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장
성 검 기 연
만박신유는 이를 갈아부치며 입을 열었다.
[천우생, 그놈이야말로 네가 말하는 단심회주, 그 놈이 아니고 뭐겠느
냐.]
[천우생, 천우생이 그였다구요?]
황보소운은 일순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만박신유의 말은 계속됐다.
[본래 그 놈 천우생은 우리 부부가 거두어들인 유일한 제자였다. 워낙
머리가 영특한 놈이라 귀여워했더니.... 본래 우리는 마공을 연구하여 위
력이 좀 줄더라도 마성을 제거시킨 후 익혔고, 또 백팔단심혈에게 가르쳤
다. 허나 놈은 비급을 몰래 배돌려 그 정수를 그대로 익히고 만거야. 물론
백팔단심혈도 그에 의해 변형이 되어 갔지.. 그걸 우리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합쳐도 놈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거야... 결국 놈은 우리를 네가 당한 그 산봉우리로 유인하
여, 손을 쓰고 말았다. 그때가 십년
전이었지.. 제기랄..]
황보소운은 경악속에서도 그가 나중에 제기랄 하는 소리를 듣고 피식 실
소를 터뜨렸다.
(이 분은 스스로 마성을 없앴다고 하나, 마공비급을 연구한 몸이니, 어
느 정도 마성이 침투한 것이 틀림없어, 게다가 십년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
한 것 같으니. 본래 온화햇던 성품이 거칠게 바뀌었군...)
내심 중얼거리며, 황보소운은 물었다.
[그런데 왜 여태 나가지 않고 있습니까?]
그 말에 문득 그는 화를 벌컥 내며 말했다.
[이놈아, 누군 나가고 싶지 않아서 이러고 있었는줄 아느냐? 당시 우린
놈의 공격을 받아 이곳에 떨어진 후 거의 다 죽은 상태였지. 그나마 살아
났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온몸의 절망적인 상처는 물론이고, 우
린 겨우 숨만 북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 후에 점차 기력을 회복하고,
조금씩 무공을 되찾아가기 시작했지만... 그러나, 결국 우리는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
황보소운은 묵묵했다.
왜요라는 질문은 불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엿다.
과연 만박신유는 그의 질문도 없었는데, 곧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
작했다.
[이곳이 바로 절망지이기 때문이다. 곧 , 아무런 희망도 없는 곳이
지...]
[그건 무슨 말입니까?]
황보소운이 묻자 그는 다시 언성을 높여 말했다.
[물 한방울의 무게가 천근이나 나간다는 중수로 이루어진 것이 절망지이
다. 그 수백장 아래에서 위로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느냐?]
황보소운은 놀라 부르르 떨며 물었다.
[그렇다면, 전혀 올라갈 가망성이 없단 말입니까?]
[그렇다. 우리는 그랬지. 허나, 너도 그렇게 되란 보장이 없으니, 그리
실망부터 할 필요가 없다.]
[...]
그 침묵을 견디다 못해 황보소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 아까 말씀하신 바로는 , 이곳에 두 분이 떨어지셨다고 하신 것
같은데....]
만박신유는 통명스럽게 그의 말을 받았다.
[같은게 아니라, 그 말은 맞다. 우린 둘이서 줄곤 지난 십년간의 세월을
보내왔다.]
[아 그럼 다른 분은 어디로...]
황보소운이 이렇게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죽었다.]
[예?]
황보소운이 눈을 크게 뜰때, 그는 몹시 투명스런 어조로 대꾸했다.
[곧 죽을 네놈을 살려 놓고. 대신 죽은 것이다. 알겠느냐?... 우리의 내
상이 비록 중했어도. 거의 나아가는 상황이었다. 헌데, 네놈이 나타나 내
상을 재발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순간 황보소운은 하줄기 깊은 슬픔이 앙금처럼 가라앉음을 느꼈다.
(이들은 나를 구하기 위해 , 진기를 과다소모하여 내상이 도진 것이구
나, 제자에게 역천의 행을 당하고, 십년의 이런 지옥같은 생활의 대가도
없이 죽어가야 했다니... 정말 어이없고도 허망한 일이군. 아까부터 이 사
람의 성정이 차분하지 못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구나...)
내심 생각한 황보소운은 문득 물었다.
[그렇다면 신유, 당신께서도?]
그러자 만박신유는 찡하는 어조로 차갑게 말했다.
[신유는 무슨 말라비틀어질 신유냐? 제자에게 이꼴을 당하고도 속수무책
이니 어리석은 선비라고 해야겠지...]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어조는 단지 싸늘하지만 한 듯 했으나, 내심 기깊은
한이 서려 있음을 느낄수 있게 했다.
[네 말대로다. 나의 내상 역시, 그녀에 못지 않다..... 내가 아직 죽지
않고 있는 것은, 그녀보다 무예성취가 다소 심후했기 때문이지만, 기실 네
게 말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
(그런 그렇겠군, 이런 곳에서 동반자가 죽었다면, 그는 살고 싶은 마음
이 없어지겠지... 나는 이들에게 너무도 많은 빚을 지는 구나...)
이때, 그의 내심을 읽기라도 하듯 , 만박신유가 더붙였다.
[네놈은 내게 신세운 생각하는 거냐? 흥, 그것은 필요없는 것이다. 본래
나는 네놈을 치료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사람이다... 단지, 한가지
사실이 너를 치료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
황보소운이 내심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그는 불쑥 물었다.
[너는 성검, 그 분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황보소운은 그가 대뜸 그러한 것을 물어오자, 얼떨결에 대답햇다.
[예, 헌데...]
만박신유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런데고 뭐고, 나는 그 분의 말에 따르고싶었을 뿐이다. 자, 너는 이
제 가보아라,]
[예?]
황보소운이 일시 놀라 머뭇거리자, 그는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그럼 이곳에서 평생 살 생각을 했딴 말이냐? 앞쪽으로 곧장 가면, 빛이
보일거고, 그렇게 되면 곧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어조는 문득 가는 떨림을 보이고 있었다.
(아, 이분은 이제 기력이 다하신 모양이구나, 이렇게 어둡게 한 것은 자
신들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겠지...)
내심 중얼거리며, 황보소운은 어쨌든 일어서야 했다.
(이 분은 자신의 최후를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 하는구나...)
허나 그는 일어서서 가지 않고, 입을 열어 물었다.
[저.....주제넘은 생각일지 모르나, 후일 이곳을 나가게 되면, 선배님의
복수를 대신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네가 내 제자를 죽이겠다고?]
이렇게 반문한 만박신유는 이내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좋지, 좋아, 네가 그래준다는 것도 좋은 일이지..]
말은 아무렇게나 하는 듯 하면서도, 그의 음성엔 어느덧 깊은 감정에 젖
어 있었다.
황보소운은 마침내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럼. 저는 이만.,..]
[....]
만박신유가 말이 없자, 황보소운은 곧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열 서너 발자국쯤 걸어갔을 때, 문득 만박신유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애송아, 이곳은 바로 성검께서 기연을 안배한 곳이니... 너는 차후 내
제자를 만나게 되면, 그로 하여금 참회의 말을 하게 해다오.]
황보소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내심 소리치며 걸어갈 뿐이었다.
그때, 문득 그의 귓속을 파고드는 한 줄기 둔탁한 소리가 일었다.
퍽-----
(아아...)
황보소운은 내심 장탄식을 발했다.
그건 만박신유가 스스로의 천령개를 내리쳐 자결하는 소리였기 때문이
다.
>< >< ><
황보소운은 눈을 크게 떳다.
그는 통로를 벗어나, 동굴의 여러개가 합쳐지는 광장에 와 있엇다.
그런데, 이곳은 온통 빛의 물결로 가득했다.
(천외기환경이라더니..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군...)
그는 어찔어질한 정신을 가다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우선 드넓은 천정은 온통 푸른물로 가득햇고, 그 물들은 어떤 힘에 의해
가로막힌 듯 천정에서 푸른 광채를 뿌리며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엇다.
(전설의 벽수주도 이런 위력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건 벽수진세가 아
닌까?)
사방의 멱은 온통 옥으로 깎아놓은 듯 했다.
그 옥의 빛깔은 저마다 달라 적주황록청남자의 칠색영롱한 광채를 사위
에 뿌리고 있었고, 그옥의 깎인 형상도 기이햇다.
소나 말, 사자, 호랑이 등의 짐승이 있는가 하면, 우거진 숲이나 대자
연... 특히, 바다나 드넓은 창공 등 대우주의 삼라만상이 모조리 그속에
표현된 긋 했다.
(이곳에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까지 있는 듯 하구나.. 헌데 조각들이 저
토록이나 정묘하다니.. 실로 이러한 것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구
나...)
그것은 한 마디로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역작이라고 할만했다.
사방은 온통 그곳에서 뿜어지는 광채로 현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
다.
그런데, 그 칠색영롱한 광채외에도 뚜렸하게 오히려 그것들을 압도하는
한가지 빛깔이 있었으니, 그것은 황금광이었다.
황보소운은 바닥으로 시선을 던졌다.
(대체.....!)
바닥의 중앙은 땅이 아니라작고 묵청빛 광채가 흐르는 고요한 연못이었
다.
그런데, 그 연못의 중앙에는 하나의 거대한 연꽃이 떠올라 있었다.
황금연화 -------
얼핏 보기에도 조화로 느껴지는 그것은,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허공
중에 기이한 황금광을 뿌리고 있었다.
이어, 황보소운의 시선은 그 연못 앞쪽의 석판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깨알같은 글씨가 전서체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것을 본 황보소운은 전신을 급격히 떨었다.
(성검, 과연 이곳이 성검의 기연이 안배된 곳이란 말인가?)
거기에 쓰인 글귀의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
-- ..... 나는 자칭 성검이란 사람이다. 천년후의 대혼란을 대비하여 안
배를 남기니, 연자여, 그대가 만일 성검가의 자손이라면 나의 지시에 따르
라....
이어 설명된 것은 성검가의 신물과 연자가 행해야할 일에 대한 것이었
다.
그리고, 십만마교에 관한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잇었다.
그것은 성검 본인이 이러한 안배를 남기게 된 동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는 황보소운이 만박신유에게 들은 내용과 일치했다.
(그 분은 이 글을 읽고 , 성검의 의도를 공감한것이로군...)
황보소운은 잠시 만박신유의 최후를 떠올렸다가, 다시 글귀를 읽어나갔
다.
그 끝은 이러했다.
-- .... 나는 성검을 완성햇지만, 그것은 깨달음에 해당되는 것으로, 특
출난 자질과 특별한 영감이 필요한 것이다. 성검이란 한마디로 공의 무예
다.... 이에, 나는 그 차선으로 성검의 무예의 다리가 될 수 있는 몇가지
를 그대에게 전하고자 한다. 이것 역시 범인에겐 익히기 어려우니, 그 성
취여부는 오로지 그대의 자질과 노력여하에 다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 기실 이곳을 세운 나의 의도는 그대에게 성검의 영감을 주기 위
함이엇다.. .. 그것을 반드시 명심하라....
석판의 글귀를 다 읽은 황보소운은 그 우측을 바라봤다.
거기엔 둥근 고리모양의 홈이 파여져 있었다.
(이곳에 동환을 넣으라고 했지..)
내심 중얼거린 그가, 그리팔찌를 벗어서 그곳에 끼우자, 그 홈과는 기이
하게도 꼭 들어 맞았다.
순간, 그 석판에서 기이한 굉음이 일었다.
우우우우우웅,,,
그그긍...
괴이하게도 느닷없이 구리팔찌에서 신비로운 금광이 번적 폭사되더니,
석판이 밑으로 가라아앉기 시작했다.
(평범해 보이는 저 동환이 실상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딴 말인가...?)
그 모양을 보고 황보소운은 일시 불에 데인 듯 놀랐다.
그때, 석판이 내려간 자리에는 어느새 옥빛 투명한 옥판이 자리하고 있
었다.
그것은 사라진 석판과는 대조적으로 맑고 시원한 광채를 뿌리고 있었는
데,, 그 표면엔 역시 글귀가 쓰여져 있엇다.
(음, 이게 바로 성검이 남기셨다는 그 무예군... 심검보라..?)
-- 심검보.
거기에 적힌 무예는 겨우 세 가지 절학이 잇었던 것이고 보면, 결코 적
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천영이라...)
제일식 만천영 --
그것이 설명된 도면을 보면, 동자가 커다란 구슬속에 같혀 있는 듯한 그
림이었다.
그런데, 그 구슬은 점차 행창하고 있엇다.
그 아래, 구결을 읽어보면서 황보소운은 중얼거렸다.
(이건 구슬이 아니라, 엄밀한 검망을 나타낸 것이다. 검망이 얼마나 엄
밀하면 펄친 초식이 둥근 원구처럼 보일까? 내가 알고 있는 다변의 초식
조화의도 사실 일천변에 지나지 않는다. 헌데 이것은 팔만사천변이라
니....)
황보소운은 일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엇다.
제이식 태양광 --
이 초식의 도면에 그려진 것은, 동자의 가슴을 중심으로 한 무수한 동심
원이었다.
그것은 수천 수만 개 같기도 햇고, 어찌보면 그것은 변화하는 단 한개의
동심원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동심원은 바로 진기의 흐름일까? 아니면 만천영처럼 검망이... 아니
야,, 이 그림은 다변과 무변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즉, 무수히 변화했
으나, 그 자체는 기실 하나의 동심원이란 말이지... 대체 이런 무예가 가
능할까? 이 무예를 연성하면 공간의 거리개념은 없어져 버리고 말것이다.)
황보소운은 계속 고개를 저으며 다음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 삼식 건곤심 --
이 초식의 도면에 그려진 것은 작고 반듯한 원 하나였다.
그 동그란 원은 너무도 간단하여 황보소운으로 하여금 더욱 당혹케 햇
다.
(만천영보다는 태양광이, 태양광보다는 이 건곤심이 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단계를 뜻하는 것일테니 나는 우선 이것들을 기억한 후
에..)
내심 중얼거린 그는 , 도면에 딸린 구결들을 완벽히 암기를 했다.
옥관의 끝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 .....이 심검보상의 무예는 사실 범인으로선 익히기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성검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충고하노니, 그대가 만일 최
고의 자질을 지녔다면 이 심검보의 세 초식을 완성하는데 주력하라. 마지
막 삼식 건곤심을 완성한다면 능히 십만마교의 무예를 물리칠 수 있을 것
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마라... 허나 만일 그대가, 본인과
똑같은 특수 체질 -- 즉, 백미성골일 경우, 나는 그대에게 특수한 영감을
전하겠노라. 이 옥관이 사라지면 환을 들고 황금연꽃속에 들라. 그대는 단
지 그 속에 좌정하여 마음을 비우
면 되느니라..
(성검께선 내가 올 것을 예측했으면서도 내가 백미성골임은 확신하지 못
했을까? 글쎄....우선 글귀의 내용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군...)
그때, 옥판이 돌아가더니 석판이 다시 나오고 , 거기에서 동환이 튀어나
왔다.
우웅웅우...---
이미 그 동환은 기이하게 변모해 있어서 황금빛을 뿌리며 은은히 진동하
고 있었다.
그 황금빛은 바로 황금연꽃의 빛깔과 똑같았는데,, 동환을 잡은 황보소
운은 일시 그것을 놓칠뻔했다.
(앗 뜨거! 이건 마치 전신이 불구덩이에 들어간 느낌인데..)
동환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지독히 뜨거운 열기엿는데, 그 열기는 대번에
손목으로 타고 올라와 전신으로 휘돌았다.
그러면서도 그다지 고통스럽기는 커녕 오히려 쾌적하고 황홀한 느낌을
주었다.
황보소운은 그 동환을 들고 중앙의 연못윙 발을 디뎠다.
순간 그는 억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거 물이 아니라, 묵옥으로 다듬은 거였군..)
황보소운은 내심 실소를 터뜨렷다.
연못의 물이라 생각됐던 것은, 몹시 단단하여 그의 발을 미끄러뜨렸던
것이다.
황보소운은 이내 황금연꼿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과연 황금광이 서로 맞닿으며 신비로운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우우웅우으...
휘류류류류류---
스스슥.,..
황금광이 물결치듯 일렁이며 황금연꽃이 돌연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
다.
(이럴수가, 이건 마치 환상을 보는 듯 하군,)
황보소운이 어리벙벙해 있는 사이에 그 황금연꽃은 완전히 펼쳐지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나더러 저 위에 올라가라고...?)
황보소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 연꽃의 중앙에 좌정하고 앉았다.
그러자 그 황금연꽃은 흡사 살아있기라도 하듯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웅,,우우웅....
스슷--
이윽고, 황금연꽃은 모두 닫혔다.
순간 황보소운은 눈을 부릅떳다.
분명히 황금연꽃으로 가로막혔음에도 그의 시야엔 밖의 광경이 환하게
보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돌연 밖의 세계가 미친 듯이 괴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저, 저럴수가? 연못물은 진짜 물이었단 말인가?)
황보소운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그가 밟고 지나왔던 묵옥이라고 생각했던 그 연못물이 돌연 천천히 황금
연꽂을 휩싸고 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황금연꽃도 같이 돌기 시작했다.
(저, 저런.)
그때, 돌연 천정에서 소용돌이치던 엄청난 량의 중수가 한꺼번에 및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꽈꽈꽈꽈----
꽈르르릉...
황보소운은 곧 자신이 그 거센 물살에 산산조각 나는 줄 알았다.
헌데 웬일인지 그 엄청난 격류에도 황금연꽃은 무사했고, 그에게도 아무
런 일도 생기지 않앗다.
다만 물도 들어오지 않는 그 곳은, 점점 숨이 가빠왔고, 엄청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휩떠진 그의 시선으로 미친 듯이 돌아가는 사방의 온갖 삼라만상 ----
조각품과 그 속의 격류이 흐름이 보였다.
물론 지금 돌아가는건 그와 황금연꽃이었지만... 그는 문득 심한 어지러
움을 느꼈다.
그때 문득 그의 뇌리를 스치는 글귀가 있었다.
--- .... 단지 그 속에서 정좌하여 마음을 비우라....
그것은 좀전에 본 옥판위에 쓰여진 글귀였다.
(마음을.......)
황보소운은 내심 소리치며 정신을 한곳에 모았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이미 상황은 그에 있어서 최악이엇다.
금강불괴마저 깨진 상태에서, 그의 호흡은 무섭게 가빠왔고, 황금연꽃으
로 스며드는 기운은 폭발할 듯 무섭게 그를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제길.. 끝인가...?)
황보소운은 마침내 최후를 의식햇다.
그의 정신은 점차 혼미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바로 그때,
그의 정수리에서 등곡을 내리꿰뚫는 맑고 청량한 기운이 있었다.
그 기운은 얼핏 미간사이에서 인 것 같았는데., 그 순간 그는 전신모공
으로 엄청난 기운이 물밀듯이 스며들기 시작함을 느꼈다.
(아아...)
기이하게도 그 상황에서 황보소운은 전신이 날아갈 듯 쾌적해지고, 황홀
한 기분으로 빠져듬을 느꼇다.
그리고 그의 영대는 말할 수 없이 맑아져, 마치 명경지수처럼 무아지경
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되자, 무심, 즉 마음을 비운 상태가 되어버린 그의 심안에 밖의
전경이 고스란히 비쳐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우주의 거대한 흐름이었다.
이무렵, 황보소운의 외모는 눈에 띄게 변모해가고 있었다.
우선 그의 두 하얀 백미는 눈부신 서광을 발하고 있었고. 그의 육신은
황금빛 광채가 스며들면서 점차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황금빛으로 투명하게....
그것은 바로 전설에서 말하는연허합도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음을 말해주
는 것이었다.
허나, 무아지경에 빠진 황보소운은 이 일을 알 길이 없고, 황금연꽃을
따라 광장안의 모든 격류들도 따라서 돌기 시작했다.
휘류류류류류류,,,,
꽈르르르르르릉...
콰콰콰콰콰콰콰...
그것은 마치 , 모든 정기가 황금연꽃으로 모이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렇게.....시간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