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 二 十 八 章. 북망귀곡진(北邙鬼哭陣) 3 (60/90)

                               第 二 十 八 章. 북망귀곡진(北邙鬼哭陣) 3

무굉은 그가 갑자기 웬 도법을 펼친다고 하자 크게 흥미가 돌았다. 대충대충 북망인 두세 명을 더 쓰러트리곤 새가 

날 듯 언덕으로 날아오는 융정 앞에 섰다. 융정의 안색이 잠깐 변하다 이내 사라진다. 

"대해도법(大海刀法)의 위력을 보여주마." 

싸움에 있어서 공중에 떠있는 자는 반드시 불리하게 되어있다. 몸을 지탱할 게 없으니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그러

나 융정은 두렵지 않은 건지 그런 기초적  지식이 없는 건지 전혀 겁먹는 눈치가 아니었다.  도리어 뭐라고 고함만 

쳐대더니 대도를 무서운 기세로 내리찍었다. 체중을 실어 하늘에서 떨어지듯 커다란 칼이 언덕 위를 후려친다. 무굉

이 대도를 막을 무기가 없어 살짝 피해준  것이었다. 헌데 그 일격의 위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땅에 금이 가버리는 

것 같았다. 

"우와! 무서운 걸?" 

"아버지께서 직접 전수해주신 도법이다. 어디 상대할 능력이 되겠느냐?" 

융정은 자신만만한 듯 했다. 먼저 선공을 가한다. 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양손으로 움켜쥔 대도를 무식하게 횡으로 

그어버렸다. 힘만 센 잡배가 제 힘 자랑하듯이 마구잡이로 휘두른 거라 느껴졌다. 무굉은 이번 역시 뒤로 한 발 물

러서며 이 무지막지한 도법을 몇 수 봐두려고 했다. 헌데 융정의 말에 생각을 바꿔버렸다. 

"무굉! 겁먹었느냐? 왜 자꾸 도망만 쳐?" 

"뭐가 어쩌고 어째? 오냐 그럼 안 도망치마. 어디 혼 좀 나봐라." 

무굉은 정색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좌수와 우수를 양옆으로 벌리고 갑작스레  안으로 모아 융정의 머리통을 뭉개버

릴 듯 했다. 융정은 고개 숙여 이 공격을 피하고는 대도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쭉 그어 올렸다. 무굉의 가랑이 사이

로 치고 오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굉은 왼발을 뒤로 빼고 오른발로 칼날을 내갈겨 방향을 바꾼다. 

"이얍!" 

무굉이 칼날을 쳐내자 융정은 그 반동에 힘입어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바로 일 장을 날렸다. 초고성장법이었다. 무굉

은 지난번에 융왕과 붙어서 이 장법의 위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일  장을 맞받아 쳤다. 두 장이 부딪치

자 융정의 몸이 크게 진동하며 2장 밖으로 몸이 날아가고 만다. 

"하하. 뭐야 그게 대해도법이란 말이냐?" 

"너……!" 

융정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다시 공격을 가했다. 대도를 아래로 내려놓고 달려들다가 무굉과 거리가 좁혀지자 몸을 

돌림과 함께 위로 번쩍 들었다. 무굉이 <오!>하고 입을 모으기 무섭게 융정은  그대로 대도를 내리찍었다. 아까 같

이 무굉을 반 토막낼 기세였다. 그에 무굉은 막거나 피하지 않고 역습을 가하기로 했다. 대도가 정수리 위 반 치쯤

으로 근접했을 때 몸을 번쩍이며 순식간에 융정의 품안으론 그의 우장이 돌진하고 있었다. 

융정은 깜짝 놀라 칼을 쥔 양손에 힘을 옆으로 넣어 한순간 공격로를 바꾸었다. 단단하고 거대한 날로 반격하는 무

굉의 어깨를 후려치려 했다. 무굉이 이에 어찌 맞겠는가. 가볍게 허리를 꺾어 피해내고는 도리어 발을 움직여 융정

의 다리를 걸어버렸다. 다시 백타권의 팔방호공(八方虎攻)을 펼쳐 그의 면상과 가슴, 허리, 어깨 등에 여덟 대를 때

렸다. 퍼퍼퍽, 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리는 게 그것만 들어도 융정은 크게  고통스러울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만큼 들리는 음향도 예리하고 색이 진한 것이었다. 

그는 대도를 놓치진 않았지만 곧 떨구고 말 듯 팔을 부르르 떨었다. 몸으로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지 급하게 무굉과 

거리를 두려했다. 그러다 진양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아까 그 정면의 언덕으로 되돌

아간다. 무굉은 제 잘난 맛에 크게 대소했다. 

"하하! 역시 나를 이길 자는 별로 없군." 

그렇게 말하며 진양을 돌아보던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북망인들은 다 어디 가고 너만 있어?" 

"제기랄……." 

진양은 조금 숨이 찬지 짤막하지만 크게 호흡하고 있었다. 입에선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무

굉은 좀 전 융정과 싸우며 그 도법에 집착하느라 진양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허나 아직도 아래서 지켜보는 형란은 

그 상황을 알고 있었다. 무굉이 융정을 맡는 동안  진양은 유루봉법으로 북망인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다시 체제가 

정리되어 금방 북망귀곡진을 만들자 진양이 대적할 수가 없었다. 공격하다가  도리어 역습을 당해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한참 싸우는 도중 융정이 패색이 짙음을 깨달은 그들은 진양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재빨리 언덕을 돌

아내려 가고 만 것이다. 

이로써 정세는 조금이나마 진정되었다. 진양은 일단 위기에서 탈출하였고 북망인들  또한 10여 명이 쓰러지는 걸로 

피해를 최소화하였다. 진양과 무굉은 일단 좌측 언덕에서 내려와 형란과 합류했고 좌측 언덕에 있던 북망인들과 융

정 등 정면 언덕에 있던 북망인들은 진양 일행의 앞으로 내려왔다. 

융정은 자신이 있었다. 무굉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북망귀곡이진과 함께 펼쳐지는 칠합편을 당해낼 수 있

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북망귀곡이진을 펼칠 무리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말았지만 그래도 승산은 있다. 그는 

잠깐 진양 일행의 눈치를 보다가 문득 손짓하여 북망귀곡이진을 펼치게 지시했다. 모인 서른 명의 북망인들이 마구 

움직인다. 좌측으로 10여 명이 수를 줄여 북망귀곡진을 펼치고 우측과  전방으로도 갈라서 북망귀곡진을 펼치니 그 

수가 셋이요, 서로가 상생하는 듯한 포진이다. 즉,  상생이니 한쪽이 공격을 받으면 남은 두  쪽에서 도움을 준다는 

얘기다. 서로 산다는 상생, 이 북망귀곡이진이란 쉽게 이길 수 없을 듯 했다. 더구나 우측 언덕 위에는 아직도 대기

하고 있는 북망인들이 보인다. 칠합편의 초식을 준비하고 여전히 융정의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양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무굉이 있다지만 척  보기에도 보통 대진이 아닌 북망귀곡

이진을 상대하기는 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무굉은 그게 전혀 아닌 듯 하다. 

"옳아! 좋다 좋아. 아주 묘하다 묘해! 북망귀곡이진은 사실 제법 쓸만한 거였구나." 

"흥. 네놈이 북망귀곡이진까지 뚫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함께 칠합편도 선보일 테니 네놈들은 오늘 이

곳에서 뼈를 묻을 거다." 

진양이 나섰다. 

"융정! 네 아비가 이러라고 시켰느냐?" 

"닥쳐라! 아버지께선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네놈들을 모두 쳐죽여 공을 세울 테다." 

진양은 융정의 한마디에 상황을 조금 알아챌 수 있었다. 곧 냉소하며 말한다. 

"멍청한 놈. 네가 우리를 죽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허나 죽인다 해도 복이 오는 게 아니라 큰 해가 올 걸?" 

"흥! 그래 아버지께선 분명 대노하시겠지. 그래도 너희는 죽임을 당하고 무굉 역시 북망산에 오르다 죽은 거다." 

"오호라. 그래서… 우리를 죽여 입을 막고 세상엔 헛소문을 퍼트리겠다 그거로군." 

"그렇지. 기왕 알았으니 나도 부정하지 않겠다. 나는 너희가 여기서 죽으면 아버지와 대결하던 무굉 등  세 명이 대

패하여 결국 죽임을 당했다는 소문을 낼 거야." 

진양은 모든 전말을 알 수 있어 이를 갈았다. 조금 짐작한 건 사실이되, 설마 이런 야비한 수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

랐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죽는다는 보장은 없지. 아니, 죽지 않는다. 이깟 진법 가지고 설마 자존자대를 

쓰러트릴 거라고 생각하느냐?" 

"흥. 무굉! 말해봐라. 이 진법과 칠합편을 이길 자신이 있느냐?" 

진양의 말에 융정은 무굉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무굉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 그럼 당연하지 이깟 것도 못 쳐부수면 내가 어찌 자존자대겠느냐." 

융정은 흉포한 눈빛을 발하며 천천히 씹어뱉는다. 

"그래……. 이긴다는 말이지. 그럼 어디 이겨봐라!" 

그는 곧바로 손짓하여 진세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10여 명씩 나누어진 북망귀곡이진이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본래 북망귀곡이진이란 북망귀곡진 두 개가 모여 40명이 펼치는 북망채의  대진이다. 좌우로 20명이 각자 북망귀곡

진을 펼치고 전진하여 쳐오는 적을 40명이 일순간 공격하는 뛰어나고 무서운 진법이다. 지금은 10여 명이 전투불능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진을 10여 명씩 세 개로 나누었지만 그 위력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칠합편도 있으

니 이 어찌 막강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무굉은 뭐가 그리 좋은지 아주 힘이 솟는 듯 했다. 북망귀곡이진에 홀로 정면으로 맞서며 양어깨를 쫙 펴고 있었다. 

진양이 도움을 주려고 하자 거부한다. 

"에이. 아우야. 내가 이 진법 깨부수는 걸 잘 보아라." 

"형님. 칠합편도 있어서 쉽지가 않을 겁니다. 제가 칠합편만 막을 테니 귀곡이진은 형님이 부수세요." 

"아니야! 내가 모조리 상대해주겠어." 

이쯤 되면 진양은 더 따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일단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다가 만일 무굉이 위기에 처하면 도

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막 했을 무렵, 무굉은 벌써 한 발  내딛어 귀곡이진에 근접하고 있었다. 과연 힘

이 가득 찬 이 돌진은 그야말로 맹수가 먹이를 물려 돌진하는 듯 했다. 

그가 전방에 있는 융정에게서 한 열 발자국 이내로 근접했을까. 그 순간 순식간에 10여 개에 달하는 채찍들이 한순

간에 쏟아져 내렸다. 귀곡이진의 양옆으로 펼쳐진 자들이 먼저  채찍을 후려친 것이다. 단순히 마구잡이로 찍는 게 

아니라 규칙이 있었다. 2명씩 나누어 무굉의 몸을 세분하여 공격하는 것이다. 고로  2명은 왼쪽 다리를, 2명은 오른

쪽 다리를, 2명은 왼팔, 2명은 오른팔 하는 식으로 온몸에 채찍을 10여  개 떨어트렸다. 무굉은 이대로 돌진하면 온

몸을 채찍에 격타당할 상황이었다. 허나 무굉이 어디 보통인물인가. 아무리 채찍이 날아온다 해도 멈출 인물이 아니

다. 도리어 몸을 띄워 몇 수 피함과 동시에 백타권을 응용해 채찍들을 쳐내었다. 그리곤 또 쳐내기 무섭게 발을 디

디어 빠르게 전진한다.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 10여 개의 채찍이 날아들었다. 좀 전 10개의 채찍을 막 쳐내고 조금 앞으로 돌진해오자 바로 

날아드는 형식이었다. 좀 전과 다른 수가 있는 건 아니었으나 바로 맞부딪치자 그 기세가 사뭇 날카로워 보였다. 무

굉은 역시 같은 수법을 이를 피하고 또 쳐내었다. 허나 막 쳐내는데 뒤에서 10여 개의 채찍이 다시 날아든다. 처음

에 채찍을 날렸던 이들이 다시 후려치는 것이다. 무굉은 빠르게 한 걸음 달려 이 채찍들을 피해냈다. 그러자 전방에 

있던 북망인 5여 명이 채찍을 날린다. 그에 조금 늦게 10여 개의 채찍이 날아들고 이를 막아내면 또 처음에 채찍을 

날렸던 이들이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숨쉴 틈이 없다고 할만했다. 쳐내면 또 돌아오고 또 돌아오고 하니 10,  10, 5씩 나누어 번갈아 공격이 들

어오는 셈이다. 무굉은 일단 전부 막아내고 있었으나 그다지 오래 버티진 못할 듯 했다.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어쩌

다 실수하여 한번 격타 당하면 순식간에 저 25개에 달하는 채찍에 맹렬히 공격받을  게 뻔하다. 무굉도 이를 잘 알

고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 전진할 수 있겠는가. 채찍 막고 피하기에도 바쁜데 앞으로 돌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

다. 

진양은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도움을 주기로 했다. 봉을 움켜쥐고  빠르게 돌격하여 무굉처럼 중앙으로 뛰

어들지 않고 우측에 있는 북망인들에게 돌진했다. 그들이 무굉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아예 손을 써서 끝장내주려 하

는 것이다. 허나 그것도 맘대로 되지 않았다. 소원범활로 교묘히 파고드는 데 갑자기 웬 북망인이 눈앞으로 나타나 

채찍을 후려갈기는 게 아닌가. 진양은 소스라치게 놀라 봉으로 채찍을 쳐내며 겨우 위기를 모면했지만 놀란 가슴은 

아직도 뛰고 있었다. 시선을 그 자에게 돌리며 잘 보니 사실 칠합편의 초식을 펼치는 언덕 위의 북망인들이었다. 

진양은 이쪽은 감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몸을 돌려 좌측으로 달려갔다.  이쪽이면 칠합편의 공격이 닿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미 우측이 공격당했던 걸 본 융정이 지시를 내려 대비토록 한 

것이다. 아까부터 쭉 쉬고 있던 5명의 북망인들은 앞으로 걸어나와 언제든 진양의 공세를  막아 제 편을 도와줄 준

비가 되어있었다. 

형란도 가만있지 못했다. 진양이 섣불리 봉을 흔들며 공격하지 못하자 자신이라도 도움을 줘서 이 난관을 타개해야 

한다 생각했다. 바로 검을 뽑아 춤을 추며 우측으로 돌진한다. 진양은 이를 보고  크게 놀랐다. 필시 칠합편의 초식

이 떨어질 텐데 형란으로선 그걸 막을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일갈하는 진양이었다. 

"가지마! 위험해!" 

"네?" 

만일 형란이 조금이라도 똑똑했다면 멍청하게 우측으로 돌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

린 사이 칠합편의 초식이 떨어져 그녀는 어깨를 맞고 옆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얼굴을 찌푸리며 신음을 내뱉은 

그녀는 갑자기 또 날아오는 채찍에 몸을 굴려 피할 수밖에 없었다. 우측에서  무굉을 공격하던 북망인이 틈을 내어 

그녀를 공격했던 것이다. 그녀는 겨우 무사할 수 있었지만 오른쪽 맞아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진양은 이 모습에 대노하여 번쩍 우측으로 달려들었다. 과연 도달하기도 전에 칠합편의 초식이 다시 덤벼든다. 진양

은 봉을 휘젓다가 채찍을 피하며 오히려 역으로 일 수를 가했다. 날아오던  북망인은 때아닌 역습에 전중을 얻어맞

고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대롱대롱 힘없이 매달린  시신이 지세의 음습함과 더불어 귀기를 자아낸다. 진양은 

바로 우측의 북망인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좀 전에 형란을 죽이려 했던 북망인이  놀라 채찍을 후리자 살짝 피하며 

심염당주를 응용해 그의 다리를 걸어버렸다. 봉을 다리 사이에 넣고 초식을 시전하자 북망인은 양다리를 교대로 얻

어맞으며 금새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융정이 놀라 고함친다. 

"어서 칠합편으로 공격해!" 

그의 외침에 언덕의 북망인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칼을 꺼내서 채찍을 잘랐다. 칠합편 초식을 끝에

서 펼치던 북망인은 그 때문에 몸이 그냥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죽은 자라지만 시신을 보존해주지도 않

고 그냥 채찍을 끊어 재빨리 재공격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도 진양은 북망인 한 명을 쓰러트렸다. 차례로 쓰

러트릴 심산이 엿보인다. 융정은 칠합편 초식이 펼쳐지려면 시간이 더 걸림을 깨닫고 직접 나서기로 했다. 들고 있

던 대도와 함께 몸을 날려 진양을 가로막았다. 

"이놈 진양아. 내 대해도법을 막아봐라." 

융정의 대해도법은 그야말로 무식하다. 진양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굉이 대해도법에 맞설 당시 그는 북망인들을  상

대하느라 이 도법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제야 그걸  제대로 보고 느낀 것이었다. 무작정 전후좌우 사방팔방으로 

휘젓고 내리찍고 가르고 하는 폼이 도법이라기보다 그냥 마구 휘두르는 축에 속했다. 물론 또 그럴 리는 없었다. 그

게 아니면 융정이 저렇듯 자랑스레 소리치며 덤벼들 리가 없다. 

진양은 조심스럽게 봉을 움직여 대해도법에 맞섰다. 융정의 대도가  일순간 진양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진양은 그 

대도가 위력적임을 알고 함부로 대적하지 않고 돌아서 공격을 가했다. 대도를 피해 몸을 옆으로 빙글,  돌리곤 바로 

봉을 밀어넣은 것이다. 봉 끝이 융정의 가슴에 닿고 있었다. 순간 융정의 좌수가 대도에서 떨어져 나와 봉을 잡아버

리는 게 아닌가. 진양은 깜짝 놀라 황급히 봉을 빼내려 했다. 허나 봉이 안 빠진다. 무슨 힘이 이리도 센 지 진양으

로선 도저히 뺄 수가 없었다. 진양은 갑자기 지난날 맥적산에서 봤던 융정의 힘과 무공이 떠올라 두려운 생각이 들

었다. 일단 급격히 오른 주먹으로 내뻗는 유리장쾌를 펼쳤다. 융정의 안면으로 진양의 주먹이 매섭게 파고들고 있었

다. 

융정은 봉을 놓으며 이번엔 주먹을 잡아버리고 말았다. 봉이든 주먹이든 상대의 공격을 막는 수준이 아니라 잡아버

린다는 건 실력의 고하 차이가 커야한다. 또는 내공의 차이가 커야한다. 그렇다면 진양과 융정의 차이는 어느 쪽일

까. 말할 것도 없이 내공의 차이였다. 진양의 무공은 절대로 융정에  뒤처지지 않았다. 유루봉법도 그렇고 함종권법

이나 함종절검법, 탄지신통 등 훌륭한 무학이 많지 않은가. 허나 내공에 있어선 차이가 제법 컸다. 지난날은 아니었

지만 융정은 얼마간 융왕에게 내공을 직접 전수받고 그 힘이 크게 증대된  것이었다. 내공이 월등하니 공력을 운행

하여 상대의 주먹을 잡는 건 어렵지 않다. 물론 상대가 무굉이라면 어불성설이지만 상대가 진양이니 가능한 것이었

다. 

진양은 다시 한번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빼내려 했다. 역시 빠지지 않는다. 더 힘을 주었다간 어깨나 손목만 

빠지고 말 것이다. 그는 그 짧은 순간 오히려 공격을 가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빠져나가려고 하다가 갑작스레 

역습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봉을 들어 주먹을 잡은 융정을 쳐내려는 척 하다가 순간 거꾸로 돌려 봉 끝

이 융정의 턱을 올려치게 만들었다. 정수리를 치려다 거꾸로 돌려 봉이 아래에서 위로 융정의 턱을 노리는 셈이다. 

융정은 이 공격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러나 공력의 차이가 있어 빨리 간파하고 머리를 뒤로 젖힐 수 있었다. 그러

자 진양은 봉으로 곧장 그의 왼팔을 때린다. 고개를 젖힌 사이 주먹을 빼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까스로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지만 진양보다 융정이 월등하다는 건 명백히 알려진 셈이다. 진양은 치욕과 

분노에 몸을 떨었다. 만일 융정이 봉과 주먹을 잡았을 때 힘을 줘서 부러트렸다면 진양은 대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가 여유를 부려 이렇게 무사할 수 있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양은 지금쯤 바닥을 뒹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대협! 괜찮아요?" 

형란이 화급히 달려와 진양의 안부를 물었다. 진양의 몸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는 되려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

어 주었다. 

"너야말로 괜찮으냐? 난 딱히 공격당한 곳이 없지만 넌 아까 어깨를 맞았잖아." 

"전 괜찮아요. 살짝 맞아서 하나도 안 아파요." 

말은 그렇게 해도 약간 창백해진 얼굴이며 어설픈 표정이 거짓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그녀가 멍청해도 정말 아프

다고 하면 진양이 걱정할 거라는 걸 아는 듯 하다. 진양은 그 사실을 알아 가볍게 웃었다. 

"허이고! 보기 좋네." 

융정이 빈정거리는 소리였다. 진양은 눈을 무섭게 빛내며 그를 노려보았다. 

"뭘 노려봐? 그리도 죽고 싶어?" 

"이 벌레 놈아. 능력이 있으면 해봐라." 

융정이 안색이 싹 변한다. 

"오냐 개 같은 놈. 이 상황에도 날 벌레라 하다니 아주 죽고싶어 환장했구나. 소원대로 해주마." 

융정은 대도를 불끈 쥔 채로 진양에게 다가들었다. 형란이 놀라 그를 가로막는다. 

"다가오지 마요!" 

"넌 또 뭐야? 저번에 하다 만 일을 해줄까?" 

형란은 그게 뭔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어쨌든 감총 대전에서  융정이 괴롭혔던 건 

기억이 나기에 두려움에 안색이 변한 것이었다. 그러나 진양은 이를 알아듣고 형란을 막아서며 고함쳤다. 

"이 더러운 벌레 자식아! 내 오늘 너와 사생결단을 내고야 말겠다." 

"나도 바라던 바다. 네놈을 저승으로 보내주지!" 

융정은 대도를 다시 움켜쥐고 진양에게 휘저었다. 진양은 형란을 밀쳐 한쪽에 안전하게 있도록 해주고는 사력을 다

해 대해도법에 맞서기 시작했다. 

아까 했던 그대로 진양에겐 불리한 싸움이었다.  유루봉법과 함종권법의 기교가 뛰어나나 막강한  공력으로 뒤덮인 

융정의 공세를 물리칠 순 없었다. 융정의 대도가 맹렬히 진양에게로 떨어졌고 진양은 그걸 일일이 피하고 역습하는 

방법으로 힘겹게 상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형란 같은 하수도 충분히 고하를 짐작할 수 있어서 그녀가 무굉을 향

해 고함치게 만들었다. 

"무대협! 도와주세요!" 

그 외침에 무굉의 귀가 움찔거렸다. 무굉은  공격받는 와중에도 대담히 고개를 돌려 진양을  보고는 눈을 부릅뜨며 

악 쓴다. 

"융정 이놈아! 내 아우 건드리면 넌 죽어!" 

"무대협! 어서 도와줘요!" 

형란도 진양 옆에서 악을 쓴다. 무굉은 아무래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북망인들의 공격을 피해 융정에게 달

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북망인들이 모두 귀머거리도 아니고 그걸 그대로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를 보내주면 필

시 융정이 위기에 처할 텐데 어찌 멍청히 있겠는가. 지금까지 공격하던 것보다  한층 교묘하고 빠르게 공격하여 무

굉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무굉이 백타권으로 일일이 쳐내며 한 발 내디디면 한순간 날아오는 수많

은 채찍에 몸을 뒤로 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여러 번 반복되자 무굉은 화가 치솟았다. 

"이 개놈자식들. 저리 안 비켜?" 

그의 일갈은 무시무시하여 북망인들은 순간 손을  멈칫하고 말았다. 절정고수가 살기로 가득 찬  눈을 뜨며 공력을 

담아 고함치는데 하수가 이를 보고 몸을 떨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멈칫한, 아주 짧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무굉은 몸을 날려 귀곡이진의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북망인들이 놀라 부르짖는다. 

"조심하십시오!" 

융정은 한참 진양을 몰아넣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무굉을 바라보곤 한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그 

기세를 보니 그냥 적당히 할 것 같지가 않았다. 어디 한 군데 부러트려야 시원하겠다는 무굉의 모습에 융정은 오금

이 다 저렸다. 사람은 이처럼 위기에 몰렸을 때 기발한 계책이 나오는 법이다.  융정도 그랬다. 그냥 이대로 있다간 

무굉에게 잡혀 죽거나 운이 좋아도 병신이 된다는 걸 피부로 감지하여 결국 악랄하고 야비하지만 또 조금은 기발한 

수를 썼다. 

"이놈! 네놈부터 빨리 죽여버리겠다." 

융정은 갑자기 손을 빠르게 놀려 진양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무굉이 근접해오고 있었으나 진양은 애당초 위기에 몰

린 터라 온몸을 칼로 얻어맞아 상해를 입고 말았다. 일순 융정이 진양의 무릎을 걷어차자 그는 몸을 비틀거리며 중

심을 잃었다. 다시 일 장을 들어 그의 어깨를 내리치니 진양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야말로 죽임을 당할 위기였다. 

형란도 깜짝 놀라 달려오고 있었고 무굉은 그 모습에 대노하여 사력을 다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때 그들 둘이 더 

크게 대노하고 한편으론 가슴이 철렁할 수를 융정이 펼쳤다. 바로 진양의 머리 위로 대도를 치켜 든 것이다. 여유를 

보이는 건지 왼손으로만 대도를 들어 힘을 빼기만 해도 진양은 이제 죽을 위기였다. 

"이 망할 놈! 죽여버릴 테다!" 

무굉의 외침이 그리도 살벌할 수가 없었다. 자존자대 무굉의 의제가 그 눈앞에서 얻어맞는데 분통이 안 터질 수 없

었을 것이다. 그는 맹렬히 돌진하여 막 떨어지는 대도를 향해 무시무시한 일 장을 날렸다. 바로 광표장법의 표정필

살(標定必殺)이란 괴초로 목표를 향해 거의 날아가듯 달려  무지막지한 일 장을 날리는 일종의 일격이었다. 대도는 

이미 진양의 백회혈로 근접했고 무굉의 일 장 또한 대도의 날 1치 안으로 근접했다. 참으로 위기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허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무굉의 일 장이  조금 빨랐다. 대도의 날에 무굉의 일 장이  먼저 도달하여 쩡, 하는 

매서운 음향과 함께 대도는 저 편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융정의 좌장이 빠르게 무굉의 가슴을 뒤덮는 것이었다. 무굉이 어찌 알랴. 대도가 너

무 힘없이 날아간다 싶었더니 사실은 융정이 일부로 힘을 빼버린 것이었다. 대도를 꾹 쥐고 있었다면 무굉의 일 장

을 맞는 순간 대도와 함께 밀려났어야 할 터인데, 대도만 힘없이 날아가고 융정은  오히려 무굉에게 한 발 더 접근

했다. 이건 바로 계략이었다. 일부로 맞는 순간 힘을 빼고 역습을 가하려는 수법이었다. 무굉이 이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 순간 이미 가슴엔 초고성장의 강렬한 일격이 적중되고 있었다. 

"억!" 

미처 피하지 못한 무굉은 무방비 상태로 이 일 장을 맞고 몸이 1장 밖으로 퉁겨지고 말았다. 막으며 뱉은 신음소리

가 진양과 형란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진양은 처절하게 부르짖으며 무굉에게 달려갔다. 

"형님!" 

"아이고 내 가슴이야. 내 가슴뼈 부서지네……." 

무굉은 자빠져서 엄살 부리듯 떠들고 있었다. 허나 조금 창백해진 안색이며 가슴에 난 장인은 그가 꽤나 큰 부상을 

당했다는 걸 짐작하게 해주었다. 아무리 무굉의 내공이 뛰어나다 해도 무방비 상태에서 맞은 초고성장을 감당할 리

가 없다. 

"하하! 이 멍청한 무가 놈아. 설마 이럴 줄은 몰랐겠지." 

"이 나쁜 놈… 치사하게……." 

진양이 융정을 욕하는 무굉을 말린다. 

"형님! 일단 피해요. 내상이 깊어지기 전에 몸 추스를 곳을 찾아봐요." 

"하하. 이 진가 놈. 너도 그렇게 될 거다.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융정의 웃음과 함께 들려온 소리에 진양은  사방을 돌아보곤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이미  30여 명의 북망인들이 

쫙 깔려 퇴로를 봉쇄하고 있던 것이다. 그 잠깐  사이에 이미 길을 막고 있고 저 안쪽에선 언덕  위에 있던 북망인 

20여 명이 돌아 내려오고 있었다. 진양의 멍한 표정이 융정은 기쁘기만 한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희는 이제 여기에서 모두 죽게 생겼구나. 자존자대 무굉도 내 손에 죽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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