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기진의 함정
일행이 아까의 자리로 되돌아왓을 때는, 이미 한가지 기이한 일이 그들
을 기다리고 있엇따.
곡풍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오시오. 대형, 큰일낫소.]
이어 그는 제갈기에게 한쪽을 가리켰다.
(.......?)
제갈기는 실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따.
대주천팔문곤쇄의 진속에 들어가 있는 능소와 세 주모의 모습이 실로 기
이했던 것이다.
남궁사란등 세 여인은 앉고, 능소는 서 있었는데, 그들은 그 자세로 꼼
짝못하고 굳어있을 뿐만 아니라, 안색마저 변색되어 있엇따.
[대체 어찌된 일이냐?]
제갈기의 물음에 곡풍은 다급히 설명을 시작했다.
[어찌된 일이긴요. 저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제가 놈들의 뒤를
추적하다가 뒤늦게 돌아와 보니, 이미 저렇게 되어 잇지 않았겠습니까? 크
게 놀란 제가 마악 손을 쓰려는데 , 놈들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낫던 것입
니다... 나타나선, 너같은 놈은 죽일 가치도 없으니, 주군께 이렇게 말하
라고 하더군요. 여기 도착하는 즉시 서북쪽으로 백여리를 달려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오라고요. 그렇지않으면 극독에 중독된 세분 주모의 생명은 없
을 거라구요.]
황보소운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서북쪽으로 백여리 되는 지점의 가장 높은 봉우리?]
이어 그가 급히 몸을 날리려고 하자, 돌연 제갈기가 손을 저어 막았따.
[잠깐 기다리십시오. 잠시 생각해본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
헌데 , 옆에서 곡풍이 다급하게 재촉했다.
[그들의 말로는 잠시라도 지체하면 주모님들의 생명이 위독할거라던데.]
제갈기는 눈빛을 번쩍 빛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겐 가전으로 내려오는 특이한 해독비법이잇네, 어떠한 독이
라도 해독이 가능하지, 우선 차분히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네.]
이어 그는 황보소운을 향해 말했다.
[주군께선 저를 도와주십시오.]
(내가 방금 무예가 한단계 높아진 상태니 조금 지체해도 제시간에 도착
할 수 잇을거다.)
내심 생각을 굴리며,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따.
[알았네.]
그러자, 제갈기는 대주천팔문곤쇄진의 전면으로 다가가, 한쪽의 돌더미
에 대고 기묘한 각도로 십여장을 내리쳤다.
퍼퍼펑...
우우우웅,,,
일순 진의 전체에서 거대한 진동음이 이는 듯 하더니 점차 미약해졌따.
그러다가 완전히 사라지자, 제갈기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따.
[이제 진은 완전히 해체돼습니다. 그냥 들어오셔도 됩니다.]
[음.]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제갈기는 먼저 남궁사란등의 앞에 가서 안색을 유심히 살피더니, 황보소운에게
말했다.
[진맥을 좀 해주십시오.]
황보소운은 그가 주모로 모시는 사람이라 진맥하기 꺼려하는 줄 알고, 피식 실
소하며 남궁사란의 손목을 잡았따.
허나,
다음순간 그는 안색이 홱 변하고 말았다.
원래 그는각종 무학지식에 대해 정통하다보니, 점혈수법이나 불혈진맥의
수법따위에도 능했다.
그는 남궁사란의 맥을 잡은 순간, 그녀가 당한것이 독이 아님을 안 것이
다.
[이건 바로 지옥수혼이란 수법이 아닌가.]
황보소운의 놀란 외침에, 제갈기는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서 치료를 해주십시오.]
황보소운은 그 즉시 손을 썹다.
남궁사란 뿐만 아니라, 당청과 사마옥 역시 똑같은 수법에 걸려 있엇따.
[이 지옥수혼의 수법은 불경진맥의 하나로 거의 실전된 마도의 수법인
데, 일단 당하면 전신이 미친듯이 가볍고 열기가 끓어올라, 그야말로 초열
지옥의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거지, 오죽하면 얼굴이 새카맣게 변하겟는가,
더군다나 이들은 혈도가 제압당해 꼼작도 못하고 있군...]
황보소운은 한편으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녀들을 치료하기에 바빳다.
그 방법은 등뒤 명문혈로 순양의 진기를 흘려보내 막히고 얽힌 곳을 푸
는 것으로, 생각보다는 간단했지만 황보소운같은 고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기도 했따.
그가 세 여자를 먼저 치료하는 까닭은 무예가 강한 능소가 아무래도 조
금은 고통을 덜받게 되기 때문이었따.
[자네는 이들이 이런 수법에 걸려잇음을 알고 있었는가?]
제갈기는 미소하며 대답햇따.
[그 수법은 자세히 모르지만 중독되어 있지 않음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
습니다.]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따.
[그렇다면 자네의 그 해독비전에 대한 얘기도 거짓말이었군.]
제갈기는 겸연적은 표정을 보였따.
[상황이 워낙 다급하다 보니 그랫습니다. 주군께선 용서를..]
황보소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어찌 죄가 되겠소. 헌데 이일은 좀 이상하군,,]
황보소운은 내심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따.
그녀들의 치료가 끝난 것이다.
(기력이 워낙 상해 있어서 혼혈을 짚어 두었으니, 잠시 후 깨어나면 정
상으로 되돌아겠지. 다행히도 태아엔 이상이 없으니..)
이어 그가 능소에게 다가가려는 때엿다.
돌연 제갈기가 나서며 말하는 것이었다.
[잠깐. 그의 치료는 제가 맡겠습니다.]
[......]
황보소운은 고개를 꺄웃거렸다.
(나의 치료 방법을 보았으니 그도 따라 한다는 건가? 방법이야 쉽지만
내공이 좀 부족할 텐데..)
황보소운이 내심 생각하고 있을 때 제갈기는 능소의 등뒤로 다가갔다.
헌데 그는 웬일인지 비수를 한 자루 꺼내드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그는 그 비수를 능소의 명문혈로 깊숙이 찔러 넣엇따.
(아,. 아니...)
황보소운은 대경실색하여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다음 순간 그는 멈칫하고 말앗
따.
당연히 그대로 죽었어야할 능소가 , 돌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신형을
홱 돌려 벼락같이 제갈기에게 일장을 퍼부었던 것이다.
꽈우우우우...
허나, 그 일장의 위력은 약했고, 제갈기 역시 준비하고 있었는 듯 마주
일장을 내갈겼다.
꽝----
일진 굉음과 함께 저만큼 나동그라진 능소를 향해 황보소운은 급히 날았다.
등뒤의 워낙 치명적인 급소를 찔혔는지라, 능소는 이미 피를 쏟고 죽어
있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죽은 능소의 얼굴이 변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잇다는 사실이엇따.
[어찌된 일인가?]
황보소운은 다가온 제갈기에게 물었다.
[그는 능소가 아닙니다. 능소로 변장한 자로 저를 해햐려 했던 것입니
다.]
[그대를?]
황보소운이 의아해 묻자, 제갈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께서 가시고 나면, 그를 치료할 사람은 제가 아니겟습니까?]
[그렇군. 그렇다면 능소마저 놈들의 손에 잡혔단 말인가?]
황보소운이 가볍게 탄식할 때 곡풍이 그들에게 다가왔따.
[대형, 이거 난 그런줄도 모르고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군요.]
곡풍이 사죄하는듯한 말에 제갈기는 짤막하게 대답했따.
[괜찮다. 네겐 잘못이 없다.]
[그래도 잘못했으면 우리는...]
곡풍은 겸연적어하며 뒷통수를 긁적였다.
제갈기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따.
[굳이 우리라는 말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
곡풍은 눈을 크게 떳다.
[예에? 그게 무슨 ...]
제갈기는 싸늘하게 말했다.
[너와 나는 엄연히 적인데 어떻게 우리란 말을 한단 말이냐? 귀견수]
그가 말한 마지막 한마디의 말은 몹시 충격적인 것이다.
곡풍은 일순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못했따.
그러다 그는 겨우 입을 열어 말했따.
[무슨 말이오? 대형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제갈기는 눈빛을 칼날같이 예리하게 빛냇따.
[내가 지금 그 증거를 말해줄까? 귀견수.]
[......]
곡풍은 잠시 말이 없었따.
그러다가 그는 나직하게 탄식조로 입을 열었다.
[실로 대단하구나 , 나는 완벽하게 햇는데, 너는 어떻게 이 모든 사실을
알앗지?]
말하면서 그는 한장의 정교한 인피면구를 벗어들었는데, 과연 그는 귀견
수엿따.
그리고 그의 음성은 이미 변해 있었따.
제갈기는 그를 보며 조용히 미소햇따.
[당신은 물론 완벽했지만, 나의 함정에 걸려든 것이오.]
[함정이라고?]
귀견수는 눈을 부릅떳다.
황보소운 역시 다가와 말했따
[제갈선생이 그새 함정을 설치했었단 말이오?]
제갈기는 고개를 끄덕엿따.
이어 그는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래, 저는 이곳으로 오기전에 저 귀견수란 위인의 성격에 대해 미리
연구를 해본바가 있지요. 그는 다른 것은 몰라도 머리쓰는 일만큼은 남에
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헌데, 제게 한번 등천곡에서 당한 바가 잇
으니,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분명히 그는 저를 제거하기 위해 나타날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그래서 임기응변적으로 생각한 함정이 진법과
주모님들과 능소엿지요.]
[진법과 그녀들과 능소가 함정이엇다고?]
황보소운이 의아해하자 제갈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허나 , 사실을 만하자면, 주모님들과 능소가 남은 것을 보
고 제가 진법으로 임기응변식의 함정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 우리가 이
곳으로 되돌아 왔을 때 무조건 주군을 밖으로 빼돌리려는 것을 보고 저는
수상히 여겼습니다. 더군다나 진법속의 주모님들이 당한 것을 보고, 귀견
수가 왔다 갔음을 알았지요. 아니 그는 가지 않고 이 부근에 있다는 걸 알
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대주천팔문곤쇄의 진법이야말로 워낙 까다로운 것
이라 안에 있는 사람이야 운용이 쉽지만, 밖에서 깨뜨리려면 계산을 치밀
하게 할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원래의 모습을 변
형시키지 않고 말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후, 제갈기는 귀견수를 슬쩍 쳐다본 후 미소하며 말을 이
었다.
[물론, 그는 그냥 부술 수도 잇었지만 은근히 저와 머리 싸움을 하고 싶
었을 겁니다.. 극독에 중독되지 않았다고 짐작한 것은, 저들이 이용할 만
한 대상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엿씁니다. 그리고 능소가 가짜
라는 사실은, 분명 그들은 세분 주모님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주군께 위협
이 되었을텐데도, 굳이 어려운 대법을 펼쳐가면서 능소를 살렸다는 점이
수상했습니다. 과연 세밀히 살펴보니 그는 능소가 아니였습니다. 비록 변
장은 완벽했지만 제가 등뒤로 갔을 때 그가 흥분하는 느낌을 분명히 감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소 주저하고 잇던 상황이엇을 겁니다....]
이어 제갈기는 문득 귀견수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그의 변용술은 평범하지 않던데, 그는 누구요?]
귀견수는 탄식하며 말햇따.
[그는 바로 천면황의 제자로 수라왕과 같이 왓엇소.]
[역시 그렇군.]
제갈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엇다.
[곡풍이 가짜라는 것은 가장 알아내기 어려웝습니다. 그는 행동과 말투
의 억양, 용모에 이르기까지 곡풍과 너무나도 흡사했으니까요. 허나, 그는
우선 너무 늦게 도착하고서도 멀쩡했고. 의식적으로 주군을 밖으로 보내려
는 의도가 강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귀견수가 가까운 곳에 있다
는 사실입니다. 결국 모두가 불확실한 증거였지만 저는 홀로 확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허나, 만일 귀견수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저도 그 함정에
넘어갈 뻔 했습니다.]
제갈기의 설명은 끝낫따.
황보소운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엇따.
(과연 머리싸움은 상상외로 무섭고 치열하군,. 허나 그가 모든 상황을
자로 잰듯이 이론으로 설명햇지만, 사실 당시에는 이론보다 감각에 의해
행동했을 것이다. 다만 상황이 끝났으니, 그 자신도 한번 이론에 맞춰 사
고를 정리해보는 것일 것이다....)
내심 생각한 황보소운은 귀견수에게 물었따.
[능소는 어디있소? 그리고 곡풍과 백리소저의 일도 당신 짓이겟지?]
귀견수는 고개를 끄덕였따.
[그렇소. 능소는 아직 안전하게 있고, 백리하와 삼공은 다른 길로 총단
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오. 그리고 곡풍은,]
그가 말을 흐리자, 황보소운은 아까 곡풍을 보내면서 느꼇던 불길한 예감을 생
각해내고 급히 물었따.
[그는 어찌돼소?]
귀견수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엇따.
[역용술중에서 인피면구를 사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잇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의 얼굴가죽을 이용한 것이 가장 완벽하오. 나는..]
[뭐라고?]
순간 황보소운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그에게 일장을 날렸다.
펑-------
[윽]
귀견수의 신형이 피를 토하며 날려가는 것을 제갈기가 붙잡아 전신혈도
를 점혈해 버렸다.
황보소운은 다시 다가가 뻣뻣하게 굳어버린 귀견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말해보라,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귀견수는 아혈은 제압당하지 않앗는지라 입을 열었따.
[얼굴자죽을 벗긴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지만, 능소로 변장했던 그 친구
는 그러한 사람들은 모두 죽이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었던 사람이오. 그는
그를 죽이고 인피면구를 내게 주었소.]
[결국 네가 그 인피면구를 요구했을 것이 아니냐?]
황보소운은 그를 금세 죽일듯이 노려보았지만, 제갈기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말
혔다.
[그를 죽여서는 안됩닐. 놈들에겐 아직 능소가 잡혀잇씁니다.]
이말에 귀견수가 얼른 동조하며 입을 열엇따.
[그렇소. 당신들이 나를 죽이거나 다치게 한다면 당신들의 능소 또한 그
렇게 될거요. 그들은 사실 나와 내응하기 위해 이 근처에 잠복해 있었으
니, 곧 나를 구하려 나타날거요.]
황보소운은 눈빛을 번쩍 빛냇다.
[수라왕과 귀왕, 그들 말인가?]
[그렇소.]
그때였다.
딸랑~ 딸랑
돌련 느닷없이 방울소리가 울린 것은.
황보소운은 급히 그쪽으로 시선을 던졌따.
순간 그는 눈을 크게 떳다.
(........)_
한마리의 소.
그것은 지극히 눌고 말라빠져 볼품없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어보이는 소
였다.
그리고 그 소위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은 그 소와 마찬가지로 늙고 왜소
하여 초라해 보이는 회의노인으로, 그는 어깨에 하나의 낚싯대를 메고 있
엇따.
그리고 방울소리는 그 소의 목에서 난 것가이었는데, 어느새 그들은 황보소운의
십장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어째 기척도 없이 다가왔다 했더니, 그는 소를 타고 온 것이 아니라,
소를 들고 날아온 셈이군, 방울소리는 그가 일부러 울린 것이고...)
그것은 평범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아주 기이한 일이엇따.
정말 소의 네 다리는 지면에서 한자 쯤 붕 떠있었다.
황보소운은 그 옆으로 시선을 던졌따.
그 순간 그는 또 다시 가볍게 놀랐다.
(저게 사람인가? 과거 가장 켯따는 팽각선배보다 훨씬 거대하군)
그를 바라본다면 우선 하나의 육중한 바위를 연상하게 한다.
옷도 검고, 피부색도 검으며, 심지어 얼굴 빛까지 검은 그의 키는 무려
십척여, 더군다나 그 키에 못지 않게 우람한 근육으로 가득한 전신이니,
그 평의 소나 회의노인은 오히려 작아 보였따.
그 흑의 괴인은 거대한 묵장봉을 손에 들고 잇엇따.
(이들이바로 귀왕과 수라왕이란 말인가?..)
일견하기로도 그들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무형의 기도는 심상치 않았을
뿐만아니라 가공 스러웠다.
그것은 결코 전의 혈왕이나 고루왕의 아래가 아니었따.
황보소운은 은근히 마음이 긴장됨을 느끼고, 좀전의 격분된 감정을 누른채 침착
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그때, 그가 말을 맺기도 전에 회의노인이 불쑥 입을 열엇따.
[네가 찾고자 하는 사람이지.]
황보소운은 눈빛을 빛냇따.
[그렇다면..]
헌데 또다시 그의 말은 중도에서 잘리고 말았따.
그의 말에 끼어든 사람은 흑의괴인 이었따.
[내가 수라왕이고, 저 늙은이가 바로 귀왕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음성은 마치 쇳소리같이 탁하고 듣기 거북햇따.
말하는 도중 그의 얼굴 큰것 만큼이나 큰 두눈에선 연신 칠흑빛 묵광이
출렁거렸따.
[아하하하하핫...]
황보소운은 일순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따.
[전날 성검가의 몰락때의 혈채를 그대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겠지?]
회의노인이 그 말에 대답했따.
[그건 강자생존의 무림철칙에 의한 것이니. 혈채운운할 것이 뭐가 있겠
느냐?]
그러자, 흑의괴인이 즉시 그 말을 받았다.
[맞아. 그들이 강했더라면 당하는 쪽은 우리엿을 것이다.]
황보소운은 다시 앙천광소를 날렸다.
[그래서 네놈들은 힘없는 아녀자나 어린아이까지 모조리 도살했단 말이
냐? 길러준 은인까지 배신하고?]
회의노인은 황보소운의 배신운운하는 말에 일시 흠칫하는 표정을 보엿으나, 말
을 곧 돌렸다.
[그건 대업을 위해선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복수하고 싶다면 우리
를 이기면 되는 것이다.]
그말에 흑의괴인 수라왕이 또 받았다.
[네 놈이 비록 고루왕을 이겼다지만, 우리까지 이기리라곤 믿지 못하겠
다. 그 고루늙은이의 고집만 아니었다면, 네놈은 벌써 지옥에 가있는 건
데... 자, 이제 너는 덤벼라.]
수라왕이 흉맹하게 외치며 묵기를 뭉클 피워올리자, 황보소운은 고개를 저엇따.
[그 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소. 능소는 어디있소?]
이에,
수라왕은 그 큰눈을 더욱 크게 뜨며 말했다.
[아하, 그 성깔있는 놈 말이군. 그렇지 않아도 그는 이곳으로 오고 있
다. 바로 저기 오고 잇지 않느냐?]
수라왕은 말하면서 손으로 뒤쪽을 가리켯다.
[.......]
그제야 중인들은 볼수 잇었따.
관목 숲을 해치고 한 사람이 신법을 펼치며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는 바
로 능소였다.
스스슷...
그런데 능소는 품에 하나의 길쭉한 물체를 들고 있었는데 다름아닌 그건
시체였따.
그 시체를 바라본 황보소운은 일순 전신을 가볍게 떨었따.
얼굴없는 시체... 안면부위가 완전히 혈육으로 뒤범벅이된 그시신의 체
형은 곡풍과 너무도 흡사했던 것이다.
(저 시체가 곡풍이란 말인가?)
황보소운이 내심 중얼거리는 가운데 능소는 어느덧 그의 앞까지 다가와 무릎을
꿇었따.
[주군, 이사람, 이사랑은...]
능소는 시신을 내려놓으며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황보소운은 그 시신을 내려다 보며 물었따.
[곡풍인가?]
순간, 능소는 앞으로 고꾸라지듯 엎드리며 울부짖었다.
[그렇습니다. 곡풍형님입니다. 저는, 저는....]
말과 동시에 그의 우수가 번뜩엿따.
검을 뽑아 들어 자신의 목을 향해 날린 것이다.
본래 빠른것을 주특기로 하는 그의 눈부신 쾌검은, 이순간에 있어서 너
무나도 빨랐다.
일순 환상처럼 빛이 인 순간, 그의 검날은 이미 목젖부위에 닿아 있엇
다.
[아앗]
단비등이 놀라 경호성을 발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감이 잇었따.
헌데 그 순간 능소는 이상하게도 검이 더이상 움직이지도 않을 뿐만 아
니라,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꽉 잡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 검의 끝은 이미 황보소운의 손 끝에 잡혀있었던 것이다.
[너의 세 주모는 이미 무사하다. 그리고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햇거늘,
한번 패했다고 이렇듯 자결만 한다면 세상에 남아나는 사람이 어디있겠느
냐? 능소.]
순간 능소는 그만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 제갈기가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며 그와 시신을 한쪽으로 데려갔
다.
[주군께선 이미 너의 마음을 아신다. 곡풍의 죽음은 애석하나, 사람은
한번은 죽게 되어 있는것, 이미 죽은 목숨이니 어찌하겠느냐...]
황보소운은 탄식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수라왕이 쇠종 깨지는 듯한 굉음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 능가꼬마를 보내주었으니, 너도 우리 사람을 돌려보내라]
그가 말한 우리 사람이란 귀견수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 귀견수는 안면가득 희열의 표정을 지었다.
황보소운은 제갈기에게 말했다.
[그의혈도를 풀어주고 돌려보내시오.]
[예,]
제갈기는 대답하고 그의 전신 혈도를 해혈했다.
순간 귀견수는 희희낙락하며 두 마왕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하핫,.. 결국은 이렇게 되는 것이다. 다시 보자, 제갈기.]
헌데 그때 엿다.
돌연 어디선가 빛도 소리도 없는 기운이 날아들어 그의 목을 휘감아 버
리는게 아닌가.
그 움직임이야 말로 너무도 순간적이라서 일시 환상같기도 했다.
허나 환상은 아니었따.
[크악-]
귀견수는 돌연 날아가던 자세 그대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동시에 그의 수급이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며 분수같은 피를 내쏟았다.
쿵...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느닷없는 이같은 변화에 모든 사람들은 안색이 변
했다.
다만 황보소운만이 시선을 깊게 빛내며 내심 중얼거릴 따음이었다.
(이 한수의 무형무적의 무예는 실로 가공하군, 특히 저 귀왕은 전혀 움
직이지도 않았따...)
과연 이것은 귀왕의 손속이었다.
사납게 널브러진 귀견수의 시신을 바라보며 그가 이렇게 중얼거렸기 때
문이다.
[네가 아무리 뛰어나도 거듭 패배한 자는 용납하지 않아. 이것이 본교의
철칙이지...]
아무튼 그렇게 해서 이 시대의 모사의 귀재 귀견수는 죽었따.
그 시신을 바라보며 황보소운은 제갈기등에게 전음을 날렸다.
[모두들 데리고 멀리 물러나시오.]
이에 제갈기는 구홍등과 함께 마악 깨어난 남궁사란등을 데리고 뒷쪽으
로 삼십여장이나 물러낫다.
이제 바야흐로 일진의 가공할 대격전이 벌어지려는 것이다.
일시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장내에 한줄기 회오리가 스쳐지나갔다.
휘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