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 二 十 八 章. 북망귀곡진(北邙鬼哭陣) 2 (59/90)

                               第 二 十 八 章. 북망귀곡진(北邙鬼哭陣) 2

진양 일행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정말 융정 말대로 천천히 전진만 했다. 좀 전에도 봤듯 무굉이 있는 한 특별한 위

기는 닥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더욱이 방금 싸워봤던 북망귀곡진쯤이라면 얼마가 덤벼도 겁나지 않았다. 

한참 황량한 산을 오르다보니 점차 지세가 괴이해지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잘 몰랐던 부분이 오늘은 다

른 생각을 하고 들어가서인지 아주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가령 매복하기 좋은 지형이라던가, 귀기가 풍기는 지세라

던가 하는 것들이 왠지 잘도 보였다. 지금 지나는 길은 험난하진 않지만 좌우가 드높고 바닥은 풀 한 포기 안 보이

는 게 황량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옆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비쩍 말라비틀어져 다른  곳보다 더 진입하기 

안 좋은 장소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형님. 돌아서 가죠. 이쪽은 지세가 너무 안 좋은 듯 해요." 

"안 좋긴 뭐가 안 좋아? 내가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구먼 뭐." 

무굉은 아랫입술을 내밀며 부정했다. 눈치를 보니 아무래도 돌아가기 귀찮은 거 같았다. 진양은 다시 생각해보니 어

떤 일이 있어도 걱정할 게 없을 듯 하기도 했다. 일단 무굉이 있으니 포위나 암습 따위에 곤경에 처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럼 그냥 전진할까요? 지세나 기운으로 보면 꼭 매복이라도 있을 거  같은데……. 하기야 뭐 형님이 있으니 괜찮

겠지만." 

"하하! 그래 내가 있으니 걱정할 거 없다. 매복이 백 명 나오면 백 명 다 때려잡고 천 명이면 천 명 다 때려잡으면 

되는 거야. 하하. 감히 누가 나에게 암습을 가한단 말이냐?" 

무굉이 앙천대소하며 떠들자 그 소리가 쩌렁쩌렁 산을 울렸다. 왠지 돌아오는 음향은 공허한 것 같았다. 진양은 조

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으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거기서 머리를 뒤흔들고 말았다. 

몇 걸음 더 가니 그 귀기는 더욱 심해졌다. 사방으로 알게 모르게 살기 같은 음습함이 풍겼다. 형란도 직감으로 뭘 

느꼈는지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진양 곁에서 1촌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하물며 무굉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

했을 리가 없었다. 그 역시 이쪽저쪽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살피고 있었는데 딱히 감지되는 건 없는가보다. 빙 둘러

보다가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걷고 또 좀 있다 돌아보다 갸우뚱거리며 또 걷고. 

그 이유를 진양은 알만했다. 자신도 그랬기 때문이다. 분명 살기가 느껴져서 무슨 매복이 있을 거 같은데 내공을 아

무리 끌어올려도 숨소리 같은 기척은 없었다. 진양의 내공이 약해서 그런 걸 수 있는 거지만 무굉 같은 절정고수도 

그렇다는 건 뭔가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형님. 무슨 기척이 느껴져요?" 

"아니 이상하다……. 요 어딘가에 웬놈들이 우릴 노리고 있을 텐데 그 방향을 종잡지 못하겠어. 살기가 이쪽에서 퍼

지는 거 같기도 하고… 저쪽인 거 같기도 하고……. 아… 저 뒨가?" 

"누군가 있긴 있나요?" 

"그래 분명히 있어. 없다면 이런 살기가 어디서 나오겠느냐?" 

진양은 봉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 살기는 필시 북망채와 연관이 있을 텐데… 이런 수작으로 우릴 패하게 만들겠다는 속셈이겠지." 

"흥. 이런 장난으로 날 패하게 할 수는 없을 걸! 이놈들아 나와!" 

무굉은 진양의 말을 듣자 북망채 무리가 괘씸해졌는지 열을 올리며 고함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똑같은 목소리에 

똑같은 말, 그것뿐이었다. 

<흥. 이런 장난으로 날 패하게 할 수는 없을 걸! 이놈들아 나와! 나와! 나와!> 

좀 기다려도 여전히 기척이나 대답이 없는 걸로 보아 북망채 무리가 어떤 대단한 수작을 부리는 게 틀림없다고  진

양은 생각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무림인 치고 살기 정도 못 느낄 자 없다. 평범한 사람도 살기쯤은 피부

로 느낄 수 있는데 하물며 무공을 수련하고 내공을 쌓아 예민해진 무림인임에랴. 허나 무굉 같은 절정 고수도 고개

를 갸웃거리는 문제였다. 이쪽저쪽에서 저마다 살기가 풍기지만 정작 그 정체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양은 몸소 몸을 날리며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서로 흩어졌다간 갑작스런 기습에  화를 당할 수도 있으니 형란은 

무굉 곁에 있게 해두고 자신 홀로 주변을 훑어보기로 했다. 봉이 있으니 기습이  있다해도 큰 부상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진양이었다. 

지세는 매우 묘했다. 지금 진양 일행이 서있는 지대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좌우로 누런 언덕이 제법 높이 올라 있

었고 정면에도 비슷한 높이의 언덕이 있었다. 진양은 이 길을 기억한다. 지난번엔 이쪽으론 오지 않았지만 그때 오

르며 이 길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진양은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느끼고 있었다. 만일 적을 쳐

부수겠다면 이곳만큼 좋은 지형도 없다고 말이다. 

진양은 일단 좌측 언덕 위로 오르다가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조금  가파른 언덕을 경공으로 멋지게 오르며 

보니 한쪽에 불룩하게 오른 흙더미들이 보였다. 처음엔  웬 건가 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게 무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본래 북망산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무덤이 많은 산이라 해서 그런 것이다. 낙양 북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예부터 왕족부터 시작해서 유배당한 이들이나 평민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뼈를 묻었다. 아마 이런 황량한 곳에 

묻힌 자들이면 유배당한 자들이나 평민일 것이 분명했다. 

그는 좀 전 느껴졌던 귀기가 혹시 무덤들에서 나왔던 귀기가 아닌가 싶었다. 정말 그럴 수도 있다. 묘지로 가면 저

도 모르게 몸을 떨고 왠지 오한이 느껴지는 것처럼. 허나 설마 무덤 정도로 귀기가 이만큼 풍기리랴. 그는 주변 지

세와 무덤에서 풍기는 귀기, 그리고 북망채 무리들의 살기가 섞여서 매우 괴상한 기운을 풍긴 거라 깨달을 수 있었

다. 

"아우야! 뭐가 보이니?" 

무굉의 외침에 그는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과연 높이는 제법 된다. 만일 이 위에서 적들이 나타난다면 꼼짝없

이 포위 당할 것이다. 그는 무굉을 향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다시 몇 번 발을 놀렸다. 양손으로 벽을 잡아 중심을 

잡으며 발은 나름대로 경공을 펼치자 그 속도가 꽤나 괜찮았다. 그는 순식간에 언덕 위로 오를 수 있었다. 

"어이쿠. 저 녀석 보게. 봐라 경공은 저렇게 펼치는 거야. 내 아우는  워낙 똑똑해서 상황에 따라 뭐든 잘 소화해내

지." 

"진대협은 자질이 뛰어나신 거 같아요. 저리 간단……. 앗!" 

진양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잇던 형란이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무굉도 그녀의  시선을 따르다 깜짝 놀라고 말

았다. 그가 형란에게 아우 자랑을 하며 고개를 잠시 돌린 사이, 언덕  위에서 북망채 무리가 나타났던 것이다. 무굉

이 몸을 날리기도 전에 형란은 이쪽저쪽을 돌아보며 연달아 비명을 내질렀다. 

"하하! 그래 과연 이곳으로 왔구나." 

그 목소리는 바로 융정, 그는 정면의 언덕 위에서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제가 무슨 황제라도 된다는 듯 용과 

범이 그려진 금빛 의자에 앉아서는 교만한 시선으로 진양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양이 오른 좌측 언덕은 물론이

고 우측 언덕, 정면 언덕에도 모두 북망채 무리들이 나타난 상황이다. 그 숫자가 제각기 스무 명은 되어  보여 합치

면 60여 명은 될 듯 했다. 진양은 일단 상황이 상황인지라 급하게 언덕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높이가 꽤 되

니 잘못 뛰어내렸다간 큰 부상을 입을 거  같았다. 경공이 제법이라 해도 몸을 가볍게 해줄  무언가가 없는 가파른 

언덕이라 함부로 뛰어내릴 수가 없었다. 

"이 벌레 놈아. 그래 생각해낸 게 이런 방법이냐?" 

"누가 너보고 거기에 오르라고 했느냐? 난 너희들이 좀  더 안으로 들어오면 나서려 했는데 네놈이 그리로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다." 

진양은 봉을 땅에 찍으며 고함친다. 

"이 개놈 새끼들. 당장 꺼지지 못해?" 

좌측 언덕에 있는 북망채 20여 명의 무리들은 하나같이 진양을 노려보며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진

양은 그들을 모두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바로 뒤가 벼랑과 같은 언덕이라 크게 위험하여 일순간 고함친 것

이다. 그에 북망인들은 잠깐 움찔했으나 다시 그를 노려보며 채찍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래서 상황을 보는 무굉은 눈에 불똥이 튀었다. 비열한 암습이든 기습이든 상관없지만 진양이 당하는 꼴은 죽어도 

볼 수 없는 그였다. 

"이 망할 놈들아! 내 아우를 건드리면 한 명도 이 자리에서 살아나갈 수 없을 것이다." 

"흥. 살아나가지 못하는 건 네놈들이다. 어디 나를 무시했겠다." 

"너……!" 

"북망귀곡이진은 우리 북망채의 최고 절진이다. 어디 한번 맞서보시지." 

무굉이 펄쩍펄쩍 날뛴다. 

"펼쳐야 맞서든 지랄하든 할 게 아니냐!" 

"조금만 기다려라. 일단 저 죽일 놈부터 잡고……." 

융정의 시선이 진양에게로 박힌다. 그러자 진양은 온 얼굴이 비웃음 기를 가득히 메웠다. 

"나를 잡는다고? 설마 여기 스무 명이 날 처리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닐 테지." 

"흥. 네놈이 혼자서 북망귀곡진을 막아낼 거란 생각은 못하겠다." 

진양은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만일 이곳에서 북망귀곡진이 펼쳐지면 진양은  이리저리 피하다가 결국 언덕 아래

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자리가 너무 비좁아 오래 피할 수도 없거니와 북망귀곡진을 혼자 이길 자신도 없었다. 

그는 봉을 들고 북망인들을 노려보며 결사적으로 맞설 태세를 취했다. 융정이 웃으며 손짓하자 갑자기 그들이 몸을 

움직였다. 헌데 그들 좌측에 있는 북망 무리들만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정면 언덕 위만 가만히 있을 뿐 우측 언덕 

위의 북망인들은 좌측의 무리들처럼 움직이며 무굉과 형란을 공격할 듯 했다. 그런데  언덕이 높아 채찍이 닿지 않

을 텐데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진양은 급박한 순간에도 무굉 등을 공격하려는  우측 북망인들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굉도 진양과 같은 생각을 하고 일단 소리부터 질렀다. 

"이놈아! 저 언덕 위에 있으면 어떻게 날 공격한다는 거냐? 채찍이 용꼬리도 아니고 무슨 뱀꼬리 같던데." 

"흥. 누가 너희를 공격한다고 하더냐?" 

무굉은 깜짝 놀라 되묻는다. 

"엥? 그럼 누구를 공격하려고?" 

"멍청한 놈……." 

융정은 무굉의 둔함이 답답했는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진양을 가리켰다. 무굉이  더 깜짝 놀라 뭐라고 소리치려는

데 먼저 융정의 고함이 터진다. 

"뭐들 하는 거야! 얼른 공격해."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좌 우측 북망인들은  채찍을 무섭게 흔들어댔다. 좌측은 명확히 진양을  공격하려는 듯 하고 

우측은 뭘 어떻게 누구에게 공격할지 몰랐지만  여하튼 안 좋은 건 사실이었다. 진양은  유루봉법의 수식을 취하며 

위협했다. 

"지금 나와 너희의 거리는 가까워서 귀곡편법 정도론 나를 쓰러트릴 수 없을 거다." 

허나 그의 말에도 북망인들은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았다. 그런 거야 자신들도 안다는 듯한 눈빛이다. 진양은 갑자기 

화가 솟구쳐서 먼저 선공을 가해버렸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선공으로 한 명이라도 더 때려둬야 자신이 위기를 당

하지 않을 수 있다. 그가 급작스럽게 봉을  돌려 가장 가까이 붙어있던 한 명을 쓰러트리자  북망인들은 조금 놀라 

뒤로 한 걸음씩 물러서며 채찍을 날렸다. 순식간에 20여 개에 달하는 채찍이 진양의 온몸을 노리며 날아든다. 진양

은 모든 공력을 끌어올리고 심염살육의 초수로 위기를 모면했다. 봉이 빙글빙글 돌며 채찍을 퉁겨내고 몸도 빙글빙

글 돌며 남은 채찍을 피해내니 그나마 괜찮은 상태였다. 

반대편 우측에 있는 북망인들의 행동은 좀 괴상했다. 진양도 무굉과 형란도 공격하지 않고는 저희들끼리 무슨 이상

한 짓거리를 해댔다. 한 명이 채찍을 허공에 날리면 다른 두 명이 그 채찍에 자신들의 채찍을 날려 함께 휘감는 것

이다. 그러자 또 네댓 명의 북망인들이 그들 몸에 채찍을 휘감고 다른 이들은 또 좀 전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언뜻 

보면 저희들끼리 서로 묶고 묶는 형세라 도무지 괴이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무굉은 그들의 모습은 거기까지만 보았고 다시 진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양은 그  잠깐 사이에 다시 위기에 봉

착해있었다. 북망귀곡진은 과연 만만한 진이 아니었다. 아까 그리도 쉽게 쳐부술 수 있었던 건 무굉이 있었기 때문

인데, 지금 진양 곁엔 무굉이 없으니 위기가 닥치는 건  당연한 걸 수도 있었다. 진양은 유루봉법의 묘수만 펼쳐서 

그들 채찍을 쳐내고 혹은 휘감고 혹은 피하고 하는 식의 형세를 유지하려 했다. 허나 공격이 처음엔 단조롭더니 점

차 변초가 보이고 이쪽저쪽으로 여러 갈래의 협공이 생겨 크게 복잡해졌다. 때론  두 명씩 나누어 합공하더니 갑자

기 세 명씩으로 바뀌고 또 다섯 명씩으로 바뀌고 했던 것이다. 유루봉법이  아무리 방어에는 천의 무공이라 할만하

다 해도 어찌 이런 공격들을 홀로 막아낼 수 있겠는가. 더구나 북망귀곡편법은 그 모든 초수가 요상하고 합공은 더

더욱 요상해서 진양은 크게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굉은 이 상황을 더 볼 수 없었다. 그냥 두고 보다간 진양이 크게 다칠 것 같았다. 일단 형란의 목  뒷덜미를 움켜

쥐어 한쪽에 안전히 두고는 급하게 진양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무굉의 경공은 뛰어났다. 어느 순간 언덕 맨 아래 벽

을 밟는가 싶더니, 갑자기 파파팍, 소리를 내며 몸이 솟아올랐던 것이다. 그의 경공은 이처럼 대단했다. 물론 진양과

는 조금 차이가 있다. 진양은 내공이 정심하지 못하기에 공력을 운용한 경공은 잘하지 못했다. 진양의 경공이 뛰어

난 건 내공쪽이 아니라 기교면의 경공이었다. 오랫동안 험난한 대천산에서 지내며 자연히 익혔던 경공법. 바로 그런 

경공법을 펼친다. 반면에 무굉은 그런 기교가 없었다. 까짓 거 익힐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냥 공력을 운행

하여 몸을 가볍게 하고 용천(湧泉)혈로 기를 내뿜으며 발을 찍어대면 기교에 의한 경공만한 수법이 나오지 않는가. 

무굉은 삽시간에 언덕 위로 오를 기세였다. 무굉 스스로도 이렇게 쉽게 오를 수 있을지는 몰라 갑자기 자신감이 솟

았다. 역시 자신은 천하제일이라며 내심 자화자찬하며 오로지 위만 바라보며 몸을 솟구쳤다. 그런데 그런 그를 가만

히 내버려둘 융정이 아니다. 물론 스스로 막을 힘이 없다는 걸  알아 미리 준비를 해둔 게 있었다. 본래 계획된 건 

아니었다. 다만 마침 상황이 그리되어 먼 거리를 향해 맹렬한 강공을 펼칠 수 있는 북망귀곡편법의  칠합편(七合鞭)

이란 초수를 이용하기로 했다. 좀 전 우측 북망인들이 취했던 괴이한 자세. 그게 바로 북망귀곡편법의 요상한 초식 

중 하나인 칠합편이란 초식이었다. 

이 칠합편이란 초식은 무굉처럼 경험 많은 고수도 처음 보고 놀랄 정도로 아주 괴상망측하였다. 아까 본 대로 그들

은 채찍을 마치 하나로 엮듯 서로 얽히고 설키며 몸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얽히고 설킨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마구

잡이로 엉키는 식이 아닌 어떤 자세가 엿보였다. 진양이 봐도 그런 감이 오는데 하물며 무굉이 어찌 모르겠는가. 

"이야! 정말 재미있는 무공이다." 

무굉의 등뒤로 날아드는 칠합편의 초식. 과연 칠합편이란 이름처럼 일곱 개의 채찍이 뭉쳐진 것과 같았다. 채찍 일

곱 개가 모이자 그 길이가 대단했다. 채찍만 날아오는 것도  아니다. 북망인 한 명이 아예 함께 날아오면서 손에는 

엮이지 않은 채찍을 들고 있었다. 북망인이 채찍을 세게 후리자 무굉은 하는 수 없이 언덕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

다. 몸을 언덕에 찰싹 붙이고 오르는 상황이라 손을 떼어 반격하면 떨어질  것이고, 안 막으면 다칠 것이고, 그렇다

고 피하자니 기습적인 공격이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무굉은 단숨에 손을 놓고 아래로 떨어졌다. 그 높이가 제법 되지만 용천혈로  공력을 내뿜자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

졌다. 북망인은 그를 따라 오듯 함께 내려와 역시 채찍을 휘갈겼다. 그러자 무굉은 일갈하며 백타권의 수법으로 채

찍을 쳐낸다. 

"이 녀석이!" 

알고 보니 칠합편의 초식은 단지 채찍 공격뿐이 아니었다. 몸에 밧줄을 감은 듯 채찍으로 허리를 감아서 몸을 지탱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양손 양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무굉이 백타권으로 채찍을 쳐내자  그 순간 동조하여 

북망인의 왼발이 그의 옆구리로 날아든 것이었다. 무굉은 한편으론 놀라고 한편으론 재미있다 여기며, 일단 그 공격

을 피한 후 북망인의 멱살을 잡아 휘딱 바깥쪽으로 던져버렸다. 헌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밧줄을 이용해 등산하는 사람과 같다. 등산하다가 실족했을 때 미리 밧줄을 묶어두면 몸이 떨어지다 다시 

퉁기며 위로 솟아오르듯, 북망인도 그러했다. 허리에 감은 채찍이 밧줄 역할을 하고 방향이 아래, 위가 아니라 바깥

쪽, 안쪽이었을 뿐이다. 북망인의 몸이 바깥쪽으로 매섭게 날아가다가 다시 퉁, 하고 퉁겨지듯 우측 언덕 위로 되돌

아가는 게 아닌가. 

무굉은 그렇게 된 이유를 금방 깨닫지 못해서 매우 놀라고  말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는가. 날개도 없고 

디딤도 없는데 갑자기 도로 퉁기다니, 진상을 모르는 무굉은 어이가 없어 입을 쩍 벌렸다. 그러나 그 바보  같은 무

굉도 금방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제야 그 북망인의 몸에 묶인 채찍이 그저 이유 없이 묶인 게 아니란 걸 알아챈 것

이다. 무굉이 고개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그 모습은 이랬다. 

먼저 북망채 무리 20명 중 5명이 제각기 자신의 채찍을 붙들고 있었다. 그 채찍의  끝은 모두 한 개의 채찍에 감겨

져 있어 흡사 여러 방향으로 한 채찍을 잡아당기는 형세 같았다. 그리고 홀로  감김을 당한 그 채찍 앞으론 북망인 

한 명의 허리가 묶여져 있었다. 그럼 그 북망인은 어떤가. 그 역시 자신의 채찍으로 앞에 한 사람의 허리를 묶고 있

다. 또한 그의 채찍엔 5명 북망인의 채찍이 휘감겨 있었다. 거미줄처럼 단단히 얽혀 5명이 한 명의 채찍을 묶는 셈, 

즉 5명이 한 명의 몸을 지탱해주는 셈이다. 

이렇게 12명이 바쳐주고 그 앞으론 4명이 서로 채찍을 주고받은 듯 얽혀있다. 그 가운데 쏙 들어간 3명의 북망인이 

있었고 그 3명은 또 마지막 남은 북망인 한 명을 채찍으로 단단히 붙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그 힘이 여간 대단

하겠는가. 제아무리 무굉의 완력이 대단하다 해도 무작정 던진 건데 19명의 지탱하는 힘을 이겨낼 순 없었다. 얽힌 

자세도 교묘한 게 힘을 극대화 한 듯 하여 더욱 그렇다. 혹 내공을 운용한다면 모를까. 

무굉은 진상을 깨닫자 뜨끔했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다시 오르면 그들이 칠 기세라 뭔가 방책이 필요했다. 

분명 무굉은 저들 따윈 두렵지 않다. 그들이  무슨 무서운 무공을 써서 공격해온다 해도 무굉은  이길 자신도 있고 

두려움이란 애당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덕을 오르는 중이라면 일단 문제가 있다.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양손과 양발을 뗄 수 없는데 그 순간 공격해 오면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잠시 돌덩이를 굴리던 무굉은 뭔가를 생

각해내고 손뼉을 쳤다. 곧 하하 웃음을 터트리더니 다시 대담하게도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까 했듯 발을 두어 

번 놀리고 몸을 띄우자 그 움직임이 가히 비호라 할만하다. 

융정은 그가 무슨 대책을 세웠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다. 좌측 언덕에서 위기에 봉착한 진

양은 이 기회에 반드시 제압해야 한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도 하는 것이고, 또 그만큼 수월한 싸움을  위한 것

이다. 그는 즉각 손을 흔들어 공격을 지시했다. 우측 북망인들이 그 손짓을 보고 다시 공격할 자세를 취한다. 맨 끝

자락에서 공격을 하는 북망인은 이번엔 반드시 후려치겠다는 듯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무굉의 몸이 가파른 언덕의 중간 좀 위로 더 올라왔을 때였다. 그 순간 우측 언덕에선 다시 칠합편이 펼쳐졌다. 화

살이 날아가는가. 마치 활에서 퉁겨지는 화살처럼 칠합편 초식의 끝을 담당하는 북망인은 대단히 빠른 속력으로 무

굉의 등을 향해 돌진했다. 채찍도 뱀 혀처럼 날름거리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무굉은 미리 생각한 대로 기척을 느끼자마자 곧장 오른 발을  벽에 수직으로 댔다. 실상 미친 짓에 가깝다. 이렇게 

대려면 몸 역시 벽에 수직 가까이로 해야 한다. 한마디로 벌렁 뒤집어진 채 땅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고수니 떨어

져도 땅에 닿기 전에 몸을 또 뒤집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건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물론 무굉이 이게 위험

한지 안 위험한지 깊이 생각했을 리 없었다. 그는 단지 이 수법이 생각나 그대로 이용할 생각을 품는 것이었다. 바

로 벽을 밟고 위로 오르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 뛰어내려, 도리어 날아오는 북망인을 향해 돌진하는  방법이었다. 어

찌 놀랍지 아니한가. 이런 방법이야말로 이론이나 재능, 지식, 지혜가 아닌 경험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담함과 실력이

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에 날아들던 북망인은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칠합편은 일단 공격에 나서면  중간에 제멋대로 빠질 수 없

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미 채찍은 무굉을 치려고 들려진 상태요, 몸은 바로 붙어서 재빨리 빠진다 해도 공격당할 테

니 북망인은 금방 두려운 마음이 치솟고 말았다. 그런 마음에 상응하듯 무굉의  무시무시한 일 장은 북망인의 가슴

을 거세게 후려쳤다. 뼈 으스러지는 소리와 짤막한 신음소리가 보통 소름끼치는 게 아니다. 

무굉은 북망인을 후려친 반동으로 다시 몸을  낭떠러지에 붙였다. 매미가 나무에 붙듯 찰싹  붙어서는 어떻게 발과 

손을 놀리자 순식간에 언덕 위로 오른다. 진양은 그의 등장에 우선 반갑고 둘째로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껏 소극적

인 자세로 방어에만 치중했는데 무굉이 나타났으니 본격적으로 실력발휘를 할  차례라 여기는 것이다. 그의 양다리

가 돌려지고 그에 따라 허리가 돌려지고 또 상체와 봉도 돌려지며 자연스레 심염당주의 초식이 펼쳐지고 있었다. 

좌측 언덕 위의 북망인들은 무굉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다가 진양의 공격에 무참히 얻어맞기 시작했다. 진양이 봉

을 허리와 어깨 위로 능수능란하게 휘젓자 순식간에 북망인 3명이 대혈을  공격당하고 나자빠진 것이다. 무굉도 몸

을 날려 광표장법과 백타권으로 네댓 명을 바닥에 눕혔다. 정면 언덕에서 얼떨떨하게 지켜보던 융정이 그쯤에야 정

신이 들어 부르짖는다. 

"모두 피해라! 일단 뒤로 물러서!" 

"어딜 물러서? 너희들은 오늘 전부 죽는 날이다." 

진양은 적당히 해둘 기세가 아니었다. 정말로 이 언덕 위에 있는 20명의 북망인들을 모조리 죽일 기세였다. 융정은 

그들의 목숨에 크게 연연하지 않지만 그들이 죽으면 북망귀곡이진을 펼칠  수 없기에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부

하를 불러 커다란 칼을 가져오고는 고함친다. 

"진양! 무굉! 어디 내 도법을 상대해봐라!" 

융정의 칼은 크고 날이 넓어서 대도라 할만했다. 길이는 세우면 어깨까지 닿을 정도로 길고 언뜻 보기에도 그런 칼

로 펼칠 도법은 보통이 아닐 것 같았다. 지난날 맥적산에서 봤던 융정의 무공은 매우 대단하지 않았는가. 당시 유루

봉법의 성질에 대해 잘 몰라 패했던 것이지 그게 없었다면 진양 일행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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