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나타난 혈왕
제갈기는 내심 이맛살을 찌푸렸다.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전면을 주시했다.
펑. 퍼퍼펑...
츠파파파팟..
[아아악...]
무수하게 몰려오는 백의인들과 지금 그들과 격렬하게 맞붙은 능소, 단비
노광등....
(이런게 아니야 이렇게 되선 곤란한데..)
그 광경을바라보며제갈기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이곳에 당도한 것은 거대한 폭발이 있은 후였다.
그들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부근을 수색하는 백의인들을 발견하고, 그
들 중 하나를 간신히 생포했다.
(그러나 그건 그냥 가만히 숨어 있는 것만 못했어. 놈이 말한 그따위 말
을 믿고 주모님이야 그렇다고 해도, 저 단비, 저 자식까지 달려나갈 줄이
야, 정말 단비 저 놈은 성질 급한게 탈이야...)
제갈기는 내심 중얼거리면서 격렬하게 성난 황소처럼 날뛰는 단비의 모
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는 당청이 초조한 안색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격전을 지켜보다가 답답한 듯 입을 열었다.
[제갈선생. 그이는 정말 아무일도 없을 까요? 그 자의 말로는..]
예잔한 어조의 그녀의 말에, 제갈기는 시선을 돌려 침착하고 신념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주모님께서는 마음을 놓으십시오. 주군께서 그따위 폭약에 당하실 분이
라면 그렇게 다시 돌아오시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 주군께선 필시 다른
일이 잇으실 겁니다. 이건 제가 책임지고 말씀디리는 것입니다.]
그 말에 당청은 다소 안심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제갈기의 마음은 편칠 못했다.
(정말 주군께선 어디로 가신 걸까? 싸움이 지연되어 노출이 심해지면 분
명 계획에 차질이 오는데...)
그때, 장내에 우렁찬 고함이 울리며 일단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멈춰라---]
(저들이 우두머리인가 보군.)
제갈기는 눈빛을 빛냇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제갈기도 본적이 잇는 총사엿고, 다른 네 명은 눈에
서 붉은 광망을 토하는 것이 기도가 남달랐다.
(오백여 명 대 칠인의 대결이라.. 우선 우두머리를 베고 속전속결로 나
가는 수밖에..)
제갈기는 내심 작정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그는 구홍, 단비, 능소, 노광에게 전음을 날렸다.
[자네들은 내 옆에 있따가, 신호하면 즉시 저 네 사람을 공격하게, 척살
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네.]
그러자 그들 사인은 제갈기의 좌우로 붙엇다.
이어, 제갈기는 곡풍에게 말했다.
[자네는 주모님을 보호하게.]
[알겠소. 염려마시오.]
곡풍이 당청의 부근으로 가자, 역시 네 사람을 대동하고 앞으로 나오다
가 멈춰섰다.
[네 놈들은 누구냐?]
귀견수의 첫 물음은 마치 칼날과 같았다.
제갈기는 빙그레 미소하며 대꾸했다.
[나는 자네의 아비인데, 자넨 아비도 몰라보는가?]
그 말에 대부분의 백의인들이 안색이 변했다.
어떤자는 노기충천하여 발을 구르기도 했다.
허나, 귀견수는 오히려 차갑게 냉소햇다.
[유치한 짓이군, 그 격장지계는... 자넨 아마 누굴 찾으러 왔겠지? 그
세 늙은이와 잠룡회의 계집인가. 아니면 두 계집을 끼고 폭약속으로 뛰어
든 그 철모르는 애송인가?]
이에 , 단비나 능소등이 버럭 화를 내려는 것을 제갈기가 제지했다.
이어 제갈기는 말했다.
[하핫... 자넨 건망증이 심하군, 나는 방금 자네 아비라고 밝혔거늘, 그
새 잊고 헛소리를 하다니... 아비가 자식보러 오는데에도 이유가 있을까?]
귀견수는 문득 안색이 변했다.
[네놈은 나이도 어린 것이 겁도 없구나, 뭘 믿고 큰소리를 치는지 모르
겠다만 정말 그들의 소식을 알고 싶지 않단 말이냐?]
이때, 능소가 문득 소리쳤다.
[그 분은 어찌 되셨느냐?]
허나, 이것은 그의 실수였다.
단순한 격분에서 귀견수의 유인화술에 말려든 것일뿐, 그렇게 묻는다고
그가 대답해줄 리가 없는 것이다.
능소는 말해놓고 나서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는 안색을 붉혔다.
그때, 능소의 말을 들은 귀견수는 안색을 기이하게 빛내더나, 곧 음산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과연 꼬마놈이라 솔직하군.. 흐흐... 네놈들의 그 분에 대해 말해줄
까...? 아니, 그럴 필요도 없겠군, 곧 잇으면 알게 될테니까. 지옥에 가보
면..]
그 말에 단비는 격분해서 소리쳤다.
[뭐라고? 네 놈이..]
허나, 제갈기는 그의 행도을 말리며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나는 궁금한 것이 한가지 있소. 당신 뒤에 있는 네 분은 어떤 분들이
오?]
귀견수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그는 그들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대답을 안할수가 없었다.
또한 그들은 그가 가장 꺼려하는 위인들인 것이다.
그래서 귀견수는 한껏 공경하는 어조로 그들을 소개했다.
[험, 이분들은 바로 본 혈왕부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할 수 잇는
사혈군어른들이시다. 네 놈들은 이분들을 뵙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
라...]
[하하하...]
제갈기는 돌연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사혈군이라... 이는 사람이 아닌 시뻘건 핏덩이 네 개란 말인가?]
이어 그는 손을 번쩍 쳐들며 소리쳤다.
[저 사람같아 보이는 것들을 원래대로 만들어라---]
순간, 그 옆에 서 있던 네 개의 인영이 번개같이 허공을 가르며 사혈군
을 덮쳐갔다.
이것은 마악 사람을 소개하던 상황에 벌어진 일이라, 너무도 느닷없어서
귀견수로 하여금 손 쓸 여유도 없게 말들었다.
번적--
콰르르릉... 꽝.. 콰콰쾅...
파츠츠츠츠
사혈군은 일순 격분한 상태에서 갑자기 적을 맞게 되었으므로, 아무 생
각도 못하고 전력을 다했다.
과연 그들의 무예는 놀라왔다.
장내는 삽시간에 그들이 펼친 혈영강기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허나, 단비나 능소등도 그들의 하수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제갈기는 그들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상황이 그렇게 돌변하자, 귀견수는 내심이를 갈았다.
[네 놈은 어린놈이 영악하구나.]
그 여덟 명이 워낙 치열하게 맞붙어 돌아가는지라, 다른 사람들은 도와
줄 엄두를 못냇다.
결국 오백여 명의 수하들은 있으나 마나인 것이다.
[다소 현명한 것일 뿐이오... 내가 두렵지 않다면, 우리도 한판 붙어봅
시다.]
제갈기는 말과 동시에 번개같이 그를 덮쳐갔다.
물론, 귀견수는 뒤로 빠지고 수하들에게 대신 맏게 할 수도 잇엇다.
허나, 사혈군이 싸우고 있는데 대한 미안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의 마음은 머리싸움에서 졌다는 데서 오는 격분함으로 가득했다.
[어린놈이...]
귀견수는 대갈하며 쌍장을 앞으로 날렸다.
꽈우우우우...
시뻘건 혈강이 쫙 뻗는 것이 역시 혈영강기였다.
(저들보단 화후가 좀 부족하군..)
제갈기는 내심 중얼거리며 쌍자을 뻗어 맞받았다.
꽈꽝---
굉럴한 진동은이 임과 동시에 장내에 먼지가 자욱이 이렁싶다.
이 일장이 대결에서 귀견수는 한발, 제갈기는 뒤로 세발이나 주르르 밀
려났다.
허나 그 순간 제갈기는 다시 번개같이 귀견수에게 덮쳐가고 있었다.
쿠쿠쿠쿠...
이에 귀견수는 안색이 변했다.
제갈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그가 있떤 곳엔 한 자루 사람만한 크기의 눈부신 은빛검
이 생겨나, 불가사의한 속도로 덮쳐들고 있었다.
(전설의 어검지술을...)
내심 크게 경악한 귀견수는 내공을 최고로 끌어올려, 자신의 최고무예를
펼쳤다.
헌데, 그건 혈영강기가 아니었다.
그의 쌍장이 돌연 하얗게 눈부신 백광을 폭출시켰던 것이다.
꽈르르릉...
검공과 장공이 부딪치자 돌연 굉렬한 벽력음이 진동했다.
[아악..]
귀견수는 가슴부위에서 피를 쏟으며 뒤쪽으로 풀풀 날려갔다.
(저자는 무공을 숨기고 있었군, 소수악마공을 익혔을 줄이야, 화후가 약
했기에 망정이지...)
제갈기는 내심 중얼거리며 다시 그를 덮쳐가려 햇다.
저만큼 나동그라진 귀견수가 급급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매듭을..)
제갈기의 모습은 다시 빛나는 은빛거검으로 변했다.
이어 그의 신형이 빛살같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돌연 그의전면 모든 공간이 온통 시뻘겋게 변했다.
(헉,)
놀라고 자시고 할새도 없이, 제갈기는 순간 자신의 면전으로 덮쳐드는
일진이 가공할 거력을 느꼇다.
꽝------
제갈기는 전신이 마치 불로 지진 듯 화끈 달아오름을 느끼며 뒤로 훌훌
날려갔다.
[윽,,]
입속에서 선혈이 쫙 뿜어지며, 정신이 일시 멍멍해졌다.
(대체)
땅바닥에 그대로 나뒹군 채,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전면을 주시했다.
[실로 대단한 아이군, 그 나이에 어검지술을 완성하다니...]
한줄기 웅후하고도 은은한 음성과 함께 나타난 백의 노인.
귀견수의 앞을 가로막고 선 그는, 왼쪽 가슴에 섬뜩한 태양이 두개나 겹
쳐지게 그려져있어, 그 모양은 마치 살아 뛰노는 심장을 방불케 했다.
그가 제갈기의 어검을 받아낸 것은 불문가지한 일이었다.
제갈기는 신형을 일으키며 물었다.
[당신이 바로 혈왕부의 주인이오?]
백의노인은 안색이 다소 붉을 뿐, 평범한 용모엿따
그는 가볍게 미소하며 대답햇다.
[그렇다, 내가 바로 혈왕이네.]
그는 조용히 입을 연 것 같은데, 그 음성은 제갈기의 귓전에 웅웅 울렸
다.
이것은 그의 내공이 이미 조화지경이란 말이다.
제갈기는 내심 가볍게 뛰노는 흥분을 억제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스스로 왕이라 하지만, 군자는 아니로군.]
그 말에 혈왕은 눈빛을 번쩍 빛냇다.
[그건 무슨 말이냐?]
제갈기는 그의 뒤에 서 있는 귀견수를 가리켯다.
그러자, 혈왕은 돌연 껄껄 대소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으하하핫,,, 두 사람의 대결을 방해했단 말이냐? 허나, 다른 사람은 몰
라도 이 아이만큼은 안되지..]
제갈기는 그 이유를 물으려 했으나, 곧 참았다.
그가 대답하고 안하고는 그의 질문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혈왕은 말을 이었다.
[그는 노부 친구의 제자라네...]
(친구의 제자라? 그럼 다른 마왕의 제자이군,..)
제갈기는 내심 중얼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저들의 싸움은 방관해 주시겠습니까?]
말하며 제갈기는 사혈군과 어지러이 돌아가는 능소등을 가리켰다.
헌데 혈왕은 또다시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었다.
[그들은 본왕의 못난 제자들이다. 너같으면 제자의 죽음을 그냥 보겟느
냐?]
(제자들이라고?)
제갈기는 내심 중얼거리며 탄식했다.
사실 그의 의도는 혈왕에게 저 싸움을 방관하게 함으로써 시간을 지연하
는데 목적이 있었다.
허나, 그들이 그의 제자들이라면 상황은 그렇게 될수가 없다.
혹시, 그들의 격전이 비등하게 돌아가기만 해도 가능성은 잇겠지만, 현
재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노광과 구홍, 단비등은 상대를 몰아붙이긴 해도 그래도 아직 백여 초는
있어야 결판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유독 능소만 달랐다.
(그의 쾌검은 위험한 무예라, 무예걱차가 잇다면 그 결말은 가장 빨리
오는 법이지.. 이제 능소의 검이 그 자의 목에 꽂힐 즈음이면 혈왕은 손을
쓸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가 손을 쓰기 시작하면 비단 능소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
모두는 황천길을 가야할 것이다.
이런 때 눈치없이 고지식한 능소가 초식을 늦출 희망은 이예 전무했다.
(아아, 주군께선 어째서 아직 오시지 않는 걸까? 늦으면 우리는 모두
가..)
방금 혈왕의 일격을 받아본 제갈기는 그와의 무예격차가 너무나도 심하
다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대항한다는 것도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 엿다.
능손의 몸놀림을 지켜보는 제갈기의 마음은 아주 초조했다.
허나, 바로 그때 그의 내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능소의 장검이 그자의 목
줄기로 파고들고 있엇다.
(아....)
제갈기는 그 순간, 부챗살같은 핏빛광채가 능소를 향해 쭉 뻗어가는것을
보았다.
말은 느린 듯 하지만 그 광채는 실로 믿기지 않을 만큼 환상적으로 빨랐
다.
순간 제갈기는 그릴 수가 있었다.
먼저 장검이 목젖에 닿기도 전에 산산이 부서지고, 능소가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광경을...
헌데 그때 제갈기는 눈을 부릅떳다.
(헉----)
실로 믿기지 않는 광경이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푹----
능소의 장검은 부서지기는 커녕,. 오히려 날이 시퍼런 그대로 그 자의
목을 꿰뚫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제갈기는 이게 혹시 꿈이 아닌가 했다.
그때, 그는 문득 두 개의 짤막한 소리를 들었다.
[억.]
[끄윽..]
처음의 소리는 경악성이었고, 뒤의 소리는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경악성을 터뜨린 사람은 바로 혈왕이었다.
그리고 한 순간 제갈기는 그의 눈앞에 나타난 한 사람의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눈부신 백색유삼을 걸친 멋들어진 미장부...
(주군.....)
제갈기는 일순 뜨거운 감격이 솟구쳐오름을 느꼈다.
황보소운이 나타난 것이다.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이 깨끗한 그대로였다.
[너는 누구냐?]
황보소운을 바라보는 혈왕의 안색은 크게 놀란 표정이었다.
[......]
황보소운은 그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구홍과 단비, 노광은 더욱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었고, 능소는
마악 검에 묻은 피를 씻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당청과 곡풍에게 머물렀다가 , 뒤의 제갈기에 이르러 멈췄
다.
[내상은 좀 괜찮소?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니겠지?]
제갈기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제 몸은 상관없습니다. 주군께선 정말 때마춰 오셨지요...]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의 앞에서 대갈성이 터졌다.
[이놈----]
황보소운이 자신을 앞에 두고 딴전을 피우자, 혈왕이 노해 고함을 지른
것이다.
황보소운은 시선을 그에게 주었다.
[왜 그러시오?]
그 말에 혈왕은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
[뭐라고? 네놈은 본왕이 안중에도 없단 말이냐?]
[......]
황보소운은 묵묵히 그를 주시하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아시오?]
황보소운은 다소 의아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너는...]
그는 <너는 내가 처음보는데 어찌 알겟느냐?>라고 말하려고 했다.
헌데 그의 말은 황보소운에 의해 도중에서 잘렸다.
[분명 당신도 모르고, 나도 당신을 모르는데, 우리가 서로 굳이 아는 체
할 필요가 뭐가 있겠소?]
[그 , 그것은....]
황보소운의 말은 이치에 맞으나, 현 상황에는 부합되지 않는 것이었다.
혈왕이 다소 곤혹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려고 하자, 얼른 황보소운이 손
을 내저어 막았다.
[아.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소, 당신이 누군지 알 것 같으니까....]
[......?]
[당신은 바로 혈왕부의 괴수, 혈왕이 아니오? 단심교의 십삼지왕중의 하
나이기도 하고,,,,]
[뭐,뭣이...]
[아니, 저놈이---]
황보소운이 그더러 혈왕부의 괴수 어쩌구 하자, 주위의 백의인들은 저마
다 분개하여 소리를 질렀다.
허나 혈왕 본인은 달랏다.
그가 분개한 원인은 그가 십삼지왕의 하나라고 꼬집어 말한 데에 있었
다.
평소에 총단소속 오천왕중의 하나에 들지 못한 유감이 많았던 그는, 수
하들에게 십삼지왕이란 말은 절대 쓰지 못하게 하고, 대신 십팔마왕이란
통합호칭을 쓰도록 해 왔던 것이다.
[흐흐흐...]
혈왕이 음침한 괴소를 터뜨리자, 그 괴소성은 무한한 진기에 의해 파동
되어 사위에 우뢰같이 울렸으므로, 그 수하인 백의인들까지 흠칫하여 몸을
떨었다.
허나, 황보소운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하, 당신은 나를 모르는데, 내가 당신을 안다고 해서 그리 화가 난거
요? 음, 그런 상당히 속좁은 짓인데..]
혈왕은 두 눈에 벼락같은 광망을 뿜었다.
[애송아 , 너는 누구냐?]
황보소운은 피식 실소하며 말했다.
[당신의 그 화난 모습은 영 보기 안좋은데? 꼭 성난 붉은 돼지 같소..허
나 그렇게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말해주지 않을 수가 없지..]
[.......]
혈왕은 둠어지게 그를 쳐다보았는데, 그이 두 눈에선 연신 핏빛 혈광이
출렁거렸다.
허나 그의 안색은 다음 순간 트게 변하고 말았다.
[나는 황보소운이오.]
[뭐, 뭐라고?]
혈왕은 일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떳다.
[네, 네가 정말 그 황보소운이란 말이냐?]
황보소운은 조용히 미소하며 말했다.
[당신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듯한 인상이구려. 성검가를 멸망시키는데 당
신도 참가했겠지...?]
혈왕은 일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허나 그는 역시 그답게 격동된 감정을 금방 가라앉히고 있었다.
어느덧 그의 안색은 아까보다 오히려 차분하고 조용했다.
[실로 믿지 못할 일이군, 존자께서 실수를 하시다니..]
가볍게 중얼거린후, 혈왕은 다시 조용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그때 나도 갔었지. 그 일은 우리가 한 일 중 가장 큰일이었으면
서도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네가 그 이을 안다는 것도 뜻밖이지만, 너
는 성검가의 자손이라니 특별취급해 주지...]
[그 특별대우는 실로 감사하오.]
황보소운이 가볍게 비아냥거렸으나, 혈왕은 오히려 차갑게 웃었다.
[허나, 어쨌든 모든 것은 자신의 능력이 결정지어주는 것이 아니겠느냐?
네가 비록 어린 나이에 비상하게 특출하여 존자의 살수까지 피해냈을 지라
도, 난 믿지 못하겠다. 네가 감히 나의 상대가 되겠느냐?]
황보소운은 조용히 정색해다.
[당신의 그 말은 옳소. 모든 것은 실력이 가늠하는 것이오.]
혈왕은 그 말에 조용히 미소했다.
[알고보니 너는 매우 마음에 드는 구나. 우리가 적이 아니었단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황보소운은 묵묵히 그를 바라봤다.
잠시 침묵이 흘러간 뒤에. 혈왕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우리 시작하도록 할까?]
[좋소,.]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들은 서로 십장여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그들 사이에 팽팽한 무형의 기류가 흐르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멀찌
감치 물러났다.
그때 문득 한쪽에 서 있던 귀견수의 안광이 묘하게 빛났다.
그는 장내의 상황은 빠르게 흙어보더니, 곧 수하들을 불러 지시했다.
[흐흐.. 너희들은 한꺼번에 저놈들을 쳐라.]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제갈기가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제갈기를 최고의 적으로 간주하는 듯 싶었다.
휘- 휘- 휘....
갑자기십여 명의 백의인들이 덮쳐오자, 제갈기는 일순 당혹감이 일었
다.
(주군을 보느라 미처 이들을 신경쓰지 못했구나...)
그는 급히 능소에게 시선을 던졌으나, 그 역시 멍청하게 황보소운을 바
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포위된 상황이라 피할길도 없었다.
쿠우우우우..
파츠츠츠츠.
검광과 장력의 파괴력은 이들 모두가 일류고수들임을 말해주었다.
[핫,]
적들의 공격이 전신을 에워싸자, 제갈기는 기합과 함께 몸을 팽이처럼
휘돌리며 둥실 떠올랐다.
허나, 그 순간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선혈을 한 사
발이나 내뿜었다.
(으윽.)
쫙 뿜어지는 선혈을 보며 제갈긴는 일순 신형을 크게 비틀거렸다.
(내상이 너무 심하구나..)
이때, 그 틈을 노리고 적들의 칼날같은 검기가 그의 전신을 헤집어들고
있었다.
파파팟....
(어(御)....)
제갈기는 내심 소리치며 진기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 순간 그의 전신에 뿌연 은빛의 검막이 피어오르며 백의인들의 공격을
막아갔다.
까까깡...콰콰쾅...
(윽.)
제갈기는내심 신음을 발하며 몸을 크게 비틀거렸다.
그의 전신은 이미 무수한 검상으로 인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엇다.
내상이 워낙 엄중한 탓에, 백의인들의 공격이 그의 방어막을 뚫은 것이
다.
다행히 그 상처들은 깊지 않았으나 , 제갈기의 내심은 더욱 당혹해졌다.
놈들의 공격이 또다시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쓰쓰쓰...
쿠쿠쿠쿠쿠
제갈기는 내심 이를 악물었다.
그의 체내진기는 이미 바닥상태라 이번의 저들의 공격을 그는 도저히 막
아낼 자신이 없었다.
(으으 , 내가 이놈들에게...)
그는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신형을 뽑아올렸다.
그때엿다.
일진의 향긋한 방향이 일며, 영롱한 옥으이 그의 귓가에 울렸다.
[호호, 제갈선생, 우리가 왔으니 안심해요.]
순간 굉렬한 격타음이 일며 적들의 공격이 싹 사라지는 것을 제갈기는
느꼈다.
까까까깡...
제갈기는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앞에는 어느덧 두 여자가 날아들어 백의인다르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바로 남궁사란과 사마옥이었다.
(아아...)
그녀들은 모든 밑개의인들의 시선이 황보소운과 혈왕의 대결장소로 집중
된 틈을 타고 이곳으로 날아든 듯 했다.
이때, 그제야 곡풍 능소등이 이곳 사정을 알고 달려왔다.
[언니..]
당청은 남궁사란을 향해 껴안듯이 달려왔고,. 능소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제갈기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대형,]
[괜찮아, 그들은 생각보다 무섭구나...]
제갈기는 내심 쓴 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좌정했다.
내상이 워낙 엄중하여 더이상의 진기운용은 원기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이다.
일단 응원군이 오자, 이곳의 상황은 역시 돌변했다.
[으....악.]
[으아악..]
곡풍의 영활한 신법과 암기, 그리고 이기어검술이란 검공은 때를 만난
듯, 백의인들 사이를 휩쓸며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했다.
거기에 능소의 공포스런 쾌검은 말할나위가 없고, 남궁사란 등 세 여인
도 실은 고도의 무예를 겸비한 절정의 여고수들인 것이다.
파파파파팟.
퍼퍼퍼펑..
무더기로 몰려드는 백의인들은, 다시 무더기로 시신이 되어 바닥에 뒹굴
기 시작했다.
일단 이곳 상황이 안정이 되자, 제갈기는 다시 중앙으로 시선을 던졌다.
쿠쿠쿠우우웅.,..
쿠쿠쿠쿠쿠... 우우우
(.......)
그것은 일반적으로 무공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기이한 광경이었다.
혈광, 마치 붉은 운무처럼 스멀거리는 그것은, 이미 중앙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면은 불가사의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공포스런 장면이었다.
제갈기는 일순 신형을 부르르 떨었다.
(주군께선...)
이 순간 황보소운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십장 간격을 두고 , 점차 강렬해지는 혈왕에 비해, 황보소운의 기세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그의 다리는 이미 무릎까지 땅속에 박혀 있었다.
(혈왕보다 약하단 말인가?)
제갈기는 두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일순 식은 땀이 일어 그의 전신을 홍건하게 적셔 놓았다.
이무렵, 황보소운의 아색이 은은한 고통의 빛이 떠올라 있엇다.
그는 우수에 한 자루 장검을 들고 있엇지만, 휘두르지 못하고 고통만 심
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순간, 황보소운은 눈을 부릅뜨고 크게 진기를 끌어올렸다.
그 바람에 그의 다리는 허벅지 까지 땅속으로 빠져들었으나, 그는 일순
벽력같이고함을 질렸다.
[단심혈한,...]
순간 그의 장검이 거대한 굉음을 동반하고 날벼락같이 펼쳐졌다.
꽈르릉...
번쩍...
땅거죽이 온통 뒤집히는 듯한 굉음과 함께 사위에 검은 장막이 일며, 거
대한 혈막과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쿠쿠쿠쿠쿠...
휘류류류류류..
허공이 온통 짙은 흙먼지와 돌개바람으로 가득찼다.
허나, 그 순간 제갈기는 볼수 있었다.
황보소운의 손에 들린 장검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것을...
(아아, 주군..)
제갈기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혈왕은 아직 가득하고 , 혈왕의 안색은 다만 하얗게 질렸을 뿐인데, 황
보소운의 전신모공에선 은은히 피가 새어나오고 있엇다.
결과는 참담한 그의 패배엿다.
더구나 이 순간 혈왕은 흉흉한 살소를 날리며 서서히 그에게 다가들고
잇엇다.
[으흐흐흐..]
황보소운은 일순 아득히 멀어져가는 감각을 의식했다.
(끝인가?)
그는 정말이지 상대 혈왕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
과연 만박신유의 말은 조금도 과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자
라는 감마저 있었다.
(내가 선공을 취했어도 결국은 졌을 것이다...)
그만큼 혈왕과 그의 차이는 확실했다.
(나의 무예는 이미 실존무예의 최고봉인 연허합도에 올랐다. 헌데도 그
를 당할수 없다면.. 그의 무예는 정신무예란 말인가?)
문득, 전면에 다가들고 있는 혈왕의 모습이 보엿다.
[흐흐흐... 썩 훌륭하다만 아직 내 상대는 아니지, 가거라..]
혈왕은 다가들며 쌍수를 벼락같이 뿌렸다.
콰콰콰...
눈부신 혈광이 거대하게 확산되면서 물결같이 밀려들었다.
그것을 보면서 황보소운은 일순 눈을 감앗다.
단심혈한은 그가 절박한 위기에 몰렸을 때 터득한 무예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람이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게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지금 이 순간 역시 황보소운의 영감은 크게 열리고 있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