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52)

   제 3 장

   고 루 왕

   일행은 즉시 출발했다.

   황보소운이 앞서고, 세여인이 뒤따르며,  성검육심이 그 뒤를 감싸는 형상을 이

 루어, 주로 야산이나 인적이 드믄곳을 골라 경공술을 펼쳤따.

   세여인의 무공이 비교적 약햇으므로  달리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가 못했

 다.

   허나, 그들은 곧 놈들을 따라잡을 수가 있엇다.

   [저 곳입니다.]

   곡풍이 말을 하며 전면을 가리키자, 황보소운은 즉시 신형을 멈추었다.

   벌써 초저녁을 지난 한밤중이고, 이곳은 관목들이 울창한 산중이엇다.

   대략 백여장 앞에서 한덩어리의 밝은 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엇따.

   (화톳불인가? 저렇듯 불빛을  밝게해서 자신을 드러냄은, 우리가 안중에

 도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함정인가..?)

   황보소운은 뒤로 시선을 돌렸다

   세 여인은 안색이 홍시처럼  붉어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 지치

 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따.

   (굳이 따라오겟다고 하더니..  하기야 지금 상황에선 어느곳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겠찌. 기왕이면 내 곁에 있으려는 것은 당연한 심리일 것이다..)

   황보소운의 시선이 닿자, 그녀는 다소 쏘는듯이 입을 열엇따.

   [우리 걱정은 하지 말아요.]

   황보소운이 내심 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릴때, 곡풍이 다가와 입을 열엇따.

   [제가 한번 가보고 오겟습니다.]

   황보소운은 시선을 돌렸따.

   [괜찮겠는가?]

   곡풍은 자신있게 대답했따.

   [이미 그들의 행동내막까지 세세히 염탐하고 온 접니다. 단지 적정을 살

 피는 정도라면 자신 잇습니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엿따.

   [좋네, 허나 조심하게...]

   곡풍은 허리를 한번 굽혀보인 후, 몸을 날려 기척도 없이 앞쪽으로 사라

 졌따.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보소운은 알수 없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수라왕에게 당했다고 했지만, 수라왕 정도가 그 하나 잡지 못하고 

 놓쳐 버렸단 말인가? 당시  그들은 그를 일부러 놓아준 것은 아닐까? 그리

 고 지금...)

   그의 그러한 내심을 알기라도 하듯, 제갈기가 입을 열엇따.

   [그가 이각이 지나 돌아오지 않으면, 그땐 제가 가보겟습니다.]

   [.....]

   황보소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엇다.

   이때의 시간의 흐름이란 급한 물살처럼 빨랐다.

   일각이 지나고, 어느덧 이각이 가까와졌따.

   그래도 곡풍은 돌아오지 않았고, 앞쪽에선 작은 기척소리도 들리지 않았

 다.

(,,,,,,,,?)

   이에 제갈기는 안색을 굳히고, 결연한 빛을 보엿따.

   그가 마악 신형을 움직이려 할때, 능소가 입을 열엇따.

   [대형, 잠시만 더 기다려 봅시다. 둘째형은 길을 잃었을 지도 모르지 않

 습니가?]

   능소의 그런 다소 천진스런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조금 풀리는 듯 했따.

   노광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따.

   [자식아, 둘째형이 길을 잃는다는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야. 추적과 정

 보의 제일이란 말은 괜한 소린줄 알아?]

   그말에 능소는 자신의 실언을 자각하고 안색이 붉어 졌다.

   이때, 구홍이입을 열었다.

   [대형, 다른 방법이  좋을 듯 합니다. 대형이  간다고 무슨 뽀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모두 함께 가도록 합시다.]

   이에 단비가 즉각 동조했다.

   [옳습니다. 만일 주군께서 가시더라도,  그게 또 놈들의 의도일 수도 있

 으니까요.]

   이때, 남궁사란이 나서서 말했다.

   [저희들은 여기 남겠어요.]

   [뭐라구?]

   황보소운이 그녀를 바라보자, 남궁사란은 다소 고집스런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희들이 따라간다면 도움은 못되고 오히려 짐만 될 거예요. 그럴 바에

 는 차라리 여기 남겟어요.]

   [........]

   [그리고 더군다나 우리들은 모두...]

   황보소운은 금세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들은 모두 임신중이라 태교를 위해서도 참혹한 장면을 보게되길 꺼

 려하는구나,.. 그리고 사실, 일단  싸움에 돌입하게 되면 그녀들에게 신경

 을 쓸 겨를도 없을 테니,  나를 따라간다고 해도 별로 안전하지는 못할 것

 이다...)

   내심 생각을 굴린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녀들이 남을 바엔 최소한 지켜둘 한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뜻을 알아채고 능소가 선뜻 앞으로 나섰다.

   [제가 여기에 남겟습니다.]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따.

   [네가?]

   [예. 문제 없습니다.]

   능소가 눈을 크게 뜨고 굳건한 어조로 대답했따.

   [음.]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역시 이들의 제일고수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때, 제갈기가 나서서 근처의 돌무더기등을 이리저리 옮겨놓더니, 돌아

 와서 능소에게 이러구저러구 설명해 주었다.

   [막내야, 나는 방금 이곳  주위에 하나의 절진을 펼쳐놓았다. 그것은 대

 주천팔문?쇄라는것이다. 너는 우리가  이곳을 떠나면 즉시 진법을 발동시

 켜도록 해라, 그 방법은...]

   이어 제갈기가 진법의 발동과 해소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마치자, 황보소운은 

 그들 사인을 이끌고 신형을 움직였따.

   스스스.,...

   소리없이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능소는 두눈가득 굳건한 

 열기를 뿌리고 잇었다.

   ><      ><   ><

   [이상하군..]

   불빛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그들 모두는 한결같이 이상함을 느겼다.

   노광의 말을 받아 단비가중얼거렸따.

   [이토록 시체가  많다니, 이 근방은 무슨  시체들이 잔치라도 벌이는 걸

 가?]

   시체는 하나같이 썩고 짓무른 오래묵은 것들이엇따.

   주위는 거기에서 나는 악취로  진동했고, 그로 인해 환한 불빛마저 음산

 한 지옥의 불길처럼 느껴졌따.

   시체의 숫자는 불빛 가까이  갈수록 많아졌고, 그 숫자는 대략 오백여구

 는 되어보였다.

   [정말, 기분나쁜 분위기군. 어째서 이많은 시체들이 여기에 있는 걸까?]

   단비가 또한번 투덜거리자, 제갈기가 차분한 신색으로 입을 열엇따.

   [그렇게 역겹다고생각해서는 안되지, 이 시체들은 역겹기는 하지만, 사

 실은 공포스런 것이야.]

   단비는 눈을 둥그렇게 떳다.

   [아니, 아째서 그렇소? 이따위 죽은 시체들이 공포스럽다니요?]

   제갈기는 찬찬히 대꾸했다.

   [물론, 죽은 시체 자체는  공포스럽다고 할수 없지. 죽은 시체가 살아움

 직일리가 없으니까.. 허나, 단 한사람이 있다면 그 평범한 상식은 금세 엉

 망이 되고 말지.]

   단비는 눈을 더욱 크게 떳다.

   [설마 이많은 시신들이 살아움직이기라도 한단 말이오?]

   제갈기는 고개를 끄덕엿따.

   [그렇네..]

   단비는 몸을 부르르 떨었따.

   [대체 그 한사람이란 누구요?]

   [.......]

   제갈기는 대답은 하지 않고 우뚝 걸음을 멈춘채 황보소운을 바라보앗따/

   이미 그들은 불길 근처에 이르렸던 것이다.

   화르르르륵... 투다다닥...

   거대한 마른  통나무들을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화톳불의 화력은 대단하

 여, 그 화광이 암공에 충천하고 있엇다.

   그리고, 한대의 마차가 그 화톳불의 옆에 있엇다.

   [이상하곤, 한사람도 없다니...]

   단비는 중얼거리며 그 마차를 향해 다가가려고 햇따.

   그때, 황보소운이 손을 저어 그의 행동을 저지햇따.

   [......?]

   단비가 의아한 표정을 하자, 황보소운은 입을 열었다.

   [가만있게. 그가 여기에 있네.]

   [그라니요?]

   단비가 더욱 의아해 하자, 황보소운은 짤막하게 말햇따.

   [자네가 방금 말한 그사람, 고루왕.]

   그때였다.

   [크크크크크...]

   [캇캇캇캇캇...]

   귀신의 호곡성 같은 괴소성이  사방을 뒤흔듬과 동시에, 그 충천하던 호

 톳불이 일시에 퍽, 꺼져버렸다.

   사위는 금세 암흑으로 돌변했따.

   그러나 그 어둠이 이들의 시야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엿따.

   다만 회백색의 음산한 광채가 부유하고 , 금세 귀신이라도 튀어나올듯한 

 괴괴한 적막이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따.

   아니나 다를까.

   [낄낄낄...]

   흡사 유부에서 들리는 듯한 음산한 광소가 사위를 휩씀과 동시에 , 가슴

 조이던 일은 드디어 벌어지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수백구의 시신들이 기척도 없이 더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두운 공간은 이내 그  시신들의 흐느적거리는 모습으로 가득차게 되었

 다.

   [으으으으...]

   단비는 그 공포스런 광경에 몸을 떨며 신음을 발했다.

   [어쩐 일이유? 아깐 시체가 안무섭다고 하더니...]

   노광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단비는 고개를 흔들며 부르짖었다.

   [무서워서가 아냐, 저 지독한 냄새... 저 시체조각들이 내몸에 닿을까좌 

 그러는거야.]

   그때, 문득 대여섯구의 시신이 그의 면적으로 덮쳐들었다.

   드디어 우려하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어딜..]

   단비는 한소리 부르짖으며 쌍장을 날렸다.

   퍼퍼퍼펑...

   허나 그 한순간 일이 잘못 되었음을 알앗따.

   강맹한 일격을 당한 시신들은  가슴이 뭉개지기는 커녕, 잠시 머칫 하는 

 듯 하더니 더욱 기승을 부리며 달려드는게 아닌가..

   [이크...]

   단비는 그 즉시 자신의 절기를 펼쳤다.

   꽈르르릉...

   만붕뢰의 일식이 펼쳐지자, 검은 강막이 사위를 뒤흔들며 대번에 세구의 

 시신이 부서져 날아갔다.

   헌데 그는 그순간 나머지 두구의 일장을 가슴에 받고 있었다.

   퍼퍽..쿵.

   일순 저만큼 나동그라진 단비는 잠시 멍청하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제기랄..]

   그의 만붕뢰가 또다시 시신들을 향해 작렬했다.

   허나 그의 안색은 부딪쳐오는 시신들의 악취로 인해 잔뜩 찌푸러져 있었

 다.

   꽈르르릉,,,

   그래도 단비의 경우는 좀 나은 편이었따.

   까까깡,..

   어찌된 셈인지 이 시신들의 너덜너덜 썩어가는 살집엔 도검이 불침했따.

   제갈기나 구홍만이 몇구를 상대하고  있을 뿐, 노광은 신법을 펼쳐 도망

 다니기에 바빳다.

   그리고 그나마 도망다니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제길...]

   연신 투덜댔다.

   시신들의 움직임은 허깨비같고,  표홀하는 바람같아서 도무지 놈들을 따

 돌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휘률류류류..

   황보소운은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방금 일선지를 펼쳐 시신들의  미간을 꿰뚫었는데도 놈들은 여전히 달려

 들었던 것이다.

   (이놈들이 과거의 금강빙혼마인들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허나 , 그는 곧 고개를 저었따.

   그럴리가 없는 것이다.

   금강빙혼마인이란 명실공히 가장 완벽한 금강불괴의 강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것은 무슨 이유인가..?_

   황보소운이 내심 생각을 굴리고 있는데, 칠팔구의 시신들이 한꺼번에 공격했다.

   황보소운은 우수를 휘저었다.

   과꽈꽈...

   산산히 부서져 날아가는 시신들을 바라보며 황보소운은 문득 생각을 떠올렸따.

   (이 시신들은 고루왕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자의 심력은 금단선

 공의 척사지력을 능가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시신들은 모조리 진공으

 로 부셔야 한단 말인가?)

   황보소운은 일순 허공에 몸을 떠올렸다.

   기왕에 하는 거라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다.

   그는 만천영의 초식을 뇌리에 떠올렸다.

   헌데, 마악 초식을 펼치려던 그는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곤 멈췄다.

   (알고보니 그자들은 나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이러는 것이군, 이따위 

 것들로 내게 조금도 위협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심 생각을 굴리며 그는 우수를 내저었다.

   까꽈꽈과...

   그의 뒤를 쫓아 허공에  떠오른 십여구의 시신이 대번에 박살이 나서 흩

 어졌따.

   그때, 장내의 상황이 보이자, 황보소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노광등이 몹시 고전하고 있는 장면이 보였던 것이다.

   (할수 없구나,  다음의 일이야 어찌됐든, 우선  목전의 일을 해결하는게 

 급하다....)

   그는 이빨을 꽉 깨물고 만천영의 초식을 떠올렸다.

   (만천영--)

   황보소운은 손을 느릿하게 뻗었다

   허나, 그것은 그의 생각일  뿐, 기실 그의 쌍수는 불가사의하게 빠른 움

 직임을 보였따.

   마치 천개의 손을 가진사람이 그 천개의 손을 눈부신 속도로 움직인다

 고나 할까?

   고오오오오오...

   소리도 없고 빛도 없었다.

   단지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무형의 원구가 급격히 확산되듯이 번져나갔

 고,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신들이 가루로 변해 흩날리고 있엇다.

   스스스...

   (과연, 놀랍구나, 이제 만천영은 완전해 졌어...)

   황보소운은 자신이 펼친 만천영의 위력에 새삼 놀라며 지면으로 내려왔다.

   꽈르르르릉...

   번쩍...... 파파파팟...

   제갈기등이 남은 시신들을 해치우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들 역시  믿을수가 없다는 듯 사방을  둘러보다가 시선을 마차에 두었

 다.

   마차는 기척도 없이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닐까요?]

   제갈기가 묻자, 황보소운은 고개를 저었다.

   마차에는 분명히 어떤 기척이 있었던 것이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구홍이 말하고 한걸음을 나설때엿따.

   돌연 마차의 앞에 유령같이 한사람이 나타났다.

   (헉..)

   그 기척도 없고  종적도 없는 신법은 말할  나위가 없고, 느닷없이 그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황보소운은 내심 크게 놀랐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날 사람은 그 밖에 없는 것이다.

   [당신이 고루왕이요?]

   황보소운은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물었다.

   [으흐흐흐흐흐...]

   그자는 한줄기 음산한 웃음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대단한 놈이군... 혈왕이 죽었다고 해서 믿지 않았더니.. 네가 바로 성

 검가의 후송이라는 황보소운이냐?]

   황보소운은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내가 누군지 안다면, 오늘이 바로 피의 응보를 받는 날이라는것도 알겠

 군..]

   그자는 키가 작고 바짝 말라, 마치 뼈마디만 남은 해골같았는데, 전신의 

 드러난 피부는 청동빛의 띠고 있었따.

   그 시선 역시청동빛 광채를 뿌리고 잇었는데, 어둠속에서 그 광채는 흡

 사 지옥의 검화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크캇캇캇캇...]

   고루왕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네놈이 나를 죽이겟단 말이냐? 혈왕을 죽였다고 해서 그 실력이 내게도 

 통한다고 생각하느냐?]

   이어 그는 우수를 슬쩍 휘저었다.

   그러자 청광이 사위를 감싸는  가운데 그의 뒤에 있던 마차의 휘장이 가

 루로 화해 날아갓따.

   스스스스...

   [엇.]

   일순 단비등은 경악성을 발했따.

   마차안에는 바로 백리하와 삼공이 꼼작도 않고 앉아있는게 아닌가?

   그들을 혈도를 점혈당하고 혼절한듯 했따.

   황보소운은 역시 흠칫햇다.

   고루왕은 그를 보며 음산하게 입을 열었다.

   [어떻느냐. 네놈들은 이자들을 데려가고 싶겠지?]

   황보소운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떳다.

   [당신은 그들을 두고 내게 협박하는거요?]

   [클클클...]

   고루왕은 흉흉하게 웃엇다.

   [그렇다고 할 수 잇겠지..  요는 네가 저들을 얼마만큼 생각하고 있느냐

 에 달려있겠지..]

   황보소운은 눈빛을 번쩍 빛냇다.

   [내가 만약 그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고루왕은 기괴한 웃음을 날렸다.

   [흘흘... 아무래도 네놈보다 내가  더 빠를 걸.. 한번 시험해 봐도 무방

 해...]

   말과 동시에 그는 다시 우수를 휘저었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청광이 사위를 감싸며 그의 뒤쪽으로 폭사됐다.

   그런데 그 목표는 이번엔 바로 백리하의 목이 아닌가?

   [멈춰!]

   황보소운은 일순 대경실색해서 신형을 날렸다.

   동시에 그의 쌍수에서 일진의 가공할 기류가 일엇다.

   고오오오오...

   이에 고루왕은 일순 흠칫한  빛을 보이더니, 백리하에게 향한 손속을 거

 두고 황보소운을 향해 두팔을 벌렸다.

   (......?)

   덮쳐가던 황보소운은 문득 이상함을 느꼇따.

   이쪽의 공격이 쇄도해가는 판에  두팔을 벌리다니..혹 저자는 적을 친구

 로 잘못알고 반기려는 것이란 말인가?

   허나, 그 순간 황보소운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햇따.

   두팔을 버릴나 고루옹의 전신에서 무수한 동심원이 일기 시작하더니, 회

 오리를 이루면서 작아져서 중앙의 한점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장면은 마치 모든 기류를 흡수하는 광경과 흡사햇따.

   (심상치 않다.)

   황보소운은 내심 부르짖었으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자신이 펼친 기류가 그 회오리에 닿자마자 돌연 깊은수렁속처럼 빨려들

 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으으으으...]

   황보소운은 급히 신형을 멈추었으나, 그의 안색은 잿빛처럼 창백해져 있엇따.

   심지어 가볍게 몸을 휘청거리는  것이, 이미 서있을 힘마저 남아있지 않

 은 듯 했다.

   [주, 주군...]

   단비등은 황보소운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놀라 부르짖었따.

   이에 고루왕은 음산하고도 득의한 흉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하... 네놈은 설마 이렇게 될줄은 몰랐을 것이다. 혈왕의 무

 예는 반딴의 힘이  잇는데 반해, 본왕의 무예는  흡수의 위력이 잇는 것임

 을... 세상에 모든 기운은 본왕의 무예 앞에선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지, 허

 나, 네놈은 무예가 워낙 강했기에 나는 한번의 시험을 거쳤지.]

   황보소운은 입을 열엇다.

   [그래서 당신은...]

   그의 음성은 힘이 없이 다소 떨리고 있엇다.

   고루왕은 통쾌한 표정으로 대답했따.

   [그렇다. 맨 처음 네가 나의 강시들을 박살낼때, 나는 그 기류의 특성과 

 흐름을 읽었다.  그리고 방금 나는  저들을 이용해서  너의 흥분을 유도햇

 지.. 비록 너무 세심히 주의를 기울인 감은 있지만, 너는 그럴만한 인물이

 라고 생각했다. 어떠냐..]

 고루왕은 악귀같이 웃으며 황보소운을 바라보았따.

   황보소운은 대답했다.

   [감탄햇소. 허나 당신은 나의 몇가지 질문에 더 대답해 주겠소?]

   고루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황보소운은 말했다.

   [당신과 과거의 혈왕과 싸우면 그 결과는 어땠었오?]

   고루왕은 안면을 더욱 찌푸렸다.

   [그의 탄공과 본왕의 흡공은 각기 일장일단이 있다고 할수 잇지. 말하자

 면 서로 극성이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단 말이다. 허나, 그런 성질이 아

 닌, 너의 그 부드러운  공격엔 본왕의 흡공이 천적이라고 할수 있지. 그래

 서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다. 알겟느냐?]

   황보소운은 그말에 대답은 않고 다시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겟소. 당신들은 어떻게 그리도 빨리 나타난 거요? 우연히 

 이곳에 모였을 리는 없을 텐데...]

   그말에 고루왕은 흐흐 하고 흉소를 날렸다.

   [너는 이 현실이 못내 믿기지 않다는 거냐? 흐흐.. 그건 가나단하다. 강

 왕의 제자가 미리 알렸기 때문이지.]

   [강왕의 제자라면..]

   [바로 귀견수 지천명이란 아이를  말하는 거다. 그가 총단에 알렸고, 총

 단에서는 거리가 가장 가까운 우리들에게 너를 처치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물론 그땐 네가 황보소운인 줄은 몰랐지만...]

   [그러나 만 하루사이에 연락이  닿아서 이렇게 모인다는 것은 불가능 하

 지 않소.]

   이에 고루왕은 별안간 화를 벌컥냇다.

   [금방 죽을 놈이 말이 많구나, 너는 이제 그만 죽어야 겠다.]

   말과 함께 그는 앞으로 나서며 손을 쳐들었따.

   금새 그의 주위로 청색의 투명한 강기가 자욱하게 서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아까보다 더욱 진해진 듯 했다.

   그것을 보면서도 황보소운은 이미 저항력을 잃은듯, 그저 선채로 입만 열었다.

   [듣고 안듣고는  당신의 자유이지만,  나는 당신에게 한가지  할말이 있

 소..]

   그 음성은 매우 끈적한  여운을 가지고 있엇는지라, 마악 공세를 펼칠려

 던 고루왕은 일순 멈칫하며 물었다.

   [뭐냐?]

   황보소운은 말했다.

   그의 음성은 가느다랗고 작아서 힘이 없이 느껴졌으나, 고요하고 담담한 

 것이었다.

   [나는 본래  한가지 무예를 알고 있었는데,  그건 만천영이란 것이었소. 

 그것은 마음의 무예로 들어가는 초입의 무공으로, 기실 기존의 실존무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  반푼뿐인 정신무예 엿소. 그 상태에서 나는 아무리 

 그다음 초식인 태양광을 이해하려고 해도 되지 않앗던 거요...]

   [......]

   황보소운의 음성은 작고 고요하고 듣는 이에게 매우 안온한 느낌을 주었다.

   그 음성을 듣노라면 마치 이곳이 살벌한 격전장이 아닌듯한 착각까지 드

 는 것이었다.

   [허나, 나는 방금  기존의 공력을 전부 잃고,  그 기존 무예의 법칙까지 

 완전히 망각한 상태에서 당신의 무예에서 펼쳐지는 그 동심원을 보앗던 거

 요...]

   이즘되자 말의  내용이 이상해진 것을 느낀  고루왕은 크게 놀라 소리쳤

 다.

   [무슨 말이냐?]

   황보소운은 담담히 말을 계속했따.

   [나는 깨달았던 거요. 즉 다변은 무변이며 무변은 곧 다변과 통하는, 초

 식이 없는듯 하나 사실은  초식은 무한하여 그 추식이란 말 자체가 필요치 

 않은... 이것을 가리켜 완전한 마음의 무예 태양광이라 하오....]

   [나는 믿을 수 없다..]

   고루왕은 발작적으로 소리쳤따.

   [나도 마음의  힘과 그 무예를 아는바있지만  . 그건 어디까지나 진기의 

 바탕이 잇어야 가능한,  어찌 진기도 없는 마음만의  무예가 있을 수 잇단 

 말이냐/..?]

   황보소운은 미소했다.

   [그렇다면 시험해 보시오.]

   고루왕은 눈을부릅뜨고 전신의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따.

   곧 그의 장포가  터져나갈 듯 부풀고, 사방이  그의 위맹한 경력으로 인

 해, 온통 짓푸른 광채의 회오리속으로 빠져버렸따.

   꽈웅우우우우우우...

   곧 지면마저  들썩거릴 정도로 압력이 강해졌을  때, 고루왕은 벽력같이 

 소리쳤다.

   [가거랏. 고루파천왕-----]

   일순 거대한 청광이 황보소운 주위를 몰려들더니, 그것은 무형의 무수한 고루환

 영들로 변하여 삽시간에 덮쳐들었따.

   얼핏 보기에도 그것들은  가공할 강기의 화신들이 틀림없는데, 그것들이 

 몸에 닿기바로 직전, 황보소운은 우수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순간, 제갈기등은 볼 수 있엇다.

   번---쩍,

   태양광,

   그것이 어디서 생겨낫는지 분명치가 않앗딪.

   왜냐하면, 그 황금빛 광채는  실로 아주 잠깐동안 장내에 번쩍이다 사라

 졌기 때문이다.

   다만, 제갈기는 그짖이 황보소운의 우측 손끝에서 나왔으리라 생각했다.

   이어 그들은 볼수 있엇다.

   그토록 지독하게  장내를 뒤덮고 잇던 청광이  씻은듯이 자취를 감추고, 

 고루왕의 전신이 하얗게 탈색된 것을...

   [믿을...수 없다.]

   그것이 고루왕의 마지막 음성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전신은 가루로 화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햇따.

   피도 흐르지 않았다.

   [.....]

   제갈기등이 잠시 멍하니 서있는데,  돌연 서있던 황보소운의 신형이 휘청거리며 

 넘어갔다.

   (앗.)

   제갈기가 급히 날아가서 부축하자, 황보소운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잠시 탈진했을 뿐이네.]

   과연 그말대로 그의 안색은 금방 화색이 돌아오고 있엇다.

   그때였따.

   돌연 앞쪽에서 경악성이 터졌따.

   [앗, 이건...]

   구홍의 외침에 그들은 즉시 마차로 날았다.

   [이럴수가...]

   삼공과 백리하의 몸을 살핀 그들은 일순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다름아닌 정교하게 만들어진 밀랍인형들이엇던 것이다.

   [제기랄.]

   단비는 분을 못참고 소리를 질렸다.

   허나, 일행은 다시 신형을 옮기는 수밖에 없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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