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52)

   제 14 장

   등천곡 변괴

   [윽]

   [엇--]

   워낙 느닷 없는 일이라, 중인들은 다같이 놀랐다.

   특히 제갈기는 놀라며 중얼거렸다.

   (이크, 차례대로 하는군.)

   그는 슬쩍 ;의 안색을 살폈다.

   헌데, 그는 어제와는 달리  , 지금은 부드럽고 온화한 어조로 이렇게 묻

 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오? 청매, 그리고 가져온다던 차는 왜 이리 늦는 거요?]

   청매,... 그것은 ;이 당청을 부르는 말이엇다.

   과연 당청은 문밖에 우뚝 선채,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안색은 차갑게 굳어진 것이 심상치 않아 보엿따.

   (으으, 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제갈기가 내심 중얼거리며 가볍게 몸을 떨고 있을 때, 당청은 그들을 올

 려보며 다소 주저하더니 입을 열엇따.

   [문제가 생겼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음성은 다소 떨리고 있었다.

   [무슨 문제냐니깐? 청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안으로 들어와서 차분히 

 말해 보시오.]

   ;이 부드러고 은근하게 말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하나의 쪽지를 

 건네 주었다.

   [......?]

   ;은 그 쪽지를 받아들며 의아해져서 물었다.

   [이건 뭐요?]

   [읽어보세요.]

   당청의 말에 ;은 급히 시선을 쪽지의 글귀에 주었다.

   ---- 한 여자와 세노인을 살리고 싶거든 등천곡으로 오라!

   [한 여자와 세노인은 누구고, 등천곡은 또 뭐요?]

   ;의 물음에 옆에 잇던 곡풍이 대답했다.

   [이곳에서 서북쪽으로 십오리 정도 가면, 바위의 모양이 마치 하늘을 날

 아오르는 천마의 형상과 비슷하던데.. 등천곡은 아마 그 부근의 계곡일 것

 입니다.]

   곡풍이 지리를 잘아는 이유는  본래 그가 신법이 빠른 탓에, 지형조사와 

 정보담당이기 때문이다.

;은 고개를 끄덕였따.

   [그건 그렇고 한 여자와 세 노인은?]

   이번의 물음은 완연히 당청에게 한 것이엇따.

   그녀만이 그 질문에 대답할수 있으리나 여겼기 때문이다.

   과연, 당청은 입을 열어 설명을 시작했다.

   [실은, ... 어제 고묘에서 헤어진 이후, 백리소저와 삼공의 세분은 다른 

 곳으로 간 것이 아니라  곧장 우리들의 뒤를 따라왔어요. 이것은 남궁언니

 의 언질에 의한 것으로...]

   그렇게 시작한  그녀의 말은 좌중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족한 

 것이었따.

   특히, ;의 놀라움은 더 켰다.

   [그들은 상공의  정체를 알기 위해 우리와  연락을 취하기로 하고는, 요 

 옆의 객점에 들었었어요. ..  그런데 오늘 아침, 그곳에 가보니 그들은 보

 이지 않고 그 쪽지만..  남궁언니와 사마언니는 그것이 자신들의 책임이라

 며...]

   [뭐라고?]

   ;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리소저와 삼공이 납치되고,  게다가 그녀들이 등천곡엘 갔단 말이오? 

 삼공마저 잡혔다면  강적인데 그녀들이  무슨 수로 그들을  구하겠다는 거

 요?]

   [언니는  제게 상공께  알리라고  했어요. 자신들은  급해서  먼저 간다

 고...]

   ;은 내심 탄식을 발했다.

   제갈기가 말했다.

   [우선 그들을 구해야겠습니다. 특히 두 분 주모께서 그들에게 다시 잡힌

 다면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은 제갈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되면 아리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지 않소? 암중에서 활동

 해야 하는데,, 표면에 나서는 꼴이 되니..]

   제갈기는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놈들은... 아마도 혈왕부의 놈들이겟지요. 

 그들을 빠른 시간내에 완벽히  제거하면 주군의 출현을그들이 알리가 없습

 니다. .. 아무튼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모님들과, 잠룡회

 의 총군사와 삼공, 어느 쪽도 포기할순 없습니다...]

   [.....]

   ;이 다소 주저하자, 제갈기가 말을 덧붙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아직 주군의 출현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혈왕부의 수뇌, 마왕 혈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겁니다.]

   [그건 그렇겠군,]

   내심 수궁하며 고개를 끄덕인 ;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 먼저 가보겟으니, 그대들은 뒤따라 오시오.]

   말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녹일듯 그자리에서 스러졌따.

   슷....

   그 환상적인 신법을 보고 경신술의 대가 곡풍이 놀라 부르짖었따.

   [기막히군, 주군께선 아무래도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거야..]

   이윽고, 그들의 신형역시 비쾌하게 허공을 갈랐다.

   ><     >< ><

   [저곳인가?]

   ;은 내심 중얼거리면서 전면을 주시했따.

   크기가 무려  작은 야산만한 바위는 비천하는  천마의 형상을 닮아 있엇

 고, 그 아래 암벽과 건너편 암붕 사이에는 작은 계곡같은 것이 보였다.

   ;은 신형을 날렸따.

   아니, 신형을 움직인  순간 , 그는 이미 그  천마바위 옆에 도달해 있엇

 고, 만일을 위해 그는 즉시 바위틈에 몸을 숨긴 채 전면을 주시했다.

   계곡은 별로 험난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았고, 중간지점에 작은 분지같은 

 곳이 있었따.

   (.........)

   헌데 다음 순간, ;은 눈을 크게 떳다.

   (저, 저건 바로 그들이 아닌가?)

   ;은 일순 크게 경악햇다.

   분지의 중앙에는 지금 마른 장작이 높게 쌓여잇고 , 아래쪽엔 불길이 맹

 렬히 일고 잇었따.

   그것은 이 벌건 대낮에 누가 화톳불을 피운 것이아니라, 몇사람을 화형

 시키는 장면이었다.

   헌데 놀라운 것은, 그 장작더미 꼭대기에 올라앉은 삼남일녀는 백리하등

 과 엇비슷했던 것이었따.

   더욱이 그 옆에 펄럭이는 깃발엔 이런 글귀마저 있엇따.

   -- 본굔에 저항하는 자들은 이렇게 죽는다...

   ;은 그만 참지 못하고 몸을 벌떡 일으키려고했따.

   그때, 그의 뇌리를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었따.

   (이건 함정이 아닐까? 어째서  화형식에 적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저

 들만 있단 말인가...?)

   내심 중얼거리던  ;은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힌  후, 그들을 다시 한번 

 살폈다.

   그제야 그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피식 실소를 터뜨렸따.

   (비록 옷차림과 얼굴이 같긴  해도 결코 그들이 아니야... 우선 그 기도

 가 다르고, 특히 만뢰의 모습엔 검이 꽂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 역혈

 잠령대법은 검을 뽑지 말아야  하는데, 저렇게 검이 뽑히고도 멀쩡할 리가 

 없어...)

   무공이 강한 만큼 ;의 시력도 과연 탁월했따.

   무려 삼십여 장의 거리에서도  짙은 연기를 뚫고 그는 그들의 공포에 떠

 는 기색을 읽을 수가 있엇따.

   진짜 삼공등이라면 금방죽어도 저렇게 떨지는 않을 것이다.

   헌데,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던 ;은 다시 눈을 부릅떳다.

   (엇, 저들은 바로...)

   ;은 내심 경악성을 발했따.

   느닷없이 맞은편 암봉쪽에서 그들을  향해 번개같이 날아드는 인영이 있

 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남궁사란과 사마옥이 아닌가?

   (제기랄...)

   ;은 내심 투덜햇따.

   그녀들은 방금에야 저곳에  도착했따가, 그들을 삼공으로 착각하고 무조

 건 달려드는 것이리라,

   (사실 나니까 알았지. 저 화급한 순간에 누가 가짜를 알아채겠는가...)

   내심 중얼거리며 ;은 번쩍 몸을 날렸다.

   (저들이 가짜인 이상은 함정이다. 막아야지 위험해.(

   허나, 그때엔 이미 그녀들의 신형은 불길 근처에 이르고 있엇다.

   [어맛.]

   [앗-]

   느닷없이 코앞의 허공에서 ;이  번쩍 나타나자, 남궁사란과 사마옥은 놀

 라 경호성을 발했따.

   그러는 바람에 잠시 멈칫하여  떨어지는 것을 ;이 다가가 한팔에 하나씩 

 안아들었다.

   [아, 상공...]

   그녀들은 그가 ;임을 확인하자, 곧 해파리처럼 안겨왔따.

   그때, 문득 ;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앗, 이건 화약냄새가 아닌가?)

   화르르르르...

   시뻘겋게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에 수북하게 천으로 덮여 있는 것이 보엿

 따.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변장한 자들의 시선엔, 뜨거운 열기보다 

 더욱 시퍼런 공포의 광망이 흐르고 있엇따.

   (위험하다.)

   ;은 내심 부르짖었다.

   허나, 그때는 이미 불길이 그 위에까지 덮치고 있엇따.

   일순 거대한 섬광이 작렬했다.

   번 --- 쩍

   꽈르릉... 꽈꽈꽝.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흔들릴 거대한 굉음이  너비 오십여 장이나 되는 

 분지의 땅거죽이 통째로 날아갔다.

   휘우우우웅,.

   거대한 폭발은 흡사 태풍같은  회오리를 동반하며 허공가득 검은 흙먼지

 를 피워올랐따

   그러한 현상은 꽤 오래 지속되었으나, 곧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윽고, 흙먼지가 모두 가라앉자 장내엔 정적이 감돌았다.

   놀랍게도 분지의 중앙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나 잇었고 타오르던 불길

 속의 장작 따위의 잔해가 뒹굴고 있을 뿐,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따.

   그때 돌연, 일지의 광소와  함께 계곡의 안쪽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휙휙 

 몸을 날려오기 시작했따.

   [으핫핫핫... 어리석은 놈들, 그자들의 시신을 찾아보아라,.]

   백의인,

   왼쪽 사슴에 섬뜩한 붉은 태양을 그린 그들은 분명 혈왕부의 고수들이었

 다.

   그리고 방금  고함을 지른 사람은 다름아닌  음침한 인상의 백의중년인, 

 귀견수 지천명이엇따.

   총사인 그가 지시를 내리자, 백의인들은 즉시 벌떼처럼 사방을 날아디니

 며, 수색을 벌엿따.

   그 숫자는 무려 오백여 명이나 됐따.

   그런데 총사인 그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인이있었따.

   [어떻게 되었소?]

   그들 중 한 명이 묻자,  귀견수는 다소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입을 열엇

 따.

   [모두가 가루가 되서 날아갔을 겁니다... 혹시나 찾아보고는 있지만, 놈

 은 그 폭약에 먼지처럼 흩어진게 분명합니다.]

   그러자 그 자는 다소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는 것이었따.

   [오히려 나는  놈이 살아있기를 바라고 있소.  도대체 총사의 이번 일은 

 못마땅해, 어째서 놈을 그렇게 두려워 한단 말이오?]

   그러는 그의 시선엔 문득 핏발같은 붉은 안개처럼 일렁거렷따.

   그러한 현상은 그 뿐만 아니라, 나머지 삼인들도 마찬가지 엿따.

   귀견수는 그가 추궁하듯 말하자,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따.

   [저의 생각은 매사에 만전을 기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그가 전에 죽었다

 던 ;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아니고는 그처럼 무공이 고강한 인

 물이 없을 테니까요.]

   헌데 그 말에 아까의 그자는 더욱 못마땅한 기색을 보엿따.

   [종사의 허풍은 너무 심하군,  설마 우리 사혈군이 그 놈 하나 못당하리

 라 생각했단  말이오? 더구나 그 ;이란  애송이는 존자께서 손수 처리하셨

 다. 혈왕께서  말씀하셨거늘.. 총사는 무슨  그런 불경스런  말을 하는 거

 요?]

   이에 귀견수는 얼굴을 붉히며 다소 당황한 빛을 보엿따.

   [아, 그...그것은...]

   이때, 옆에서 다른 백의인이 입을 열어 말햇따.

   [이봐, 셋째, 방법이야 어찌됐든 결국 그 놈을 처치했으니, 결과야 똑같

 지 않겠나, 총사를 너무 닥달하지 말게,]

   그의 말에 아까의 그 자는 눈빛을 기이하게 굴리며 말했따.

   [아, 내가 뭐 달리 뭐라 그랬소? 난 단지 폭약이 아닌 우리가 놈을 죽였

 더라면 그 옆의  꽃같은 것들은...]

   그것은 곧 함께 죽은 남궁사란과 사마옥이 아깝다는 말이엇따.

   그러한 눈치를 모를리가 없는 귀견수는 금세 표정을 환하게 밝히며 입을 

 열었따.

   [아, 이거  죄송합니다. 그걸 미쳐 생각지  못햇군요. 허나, 걱정마십시

 오. 제가 따로 봐둔 절세미녀들이 몇명 왔으니, 오늘 일이 끝나면 곧 바로 

 보내드리지요.]

   이에 그자는 너털웃음을 흘렷따.

   [헛헛, 그렇다면야.. 아무튼 수고했소. 총사.]

   그때, 문득 곡구쪽에서 격타음과 함께 비명소히가 일었다.

   [무슨 일이냐?]

   귀견수가 눈빛을 차갑게 하며 일갈하자, 한 백의인이 달려와 보고했따.

   [방원 오백 장 안에는 시신은 물론 사람의 흔적조차 없습니다. 헌데..]

   (과연 놈은 폭발속에 흔적도 없이 날아간게 분명하군...)

   귀견수는 내심 기소를 흘리며 물었따.

   [그나런데?]

   그자는 다소 당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따.

   [헌데, 전면에 적이  나타났습니다. 괴이하게도 놈들은 무공이 고강하여 

 수하들이 속속 쓰러지고 잇습니다.]

   [뭐라고?]

   귀견수는 안색을 굳혔따.

   (혹시, 고묘에서 보았던 그 괴이한 자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때, 옆에 있던 자가 그의 허리를 툭치며 말했따.

   [어쨌든 잘됐지 않소? 마침  심심하던 차에.. 어서 가봅시다. 어떤 놈들

 이 감히 우리혈왕부를 공격하는지.]

   귀견수는 고개를 끄덕엿따.

   (좋아,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놈을 처치한 지금 아예 그자들까지.. 

 흐흐, 오늘은 나 귀견수의 날이군..)

   문득 그의 음침한 시선이 살기로 하얗게 번뜩였따.

   제 3 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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