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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상한(傷寒) 2 (19/90)

                                       第 七 章. 상한(傷寒) 2

[그래 너 같으면 친구가 죽기 일보직전인데 그냥 돌아가겠어? 비구니로 살면 의리도 사랑도 없나?] 

[오, 오해하지 말아요. 정고 사백은 수련 중이실 땐 절대로 눈을 뜨지 않아요.] 

[그럼 잔다는 거 아냐!] 

[아니 그게 아니라 사바(娑婆) 세계를 잊는다는 말이에요. 오로지 마음과 싸울 뿐 바깥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고요. 수련 중일 때는 그 누가 와도 절대로 만나지 않으셔요. 정말로 생불(生佛)이 찾아온다 해도.] 

진양이 노기충천하여 호통쳤다. 

[그걸 이제야 말해주다니 네가 날 놀려먹었구나!] 

[시주가 말할 기회를 안 줬잖아요.] 

[망할 비구니. 네년부터 죽여버리겠다.] 

진양은 도저히 분노를 참아낼 수가 없었다. 우수를 들어  그녀의 골통을 잽싸게 움켜쥐었다. 다시 재빠르게 왼손을 

치켜들고 입을 열었다. 

[날 놀린 대가로 네 눈알부터 파내 주겠다.] 

[시, 시주! 진정하세요.] 

[진정해? 지금쯤이면 령아가.. 령아가 죽었을 지도 몰라. 다 네가 말해주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쓸데없이 시간만 낭

비했어!] 

[시주..] 

[시주고 주시고 다 필요 없어. 네 눈알을 들고 금정에 되돌아 갈 테다. 그녀의 영전에 바칠 거야.] 

비구니는 지금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령아가 대체 누군 지는  몰라도 대단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

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그가 불쌍해 보였다. 그 중요한 사람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하니 미안한 감정도 솟구쳤

다. 일순 옛날 그녀의 사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보(果報)이니라. 선에는 선이요 악에는 악이니 좋은 일을 했든 나쁜 일을 했든 모두 대가가 있어야 한다.> 

그 말은 그녀의 머리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말이 청천벽력처럼 그녀의 뇌리를 후려치는 것만 같았

다. 

[시주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과보라 하니 죽으라면 죽겠어요.] 

[선한 척 하지 마라. 그렇다고 안 죽이진 않아.] 

진양이 음산하게 말했으나 그녀는 눈썹하나 까딱거리지 않았다. 

[저 때문에 돌아가신 그 분이 누군지 모르지만 부디 극락왕생(極樂往生)하길 빌겠어요.] 

그녀는 대담하게도 곧장 손을 모아 중얼거렸다. 

[부디 극락왕생 하시길.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진양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불호를 외우니 정말 왕령이 죽기라도 한 것만 같았다. 추위에 몸부림치다 죽

는 광경이 눈앞에 선했다. 갑자기 그 선한 왕령의 모습이 흐릿해져간다. 빗물에 적시듯 그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

았다.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양은 마치 그녀가 떠나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그녀의 모습이 지워

지는 게 싫었다. 

[령아..] 

진양이 흑흑 소리내어 울었다. 어린 비구니는 이미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떼어 허공을 휙

휙 저었다. 가지 말라고 외치고 싶지만 목이 메여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잘 나오는 건 오로지 눈물 뿐이었다. 

[시주..] 

어린 비구니는 그가 손을 떼자 눈을 떴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이상했는데 보니 그가 허공에 손짓을 하고 있었다. 

흡사 미친 사람 같았다. 하지만 조금도 그를 미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를 달래주고 싶었다. 

[시주도 그 분도 착한 분인 듯 하니 그 분은 필시 극락세계로 가셨을 거예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극락.. 안 돼. 령아.. 이제 겨우 금녀가 죽어 함께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령아!] 

[시주! 진정하세요. 시주!] 

진양이 발광했다. 비구니가 놀라 그를 불러댔지만 듣지 못하는 듯 했다. 손을 좌우팔방으로 휘두르며 괴성을 질러댔

다. 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비구니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의 오른팔을 급히 붙잡았다.  어떻게 진정시키고 싶어도 

진정시키는 방법을 모르니 일단 잡아두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발광은 조금도 멈출 수가 없었다. 잡힌 팔을 

다시 휘두르니 비구니의 몸이 통째로 들려 수장 밖으로 퉁겨나고 말았다. 

[시, 시주..] 

그녀는 이 엄청난 힘에 놀라고 말았다. 체구도  작고 나이도 제 또래인 듯 한데 저렇게  무시무시한 힘이 나오다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허나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 이 힘은 실상 완력이 아니라 내공의 힘이었다. 지금 진양은 비

분을 참지 못하고 온몸으로 내공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장법의 요를  알거나 깨닫지 못했기에 멀리 발출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 기가 몸 안에서 퍼지기만 했는데 온몸 사지백해(四肢百骸)로 뻗쳐나가자 평범한 사람은 

다가서기도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만 것이었다. 한 마디로 지금 그는 진기(眞氣). 즉, 원기(元氣)까지 끌어올린 셈이

다. 

[령아! 령아!] 

그의 입에서 다시 괴성이 터져 나온다. 그 모습에 비구니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신의 힘으로는 말릴 수 없음을 깨

달았다. 누군가 도와주길 바랬지만 주변에 누가 있을 리도 없었다. 혹 정고가 주변에 있는가 황급히 둘러보았다. 그

러나 역시 없다. 아까 그가 정고를 찾을 적과는 정반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허둥지둥 발만 동동 굴렀다. 일

단 말려보려 다시 뛰어든다. 

[죽여버릴 테야.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을 것이다.] 

막 달려들던 비구니가 화들짝 놀라 멈춰 섰다. 진양의 입에서 끔찍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절도 저쪽 절도 위아래 모든 절에 다 불을 지르겠어. 아미산에 불을 질러 모두 죽일 테야!] 

[시주! 제발 진정해요!] 

그녀의 외침에 혼자 씹어 내뱉듯 떠들던 진양이 고개를 홱 돌렸다. 순간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너구나. 그래 너부터 죽여주겠어.] 

그가 눈을 부릅뜨며 내달렸다. 순식간에 그녀 면전에  이른다. 한 손만 까딱해도 그녀는 죽을  것이다. 무공을 전혀 

모르는 아미사원 비구니니 그처럼 쉬운 일도 없었다. 진양이 손을 쳐들었다. 비구니는 아직 할 말이 있었으나 그가 

죽이려고 하자 포기했다. 

[잘 하는 짓이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려 들다니.] 

그런데 갑자기 걸걸한 음성이 그들 귓속을 파고들었다. 불력(佛力)이랄까. 어린 비구니가 악을 써대도 잘 듣지 못하

던 진양이 순간 몸을 떨었다. 이 걸걸한 음성은 별로 크지도 않았는데 반은  미친 그가 듣고 움찔했다는 건 상당히 

신기한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어린 비구니의 안색이 일순 환해지며 입이 열린다. 

[사백님!] 

[오냐. 내 저놈이 꼴사나워 할 수 없이 나왔다.] 

진양이 다시 몸을 떨었다. 어린 비구니가 지금 나타난 자를  사백이라 불렀다. 그건 그 자가 정고라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니겠는가. 그녀가 싸늘히 내뱉은 소리는 한 귀로 흘려보내고 급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늙은 비구니였다. 다른 

중, 비구니들과 다를 바가 없는 그저 쭈글쭈글 늙기만 한 비구니. 하지만 분명 다른 점은 있었다. 그건 바로 그녀의 

눈빛이다. 과연 불심이 깊은 듯 동공이 깊어 보였다. 그리고 손에 가는 나무 막대기를 하나 쥔 것이 조금 특이한 점

일 뿐 그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 

그런 늙은 비구니의 말라붙은 입이 열렸다. 

[이 머저리 같은 놈아. 그래 그 령아라는 네 친구 생사는 확인해봤느냐?] 

[흥. 이 어린 비구니 때문에 그녀는 죽었을 것이에요.] 

진양이 어린 비구니를 힐끗 보며 말했다. 그녀는 할말이 없는지 고개만 숙인다. 

[헛소리하지 말고 대답해라. 그녀가 죽었느냐 살았느냐.] 

[죽었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죽었어 살았어. 그걸 말해.] 

진양은 눈을 치켜 뜨며 또 뭐라고 소리치려다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에 담긴 요지가 뭔지 퍼뜩 떠올랐던 

것이다. 그렇게 되니 그의 말문은 턱 하고 막혀버렸다.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금정에서 

본 왕령의 상태가 매우 엄중했기에 죽었다고 확신하는 것 뿐이다. 

[그건.. 아무튼 그녀의 상태가 엄중했으니 죽었을 거예요.] 

[네 이놈!] 

일순 늙은 비구니가 호통친다. 

[비구니에게 이러니 저러니 욕을 하면서  정작 네놈은 형편없구나. 네 친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분풀이로 저 어린것을 죽이려 들다니!] 

[그럼 그녀가 살아있어요?] 

진양의 안색이 빠르게 변화했다. 시퍼렇던 색이 사라지고 어느새 붉게 화사한 색이 떠올랐다. 

[내가 부처님인 줄 아느냐. 네놈이 직접 확인해봐야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뭐라고요? 그럼 확인도 해보지 못했으면서 왜 안 죽었다는 듯이 말해요?] 

[정말 웃기는 놈일세. 이놈아.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 네놈이 그렇게 들은 것이지 나는 네 친구가 죽지 않았다

고 한 적이 없다.] 

늙은 비구니가 기이한 미소를 머금었다. 반면에 진양은 다시 시퍼런 색을 띄며 소리친다. 

[난 그렇게 들었으니 확인해보겠어요.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모를까 죽었다면 아미사원은 없어질 거예요!] 

[할 수 있겠느냐? 그렇거든 미리 불부터 지르거라.] 

그녀가 빈정거리자 진양은 분기탱천했다. 그는 저 늙은 비구니가 정말 비구니는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오기가 솟는다. 

[못할 줄 알아?] 

[그러니까 하려거든 얼른 하라지 않느냐.] 

[흥. 내가 령아 때문에 못 지를 것이란 걸 알고 그러는  거겠지. 확인부터 하고 지를 거다. 살아있어도 죽었어도 다 

불지를 테야.] 

진양이 음산하게 떠들었다. 

[못할 걸.] 

[뭐라고?] 

[그나저나 저놈 말버릇 보게.] 

[나는 원래 싹수가 없다!] 

진양은 일갈하며 몸을 돌렸다. 금정으로 향하려는 것이었다. 확실히 늙은 비구니의  말은 이치에 닿은 말이었다. 흥

분하여 잠시 상황을 파악 못하고 난동을 부렸지만 어쨌든 왕령의 생사는 확인해야만  했다. 더구나 그녀의 말을 듣

고 나니 왠지 왕령이 살아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시 오르는 위험한 산길. 허나 저번보다는 이동이 빨랐다. 요령이 생기고 적응된 것이다. 그는 자신감이 생겨 점차 

발을 빨리 했다. 아직 사력을 다해 달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번보다는 훨씬 쉽고 빨랐다. 그는 기쁨도 뒤

로한 채 다시 왕령만을 생각하며 몸을 날렸다. 

문득 뒤에서 누가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돌아보니 어이없게도 아까 그 늙은 비구니다. 자신은 경공을 펼쳐 오

르는데 저 비구니가 따라온다. 그건 그녀가 무공을 안다는 증거일까. 진양은 그런 생각을 가져 잠시 이상하게 여겼

다. 그러나 발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오르며 흘낏흘낏 그녀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로 했다. 

그러다 진양은 하마터면 자빠질 뻔했다. 돌부리에 걸린 것도 나무에 부딪친 것도 아니다. 그녀의 움직임을 관찰하다 

황당하고 놀라워 넘어질 뻔한 것이었다. 그녀는 무공을 모르는 듯 했다. 지금 그녀가 진양을 따르는 방법은 절대로 

경공이 아니었다. 막대기로 물렁한 곳을 꿰뚫고는 그걸 잡아  오르고 있었으며, 발은 빙판이든 돌이든 가리지 않고 

디디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전형적인 등산 방법이 아닌가. 그러나 그건 조금도 평범하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그녀의 등산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었다. 한 발 한 발 통통 튀어 다니는 듯 오르는 진양과 거리

가 좁혀지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흡사 지팡이를 짚고 안전한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작작유여(綽綽有餘)다. 

(저 늙다리는 너무 적응이 된 건가? 어떻게 저렇게 오를 수 있지?) 

진양은 너무 신기하여 자꾸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금방 실태를 깨닫고 앞을 바라보았다. 이젠 뒤돌아보지 않

으리, 하는 생각을 굳게 가졌다. 

그리하여 반나절이 훨씬 넘도록 오르자 드디어 금정이 보였다. 우뚝 솟은 봉이요  자욱한 안개요 조금도 변함이 없

었다. 어느새 아침이다. 아까 한참 오르고 있을 때 새벽 종소리도 들렸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만 같아 사력을 

다했는데 안은 어찌 됐는지 모르겠다. 진양은 허둥지둥 금정 대문을 두드리며 열라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아미타불.] 

저번 그 목소리다. 곧 문이 열리자 진양은 기뻐하며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구니들이 놀라며 꾸벅 인

사를 한다. 

[그래그래. 신경 끄고 너희들 할 일이나 잘 하거라.]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진양이 흠칫했다. 돌아보니 역시나 늙은 비구니였다. 숨에 헐떡이는 자신과는 달랐다. 평온한 

게 무슨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 같았다. 진양은 호기가 크게 치밀었지만 억지로 눌렀다. 

[령아!] 

왕령이 들어섰던 불사로 들어갔다. 순간 그의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녀가 누워있던 자리 주변에  비구니들

이 삥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끔찍한 생각이 진양의 뇌리를 강타한다. 그녀가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대체 왜 저

러고 있는 것인가. 

[비켜요 비켜. 좀 나와보라고!] 

그는 이성을 잃어버린 채 달려들었다. 밀어내고 걷어차고 하자 비구니들이 놀라 옆으로 물러섰다. 진양이 달려가 본 

왕령의 모습은 한 마디로 '병자'였다. 크게 불릴 수도 작게 줄일 수도  없이 명확한 병자의 모습이었다. 창백하기만 

한 안색, 가느다라면서도 헐떡이는 숨결, 일그러진 인상까지 모두 중병을 앓는  병자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진양이 

상상했던 그런 끔찍한 경우는 아니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죽지 않았으니 더욱 더 다행이었다. 

[그래 그녀가 죽었느냐 살았느냐.] 

등뒤에서 그 늙은 비구니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주변 비구니들은 그녀의 등장에 놀란 듯 급히 합장하고 있었다. 

진양은 그녀의 말이 매우 짓궂다고 생각했다. 죽지도 않았는데 그리 법석을 떨었던 자신도 기억하고 조금 부끄럽기

도 했다. 

[사태의 도움은 감사해요.] 

진양이 가볍게 합장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낙엽처럼 바삭바삭한 그녀의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그래도 잘못은 아는 놈이군. 사과를 안 했으면 나도 안 도와주려고 했었어.] 

그녀는 곧 다가와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다가오자 진양은 조금  놀랐으나 곧 깨달아지는 

게 있어 옆으로 슬쩍 비켜주었다. 그녀는 왕령의 침상에 슬쩍 걸터앉고는 그녀의 맥을 짚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엔 눈꺼풀을 뒤집어 보기도 하고 얼굴에 손등을 갖다 대기도 했다. 문득 그녀의 입가에 미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 

[감기는 맞네.] 

[뭐라고요? 절대 감기는 아니에요.] 

[넌 감기도 안 걸려 봤느냐.]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아니에요. 그녀는 감기에 걸릴 리가 없어요.] 

진양은 답답하다는 듯 떠벌렸다. 이 늙은 비구니도 무공을 모르니 오진이라도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늙은 비구니는 다시 가늘게 미소했다. 

[내공을 깊다고 감기한번 안 걸리는 줄 아느냐. 일단 내공이 흐트러지면 일반인과 다를 것도 없어.] 

[아, 아니..] 

진양이 눈을 번쩍 떴다. 매우 크게 놀랐다. 내공을 안다니 그녀가 무공이라도 익혔다는  얘긴가. 그럼 왜 아까 경공

을 펼치지 않았었는가. 진양은 이런저런 복잡한 상상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허나 곧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내공이 흐트러지다니요?] 

[내공이 흐트러지다니요라니. 이 녀석 몸에 남은 독기는 그럼 뭐란 말이냐.] 

순간 진양이 손뼉을 친다. 

[산공독!] 

[그게 산공독이라는 독이냐? 아무튼 이 녀석 몸 속엔 뭔 독이 남아있구나. 양이 적어서 뭐 이젠 무의미해진 정도지

만 갑자기 발작이라도 했나 보군.] 

[발작했다면 령아가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래. 어떤 것이든 발작하면 본인이 다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이 녀석 몸에는 그 독이 퍼져있어.] 

늙은 비구니가 왕령의 볼을 살짝 잡아당겼다. 말랑말랑한 살이 고무처럼 늘어진다. 진양이 가볍게 검미를  일그러트

리며 입을 연다. 

[어떻게 그 독이 몸에 퍼져요? 양이 적다면서.] 

[바보녀석. 독이란 건 아무리 양이 적어도 막아주는 게 없다면 퍼질 대로 퍼지는 법이다.  그래서 약을 먹어 막거나 

내공으로 누르지. 그런데 그 산 뭐라는 독은 양이 너무 미미해서 실제로 아무 때나 발작할 정도는 아니다. 그게 발

작했다는 건 몸이 약해졌다는 증거야. 그리고 그 독이 발작했는데 내공이 없었는지 막지 못한 듯 하다. 덕분에 온몸

으로 독이 퍼지고 몸이 허약해져서 쉽사리 감기에 걸린 것 같구나.] 

그녀는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실제로 그녀는 의술에 정통했다. 특히 진맥에 대해선 잘 알기 때문에 맥만 짚고

도 그녀의 몸 상태를 추리해볼 수 있었다. 본래 왕령을 척 봤을 때도 감기일 거라는 짐작은 했었다. 진맥은 본디 사

진(四診)이라고 해서 시진(視診), 청진(聽診), 문진(問診), 촉진(觸診)이 있는데 여기서 맥을 짚는 건 촉진이고 드러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건 시진인 것이다. 그녀는 이런 진맥에 뛰어나니 틀릴 리가 없었다. 

[확실하다. 이 녀석의 증상은 분명 감기야.] 

[정말 확실한 거죠?] 

진양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왕령은 과연 요 몇 일간 연달아 고생만을 겪었다. 산공독에 당

하고 금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으며 또 그런 몸으로 아미산을 올랐다. 허나 조금도 안이하게 생각할 순 없었다. 정

확하고도 정확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고놈 참 의심도 많네.] 

비구니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제야 진양은 미소할 수 있었다. 왕령의 증상이 감기라면  별로 문제될 건 없으니 안

심이 들었다. 상한치법(傷寒治法)에 대해선 그도 잘 알고 있다. 대천산도 제법 추워서  어릴 적 감기에 자주 걸렸는

데 그때마다 조덕이 치료해준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몸을 보(補)하고 그 다음에야  약 몇 첩 먹이면 낫는다. 

이번 왕령의 경우엔 산공독 몰아내는 과정을 그 사이에 끼워 넣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치료해주랴?] 

[감기쯤은 나도 치료해줄 수 있어요.] 

[좋군 좋아!] 

늙은 비구니가 호호 웃으며 박수를 쳐댔다. 주변 비구니들의 안색이 조금 일그러진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어요.] 

[뭔데?] 

진양은 지금까지 계속 의아한 게 있었다. 옆에 비구니들이 나열해 있지만 별로 개의치 않고 물었다. 

[사태, 정말 비구니 맞아요?] 

[호호. 이놈아. 내가 비구니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 설마 아미산 백호라도 되겠느냐.] 

그녀가 농담하듯 말하며 그칠 줄 모르게 웃어댔다. 그 모습이야말로 비구니가 맞는가 의심이 들 정도다. 진양은 실

상 처음 비구니를 본 게 이 아미사원 비구니를 보았을 때였다. 그러나 그  전부터 비구니의 존재는 여럿 들어서 알

고 있었다. 남승이 있으니 여승도 있다는 말, 남승들만큼 불도에 집중한다는  말도 들었다. 자질구레한 계율은 남승

보다 더하며 불심이 깊은 비구니가 많다는 말까지도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 늙은 비구니는 조금도 그런 면이 보이

지 않는 것이다. 아까 그 어린 비구니야 꽃이 피는 시기요 또 말 그대로 어리니 실수도 잦고 수행이 부족할지 모른

다. 허나 이 비구니는 적어도 일흔은 되어 보이지 않는가. 죽은 금녀의 나이정도 된 듯한 비구니다. 더구나 이 아미

사원 비구니들이 사백이라 부르니 항렬도 상당히 높을  것 같았다. 불력도 대단해 보여 수행도 오래  했을 듯 한데 

어찌 이렇게 자유분방한가. 정말 비구니답지 않았다. 

진양이 갸웃거리며 영 못 믿겠다는 듯 하자 늙은 비구니가 웃는다. 

[난 정말 비구니가 맞다. 못 믿겠으면 얘들한테 물어봐.] 

그녀의 말에 진양이 좌중을 훑어보았다. 이제야 깨달은 거지만 비구니들이 십여 명은 됐다. 좌중이 가득 차 보였다. 

헌데 그녀들은 모두 진양의 눈빛을 피했다. 얼굴엔 두려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옛날에 사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어떤 말씀?] 

[가끔 신분에 맞지 않는 듯한  사람들이 있다고요. 태자의 신분임에도 자유분방한  사람이 있었고 도사임에도 도를 

닦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며 거지임에도 구걸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오. 그거 옳은 말이다!] 

그녀는 맘에 든다는 듯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정말 이해  못할 사람이다. 진양은 그렇게 생각하며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일간 진양과 왕령은 금정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니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아미산이 거의 얼어붙는다 할 

정도로 매우 추운 날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런 날  다른 곳으로 떠나갈 순 없으니 추위도 피할 겸  왕령의 몸도 잘 

치료할 겸 지내게 된 것이었다. 

왕령은 한동안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분명 진양이 달이는 보약을 매일 먹고 있었다. 허나 겨울이라 좋은 약초는커

녕 필요한 약재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정고가 가진 약초를 빌려 약을 할 수 밖에 없었으니 자연 약효가 떨어졌던 

것이다. 더욱이 아미사원엔 밥과 채만 있을 뿐 고기가 없었다. 약이 좋아도 먹는 게 보잘것없으면 약의 효능을 기대

할 수 없는 법인데 지금은 약도 음식도 보잘것없었다. 

그걸 안 후부터 진양은 밖을 쏘다니기 시작했다. 추운 날 고기를 구해보겠다 설치는 것이다. 그에 비구니들은 즉시 

그를 막아섰다. 한결같이 살생은 안 된다는 말이었다. 허나 어디 진양이 물러설 사람인가. 그는 왕령을 살리기 위해 

못된 백호를 죽이겠다고 비구니들을 설득했다. 더욱이 살생은 자신이 하는 일이니 상관없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래

도 비구니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도리어 백호를 만난다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며 몸을 떨어댔다. 백호에 대한 두려움

이 꽤 큰 모양이었다. 정고도 이런 말을 했다. 

[백호 몸집은 네 몸집보다 몇 배는 더 크다. 네 녀석 무공도 대단한 것 같지는 않은데 괜한 만용으로 목숨 잃는 일

이 없도록 해라.] 

하지만 진양은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백호라도 만난다면 그놈이라도 잡아야 한다. 왕령의 배를 든든히 해줘야 

약을 먹이던 독을 먹이던 할 것이 아닌가. 진양은 삼  일 동안 아미산을 돌아다녔으나 먹이를 구하지 못했다. 역시 

이런 겨울 날 사냥을 한다는 건 그 생각 자체부터가 바보였나 보다. 이런 사실을 진양이 모를 리 없었다. 다만 털끝

이라도 잡으려는 심정이 앞설 뿐이었다. 

삼 일 동안 고기를 구하지 못하자 진양은 드디어 용단을 내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는 곧 정고를 찾아가 간

단히 물었다. 

[백호가 자주 나타나는 곳은 어디죠?] 

[네 이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정고가 날카롭게 되물었으나 진양은 주저하지 않는다. 

[아실 텐데요.] 

[넌 백호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정고는 대답해주지 않으려는 듯 했다. 그녀도 비구니다. 행동이 비구니답지 않지만 어쨌든 비구니는 비구니인  것이

다. 그녀는 진양이 해를 입는 걸 원치 않았다. 그러나 진양에겐 필요 없는 마음이다. 

[빨리 말하기나 해요. 다른 놈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이젠 백호 뿐이에요.] 

[거참.. 내가 옛 일을 하나 말해주마. 잘 들어.] 

[누가 그런 거 들려달라고 했나요? 백호가 어디 자주 나타나는지 그걸 말해요!] 

진양이 호통친다. 그래도 정고는 고집불통이었다. 혼자서 제 할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옛적 당나라 때였다. 이 아미산엔 호랑이가 매우 많았지..] 

[빨리 백호의 소재나 불어요!] 

[지금도 많긴 하지만 어쨌든 옛날엔 더 심했어. 사람들을 해치고 말이다.] 

그녀는 아예 눈을 감고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에 진양이 발끈하여 뭐라고  소리치려다가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입

을 다물었다. 

[나라엔 왕이 있듯 짐승에게도 우두머리는 있는 법이지. 그 호랑이들이  이 산의 왕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또 왕이 있었다. 바로 백호다.] 

진양이 눈을 번쩍 떴다. 

[그 백호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어찌나 악랄한지 잡겠다고 나섰던 사람들이 며칠만에 사지가 분시되어 산에 널려있

을 정도였다. 더구나 한 입에 물어 죽인 듯한 자국도 있었는데 한 구멍은 이마에,  또 한 구멍은 발목에 있었다. 그 

사람은 허리가 부러지고 온몸이 뭉개져 있었지. 무슨 이유인지 백호가 먹어치우질 않아서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

었다. 백호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느냐?] 

정고가 묻자 진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백호는 그 후로도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다. 아미산은  정말 공포의 산이었지. 인근마을 사람들은 수도 없

이 습격을 당해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다행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일이죠?] 

[바로 어느 대협께서 오셨던 거야.  존명(尊名)은 이맹이라고 하셨다.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사연을 듣고 그 백호를 

해치워주겠다 하셨다. 그리고 정말로 해치웠어.] 

[대체 어떤 분이죠?] 

[내가 무공이나 내공이란 걸 아는 것도 그 분 이야기를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미사원에서 그 분 성함과 이 

업적을 모르는 자는 없어. 하지만 그 분에 대해선 많이 알지 못한다.] 

진양은 새삼 신비감이 들어 더욱 귀를 기울였다. 

[여하튼 그 분은 정말로 백호를 해치워버렸지. 따라갔던 주민이 이렇게 말했다더군. <우리를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

신 천신(天神)이시다.> 라고.] 

[무공이 대단했나 보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 주민이 무공에 대해서 뭘 알겠느냐. 무공을 모르는 자는 대단한 무공을  보아도 그게 대단한 건

지 아닌 건지 모르지. 안 그러냐?] 

[당연하죠. 무술을 배우지 못한 자는 단지 화려하게만 보일 걸요.] 

[그래. 그런데도 그 주민은 대협께서 정말 대단하셨다고 입을 열심히 떠벌렸지. 그건 그 대협의 무공이 너무 대단했

던 거야.] 

[어떻게 대단했죠?]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백호가 무섭게 달려들 때 갑자기 발을 쳐들어 백호의 턱을  걷어차더니 왼손 주먹 손등으

로 백호의 옆 통수를 후려갈겼다.>] 

[너무 간단하군요!] 

진양이 감탄한 듯 탄성을 내질렀다. 간단하다는 건 그만큼 힘을 들이지 않는다는 얘기니 그 대협의 무공은 정말 대

단한 것이다. 또한 이런 간단한 동작도 매우 빠르다면 평범한  사람은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헌데 주민이 봤으니까 

동작이 느릿했다는 얘기. 그러므로 더욱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정고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 정도는 꼭 무공을 알아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나도 사부님께 이런 과거지사를 전해듣고 단번에 상상

할 수 있었어. 어쨌건 그렇게 돼서 대협께선 아미현 사람들을 구해주고 다시 길을 떠났다고 한다.] 

[음. 그렇군요. 헌데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내 얘긴 아직 안 끝났다.] 

진양의 안색이 약간 붉어졌다. 

[문제는 그 후가 더 심했지. 안타깝게도 그 백호에겐 새끼가 있었던 것이다. 이미 대협은  떠났는데 그 새끼는 날로 

커져만 갔다. 사람들은 그 백호의 새끼를 죽이려 했지만 그 새끼는 매우 잽쌌어.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던 거야. 그

리고 다시 수년이 흐르자 그 백호는 제 어미보다 더 큰 몸집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했다.] 

[설마 지금 이 아미산에 있는 백호는 사태가 말하는 그 백호의 자손?] 

[그렇지. 그놈들은 아주 대를 이어서 연달아 아미산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진양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백호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리 아미사원은 그 후 호랑이들과 맞섰다. 사람들은 태반이 도망을  갔으니 백호를 비롯한 여러 호랑이들을 상대

할 사람들은 우리 비구니들 뿐이었지.] 

[힘들었겠군요.] 

[그랬었지. 비구니라 함부로 살생도 할 수 없고 몰아내기만 해야하니 더욱 힘들었다. 더불어  살길 원했지만 호랑이

들은 먹는 게 더 중요한 듯 했어. 그리고 수십 년에 걸쳐서 싸운 끝에 겨우 호랑이들을 몰아낼 수 있었지. 그런데..] 

[그런데?] 

[기어코 한 마리는 몰아내지 못했다.] 

진양이 무릎을 쳤다. 

[백호!] 

[그래. 백호는 도저히 몰아낼 수가 없었다. 수십 명을 동원해서 함성을 지르면 다 도망가기 일쑤인데 그놈은 오히려 

달려드는 거야. 덫을 놓아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사람을 해칠 테니 정말 골칫거리지.] 

[그 대를 이어 지금의 백호가 존재하는군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백호를 제외하면 이 산엔 호랑이가 많지 않다. 사실 다른 산에  비하자면 많은 셈이지만 예

전에 비하면 어림도 없지. 더구나 옛날처럼 흉악하지도 않다.] 

진양이 침묵했다. 이제야 그녀가 이런 과거지사를 꺼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백호의 무서움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

다. 지금이라도 백호 잡을 생각을 버리라는 얘기다. 허나 진양은 절대 그만둘 수 없었다.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알겠는데 전 백호를 잡아야만 해요.] 

[너만 다친다. 아니 도리어 너만 죽을 수도 있어. 차라리 약을 약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 

[안돼요. 그러면 치유가 늦어져서 내공이 모두 무산되어버릴 거예요.] 

진양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미 산공독이 퍼졌으니 한시라도 빨리 독을 없애야 내공의 무산을 막을 수 있다. 정고도 

이해한 듯 했다. 잠시 눈썹을 찌푸렸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정히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허나 한 가지는 기억해라. 절대로 백호와 정면으로 맞설 생각은 하지 말아라.] 

[상황이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죠.] 

정고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진양이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깨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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