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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四 章. 만남 2 (32/90)

                                        第 十 四 章. 만남 2

당연히 그들 청년과 거한은 진양과 악만풍이었다. 그들은 사실  이 교애산에 오려던 게 아니었다. 본래는 소림사가 

있는 명산이요 중악이라 불리는 숭산으로 향했었다. 낙양과 가까우니 숭산에 먼저 들린  후 낙양에 들리려 했던 것

이다. 

헌데 한참 숭산의 기개를 구경하며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끼던 도중 그들 곁으로 웬 중이 한  명 지나갔다. 진양과 

악만풍은 단번에 그 중이 소림사 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악만풍은 그렇게만 생각하고 흥미를  잃어버렸지만, 진양

은 대명사에서의 일이 생각나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그 중보고 들으라는 듯, 

<저자가 정말 중이라면 내 팔 한쪽을 주지.> 

그게 바로 싸움의 발단이 된 것이다. 그  후 운화가 분노하여 그 자리 즉석에서 싸움을  벌였는데 실력이 엄청남을 

깨닫고 물러서다 보니 결국 이 교애산까지 이르게 되었다. 

[오랜만이에요. 악대협.] 

미모의 소녀와 소박한 소녀가 함께 한 말이었다. 악만풍은 진양이 가볍게 놀라는 걸 무시하며 웃음으로 맞받았다. 

[나도 오랜만이구나. 이곳이 교애산이라 어쩌면 너희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호호. 악대협도 참. 사실은 우리가 보고 싶었던 거죠?] 

미모의 소녀가 낯간지러운 소릴 해댔다. 지켜보는 진양의 안색이 찌푸려진다. 

[여전히 쓸데없는 말은 잘하는군. 그나저나 부모님은 잘 계시냐?] 

[그럼요. 아버지께서 악대협이 뵙고 싶대요. 오랜만에 술 대결이나 벌이자면서요. 호호.] 

[문인대협은 나와 술 대결 벌여봐야 질 텐데. 안 그러니 란아?] 

악만풍이 농담하며 소박한 소녀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대답이 없다. 동공이 빛도 없이 어딘가를 멍하게 쳐다

보고 있었다. 악만풍이 이상하게 여기며 그녀의 눈빛을 따라가다 잠시 후 씨익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모의 

소녀가 실소하며 그녀를 불렀다. 

[란아. 너 뭐해?] 

[아.. 응? 뭐?] 

무슨 자다 일어난 사람 같아 악만풍과  미모의 소녀는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진양은  아까부터 진작 느껴지는 

게 있었는데 그들이 웃자 확연히 깨달았다. 소박한 소녀를 바라보니 비록 미모는  왕령을 고사하고 저 미모의 소녀

에도 훨씬 못 미쳤지만 눈빛을 맑고 순수해 마음에 들었다. 

[란아. 오늘은 정신이 없구나. 먼 산이라도 바라봤느냐?] 

악만풍의 짓궂은 말에 그녀의 안색이 새빨개졌다. 안절부절못하더니 나중엔 도망까지 친다. 악만풍이 대소했다. 

[하하! 란아. 도망치면 또 먼 산 볼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 

[악대협!] 

그녀는 금방 울 것처럼 소리쳤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걸음은 딱  멈춰져서 더 도망은 안 갔다. 악만풍은 또 놀리고 

싶었으나 그녀가 울면 달래기 힘들다는 걸 알고 그만두었다. 진양을 돌아보며 말했다. 

[진양. 이리와 소개하지.] 

그는 진양을 부르며 양쪽을 모두 소개했다. 미모의 소녀와 소박한 소녀는 사실 낙양 2대가장의 여식들이었다.  미모

의 소녀는 문인가장 장주 문인강목(聞人剛穆)의 딸인 문인능(聞人能)이요, 소박한 소녀는  형가장 장주 형웅강의 딸

인 형란(衡瀾)인 셈이다. 소개를 하는 내내 형란은 넋이 빠져 있어서 여러 번 문인능이 깨워주기도 했다. 

[그나저나 악대협은 이곳에 웬일이세요?] 

[휴.. 그건 사연이 좀 길다. 어쨌든 낙양으로 가던 길이니 함께 가자.] 

악만풍이 말하자 문인능과 형란의 얼굴엔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낙양은 동한(東漢)의 고도(古都)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전쟁으로 조금 피폐해졌지만 그래도 

보통 성이 아님을 증명하듯 어딘가 모르게 장엄함이 풍겨졌다. 시내에는 각자 제 할 일 바쁜 사람들로 분주했고 여

기저기서 고함치는 장사치들 때문에 좀 복잡한 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장사치들 보다 더 시끄러운 무리가 있었다. 얼마나 시끄러우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장

사치들도 지나가던 사람들도 별 해괴한 사람을 다 보겠다는 듯 눈이 휘둥그랬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 시끄러운 사

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듯 낄낄거리고 있었다. 

[날 무시했지? 날 무시했잖아! 얼른 대답해봐. 넌 귀머거리냐?] 

[능아! 그만둬. 사람들이 흉본단 말야.] 

[뭐라고? 누가 감히 내 흉을 봐? 아무튼 이 자가 날 무시했어!] 

[악대협께서 진대협의 성격이 그렇다고 하셨으니 우리가 이해해야지.] 

[그럼 그 자의 성격은 사람이 성의를 보이는데 무시하는 성격이란 말이야?] 

그것에 또 한술 더 떠서 그들은 바로 진양의 무리였다. 선두에는 진양이 아예 무시하듯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 

뒤로는 자꾸 따지며 따라붙는 문인능, 그 옆엔 말리는 형란이며 마지막으로 느긋이 걷는 자는 창을 든 거한 악만풍

이었다. 

진양은 뒤에서 뭔 개가 짖느냐는 듯 완벽히 무시하고 있었다. 못된 놈이니  오만한 인간이니 이런저런 욕이 들려왔

지만 귀머거리처럼 듣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형란이 사력을 다해  말리고는 있지만 역부족이었고 문인능의 성격을 

잘 아는 악만풍은 말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정항은 이랬다. 교애산에서 낙양까진 그리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몇 일만에 도착할 순 있었다. 그렇게 오는 

동안 문인능은 그 진양이라는 청년에게 큰 호기심을 느꼈다. 형란처럼  넋이 빠지며 멍청해지는 것과는 개념부터가 

달랐으나 어쨌든 악만풍이라는 대협의 절친한 친구라는 말에 굉장히 흥미가 일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국 낙양 성문을 지나면서 진양에게 말을 걸었다. 

[진대협은 머리가 되게 좋으실 것 같아요. 무공도 대단한 거 같고.. 헌데 어떻게 악대협을 만나게 됐어요?] 

그녀의 첫 말이었다. 그러나 진양은 듣는 체도 안 했다. 그에 그녀는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

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말을 또 걸어보았다. 

[낙양은 정말 시끌벅적하죠. 다들 먹고 살아야하니 남들 시선 따윈 신경도 안 써요. 참 한심해요.] 

그렇게 말했는데도 진양은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슬슬 약이 올랐다. 

[아.. 진대협은 사실 귀머거리였군요.] 

그 말에 진양이 멈춰 서자 그녀는 자신의 격장지계가 먹혔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진양은 계속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었기에 자연 뒤를 돌아보게 됐는데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곧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정말 낙양은 시끄럽군.] 

그 말을 끝으로 진양은 다시 앞장서서 걸어나갔다. 이 말 뜻의 진위가 무얼까. 문인능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싸늘하게 식으며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바로 장사치들 같은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욱 시끄럽다는 말인 셈이다. 결국 

그녀는 화가 폭발해버려 낙양성 중심으로 오는 데까지 이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진양은 그녀가 정말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온몸에 치장을 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말하는 걸 보니 부

잣집에서 보호받으며 자란 애송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제 아비 힘만 빌어서 날뛰는 무슨 관부의 자식 같아 더더욱 

싫었다. 

악만풍은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며 그의 성격이 어떤지 잘 알게된 것이다. 주변의 시

선이 점점 쏠리게 되자 더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그만 문인능을 말리러 나섰다. 

[능아. 주변 사람들이 본다.] 

[그들이 보면 뭐 어쩔 건데요?] 

[그들이 보면 나중에 네 혼사길이 막히지.] 

그 말에 안색이 변해서는 입이 꼭 다물어졌다. 주변 사람들도 이 말을 들었는지 대소를 터트린다. 그녀가 또 뭐라고 

소리치려하자 악만풍은 웃으며 그녀를 끌고 가버렸다. 

어느새 진양은 낙양 2대가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척 보는 순간 어디가 문인가장이고 형가장인지 분간이 갔다. 한쪽

은 매우 호화스럽고 한쪽은 매우 소박했는데 그 집안들 여식의 행색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진양은 형가장에 일

이 있었으니 더 지체하지 않고 소박한 집채 대문을 두드렸다. 

[흥. 형가장에 가서 뭐 하려고 문을 두들겨.] 

문인능이 냉소하며 내뱉은 말이었다. 형란이 또 눈짓하며 진양에게  막 다가가려던 차였다. 문이 활짝 열리며 종놈 

한 명이 나온다. 

[무슨 일이요?] 

[형웅강을 만나야겠다.] 

종놈이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이 누구라고 장주님 함자를 멋대로 부르는 거요?] 

[잔말말고 안내해라.] 

[좋은 말로 할 때 사라지시오.] 

종놈은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으려고 했다. 갑자기 진양이 문을 발로 걷어찬다. 그러자 종놈은 문에 머리를 맞아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날아 가버렸다. 형란이 크게 놀라 안색이 변한  것은 물론이요 문인능과 악만풍의 안색

도 대변했다. 그들은 급히 진양을 따라 형가장 안으로 들어섰다. 

형가장 안에 들어서니 진양은 이미 형가장 사람들에게 포위 당해있었다. 악만풍이 바라보니 형웅강의 제자들이었다. 

각자 시퍼런 검을 빼들고 진양을 노려보고 있다. 형란은 소스라치게 놀라 말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악만풍이 막으며 

그만두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때 진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웅강을 불러라.] 

[넌 누구냐? 정체부터 밝혀라.] 

진양이 눈을 번뜩인다. 

[부르라면 부를 것이지 잔말이 많군.] 

[방자한 놈! 여기가 네 집인 줄 아느냐?] 

[부르지 않는다면 이제 내 집이 될 것이다.] 

듣고 있던 모두가 이 무시무시한 말에 눈을 휘둥그래 떴다. 저 자가 혹시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제자들 중 한 명이 말한다. 

[용건이 뭐냐?] 

[머리에 뭐가 들었지? 난 형웅강을 부르라고 했다.] 

[사부님은 지금 안 계시다. 썩 꺼져라!] 

[그럼 잘됐군. 이참에 이 집을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 

제자들의 눈이 흉포해졌다. 장내에 점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제자들의 발끝이 막 서서히 움직이려는데  갑자기 

형란이 소리친다. 

[그만 둬요!] 

형란은 더 지켜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외침과 함께 달려나왔는데 그녀를  본 제자들은 동시에 무릎을 꿇으

며 합창했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제발 그런 인사는 하지 말아줘요.] 

그녀는 우선 그들을 일으키고는 진양을 흘낏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저 분은 오늘 절 도와준 분이에요. 그러니 무례하면 절대 안 되요.] 

그녀의 말에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검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가 도와

준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에겐 아가씨요, 사부님이 그토록 아끼는 막내딸이니 따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

했다. 

그들이 슬쩍 물러서서 형가장 대청문을 막았다. 이렇게 됐어도 함부로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형

란은 자꾸 주춤거리며 혼자 애꿎은 손톱만 쥐어뜯더니 겨우 말을 걸었다. 

[저.. 진대협. 아버지와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요?]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걸 장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에 악만풍과 문인능은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어 미소했지만, 제자들은 그녀가 겁을 먹은 거라 생각하고 불안해했다. 진양이 그녀를 무관심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안 좋은 일은 없다. 어서 형웅강이나 불러라.] 

[정말... 정말로 안 좋은 일 없는 거죠?] 

그녀는 안심하지 못했는지 한번 더 확인을 하려했다. 그러나 진양은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형란이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악만풍을 돌아보자 그는 빨리 불러오라는 눈짓을 했다. 그녀는 악만풍을 믿

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진양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즉각 몸을 돌려 형가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제자들은 그녀가 달려오자 우물쭈물 하더니 결국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 

진양은 파란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형가장, 낙양 이대가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주변에서 최고의 세력을  자랑하

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이렇다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없고서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도 함부

로 손을 쓰지 못했던 것이고 악만풍도 함부로 말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진양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봉이 부러지고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왕령은 이제 당주고의 아내니 

그녀가 전수한 유루봉법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지 오래다. 더구나  자신은 그런 알맞은 봉을 만들 자신도 없었다. 

그렇다면 무공이라곤 함종권법과 탄지신통 정돈데 진양은 그걸 믿고 있는 것인가. 물론 그것도 아니다. 

그는 오로지 무굉의 성정 같은 안하무인을 믿고 있는 것이다. 안하무인격 행동이  얼마나 남에게 욕을 먹고 비난을 

받는지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본 무굉의 모습은 정말로 자신이 원하던  그 무언가와 동일했다. 어딜 가든 남

들이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원하는 데로 모두 이루는 절대적인 힘. 진양, 자신에겐 그런 힘이 없지만 무굉을 형님으

로써가 아닌 한 인간으로써 존경하다보니 그의 성격에도 어떤 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무굉과 왕령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드디어 형란이 형웅강을 데려온 듯 요란한 소리가 들

렸다. 굵직한 제자들의 이구동성이 들렸고 한 걸음 다가와 인사하는 악만풍,  문인능의 목소리도 들렸다. 형란의 목

소리도 들린다. 

[아버지. 저 분이에요.] 

진양은 그제야 시선을 내렸다. 지금껏 하늘만 보다 자신을 가리키는 음성이 들리자 시선을 돌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의 시선은 곧장 형웅강에게로 꽂혔다. 

형웅강은 한눈에도 대협다운 풍모가 있는 사람이었다. 눈에는 정명이 흐르고 키도 크며  잘 가꾼 수염이 한층 돋보

였다. 그러나 악만풍에게 이미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그가 정말 대협이라기보다 위선자에 가깝다고 여겨졌다. 잘 보

니 머리는 조금 희끄무레한 게 나이가 좀 들어 보였다. 형란이 도무지  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고 손녀라면 어

울릴 듯 했다. 

[자넨가? 나를 찾는 자가.] 

진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웅강은 자신을 보고도 인사를 안 하는 그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눈이 가늘게 떨리다 멈

췄다. 

[무슨 일인가?] 

[보답을 받으러 왔다.] 

[무슨 보답? 난 자네와 안면이 없네만.] 

형웅강의 말투가 조금 쌀쌀하다고 느낀 진양은 미미한 조소를 흘렸다. 역시 이름  꽤나 있다는 자들은 모두 예의를 

따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거두절미하고 바로 품속에서 한 진주 목걸이를 꺼냈다. 지난 날 가량이 건네준 진주 목걸

이였다. 

진주 목걸이를 보는 순간 형웅강은 물론이요 형란, 문인능, 악만풍, 제자들까지 아주 싹 안색이 변해버렸다. 언뜻 봐

서도 그들은 이 진주 목걸이를 아는 듯 했다. 형웅강의 눈이 이상하게 빛을 발했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 아주 이상한 눈으로 열심히 쳐다보았다. 

[그건 어디서 난 건가?] 

형웅강이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며 한 말이었다. 이 물음은 비단 그  뿐이 아니라 모두가 생각하는 궁금증일 것

이다. 진양은 가량의 말을 기억했다. 

<이 백색 진주는 형가장 사람임을 알리는  보석. 나중에 그곳으로 오실 때 이  진주를 보여주면 아마 극진히 대할 

것.> 

이 말은 진주를 넘겨주며 가량이 한 말이다. 진양은 분명히 듣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형웅강의 말투는 의

혹에 가까웠다. 어디서 우리 형가장의 진주 목걸이를 주웠느냐 하는 말에 가까웠다. 

[길가다 주웠다.] 

진양은 갑자기 마음이 식어버렸다. 형웅강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투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정황을 설명해주기 싫

었다. 차라리 주웠다고 말하고 그냥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헌데 형웅강은 뭐가 궁금한지 자꾸 물어댔다. 

[어디서 주웠느냐?] 

[기억 안 난다.] 

[주변에 뭐가 있었지? 누굴 만났느냐?] 

[몰라. 머리 아프니 그만 물어라.] 

형웅강의 눈빛이 매우 이상해졌다. 눈이 고요히 가라앉고 가늘어졌다. 그런 그를 무시하며 진양은 진주 목걸이를 홱 

던져줬다. 형웅강이 받는 동시에 제자들의 호통이 이어진다. 

[이놈! 감히 이게 무슨 물건인 줄 알고 이리 다루느냐?] 

[길바닥에 떨어졌던 물건이지 그럼 그게 무슨 형가장의 보물이라도 되느냐?] 

진양은 비꼬듯 말했지만 말속에 뼈가 들어있었다. 그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장 형가장 대문을 향해 걸어갔

다. 악만풍을 돌아보며 가자는 눈짓을 보낸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막 대문을 나서는데 뒤에서 형웅

강의 외침이 들렸다. 

[잠깐!] 

진양이 돌아보자 형웅강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진주 목걸이를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묻겠다. 이 진주 목걸이가 무엇이냐?] 

[진주 목걸이지.] 

[장난하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라.] 

[그럼 모른다.] 

형웅강의 눈빛이 번뜩인다. 

[왜 형가장에 가지고 왔지?] 

진양은 그제야 그의 눈빛이 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웠다면서 어떻게  형가장 물건임을 알고 가져왔느냐 하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을 설명하기 귀찮아졌다. 이만 떠날 거니 너도 안에나 들어가라.] 

[사실을 말하기 전엔 형가장에서 나가지 못한다!] 

그가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제자들이 갑자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내에 있던 다섯 제자들은 형웅강 곁으로 

다가들고 그들이 구적(口笛 = 휘파람)을 불자 안채에서 서너 명의 사람들이 더 튀어나왔다. 대문 밖에선 십여 명에 

이르는 숫자가 길을 막아버렸고 형가장 담장 위로  또 십여 명이나 올라서고 있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난 건 실로 

순식간이란 표현이 알맞았다. 

[무슨 수작이냐?] 

[사실을 말해라!] 

진양이 피식 웃었다.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말하지 않는다면 후회할 텐데.] 

[좋지 형가장의 힘을 견식 해보는 것도.] 

[오만한 놈!] 

형웅강이 발을 땅에 쿵 찍었다. 그의 내공이 매우 대단한 듯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더구나 그가 발을 다시 떼자 땅

이 2촌(寸)이나 파여져 있는 게 보였다. 일종의 협박이다. 진양은 더욱 불만스러워 가볍게 냉소했다. 

[역시 위선자답군. 알만하다.] 

형웅강의 안색이 순간 변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냐는 듯 눈이 아주 동그래졌다. 그때 

갑자기 형란이 나섰다. 

[오늘 처음 형가장에 오신 날인데 싸우지들 마세요!] 

그녀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어느 쪽 편도 들기 힘들다는 걸 스스로 느낀 게 분명했다. 만일 이 상태로 싸움을 벌였

다간 그녀가 울기 십상이다. 형웅강은 진양의 말에 놀랄 대로 놀랐지만 그녀가 또  울려하자 더 싸울 수 없다고 생

각했다. 그는 똥 씹은 표정으로 그녀를 달래며 진양을 몰래 노려보았다. 진양도 지지 않고 맞서 노려본다. 

[오늘은 란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줄 알아라. 그러나 그냥 도망가게는 죽어도 할 수 없다.] 

[날 죽어도 도망가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알고 있으니 마음대로 해봐라.] 

진양의 말은 역시 언중유골이었다. 형웅강의 미간으로 점점 독기가  퍼지는 듯 했다. 형란이 급기야 울음을 터트린

다. 

[아버지! 진대협과 싸우지 말아요.] 

[아가야. 그는 우리와 원한 관계다. 네 형부와 조카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진 않겠지.] 

[하지만 아버지.. 진대협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에요. 뭔가 곡절이 있을 거예요.] 

형웅강은 그녀가 자꾸 애걸하자 매우 난감한 듯 했다. 진양은 그 모습에 형웅강이  형란에게 약하다는 걸 알 수 있

었다. 형웅강은 매달리는 그녀를 달래는 한편 혼자 뭔가 깊이 생각했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야 알았다며 그녀를 잠

시 막고는 진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진상을 확실히 알아야겠다. 그러나 란이가 끝까지 말리니 싸우지는 않고 타협으로 하자.] 

[난 타협을 모르니 집어쳐라.] 

[나를 곤란하게 만들 셈이냐?] 

[네가 곤란하건 말건 그건 나와 관계가 없잖아.] 

진양은 그가 원하자 자신은 원하지 않게 되어 모두 거절해버렸다. 형웅강의 몸에서 다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

번에도 형란이 말린다. 

[진대협! 제발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세요. 싸우지 마세요!] 

이만하면 애걸도 보통 애걸이 아니다. 마치 진양과 형웅강이 싸우기라도 하면 둘 다 죽을 거라는 듯 말리기에 바빴

다. 진양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싸우는 건 별로 좋지 않을 듯 했다. 악만풍도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자꾸 말리는 눈짓을 보내고 있는 게 분명 맞을 것이다. 형웅강과는 타협은커녕 아예 상종도 하

기 싫었지만 솔직히 이 형가장을 뚫고 달아날 자신도 없었다. 

[좋다. 그녀를 봐서 타협에 응하겠다.] 

그의 입에서 그 말이 흘러나오자 형란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악만풍도 마찬가지였고 문인능만 냉

소할 뿐이었다. 장내에 있던 인물들은 곧 형가장 대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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