어질 것이다.)
과연 그들 팔인은 황보소운을 의식적으로 유인하는 것이 분명했다.
황보소운은 그들을 따라, 무려 다섯시진을 내내 달렸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어느 한 거대한 산봉의 정상에 이르게 되었다.
(앗, 저 사람은...)
정상에 우뚝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준수한 용모의 중년인이
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아주, 거대한 기도가 느껴졌다.
황보소운이 일시 곤혹한 심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 중년인은 빙긋 미
소하며 말했다.
황보소운은 일시 곤혹한 심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 중년인은 빙긋 미
소하며 말했다.
[실망했나? 이런 모습이 아니어서.]
말과 동시에 그는 제자리에서 한바퀴 맴을 돌았다.
순간, 황보소운은 눈을 부릅떳다.
[다, 당신은 바로 만박신유....]
중년인은 어느새, 백발백염의 만박신유로 돌변해 있었던 것이다.
[만박신유 역시 나의 분신중 하나에 불과하지, 어때? 내가 누군줄 알겠
나? 황보소운!]
말을 하면서, 그는 다시 중년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황보소운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은 바로가 암중에 모든 일을 획책한 원흉, 단심회주가 아니오?]
[하하하핫...]
중년인은 대소하며 말했다.
[단심회주라는 것은 맞는데, 그 원흉이란 소리는 퍽이나 듣기가 안좋
군,]
그말에 황보소운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렇다면 당신을 무림의 패륜아라고 부를까?]
일순, 단심회주의 시선이 번쩍 불을 토햇다.
허나, 그는 곧 웃으며 말했다.
[아이야,. 내가 너를 이곳까지 부른 이유를 알겠느냐?]
황보소운은 눈을 부릅떳다.
[나를 불렀다고? 그렇겠지 당신은 이미 그들 팔인을 빼돌렸을 테니까.]
단심회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 똑똑하구나, 아이야! 그 똑똑함 때문에, 나는 너를 이곳으로
불렀느니라, 들어 보아라... 나는 본래 모든 일을 전번의 죽련과 정의맹의
격돌때. 성사하려고 했다. 당시 네가 궤멸시킨 백팔금강빙혼마인은 기실,
내가 제작하여, 은밀히 그에게 보낸것이다. 그는 단순히 우연히 얻었다고
알고 있지만, 죽련이 숭리하면, 나는 그들을 움직여 오히려 죽련 모두를
없애려고 했다. 그런데 나의 그때의 일은 너로 인해 어긋나고 말았다.]
[허나, 어쨌든 성공하지 않았소.]
황보소운이 차갑게 쏘아붙이자, 중년인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는 한번으로 족한 것이다. 너는 내가 실수로 너를 죽이지 못한줄로
알지만, 그건 일종의 시험이었다. 열두명의 단심혈을 보냄으로써, 너의 능
력과 신분을 알아본 것이다.]
[그건 무슨 말이오?]
황보소운은 눈을 부릅떳다.
단심회주는 미소하며 말을 이었다.
[귀화강기연을 익혀도 해약이 없으면 결코 무공을 회복하지 못하게 하
는, 최상의 산공분이지, 허나, 또하나, 사마의 기운을 극제하는 효력이 지
극한 금단선공을 익힌 자에게 만은 예외가 된다. 금단선공은 성검가의 절
할, 너는 성검가의 후예가 틀림없겠지?]
황보소운은 몸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그렇소. 당신은 설마, 그때의 그 학살을 잊은건 아니겟지?]
단심회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것은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대업을 위해선 어쩔수가 없었
지.]
일순 그는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네게 한번의 기회를 주겠다. 너는 그 모든 원한을 잊고, 내게 오지 않
겠느냐? 만일 그렇게 한다면, 나는 네게, 너의 능력과 자질을 고려하여,
곧 생겨날 무림왕국의 후계로 만들어 줄수도 있다. 나는 겉모양은 이래도,
사실 백살도 더산 몸이니, 곧 네가 무림황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느
냐?]
단심회주의 질문에 , 황보소운은 즉시 닥 잘라 말했다.
[싫소, 내가 당신같은 무림의 패윤안줄 아시오?]
그의 말에 단심회주는 일순 가볍게 탄식햇다.
[뜻이 다르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얘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내가 너를
특별히 부른 것은 이곳이 나의 유서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너를
죽임은, 성검가의 이름과 너의 아까운 재질에 대해 성의를 표시하기 위함
이다.]
여기까지 말한 단심회주는 , 황보소운을 바라보며 불쑥 말했다.
[자, 너는 이제 내게 공격을 해보아라.]
황보소운은 그말에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악적아, 받아라.]
말과 동시에 그는 번개같이 단심회주에게 덮쳐갔다.
(내 마음의 한으로 말하노니, 단심혈한 ---)
내심 소리침과 동시에, 그의 우수가 벼락같이 펼쳐졌다.
순간, 거대한 빛무리가 작렬하며, 경천동지할 폭음이 울렸다.
꽈르르릉...
꽈꽈꽈꽈..
거대한 산봉의 정상 전체가 온통 가공할 빛무리에 휩싸여 들고 일어났
다.
마치 태양이 빛을 뿌리듯, 그러한 빛무리는 엄청난 압력을 동반하며, 단
심회주와 그가 딛고 선 산봉 전체까지 한꺼번에 부셔버릴 듯 했다.
(됐어, 바로 이거야...)
황보소운은 일순 경악하여,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는 단심회주의 안색을
보며, 내심 소리쳤다.
단심혈한의 위력은 과연 가공무쌍이었고, 그 위력은 완전히 발휘 되엇
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단심회주가 죽는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인 것
이다.
헌데, 그순간 황보소운은 눈을 부릅떳다.
(엇, 저자가...)
단심혈한의 위력이 몸에 닿을 찰나, 갑자기 그자의 신형이 사라졌다.
대신 그곳엔 거대한 형상의 시뻘건 아수라가 서있는 것이아닌가?
그 아수라의 전신에 단심혈한의 위력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그 순간 황보소운은 아득한 지저에서 울리는 듯한, 아수라의 음성을 들
었다.
[놀랍구나,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나로 하여금 본신의 마예를 쓰게 하다
니... 허나, 어것으로 나의 이 심마장을 당할수는 없지, 잘가랏. 너는 나
의 심마장에 의해 죽은 마지막 사람이 될 것이다.]
일순, 황보소운은 그 아수라의 형상이 눈앞으로 확 닥쳐듬을 느꼈다.
[아아악....]
그 순간, 그는 정신이 확 달아나며, 아득히 자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