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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 十 九 章. 감옥 이야기 1 (78/90)

                                  第 三 十 九 章. 감옥 이야기 1

무굉, 이건 그의 본명이 아니다. 이 이름은  사실 그의 두 사부 중 한 명인  천문여협이 지어준 이름으로, 목소리가 

너무 크고 시끄러워서 굉(轟 = 수레 모는 소리)이라고 하였을 뿐이다. 이때 천무대협도 맞는 말이라며 항상 그를 무

천(武踐)이 아니라 무굉이라 불렀다. 무굉 자신 또한 수레 모는 소리 같다는 게 좋았는지 스스로를 무굉이라 생각하

였다. 

그가 처음 천무대협, 천문여협을 만난 것은 10살 때다. 그의  가족은 본래 산 속에서 외인과 단절하며 사는 희귀한 

사람들이었다. 무굉의 나이가 10살이 되기 이전엔 이웃 한  가족 있었으나, 그들은 무굉과 나이가 같은 남자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길 빈다며 산을 내려갔다. 그 남자아이는 무굉과 굉장히 친했는데 성은 고였고 이름은 홍이었다. 

아버지가 죽은 후로 그는 혼자 지냈다. 때마침 지나가던 천무, 천문협이 그런  그를 불쌍히 여겨 제자로 삼았다. 평

생 제자를 거느리지 않았던 그들이었지만 무굉은 그만큼 가련해 보였다.  물론 천무대협의 무공과 천문여협의 의술

이 실전 된다는 것도 한 부분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모르는 무굉은 별 생각 없이 제자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멍청했던 그는 그야말로 

단순의 극치였다. 완전 까막눈에 하나를 가르치면 그 하나를 잊어먹었다. 만일 천무대협이 혼자 그를 제자로 삼았다

면 그가 이만큼 대단한 인물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천문여협은 천문(天文)이란 말처럼 의술부터  시작해서 

문학적 지식이 많았기에 그를 잘 가르칠 수 있었다. 그가 이해를 못하면  일일이 풀이도 해주었고 자세히 가르치기

도 했다. 

10년이 흐른 후 무굉은 이미 대단한 무공을 소유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멍청하여  천무대협의 모든 무공을 전수 받

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많은 강력한 무공을 얻게 되었다. 의술도 익힐 수 있었다. 다만 문(文)의 부분에선 그저 까막

눈만 벗어났을 뿐 변함이 없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는지 도무지 익힐 생각을 안 했다. 스스로 

익힐 생각을 안 하는데 안 그래도 멍청한 그를 어떻게 가르치겠는가? 

어느덧 20살이 된 무굉을 그들은 더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들은 은거할 생각으로  산 속에 들어온 

것이었다. 마침 불쌍한 어린아이를 만나 자신들의  비기를 전수하고 제자로 삼아 함께 살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었다. 이리하여 천무, 천문협은 떠나기 전에  그의 멍청함과 오만함을 걱정하여 몇 마디  다짐만 받고 떠났다. 

이후 무굉은 사부들과의 약속대로 20년이 넘도록 산을 떠나지 않고 매일같이 무공  수련에 전념했다. 그 후에야 산

을 내려가 강호로 나선 것이었다. 그때가 마흔 살이었으며 산에 살며 있었던  여러 사건들로 그는 이미 자존자대라

는 별호가 붙어있었다. 

무굉은 스스로 천하제일을 자부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누구든지 그만한 무공을 지녔다면 절로 오만해질지도 모

른다. 정말 무굉의 무공은 초절해서 감히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남들만 그렇게 여긴다면 덜했을지 모르지만 

무굉은 스스로 패한 적이 단 한번밖에 없었으니 그렇게 자만할 만 했다. 그가 한번 패한 적은 천무대협과의 대결이

다. 천무대협은 그의 사부로 실상 패하고 자시고 할 게 없지만 무굉은 굳이 그것을 기억했다. 

그러며 강호를 종횡무진하던 그가 절정의 고수를 만난 일이 있었다. 소림사의 승려였다. 

"시주는 자제하시오. 스스로의 무공에 도취되는 건 빈승이 참견할 일이 아니지만, 그게 도를 넘어서  남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되오. 벌써 시주의 손에 본파의 승려 다섯 명이 중상을 입었소. 이 말고도 많은 이들이 자존자대 시주의 

손에 큰 피해를 입었소. 해서 빈승은 시주에게 자제를 권유하러 왔소." 

그 중은 대강 그런 말을 했다. 물론 무굉이 들었을  리가 없다. 오히려 무굉은 펄쩍펄쩍 날뛰며 그를 혼내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무굉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가 그렇게 정파, 사파 가리지 않고 후려 패며 온갖 말썽을 만드는 것

은 다 그의 오만함과 무지함에서 비롯될 뿐이다. 한마디로 악의 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선 분

명 피해를 입은 것이라 자존자대를 무서워하면서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무굉이 말을 듣지 않자 그 늙은 중은 이런 말을 했다. 

"시주가 빈승을 누른다면 더 참견하지 않겠소. 본파 제자 다섯 명에게 중상을 입힌 것도 불문에  붙이겠소. 허나 만

일 빈승이 이긴다면 시주는 빈승의 조건에 따라야하오. 조건의 첫째는 오만함을 부리지 않고 함부로 날뛰며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 둘째는 나와 함께 소림사로 가서 중상을 입힌 자들에게 사과하고 소림사에서 지내는 거요." 

중의 조건은 실상 따져보면 중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 아니었다. 중이란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다. 소림사는 무림

의 태두로 일컬어져 가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먼저 참견하는 일은 없었다. 소림사 승려 다섯 

명이 중상을 입었다 해도 당시 그가 내걸었던 조건은 괜한 참견의 소지가 있어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도 무굉은 자세히 듣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대판 싸움을 벌였다. 그는 자신이 승리할 거라 확신했

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외였다. 무더운 여름 날 한 고원지대에서 펼쳤던 이 싸움은 두 시진이 넘도록 격렬

했으나, 결국 소림사 승려의 승리로 끝난 것이었다. 무굉은 인정하지 못하고 두어 차례 발악했지만 역시  결과는 마

찬가지였다. 

놀라움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소림 중은 그를 제압하고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어릴  적 친

구인 고홍이 아닌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홍은 소림사에서 지내며 무굉의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무천을 알고 무굉은 몰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원래 살던 곳이 그 옛날 깊은 산중이라는 것을 알고 그가  개명

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한동안은 그의 소문을 듣고도  출가한 자신의 신분을 생각해서 만나지 않았다. 허나 

상황이 이리 되니 한때나마 친구였던 그를 좀 자제시킬 겸, 소림사 일도 처리할 겸 그렇게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전말을 안 무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도 놀란 건 역시 자신이 패했다는 것. 그는 그때부터 소림사의 무

공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홍이 무섭고 소림사  무공이 무서워도 조건은 따를 수가 없었다. 무굉은 

당시 예순의 나이면서도 강호를 종횡무진하는데 재미 들려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지키자니 자존심 

하나에 죽고 산 그의 명예에 먹칠하는 일이 아닌가!  결국 그는 일단 도망치기로 작정하고 고홍이 방심한  틈을 타 

잽싸게 사라졌다. 고홍은 한동안 추격하나 싶더니 포기하며 잡지 않았다. 

무굉은 이때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고자 사천까지 도망쳤다. 그리고 우연히 진양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한참만에 운무의 두툼한 위아래 입술이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많은 시간동안  과거를 설명한 운무는 그제야 말

을 끝마친 것이었다. 듣는 이는 물론 양만풍이었고 그의 곁엔 무굉, 형란이  있었다. 운화는 운무 뒤에 서있으며 이

곳은 감총 대전에 있는 방주의 방이었다. 

"그런 과거가 있었군요.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소. 오랫동안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무 시주의 종적이 괴이하여 항상 놓쳤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참으로 

놀랍소. 역시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되는구려." 

지금 무굉의 얼굴은 얼굴이 아니라 무슨 화톳불 같았다. 벌겋게 달아올라 식은땀까지 흘리는 모습이란, 지난날 자신

의 창피한 행적이 모두 양만풍에게 알려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접한  양만풍은 약속은 약속이니 

무굉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허나 무굉의 안쓰러운 표정을  보니 절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진양의 

의형이니 모른 척 할 수도 없었다. 

"운무 대사. 한번만 선처해주시지요. 무 대협은 괴인이고 진양처럼 무언가에 깊이 구속되는 걸 원치  않아서 소림사

에 가도 항상 시끄러울 겁니다." 

"음……. 나도 그건 알고 있어서 일부로 무 시주가 도망갈 때 잡지 않았소. 한번 기회를 줘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무 

시주는 또 일을 저지르고 다녔다오. 그래서 백방으로 수소문 한 거요. 아무튼 이번엔 속지 않을 생각이오." 

양만풍은 하는 수 없다고 여겼지만 역시 무굉을 보기만 하면 미안했다. 양만풍은  이미 그를 존경하기도 했기에 그

가 곤란한 입장에 처하는 건 원치 않았다. 가만히 고민하던 양만풍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럼… 먼저 조덕의 도전장을 받았으니 대천대연에 참석해서 결투를 벌이고 그 후에 다시 논하는 게 어떨까요? 나

중 일이야 모르는 것이라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죠." 

"좋은 생각이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양만풍은 그제야 활짝 미소해 웃을 수 있었다. 무굉도 웃는 듯 했지만 나중에  또 거론한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웃

는 게 아니라 우는 것 같았다. 더 불쌍해 보인다. 

"양 대협, 혹시……. " 

"응? 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니?" 

침묵하고 있던 형란의 어정쩡한 말에 양만풍의 앞서 가는 물음이었다. 형란은 곧 말문을 열었다. 

"대형의 소식은 없었나요?" 

양만풍은 대답하진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허나  그녀가 상심하는 걸 걱정하는 양만풍은 위로의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 녀석은 독해서 분명 살아남았을 걸. 너도 살아남았는데 설마  그놈이 먼저 어떻게 

되었겠어?" 

"대형은… 좋으신 분이니 필시 무사하겠죠? 그렇죠?" 

"물론이지!" 

형란이 그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들으며 운무를 돌아보았다. 운무도 고개를 끄덕임에  그녀는 왠지 모를 안도감에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3개월 후엔 대천대연이 열리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난주에서 대천산까지는 말을 타면  한 달 안에 갈 수

도 있어서 느긋이 쉬고 대비했다가 출발할 수 있었다. 해서 양만풍은 무엇보다도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

록 무공 수련에 전념했다. 감총방 제자들 역시 그와 함께 수련에 전념했다. 지난번 함종문이 쳐들어왔을 때 만일 무

굉이 싸워주지 않았거나 운무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크게 패할 뻔하지 않았던가? 

운무는 별달리 할 일이 없었다. 가끔 산에 올라 참선하거나 감총 대전에서 차를 마시며 소일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별로 지루해 보이지는 않았다. 운화는 무공을 좋아하고 급하다는 명성에 걸맞게 가만히 있질 못했다. 매일같이 운무

의 허락을 받고 산에 올라 혼자서 무공 수련이나 했다. 그가 한번 산에 올랐다 내려오면 나무들이 개박살 나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남은 사람은 형란 뿐. 그녀는 도무지 할 일이 없었다. 다리를 잃어 이제 무공을 펼칠 수 없으니 연무할 수도 없었고 

가만히 있자니 지루했다. 운무가 준 불경을 읽으며 소일하기도 했지만 그 책은 벌써 수십 번이나 정독한지 오래다. 

그녀는 지금 심심한 것이다. 

하루는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감총  대전 이층에 있는 객실에서 양만풍 등이  연무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가끔은 산도 보았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라 산도  얼어있었지만 높은 봉우리의 드높은 기세는 절로 박수를 

치게 했다. 운화가 수련하러 간다는 곳도 저 산이라 했던 것 같았다. 형란은 별로 생각 없이 시중 드는 소녀에게 말

을 걸었다. 

"저 산의 이름은 뭐라고 하니?" 

"아! 저 산이요? 이름은 오천산이라고 해요. 이름이 그렇게 붙은 데도 유래가 있는 제법 이름 있는 산이죠." 

형란은 조금 흥미가 돌았다. 그래서 그녀는 곧 그 유래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곽거병에 얽힌 일이 있었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 

그녀는 원래 산을 크게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허나 산의 유래를 전해들으니 진양이 떠올라 당장이라도 오르고 

싶었다. 산을 좋아하는 진양이 오천산을 보면 기뻐할  것 같다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모를 것이다. 지난날 

진양이 이 산을 오른 적이 있다는 것을. 시중 드는 소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가씨, 저 산은 험한 건 아니지만 높아서 사륜거를 타고는 좀 힘들어요. 고생하실 거예요." 

"괜찮아. 양 대협도 승낙하실 테니 네가 먼저 허락을 받고 오너라." 

소녀는 하는 수 없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곧 밖으로 나섰다. 양만풍은 과연 예상대로 승낙했다. 허나 멀리까진 가면 

안 된다며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감총 제자를 2명이나 붙여주었다. 형란은 지난번 감총 대전에 온 이후로 며칠 간 

문밖을 나서지 못했는데, 이렇게 나서니 절로 기분이 들뜨고 있었다. 

산 정상까지 오른 후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장관이라 할만했다. 오천산은 제법 우뚝 솟아있고 무엇보다도 난주의 전

경이 보이기 때문이다. 형란은 사륜거를 끌어주는 여종과 감총 제자 두 명을 대동하여 힘겹게 오른 끝에 겨우 오천

산 정상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산은 그다지 험난하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었다. 아직 한겨울로 산의 날씨는 무척이

나 추웠다. 형란 등은 모두 두터운 외투를 껴입고 난주의  전경을 구경했다. 한쪽 구석에는 물론 감총 대전도 보였

다. 담에 막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안에선 필시 양만풍이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곧 눈을 떼고 다른 

곳을 돌아보니 난주를 휘감아 흐르는 황하가 보였고 백탑산도 보였다. 

그러나 뭔가가 부족했다. 확실히 난주 전경이나 황하,  백탑산 등의 모습이 아주 대단한 절경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한겨울이라 나무들이 바싹 말랐기 때문에 뭐 특별한  꽃도 하나 안 보였고 그저 외롭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꼭 

그것들 때문일까? 형란은 부족한 이유가 뭔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자꾸 진양의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 자신

의 곁에 진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아가씨, 언제 가실 거예요?" 

문득 등뒤에서 여종이 하는 말에 형란은 정신이 들었다. 

"글세……. 감총 대전에 들어가도 별로 할 일이 없으니 여기에 있는 게 더 좋긴 하구나." 

"아가씨. 안 춥나요? 전 추워요." 

형란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돌아가고 싶구나?" 

"그렇죠. 아가씨는 하나도 안 춥나요?" 

"나야 원해서 온 거니 추워도 참아야지. 하지만 난 더 여기 오래있고 싶은데……." 

형란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감총 제자가 입을 연다. 

"형 낭자. 원하시면 오래 계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 아이에겐 그렇게 어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는 여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형란과 여종의 대화를 듣고 형란의 태도를 이해를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형란

의 사륜거를 밀고 끌며 여러 잡일을 도맡는  그 소녀는 여종이다. 반면에 형란은 감총방 방주가  매우 아끼는 만큼 

원하는 데로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시종 한 명의 말에  귀를 기울이니 따라온 감총 제자 두 명

은 고개가 저절로 갸웃거려지는 것이다. 

"괜찮아요. 이 아이는 저와 마음이 맞아서 좋아요. 그나저나 이 주변에 따뜻하게 쉴 곳이 있나요?" 

"있긴 있는데……. 들어가실 순 없습니다." 

감총인의 대답은 좀 애매했다. 형란은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그곳이 어디기에 그렇죠?" 

"그곳은 사실 감옥인데… 이 주변에서 따뜻한 곳은 그곳뿐이긴 합니다만, 형 낭자가 감옥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습

니까?" 

형란의 궁금증은 더더욱 커졌다. 

"오천산에 웬 감옥이 있지요?" 

"물어보는 분이 형 낭자라 대답합니다만… 감총방의 감옥은 대전엔 없고 이곳 오천산에 있습니다. 몽고군의 협조도 

받아서 아주 좋은 장소지요." 

"여긴 여행객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던데 아무 일 없나요?" 

"괜찮습니다. 감옥은 숲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숲엔 들어가지 못하도록 몽고군의 깃대를 세워뒀지요. 감총 제자

들 여럿이 지키기도 하고요." 

형란은 신기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본래 낙양 이대가장 중 형가장에 살던 고운 여자다. 감옥 같이 살벌한 곳은 

듣기만 해도 거부감이 느껴지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선 아는 바도 있었다. 왜냐하면 형가장에도 감옥이 있었기 때문

이다. 형가장의 감옥은 지하에 있는데 철통같이 지켜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두었었다. 더욱이 감옥의 위치

를 아는 자도 적었다. 

북망채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어찌 보면 더 찾기 힘든 감옥이다. 북망채의  감옥은 허허실실의 묘로 대담하게 북망

채 중앙에 위치시켰다. 사람들은 감옥이란 대체로  음습하고 구석에 있거나 또는 잘 모르는  비밀스러운 곳에 있을 

거라 여기는 걸 완전 뒤집어엎은 그런 장소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감총방의 감옥은 아예 난주에 없고 이 산에 있단다. 형란은 이  산을 오르며 여종에게 여러 가지를 전해

들었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른다는 것, 제법 이름이 난 산이라는 것 등.  그런 곳에 오히려 감옥을 배치했다니 그녀

로서는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몽고병의 도움이 없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감총방은 그들과 사이가 좋

다. 

"한번 가보고 싶군요. 그곳엔 어떤 죄인을 가두나요?" 

"대부분 감총방의 제자들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을 가두지요. 허나 선대 감총 방주님들은 워낙 선량하셔서 겨울

엔 춥지 않고 여름엔 덥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하고 큰 감옥 안에서 모두가 각방을 쓰는 터라, 

웬만한 사람들은 외로움과 그 적막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참회합니다. 물론 여름엔 아니지만요." 

형란은 외로움, 적막함이란 말에 더더욱 솔깃했다. 

"정말 가보고 싶군요. 어떻게 갈 수 없는지요?"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감옥에 관한 건 일체 서 사숙님이 관장하거든요." 

"서 사숙님이라면 계산이라 빠르다는 서존 그 분?" 

감총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형란은 낮게 한숨을 내쉰다. 

"궁금했는데 안타깝군요. 오늘 돌아가 허락을 받고 나중에 다시 와야겠네요." 

"형 낭자가 원하시면 잠깐 들를 수는 있습니다. 감옥만 달랑 있는 게 아니라  보초들이 쉴 수 있는 집채도 있고 감

옥을 볼 수 있는 망루도 있으니까요. 허나… 집채에마저 들어갈 수 없는지 아니면 거긴 갈 수 있는 건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가보죠. 일단 가보고 안 된다고 하면 나중에 또 들러야겠죠." 

그것으로 결정되었다. 형란은 먼저 나서는 감총인 두 명의 길 안내를 받으며 감총방의 감옥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뒤에서 사륜거를 이끄는 여종은 매우 이상하게 여기는 표정이다. 하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형란처럼 수년 간 사랑

으로 외로움이 생기고 겨우 얻었다가도 다시금 놓치며 다리 근맥까지 잘린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고요했다. 이제 겨우 숲이 보였을 뿐인데 이 주변은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정면에 있는 숲은 그냥 마구잡이로 

가로지를 순 없을 듯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겨울이 돼서 바싹 마른 나뭇가지들은 길을 막음과 동시에 무서운 

칼날과도 같아 별다른 보초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숲을 조금 돌아가니 뚫린 입구가 보였다. 숲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그 앞에는 정말 몽고군의 깃대가 둘씩이나 걸려

져 있었고 감총 제자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서있었다. 조금은 생소한 얼굴이지만 나쁜 인상은 아니었다. 

"장 사제, 환 사제. 참 수고하는군. 저 분은  자네들도 익히 들은 형 낭자네. 이곳을 구경하고 싶으시다는데  집채에 

잠깐 들러서 차나 한 잔 마실 수 있을라나?" 

형란을 데리고 온 감총 제자 둘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사륜거에 의지해  온 젊은 여인이 익히 들은 형란

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는 듯 했다. 곧 형란에게 살짝 읍하고 길을 열어주었다. 

꼭 통로처럼 뚫린 숲길을 지나 금방 감옥 울타리에  도달했다. 모습은 북망채와 비슷했다. 북망채처럼 안에 커다란 

감옥과 감총인이 묵는 작은 집채가 하나 있었고 주변은 울타리로 삥 둘러싸여  있었다. 울타리 가운데엔 감총인 두 

명이 또 지키고 있으며 그들 사이로는 역시 길이 뚫려있었다. 아까처럼 잠깐 대화를 하자 쉽게 통과됐다. 아무도 제

지하지 않았다. 

형란 등은 집채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차나 한 잔  마시며 쉬다가 돌아가려는 것이다. 형란은 가능하면 감옥 안도 

보고 싶었지만 감총 제자가 와서 전하길, 그곳만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과연 들은 대로 적막하며 외로운 곳이다. 

정말 고요하다. 겨울이니 날씨도 추워 새 울음소리도 안 들리고 감총인들도 가급적이면  입을 열지 않아서 더욱 고

요했다. 가끔 사람 지나다니는 소리 정도가 형란의 귀는 아직 멀쩡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너무나 고요해서 내 귀가 망가진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녀의 중얼거림이다. 옆에서 듣던 감총 제자는 작게 웃었다. 

"별 거 아닙니다. 겨울이라 짐승들이 없어서 저절로 적막해진 곳이죠. 더구나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더더욱 고요

합니다. 죄인들은 더하죠. 저도 들어 가보진 못해서 잘 모르겠는데, 듣기로는 저 감옥이 매우 단단해서 깨끗이 소리

를 차단한답디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숨을 쉬죠? 밥은요?" 

"물론 숨구멍이 있지요. 그런데 숨구멍들이 사람 머리크기 정도라더군요. 그 정도면 숨쉬고 밥 주는데  문제가 없으

니까요." 

형란은 궁금함에 몇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그에 감총 제자는  잘 설명해주었다. 감옥 안에 각방을 쓰며 방 크기가 

매우 작다고 한다. 겨울엔 이처럼 고요해서 죄인들은 스스로 참회하는 마음을 가지고 과오를 뉘우치지만,  여름에는 

오히려 더워서 고통 속에 억지로 참회한다고 했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 가두는 죄인들 부류도 다르다고 했다. 또한 

그런 특징 때문에 죄인을 몇 개월 가두지도 않는다고 한다. 

형란은 거기서 그냥 끝을 맺었다. 더 물어볼 필요도 없고 계속 물어본다면 의심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녀가 끌

리는 건 오로지 그 적막감이라는 것. 정말로  그런 적막한 곳에 혼자서만 지내다 보면 절로  참회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았다. 문득 오래 전 운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을 때는 어떤 한 가지 생각, 한 가지 일에 깊이 빠질 수 있다.> 

맞는 말일 것이다. 형란은 그렇게 생각했고 또 확신했다. 그녀도 진양의 생각에 다년 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허나 운무의 도움으로 오랫동안 조용히 참선하여  겨우 평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직  진양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버린 건 아니지만 이만큼 된 것도 어디인가? 수많은 무인들이 남들과 함께 연무하기보다 혼자서 몰래 연습하는 이

유도 여기 있는 거라 여겼다. 물론 남에게 연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인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그런 면에서 이 감옥은 다른 감옥들과 의도가 다르다. 형란은 깨닫지 못했다. 이 감옥은 원래는 사람을 가두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참회하는 곳이었음을. 감총방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사실 예전에 이곳은 감옥이 아니라 참회당이

었다. 허나 감총방을 배신하는 자들이 생기거나 나쁜 무리를 잡았을 땐 딱히 가둘만한 곳도 없고 이곳만큼 좋은 곳

도 없었다. 그래서 이곳이 감옥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오히려 여러 사람들을 참회할 수 있게 만들었으

니 부처의 가르침보다도 훌륭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총 대전으로 돌아온 형란은 다음 날 감옥에 다시 들렀다. 일부로 서존까지  찾아가 말하자 그는 괜찮다며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했다. 감히 서존이 형란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형란은 이 날 여종 한 명만 데리고 나왔다. 어제 지났던 그 길을 따라서 울타리를 지나고 감옥 안에 들어가기도 했

다. 처음 감옥 안으로 들어갈 때 여종말고도 동행한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만조(萬調)라고 하는데 이 울타리 안의 

책임자라고 했다. 서존의 첫째 제자로 잘 알려져 있는 눈치 빠른 젊은이다. 

감옥 문이 열리고 그 단단한 집채 안으로 들어선 형란은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조용할 수가! 그녀가 

들어오고 감옥 문이 닫히자 귀가 멍해질 정도로 조용한 이곳은 그야말로 무서운  곳이었다. 흡사 꿈을 꾸고 있다고 

느낄 정도다. 가끔 문 옆에 작게 뚫린 숨구멍으로 겨울의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

를 것 같았다. 

생각에 젖어있는 형란에게 만조가 얼굴을 가까이 대며 속삭이듯 말했다. 

"이곳에선 말을 해선 안 됩니다. 모두가 생각에 잠겨 조용히 있을 테니 함부로 입을 열면 안 되는  겁니다. 헌데 사

륜거가 조금 소리가 날 것 같은데… 그건 어쩔 수 없겠군요." 

형란은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만조의 안내에 따라 여종이 이끌며 형란은 감옥 안쪽으로 들어갔다. 

과연 바깥과는 완전히 차단된 곳이었다. 빛도 하나 안 들어와서 중간중간 촛불 정도를 켜둔 상태였다. 여기도 이런

데 각방을 쓰는 죄인들은 어떠할까? 감옥 안으로 더  들어가자 곧 여러 개의 방이 나왔다. 정말로  문 옆에 숨구멍 

하나면 뚫렸을 뿐 다른 구멍은 없었다. 

(참 고요하구나.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대형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까?) 

잠깐 이상한 생각을 하던 형란은 바로 고개를 뒤흔들었다. 

(아니야. 운무 대사도 대형을 굳이 잊을 필요는 없다고 하셨어. 슬픔에 젖어 멍하니 살지 말고 사랑을 찾아 기백 있

게 살라고 하셨어.) 

혼자 멍해하다가 바로 고개 흔들다가 하는 그녀를 여종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형란은 그 모습에 정신이 번

쩍 들며 새침데기처럼 표정을 자연스럽게 풀었다. 여종의 이상한 눈빛에 웃는 눈빛으로 답하고 이번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별로 볼 것은 없다. 말 그대로 감옥이고 예전에 참회당이었다지만 그렇다고 다를 건 없었다. 특별한 장소나 

장식도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었다. 

형란은 곧장 만조를 돌아보며 각방 문 옆에 있는 작은 패를 가리켰다. 그녀의 표정은 매우 궁금해하는 듯해서 누구

든 그녀가 '저 패는 뭐지요?'라고 묻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가리킨 패는 흑갈색으로  된 작은 패였다. 

그곳엔 웬 이름 같은 게 적혀져 있는데 방마다 붙어진 게  다 달랐다. 그런 물음에 만조는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잠깐 패를 가리켰다가 이어서 방안을 가리켰다. 

형란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만조는 씁쓸하게 웃으며 여러 번 반복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멍청한 눈만 뜨고 

있었다. 오히려 여종이 먼저 알아들은 듯 형란을 향해 손짓까지 해주었다. 한참을 보던 그녀는 겨우 깨달아 저도 모

르게 손뼉을 쳤다. 

"아!" 

순간 만조의 안색이 변한다. 형란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아  제 머리를 쥐어박으며 그에게 용서하는 자세를 취했다. 

정말 멍청하긴 멍청한 여자다. 사실 만조가 그녀의 물음에 웃을 수밖에 없었던  건 너무 어리석은 물음이었기 때문

이다. 웬 나무 패가 방마다 붙어져 있는데 쓰여진 글이 다 다르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바로 이름이다.  누구

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그걸 그녀가 묻는 것이다. 그래서 설명까지 해줬지만 그래도 못 알아들었다. 여종이 

먼저 알아듣고 벙어리처럼 난리법석을 다 떤 후에야 겨우 알아든 형란은 아예  손뼉을 치며 경호성까지 발했다. 참

으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여인네라고 만조는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란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바로 정면에  있는 패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쓰여

진 글은 이랬다. 

<2개월, 복차경> 

형란은 망치로 머리통을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복차경이라! 예전에 복면인 한마일의 도움으로 난주까지 도망쳐온 자

신을 막았던 그 복차경이 아닌가? 그때는 기절한 상태라 누군지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한마일이 죽을 때 알려줘서 

바로 복차경이란 사람이 막았다는 걸 알았었다. 며칠 전 감총 대전에 와서는 과거를 밝히다가 본의 아니게 그 일까

지 말해 감옥에 갇히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감옥에 갇히기로 했다면 이곳에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럼 이 안에 갇힌 

사람은 분명 그 복차경이란 말이 된다. 

(이 사람은 나 때문에 괜한 고생을 겪겠구나. 하지만 자신이 잘못한 일이니 대가를 받아야지. 오히려 이곳에서 참회

해서 선량한 사람이 된다면 더욱 좋겠다.) 

그것은 형란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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