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태풍전야
다음날 아침,
식사도 하지 않았는데 제갈기가 찾아왔다.
그들만의 단란한 분위기를 깬 탓으로, 세 여인들의 눈총을 받으며 게갈
기는 다소 부서부석한 안색으로 문안인사를 올렸다.
[몸은 편안하십니까?]
황보소운은 미소하며 그를 맞았다.
[이미 완괘되었소. 헌데 그대는 잠을 잘잔 것 같은 얼굴이 아니구료.]
[한가지 생각할 것이 있는지라, 몰두하다보니....]
제갈기는 다소 겸연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주군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놈들의
무예의 높은데 반해, 저희들의 무예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 주군께서 별로
도움이 못되는 것이...]
황보소운은 눈을 크게 떳다.
[아, 그것 말이오? 사실 그렇긴 하지만 도움은 되고 있잖소? 바로 저번
싸움만 해도 귀견수의 심계에...]
제갈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건곤일척의 대격전
이 바로 모래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저희들의 무예는 다시 한번 재검토 되
어야 한다고 봅니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긴 한데, 무예란 것이 정신을 모아도 단시간내에 높아지기 어
려운 것이라... 저번에 내가 전수한 북두제검구식만해도 구홍, 능소, 단비
등 세 사람은 아직 십성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지 않소? 물론 워낙 심오
한 무공이라서 그러긴 한데, 그런 마당에 다른 무예를 더 전수할 수도 없
고...]
황보소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제갈기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간밤에 생각한 것이온데... 주군께선 전에 지하서고의 수
천권의 무공비급을 통독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안에 혹 검진같은 종류
의 무예는 없었습니까?]
황보소운은 눈이 휘둥그래 떳다.
[검진? 그러니까? 검공으로 펼쳐지는 진법을 말이오?]
[예.]
제갈기가 대답하자, 황보소운은 일시 곤혹스런 표정을 보였다
[음, 있기야 많이 있지, 헌데 내가 워낙 진법에 대해 아는 바가 적어서
다만 암기만 하고 잇을 뿐이지 실제로 운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헌데 제갈기는 금세 만면 가득 기쁜 안색을 보이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문제 없습니다. 진법에 고나한 지식은 제가 능통하지 않겟습니
까? 주군께선 그무예를 적어주시면 제가 분석해서 가르치면 되지 않겠습
니까?]
[아차, 그렇군,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여태 그 무공
은 젖혀두고 있었다니...]
황보소운은 자신의 뒤통수를 소리나게 쾅 쳤다.
이어 그는 입을 열엇다.
[내가 읽은 비급 중에 검진을 다룬 비급은 많았지만, 거기에 적힌 무수
한 검진들 중에서 가장 위력이 강하고 완벽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오행검
진이네..]
제갈기는 미소하며 말을 박았다.
[그 오행검진은 근간에 강호에 유전되는 칠성검진, 육합검진, 삼재검진
등 과 어우러진 오행검진과는 다른 것이겟군요.]
황보소운은 고개를 그덕였다.
[아무렴 현재 강호인들이 알고 있는 오행검진은 그저 껍데기 뿐인 형식
적인 것에 지나지 않네. 그 알맹이는 없고 그저 공격과 수비의 조화와 보
법의 변화따위에만 신경을 쓰지 아주 하급의 것이지. 그렇게 한다면 칠성
검진이나 삼재검진 따위에도 못미치는 아주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리니,
아마 현 강호에서 오행검진을 쓰는 사람도 드물걸세..]
[......]
[이 오행검진은 거의 팔구백년전에 실전된 것이고, 또 무림에 출현된 적
이 드물긴 해도 , 사실상 마도의 오행마진과 쌍벽을 이루는 최고검진의 정
수이네... 그 운용방식을 간단히 말하자면, 오행의 상생상극의 원리가 적
용되는 검진으로 진기를 이용하는 것이네.]
[......]
[마침 자네들은 모두 다섯이니, 이 오행검진을 연성한다면 꼭 맞겟군,
서로의 재질이나 성격도 그러하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제갈기가 문득 신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나 우리는 시간이 없는 만큼 단시간내에 연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
니다.]
이에 황보소운은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걱정말게 이건 다른 무공과 달라, 검진의 운용방법과 그 흐름을 익히
고, 각자의 역활에만 익숙되면 되는 것이네. 아마, 열심히만 하면 오늘 안
으로도 가능하겟군, 워낙 기초가 튼튼하고 조건들이 좋으니 말이야..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나라도 그 진법안에선 배겨나지 못할 걸...]
[정말 그렇게나 위력이 강하다는 말씀입니까?]
제갈기가 눈을 크게 뜨고 묻자, 황보소운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이어 그는 잠시 자리를 피한 남궁사란 등을 불렸다.
지필묵을 가져오라고 시키기 위함이엇다.
>< >< ><
그날 저녁, 다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황보소운을 찾아왔다.
헌데 그는 다름 아닌 전 죽련의 련주였던 금룡대제 모용종도가 아닌가.
황보소운 등이 크게 놀라는 가운데, 그는 돌연 황보소운의 앞에 무릎을
꿇엇다.
[그동안 죽지 못해 연명하고 잇었사오나, 대협의 훌륭한 용기에 힘입어
이렇게 달려왔으니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저도 놈들을 부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그 공손한 어조도 그렇거니와, 대협이라는 호칭과 그리고 나중엔 눈물까
지 뚝둑 흘리니 황보소운으로선 아연 난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금룡대제를 급히 부축하며 제갈기에게 전음을 날렸다.
[죽련은 단심교에서 모조리 소멸시켰다고 하더니 그게 아닌가?]
제갈기는 역시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들의 말이야 그렇지만, 실은 죽련의 고수 전원을 단심교의 하부구조
로 복속시켯따고 합니다. 십만마교라는 근본 뿌리가 같으니까요.]
(그렇게 됐군.)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리며 금룡대제에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가는 길은 실은 죽음의 길입니다. 거기에서 살아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으며, 지극히 험난한 길이지요. 대제께선 자중하시고 차후의 기회
를 살피십시오.]
헌데 금룡대제는 막무가내엿다.
[아아, 대협께선 과거의 일때문에 저를 버리시는 군요. 아니면 제가 늙
었다고 그러시는 것입니까?]
이어 그는 느닷없이 수도로 좌측 팔목을 싹뚝 잘라 버리는게 아닌가.
이것은 너무도 갑자기 생긴 일이라 황보소운도 막지 못했다.
금룡대제는 피가 펑펑 쏟아지는 좌수의 지혈도 하지 않은채, 창백한 안
색으로 부르짖는 것이었다.
[저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작정한 바 대협의 거두심이 없다면, 이 자리
에서 죽어도 꿈쩍을 하지 않겠습니다.]
황보소운은 정말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성검오심의 오행검진도 거의 다 되어가고, 그의 세 여인들도 만약을 대
비해 모종의 검진을 연마하고 잇는 현 상태에서 그의 존재는 도움은 커녕
부담만 되기 쉬운 것이다.
황보소운은 급히 지혈을 해주며 말했다.
[우리는 이미 짜여진 인원이라 동행하긴 어려우니, 정 그러시다면 대제
께선 따로이 길을 모색하여 놈들과 대적함이 어떻겠습니까? 반드시 같이
간다고 능사는 아닌 것이니..]
그제야 금룡대제는 다소 수긍하는 빛을 보엿다.
[알겠습니다. 마침 제게 만만찮은 수하들도 잇고 하니, 저는 저대로 길
을 뚫어 보겠습니다. 아참, 그곳이 천운평이라지요?]
[예, 그렇습니다.]
황보소운이 대답하자, 그는 즉시 인사하고 물러갔다.
그가 돌아가고 난 뒤, 제갈기는 황보소운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의 말을 정말 믿습니까?]
황보소운은 대답했다.
[팔목을 잘랐대서가 아니라, 그와 같이 참회하고 나서주는 사람이 많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오 가능하면 믿어주는 방향으로 해야지..]
제갈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형적인 야망에 찬 인물로 쉽게 자신의 목표를 변경하는 위인이
아닙니다. 우리를 제거하는데 공을 세우고 단심교주의 눈에 들기 위해선
팔 하나 자르는 것 쯤은 그가 생각하기엔 문제도 아니죠. 더군다나 그가
천운평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도 수상합니다.]
[그것은 놈들에게 정보를 빼왔을 수도 잇지 않겠소?]
황보소운이 이의를 제기하자 제갈기는 다소 수긍하는 표정을 보엿다.
[그럴수도 있겠군요. 허나 주군께선 그를 경계하시는게 좋겠습니다.]
황보소운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은 염려마시오. 그래서 내가 그와의 동행마저 거부한 것이 아니
오? 다만 그가 우리를 따라온다면 모른척 할 수 없으니, 그땐 그를 철저히
경계하도록 합시다.]
[....]
제갈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엿다.
그러는 그의 시선은 고요히 빛나고 았엇다.
>< >< ><
다음날 저녁 무렵,
황보소운과그의 일행은 천운평이 내려다 보이는 한 작은 야산 위에 서
있엇다.
어둠 소에 잠긴 갈대숲의 대평원은 끝도 엇이 넓었다.
이 천운평을 지나면 복우산, 즉, 단심교의 총단이 있는 것이다.
그 대쳬원을 바라보며 제갈기가 문득 물었다.
[주군께선 정말로 이곳에서 내일아침까지 기다리실 생각입니니까?]
이에 황보소운은 두 눈에 이채를 발하며 제갈기를 바라보앗다.
아어 그는 말했다.
[자네의 생각은 나와 같은 것 같군, 나 역시 이번의 싸움을 피하지는 않
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일방적인 통고에따르지는 않을 것이네.]
제갈기는 고요히 눈빛을 빛냇다.
[그렇다면..]
황보소운은 미소하며 말했다.
[우리는 이미 놈들의 요구대로 응하는 척 했으니, 놈들은 아마도 지금
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을지도 모르네. 따라서 우리가 백리소저등을 구하
고 ,놈들의 뒷통수를 칠 수 잇는 기회는 바로 지금이네. 우리는 지금 놈들
의 총단으로 가세.]
제갈기는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황보소운은 다시 말을 이었다.
[현재 그대들의 오행검진의 진척상황은 어떤가?]
제갈기는 즉시 대답했다.
[이미 어느 정도의 변화와 흐름을 익혔으므로, 다소 부족하지만 지금 당
장이라도 시전 가능합니다. ..더구나,,세 분 주모님들의 그 삼재합벽검진
도 이미 어느정도의 성취가 잇는 듯합니다.]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럼 그만 갑시다.]
[예.]
제갈기가 뒷쪽으로 일행을 부르러 달려가자 . 황보소운은 서서히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놈들이 굳이 사흘 후로 약속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나를 위험시한 까닭에 수하들을 모조리 불러 모으기 위함이었겟지. 야망에
찬 인물일수록 매사에 치밀한 것을 좋아할테니..그리고 놈들의 대비가 이
토록 빠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고루왕의 말로는 귀견수의 보고가 올
라가서, 놈들에게 지시가 내려왔었다고 하는데, 대체 그렇게 바른 전달 방
법이 있을까?)
일순 황보소운은 번쩍 눈빛을 비냈다.
(그렇군. 심령감응이라는 것일게다. 심령금제와 마찬가지로 피시전자의
정신을 지배하여 그의 뇌리속의 생각이나 느낌을 모두 알수 있고, 또한 명
령도 가능한 고도의 정신무예.. 과연 단심교주 천우생은 나보다 한수가 높
아.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모했다.)
황보소운은 답답함을 떨치려는 듯 하늘을 바라보앗다.
암천에도 먹구름이 일렁이고 있엇다.
(그래, 진인사대천명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너무 초조해 말자, 오직 최
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문득 세 여인과 성검오심이 뒤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그는 신
법을 조금 빨리 했다.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는 황야의 삭풍은 매우 건조하게 느껴졌다.
휘이이잉이...
단심교의 총단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임시로 과거의 정의맹의본부건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한쪽에는 거대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지만..
(다행이군, 이곳 지리라면 전에 한번 봐둔 적이있지.)
황보소운은 무수한 고루거각들을 바라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옆에서 제갈기가 전음으로 물었다.
[담을 넘으실 겁니까?]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먼저 뇌옥으로 가세]
말과 동시에 그는 스르르 신형을 움직엿다.
그의 뒤에 세 여인이 바짝 따르고 , 성검오심이 그 뒤를 둥글게 에워싼
모습이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그들의 모습이 뿌연 잔영으로 흐려진 째, 한 덩어리
의 희미한 안개 같아졌따는 사실이다.
헌데 놈들의 경비는 과연 삼엄하고 대단했다.
(다소 느리긴 하지만, 기척도 없는 우리의 행적을 알아보다니..)
놈들은 흐릿한 안개덩어리를 알아보고는 즉시 신호를 울리거나 달련르곤
했다.
물론, 그것들은 그 즉시 황보소운에 의해 제지되곤 했지만...
무수한 전각군을 지나, 심처에 이르자, 작은 가산같은 것이 나타났다.
(바로 여기로군.)
황보소운등은 그 가산의 중턱에 뚫린 동굴같은 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
다.
(이곳의 경비는 더욱 엄중하군, 기관매복 따위도 있겠지. 그렇다면...)
황보소운은 신형을 날려가면서 우수를 쳐들었다.
(태양광,)
순간 지극히 짧은 한 순간 금광이 번쩍이다. 사라졌다.
그 위력은 새삼 놀라운 것이었다.
한 순간에 동굴 전면의 모든 것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황보소운등은 지체없이 안으로 신형을 날렸다.
동굴 안쪽엔 몇 명의 사란들이 있었으나, 그들이 채 놀라 소리를 지르기
도 전에 금광이 번쩍 작렬했다.
그 위세에 전면의 석문까지 소리없이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황보소운문득 신형을 멈추고 말햇다.
[나 혼자 들어가 보겟소.]
[예. 저희들은 여기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제갈기등의 대답을 듣고, 황보소운은 다시 신형을 날렸다.
뇌옥의 출입구엔 무수한 기관장치가 있었으나, 그의 무예 앞에 이미 그
러한 모든 것들이 소용이 없었다.
뇌옥의 안엔 제법 많은 죄수들로 가득했다.
(그들이 무림에 나선지가 이제 겨우 석달여인데, 언제 이렇게 많은 죄수
들을 잡아들었단 말인가? 아마도 이들은 과거 정의맹의 고수들일 것이다.
허나, 지금 내가 풀어주면 오히려 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오늘은
그냥 가는게 좋겠다..)
황보소운은 모든 뇌옥들을 다 흙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엇지만 그곳에 백리하 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사방을
면밀히 주시하다가 하나의 두터운 석문을 발겨냐싶다.
(이곳이 아니라면 다른곳에 감금시켰다는 결론인데...)
황보소운은 내심 중얼거리며 일수를날렸다.
금광이 번쩍 일며 저면의 석문이 소리없이 무너졌다.
(,..........)
과연 그곳에 백리하와 삼공은 잇었다.
헌데 의외로 귿르의신색은 별로 초췌해 보이지 않았다.
(잠룡회의 비밀본부등에 대해 심하게 고문을 받았을 텐데. 이렇게 온몸
이 깨끗하다니..?)
황보소운이 내심 의아해 하고 있을 때, 놀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삼
공중 전광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황보소운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므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저는 황보소운입니다. 여러분을 구해드리러 왓지요.]
그말에 삼공은 모두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 자네가 아직 살아 있었단 말인가? 죽지 않았나?]
만뢰의 놀란 음성이었다.
황보소운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따
[죽지 않았으니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겟습니까...]
이어 그는 그간의사저을 짧막하게 설명했따
그 말을 들은 삼공은 저마다 탄식을 터뜨렷다.
[하늘이 결코 무림을 버리지 않을 모양이군.]
[어쩐지 그날 고묘에서 네놈같다고 생각했지. 허나 이렇게 정말로 다시
살아 올 중이 야...]
전광은 나직이 탄식했다.
[결국 우리는 네게 도 짐이 되고 말았구나.]
황보소운은 그들에게 급히 말했다.
[자, 어서들 나가시죠. 시간이 없습니다. 놈들이 몰려오기 전에..]
황보소운은 먼저 이들을 구해놓고 귿르과 격돌할 참이었다.
헌데 웬일인지 삼공은 일제히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우리는 가지 않겠네. 자네는 그냥 돌아가게.]
(......?)
황보소운은 크게 놀라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안나가시겟다니요?]
[.....]
황보소운이 크게 의아해하자, 전광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여기 오기전에 많은 죄수들을 보지 못했나?]
[.....?]
[실은 귿르은 바로 잠룡회의 사람들이네. 몇몇의 인물들을 빼고는 거의
전부라고 할수있지..]
[.....]
황보소운은 내심 화들짝 놀랐다
(그들이 그럼... 어쩐지 많다고 햇더니.. 대체.)
전광이 말은 이어졌다.
[그들은 우리가 잡힌 것을 알고 스스로 이곳에 달려온 걸세. 어차피 희
망이 없는 세상 마두들 밑에 굴복하느니 차라리 같이 옥쇄하자는 거네.
사실 나도 그러한 심정이었지. 자네를 만나기 전까지..]
(맙소사.)
황보소운은 내심 크게 탄식했다
(그래서 이들은 고문을 당하지 않은 게로구나. 하긴 그들의 심정이 이해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내심 탄식한황보소운은 잠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라도 나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에 만뢰가 대답했다.
[자네 저 많은 인원이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잇다고 보나? 어차피
그들은 우리를위해 이곳에 들어왔고, 서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네. 결코
우리만 나갈 수 는 없지.]
(하긴 그렇군..)
황보소운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내심 답답함을 느꼇다.
(워낙 놈들의 무예가 가공지경이니 무리가 아닌게야. 이들이 이대로 여
기서 산화한다면 무림의 충혼으로 길이 남게 될까...?)
황보소운은 그들의의지가 워낙 강해서 발길을 돌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는 문득 한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얗게 소복한 절세미모의 여인.
다소 수척해진 듯 아름다운 눈빛은 고결함으로 물들어 여전히 무림제일
하라고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바로 백리하였다.
그녀도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쳤다.
[........]
억겁인 듯 수유인 듯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백리하가 문득 입을 아려
었다.
[역시 당신어엇군요.]
황보소운은 그녀의 시선에서 묘한 느낌의 광채를 읽었다.
그 광채를 본 황보소운은 전신에 한줄기 전율이 빠르게 스침을 의식했
다.
[미안하오. 나는 숨길 생각이 아니였소.]
황보소운이 말하자 백리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어요. 저는 당신이 이렇게 되신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일순 그녀의 시선은 한줄기 그윽한 감정으로 차오르는 듯했다.
(아아..그녀는...)
황보소운은 내심 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
[같이 나가지 않겠소?]
백리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여기에 있겟어요. 당신의 건투를 빌어요.]
그녀의 말은 그의 행동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의미로 들려졌다.
그것은 감정상의 문제일 수도 있고. 또한 현 싯점의 상황 때문일 수도
잇다.
황보소운은 내심 탄식했다.
그가 해야할 행동은 이미 정해진 것이엇기 때문이다.
[이만...가보겠소.]
그는 나중에 다시 오겟다느니. 반드시 구해주겟다느니 하는 말도 없이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