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 二 十 四 章. 난주 대전의 서막 2 (51/90)

                                 第 二 十 四 章. 난주 대전의 서막 2

도착한 곳은 좌우로 6~7장쯤 되는 길이에 높이는 3장쯤 되는 어느 평범한  크기의 건물이었다. 아까 감총방 대문으

로 들어오며 봤던 왼편에 있던 한 건물이었다. 문 앞에는 금육당(禁肉堂)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황색 편액이  붙어져 

있었다. 

"금육당이라. 과연 감총방 무공은 내공을 중요시하는군." 

"당연하오. 감총방 제자들은 고기를 먹어선 안 되오." 

그들이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본래 중원 무술유파는 수가 매우 많고 복잡하여 그 연무의 

수단도 다양하다. 내공이 중점이 되는 무공을 배울 땐 고기를 먹는 게 아니다. 초식 위주라면 고기와는 상관이 없을 

것이고, 가끔 보이는 해괴한 경우는 때에 따라 다르다. 

감총방의 혼연권법은 내공이 착실해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법이었다. 진양은 이미 봐서 단숨에 눈치챌 

수 있었다. 혼연권법은 팔과 몸이 동고동락 일신일심(同苦同樂一身一心)으로 실상 이런 권법을 펼친다는 건 말이 되

질 않는다. 어깨가 자유롭지 못하면 무공도 뻣뻣해지고 몸이 팔을 쫓아 계속  움직여야 하니 체력소모도 대단한 셈

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내공에 있었다. 

오래 전 감총방이 처음 개파했을 당시 개파조사 호연지(虎燕志)가  바로 이런 권법을 썼다. 방을 세우고 무공을 좀 

더 변형시켜 실로 일신일심하게 되니 그 위력이 대단하였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는데 제자들은 그 권법을 따

라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 1초식도 익히지 못하고 허둥대다 자빠지기 일쑤였다. 호연지는 이의 문제점을 단숨에  파

악하여 내공심법을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하체를 단련케 했다. 그 후론 하체가 중심을  잘 잡고 내공을 일으켜 몸을 

자유자재로 놀릴 줄 알아 오늘날 감총방이 이런 명성 있는 방파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존은 그 얘기로 입술이 마를 새가 없었다. 덧붙여 호연지의 무공이 대단했다는 둥 당대 감히 그를 따르는 사람이 

없었다는 둥,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열심히도 했다. 그가 시끄럽게 열심히 주절대는 사이 진양  등은 어느

새 금육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안엔 감총 제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소면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가 제법 많은 

감총방이라 그런지 금육당 안에서 식사하는 제자 수도 매우 많았다. 

서존은 소매로 입술을 닦으며 진양과 형란을  한쪽 구석으로 데려갔다. 사람을 불러 귀한  손님이라 해두고는 소면 

세 그릇과 만두 한 접시 정도 가져 오라 일렀다. 

"소면 한 그릇으로 괜찮겠어요?" 

형란은 아까 그가 시장하다고 한 말을 기억했다. 많이 먹는 사람은 아니되 그래도 소면 한 그릇으로 배가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아 하는 말이었다. 그에 진양은 가볍게 미소만 지었다. 

"오. 형소저가 진형을 매우 위하는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서존의 장난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헌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 진형 일행을 모두 조사하고 나섰는데 그것도 모를 것 같소?" 

"정말 신기해요. 저는 어디 가서 이름을 말한 적이 드문데.."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녀가 어찌 개방에 동등하다 평해지는 감총방의 정보력을 알 수 있겠는가. 그

들이 정보를 얻는 방법은 대단하여 아직 명성은 크게 나지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개방에 뒤지지 않았다. 가만히 듣

던 진양이 문득 입을 연다. 

"식사가 안 나왔으니 일단 얘기나 하고 있지." 

"성질도 참 급하시네. 진형 꼭 그걸 먹기도 전에 들어야겠소?" 

진양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존은 할말이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이 알았소. 방주님께서 양형을 좋게 보시는 건 사실 후계자 문제 때문이요." 

진양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후계자라니? 그럼 만풍을 후계자로 지목한단 말인가?" 

"그렇소. 방주님이 원래 전례라고 무조건 따르는 분이 아니셔서 한참 고심한 끝에 그리 결정하셨소." 

"복차경은?" 

서존이 깜짝 놀란다. 

"아니 어떻게 그를 알고 있소?" 

진양이 막 대답하려던 차에 식사가 나왔다. 감총방의 어린 제자로 보이는 소년이 소면을 들고 왔다. 서존은 그에게 

술 한 병을 가져오라는 말을 하며 허겁지겁 소면을 먹기 시작했다. 진양과 형란도 배고팠던 때라 대화는 그렇게 잠

시 미루어졌다. 

"진형도 한 잔 하시겠소?" 

"그 얘기나 마저 해." 

"아이고. 알았소이다. 일단 한 잔 받으시오." 

서존은 입에 소면가락을 이빨로 자르며 그의 잔에 술을 채워주려 했다. 술병이  기울며 허연 술이 흘러나오는 찰나 

갑자기 진양이 술잔을 툭 쳐버렸다. 가볍게 중지를 퉁겨 밀어낸 것이다. 서존은 놀라 술병을 급히 세우며 말했다. 

"아니 대체 왜 그러오?" 

"그 얘기나 마저 하라고 했지 누가 술을 받는다고 했나?" 

서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만큼 자존심이 대단한 인물은 본 적이 없었다. 정보

를 캐내며 무굉의 의제라는 얘긴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자존심이 셀 줄은 몰랐다. 

"정말 무대협에 뒤지지 않는구려." 

"그것도 캐냈군." 

"불쾌히 생각하진 마시오. 나야 방주님 명으로 진형 일행에 대한 정보를 캐낸 것뿐이오." 

진양은 무시하며 말했다. 

"듣기로 복차경이 감총방 후계자라던데 어째서 용상의 생각이 바뀌었지?" 

"복차경은 사실 방주감이 아니라오. 자질이 좋아서 방주님이 하는 수 없이 그를 대제자로 삼은 것이었소." 

"이제 만풍이가 나타났으니 바뀐 거로군." 

"그렇지요. 복차경은 자질이 뛰어나도 인품이 틀려먹고 매우 멍청하여 방주감은 절대 아니었소. 반면에 양형은 모든 

방면에 두루 능하니 실로 좋은 방주감이지요." 

진양은 이제 알만했다. 감총방이 그들을 이리 호의적으로 대하는 데는 양만풍을 후계자로 두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실상 방을 준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양만풍은 어릴 적부터 이리저리 싸돌아다녔기 때문에 거절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또 그것까지 알고 있으니 그들의 정보력이 대단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름대로 머리는 잘 굴린 셈이군. 우리를 도와주며 만풍이의 마음을 얻고 그  후 감총방의 명성을 사해로 떨쳐 보

이겠다는 거겠지. 일단 우리를 보호해주면 명성 하나는 멀리 퍼질 테니까." 

"그래도 우린 위험을 감수하는 거요. 지금 명성이 퍼져도 우린 쳐죽일 역적 놈들이 되는 게 아니겠소?" 

서존은 약간 따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진양이 대소를 터트린다. 

"하하! 위험을 감수하다니. 세상에 감총방이 밑지는 장사를 한단 말이냐?" 

"그게 무슨 말이오?" 

그는 진양의 말뜻은 알아들었으나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깨닫지 못했다. 

"정말 모르나?" 

"정말 모르오. 나는 이번 일이 양날의 검처럼 위험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이오?" 

"그럼 당연히 아니지 어떻게 용상 같은 인물이 방파에 해가 되는 일을 꾸미겠느냐?" 

서존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그가 한참을 끙끙거리며 생각해도 깨닫지 못하는 듯 하자 진양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대단한 인물은 아니군. 너는 우리의 죄가 사실 누명임을 아느냐?" 

"그거야 짐작은 하고 있소. 진형 같은 사람이 왕처일을 죽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소이다." 

"그게 아니겠지. 내 실력으론 왕처일을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서존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아니오. 오해하지 마시오." 

"뭐 어떻게 됐든 좋다. 용상은 내가 왕처일을 죽이지 않았다는 걸 정확히 꿰뚫어보았고 훗날 진실은 밝혀질 거라는 

것도 꿰뚫어본 거니까." 

그의 말에 서존은 잠시 멍하게 있더니 곧 사색이 되어버렸다. 

"그, 그럴 리가.. 그건 억측이오." 

"억측? 개소리 하지 마라. 너는 내 무공이 매우 대단한 게 아님을 용상에게 전달했겠지. 어떻게  캐냈는지는 몰라도 

정보력이 대단한 듯 싶으니까 어렵지 않았을 거야. 용상은 그걸 듣고 내가 왕처일을 죽일 실력이 없다고 확신한 거

다. 아무리 기습을 했다고들 하지만 내 무공에 대해 잘 파헤쳐 본 용상이 그런 사실쯤 모를 리 없지." 

"그건……." 

진양은 그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빨리 이었다. 

"그리고 난 후에야 우리를 도와주기로 결심한 거야. 우리를 도움으로써 만풍이의 마음을 얻어 후일 그가 방주 자리

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겠지. 나중에  전진교 등이 찾아와 우리를 내놓으라고 하면  너희는 반드시 거부하고 

싸움을 벌일 거다. 왜냐하면 그래야 명성이 더 드높아지거든. 지금은 악명으로 이름이 퍼지겠지만 내가 곧 남은 전

진오자와 대면하면 금방 진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거지. 진실이 밝혀지면 너희는 정확한 판단으로 호인을 

죽이지 않게 해주었다는 말과 함께 큰 명성을 얻게 되는 거다." 

"그건 말도 안 되오. 어떻게 대면하면 바로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거요?" 

"너는 영웅대회에 참석했을 텐데 왜 그런 것도 모르지? 마옥이 나를 찾아도 죽이지 말라고 한  것은 확인을 하려고 

함이야. 아무리 당무의 말이라도 함부로 믿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하려는 거지. 용상은 나와 종남객잔에서 만난 적

이 있기 때문에 내가 말을 잘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런 마옥과 내가 만난다면 어떻게 되겠나? 자연히 사실이 드

러나게 되는 거지." 

서존은 이런 것까진 모르고 있었던 듯 했다. 진양의 말을 듣는 내내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색이 다된 

표정으로 가볍게 손까지 떨고 있었다. 부정하고 싶은  듯 하지만 상황이 너무 명확하여 할 수  없이 인정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저.. 정말 그런 거요? 진형의 말엔 거짓이 없는 게 맞소?" 

"흥. 그럼 당연하지. 허나 그렇다고 용상에 대해  실망할 건 없다. 모계가 대단한 만큼  방파를 위해 크게 노력하니 

너희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거다." 

진양은 이미 모든 걸 파악했다.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더니 과연 양만풍을 후대 방주로  지목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기반으로 용상에 대해 생각하며 사실을 정확히 꼬집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가 용상의 성격을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껏 봐온 감총 대전의 모습이나 이야기로 잘 추리해낼 수 있었다. 결국엔 또 형란만 모르는 꼴

이 됐다. 그녀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몰라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조금은 알만 했어도 진양의 말이 워낙에 빨라 

한번 이해를 못한 후부터는 줄줄이 모르게 되었다. 나중엔 아예 흥미를 잃어버려 혼자 소면만 쪽쪽 빨아먹었다. 그

래도 양만풍이 감총방 다음 방주로 지목이 됐다는 건 알아 참으로 다행이다. 

진양과 형란은 서존과 함께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그렇게 말이 많던 서존은 대화가 끝난 후부터 입을 한번도 열지 

않았다. 진양은 그가 이런 사실도 몰랐다는 것에 대해 자신 스스로 실망하고 있다는 걸 눈치로 때려잡았다. 먼저 소

면을 다 먹고 만두 몇 개를 씹으며 몸을 일으켰지만 그는 기어코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들어 손만 흔들어

주었을 뿐이다. 형란은 그가 왜 그러는지 정말 궁금했으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느껴서 함부로 떠들지 않았다. 

그들은 금육당을 나와 곧장 영빈전을 찾았다. 지나가던 감총 제자 한 명을 불러 잡고 길을 알려달라니 아주 친절하

게 안내해주었다. 영빈전은 손님을 받고 또는 쉬는 곳으로 모든 방파마다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총 대전의 

영빈전은 대단히 호화스러웠다. 전진교는 소박했고 함종문은 초라했다면 감총방은 매우 호화스러운 셈이다. 진양은 

이미 짐작했지만 이렇게 장식으로 가득 차 있을 줄은 몰라 조금 당황했다. 

진양과 형란은 일단 방을 한 개씩 잡았다. 감총 제자가 알아서 다 챙겨줬다. 한 가지 재밌던 건 그가 진양과 형란을 

부부로 오인하고 한 방을 써라 했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둘 다 혼기가 다된 터라 충분히 오인받을 수 있었다. 더구

나 형란은 진양을 깊이 신임하고 진양도 형란의 심성을 좋게 보니 그들 사이에서 풍기는 화기애애란 지나가던 삼척

동자도 알 수 있다. 

진양은 그녀와 각자 방으로 헤어진 후 방에 들어왔다가 문득 무공 생각이 나서 밖으로 다시 나섰다. 감총방에 들어

오며 봤던 혼연권법도 구경하고 자신의 연무도 하고 싶었다. 그동안 쫓기며 자신의  무공이 얼마나 수준 낮은지 잘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유루봉법을 쓸 수 있어 괜찮은 듯 싶지만 그래도 내공이 부족하니 고수를 상대할 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내공은 이제 와서 수련할 수가 없으니 차라리 초식을 연마해야겠다 생각했다. 

영빈전을 빙 돌아 중앙으로 갔다. 멀리서부터 합합, 하는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과연 연무장에는 여전히 감총 제

자들이 수련 중에 있었다. 혼연권법. 감총방의 절학으로 영웅대회 때 그 위력을 여실히 보았던 권법이다. 이 권법이

라면 전진교에 맞설 수 있을까. 진양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진교의 검법은 이미 대단한 명성을 떨치

는데 혼연권법 정도로 누를 순 없을 거다. 마옥의 내공도 매우 웅후했고 이들 감총 제자들은 묘수 빠진 혼연권법을 

연마하니 전진교도를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는 조금 보다가 몸을 돌렸다. 금방 흥미를 잃어버린 셈이다. 헌데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듯 했다. 

"이보시오! 잠깐만 기다리시오." 

웬 자인가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전효가 아닌가. 그도 진양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는 매우 기뻐했다. 

"아! 정말로 진소협이시군요. 매우 반갑습니다." 

그는 어지간히 기쁜 듯 했다. 덥석 진양의 손을 잡으며 연신 위아래로 흔들었다. 진양은 그의 어이없는 행동에 화가 

난다기보다 웃음이 터졌다. 

"하하. 내가 실수했군요. 너무 반가워서 그랬으니 진소협이 이해해주시구려." 

"무슨 일이지?" 

웃는 전효의 낯을 향해 진양은 싸늘한 낯으로 대했다. 웃음은 금새 지워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안색엔 경계의 끼가 

보였다. 전효는 그가 원래 그런 인물이란 걸 아는지 그저 쓴웃음만 짓고는 입을 열었다. 

"별다른 일이 있는 게 아닙니다. 소식을 들으니 진소협이 무슨 악당으로 몰렸다던데……." 

"그 얘기라면 그만하지." 

진양은 좀 전에 서존과 한바탕 대화를 나눈 터라 그 얘기는 이제 지겨웠다. 헌데 전효는 아니다. 

"나쁘게 보지 마십시오. 옛날 진소협과 악소협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나에겐 할 필요 없다. 내가 원해서 한 건 아니니까. 만풍이는 지금 용상과 얘기하고 있으니 그나 도와주도록 해." 

"어떻게 한 사람만 돕는단 말입니까? 전 빚을 지고는 못 삽니다." 

그의 말에 진양이 실소한다. 

"그래 무엇을 돕고 싶어?" 

"듣자하니 진소협이 왕선배님을 죽였다는 누명을 썼다고 들었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 제가 뭐 도울 거라도 없을까

요? 다른 거라도 괜찮습니다." 

"됐다. 얼마 뒤에 그들이 올 테니 연무나 열심히 해라." 

"그들이라니요?" 

그의 마지막 질문에 진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쓰게 웃으며 몸을 돌려버렸다. 뒤에서 전효가 뭐라고 하려는 듯 

하나 결국엔 입을 열지 못하고 돌아섰다. 진양은 그대로 걸어 대전 옆에 후원으로 향했다. 워낙에 감총 대전이 크다

보니 대청 뒤로 작은 후원이 있었던 것이다. 역시 후원도 아름답고 안식을 느낄 수 있게 해줄 만큼 돈을 제법 바른 

듯 했다. 

"감총방의 재력은 정말 장난이 아니군." 

그는 살짝 봉을 들어 먼저 유루봉법의 수식을 취했다. 마치 폭풍전의 고요함처럼 그의 귀로는 벌레 우는 소리 정도

만 들렸다. 찌익, 찌익 하는 소리가 들리다 갑자기 뚝 멈춘다. 그 순간 진양의 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손에 힘을 

주자 여느 때처럼 봉은 진양의 목을 한 바퀴 돌며 빠르게 회전했다. 다시 가슴과 허리, 팔까지도 빙글빙글  돌며 실

로 끊이지가 않았다. 과연 물처럼 끊기지 않는 기괴함으로 가득 찬 봉법이다. 

그는 유루봉법을 대성했기 때문에 사실 연무할 것이 없다. 무술이야  수련하면 할수록 대단해진다지만 진양은 초식

을 이미 지겹도록 수련해서 별다른 진전이 있을 리가 없었다. 소원범활부터 이아야마까지 여섯 초식을 모두 연결하

였지만 역시 특출한 위력을 발할 게 없을 듯  했다. 한동안 그 여섯 개 초식만을 이어대던 그는  일순 봉을 나무에 

꽂으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래서야 원 어떻게 전진교 개들을 상대하는가." 

그의 입에서 탄식이 쏟아진다. 

"며칠 내로 전진 도사들 등이 찾아올 거다. 그  전까지 실력을 쌓는다는 건 불가능하겠군. 이번엔 감총방이  얼마나 

잘하는가에 달렸겠지만.." 

그는 홀로 우물우물 뭐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다시  영빈전으로 향해 한숨 자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시일도 얼마 안 남은 거 뭐 어찌하랴. 그가 영빈전  앞을 막 지날 때였다. 감총 제자로 보이는 남자가 매우 

빠르게 대청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진양은 흥미가 돌아 잽싸게 그를 뒤쫓았으나 문지기에 막혀 대청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었다. 진양이 왜 막느냐며 화를 내자 문지기들이 대답한다. 

"감총방은 정보를 크게 중시합니다. 좀 전 사람은 정보를 알리는 사람이라 그가  들어간 이상 대청엔 아무도 못 들

어갑니다." 

"안에는 내 친구가 있는데 그건 어쩌지?" 

"방주님께서 알아서 하실 겁니다." 

진양은 더 소용이 없음을 알았다. 한숨을 쉬며 몸을 돌리는데 갑자기 감총 대전의 대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몇몇 사람들의 호통소리가 들리고 은근히 금속성도 울린다. 진양은 그 순간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좀 전 지나간 자는 전진 도사들이 도착했다고 알리러 간 거야!) 

진양은 황급히 영빈전으로 달려가 형란을 데리고 나왔다. 그녀도 정문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를 들었는지 매우 어

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진양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이제 도사들이 찾아왔으니 한바탕 싸워 죽거나 살 것이다. 너는 죽기 아까운 나이인데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

어서 내 곁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 그게 무슨 말이죠?" 

그녀는 금방 알아듣진 못했지만 곁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 충격을 먹고 목소리를 떨었다. 

"아까 들으니 감총 대전엔 뒷문이 있다고 했다. 일단 그리로 도망가서 길을 돌아 맥적산에서 쉬고  있거라. 열흘 간 

나와 만풍이가 찾아가지 않으면 너는 그때부터 혼자 살아야한다." 

"진대협! 대체..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잔말말고 그리해라! 어서 뒷문으로 달려가. 맥적산의  칠불상이 있는 곳에서 딱 열흘만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안 

오면 그곳을 떠나고." 

형란은 뭐가 뭔지 정신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진양이 다시 크게 고함치자 그녀는 찔끔  목을 움츠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안 떠나? 어서 가란 말이다!" 

"갑자기…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제발 이유를 말해줘요." 

진양은 그녀를 쉽게 뗄 수 없음을 알았다. 급히 몸을 돌려 그녀의 뒤로 돌아가 지양혈을 점혈했다. 그녀의 몸이 빳

빳하게 굳는다. 

"진대협! 풀어줘요." 

"풀어주면 넌 빨리 뒷문으로 도망가!" 

"도망가라니요? 설마… 전진 도사들이 온 건가요?" 

그제야 그녀도 깨달은 듯 했다. 진양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금방 안아들어 감총 대전의 뒤쪽으로 향했다. 

진작에 뒷문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문이라 혹시 모를 때를 위해 만들어놓은 문이라 했다. 산

과 연결이 돼서 도망치기도 안전하고 좋다고 했다. 좀 달려가니 과연 그런 문이 보였다. 양만풍의 키면 허리를 숙이

고 지나가야 할 만큼 작은 문이었다. 진양은 그 앞에서 형란을 내려놓고 해혈해주며 말했다. 

"이 문을 통하면 산이다. 크게 우회하여 동남으로 내려가라. 그럼 맥적산에 다시 다다를 수 있을 거야. 칠불상이 있

는 곳은 기억할 테니 거기서 기다려." 

"전 가지 않겠어요. 끝까지 대협과 함께 할 거예요." 

"그러면 너도 죽어! 이번 싸움은 분명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형란은 급기야 글썽이던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 

"대체… 저를 어떻게 보시는 거죠? 제가 혼자 살고자 도망갈 사람으로 보였나요?" 

"쓸데없는 말은 하지말고 어서 가라니까!" 

"안 가요!" 

그녀는 비명을 지르듯 부르짖으며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분하다는 듯 결국 소리내어 울

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양은 설마 그녀가 이렇게까지 완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본래 성품이 선하니 어느 정도 

거절할 거라 생각했지만 단순하여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다. 허나 진양이 한순간 흥분하여  말을 잘못하는 바람에 

그녀가 이번이 큰 위기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가지 않겠다고 주저앉아 울음까지 터트리니 이젠 가망이 없다. 

"휴. 알았다. 하지만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 

"전 절대로 후회 안 해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매우 의식이 확고했다. 진양은 하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정문으로 가보기로 했다. 만일 위기

가 닥치면 그녀만은 구해줘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껏 자신을 위해 고생했던 그녀를 생각한다면 그만한 것은 아

무것도 아니다. 더구나 아직 어리고 부모도 잃지 않았는가. 

둘은 속력을 내서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엔 과연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진양과 형란은 안에 있는 쪽이라 사람들이 

전부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는 사람만 해도 감총 제자 수십 명에 달하니 보통이 아닐 것이다. 조금 밀린  건지 감총

인들은 연무장을 중심으로 반원의 모양새를 구축하고 있었다. 

진양은 내달리며 형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형란이 소스라치게 놀라 반사적으로 손을 날렸지만 힘이 하나도  없다. 

그는 그녀를 붙잡은 채로 몸을 번쩍 날렸다. 몇 장씩 뛰어오르며 달리자 과연 속도가 대단하다. 둘러싼 감총 제자들

의 어깨를 밟아대며 단숨에 안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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