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360)

“라이플 좀 쓸 수 있을까요?”

“뭐에 쓰게?”

“버팔로 사냥하게요.”

“혼자? 전에 해본 적 있어?”

“...... 아니요. 처음입니다.”

메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위험해. 괜히 자극해서 덤벼들면, 뿔로 들이받거든. 어디 그뿐인 줄 알아?

버팔로 근처엔 늑대들도 많아.”

그래도 고기는 먹어야겠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방법?”

“있습니다, 그런 게···.”

“오오! 드디어 고기 먹나요?! 막스도 못 참았구나!”

막스가 자신감을 드러내자, 코닐은 손뼉 치며 좋아했다.

메리는 남편 제임스를 쳐다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이플을 건네줬다.

이들과 지낸 지도 벌써 한 달.

이젠 총까지 빌려주는 사이가 된 것이다.

“사용법은 알지?”

“...... 그럼요.”

메리는 의심 없이 종이 탄피 다섯 발과 발화장치인 퍼커션 캡도 챙겨 주었다.

본인은 모르지만, 그녀의 눈빛 역시 고기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고기는 진리지.’

막스는 총을 받아 들고 무리에서 이탈했다.

대략 2km가량 가서야 풀을 뜯는 버팔로 떼들을 볼 수 있었다.

대평원에 널린 게 버팔로인데 훗날 멸종위기에 처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일단 늑대들은 안 보이는데.’

주변을 살핀 막스는 말에서 내려 라이플을 살펴봤다.

모델은 1852년식 샤프스 라이플.

머스킷 소총으로 총열 안쪽은 강선이 파여있고, 후미 장전식으로 탄환은 나사처럼 아래에 홈이 파인 미니에탄을 사용한다.

그리고 장전은···.

“······!”

눈이 가늘어진 막스는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방아쇠울(trigger guard)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총열 뒤쪽의 드랍블록이 딸려 내려가며 탄환을 넣는 약실이 개방되고. 그 안엔 기름 먹인 종이 카트리지 탄환이 들어있었다.

“이게, 이렇게 되는 거였구나.”

철컥.

방아쇠울을 다시 원위치로 두자, 드랍블록이 올라간다.

해머를 뒤로 젖혀 코킹하고, 약실로 이어지는 꼭지에 퍼커션 캡을 끼웠다.

막스는 무리와 떨어져 홀로 풀을 뜯고 있는 버팔로를 겨냥했다.

거리는 대략 200m.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숨을 고른다.

목표는 버팔로의 가슴.

오른손 검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앙!

묵직한 반동.

흑색화약 특유의 냄새와 연기.

평야에 울려 퍼지는 총소리.

그리고 여전히 풀을 뜯고 있는 버팔로.

“······”

막스는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고기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요.”

자조 섞인 말을 내뱉곤 다시금 방아쇠울을 잡아당겨 탄환을 집어넣었다.

이 작업도 한참 걸렸다.

철컥.

두 번째 장전을 끝내고 버팔로를 노려봤다.

유능한 스나이퍼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전생의 탁월한 사격 감각은 막스의 몸에도 살아 숨쉬고 있을 터.

‘신총합일, 내가 총이고, 총이 곧 나이니.’

검지를 방아쇠에 대고, 주문처럼 읊조리며 숨을 고른다.

그런 다음 격발.

타아아앙!

털썩.

총알은 정확히 버팔로 가슴을 꿰뚫었다.

“그냥 타고난 건가.”

이게 뭐라고 잠시 자아도취에 빠져본다.

이왕 감 잡은 마당에 그냥 돌아가기가 아쉽다. 막스는 버팔로가 아닌 제법 거리가 먼 선인장을 두고 사격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여섯 발을 전부 소진하고.

막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쓰러진 버팔로에게 다가가 밧줄로 묶었다.

그리고 말과 연결해 끌고 갔다.

십 년 뒤에 있을 버팔로 학살에선, 한 사람이 하루에 백 마리를 넘게 죽이는 일도 벌어진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버팔로들은 의외로 총소리에도 무반응이라고 했는데 지금이 딱 그러했다.

버팔로들은 득도한 고승처럼 동료가 죽어 끌려가도 여전히 풀을 뜯고 있었다.

*

타아아앙!

“방금이 여섯 발째죠, 아마?”

메리는 팔짱 끼며 코웃음을 쳤다.

막스와의 거리가 멀지 않아, 그녀는 총소리 숫자까지 세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발째 소리에 그녀는 남아 있던 희망을 날려 보냈다.

“에휴, 아무래도 오늘은 고기 먹기 힘들겠네요.”

코닐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마차를 정비하는 제임스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막스가 총은 잘 못 다루나 보네. 여차하면 내일은 내가 사냥하지, 뭐.”

“위험해요. 그리고 당신은 마차를 지켜야지, 가긴 어딜 가요.”

이주하는 사람들이 단체를 이루는 건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짐승들과 인디언의 습격, 그리고 사냥은 제임스 가족만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메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흑색화약 통을 꺼내 총알을 만들었다.

‘밥값도 못하고 총알 여섯 발을 날리다니!’

총알에 분노가 깃들었다.

메리는 막스의 실패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석양을 등지고 막스가 나타났다.

메리는 볼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노려보고, 코닐은 그 뒤에 피어오르는 먼지에 주목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말에 끌려오는 물체가 더욱 또렷해졌다.

“오오오, 저건 버.팔.로!”

코닐이 탄성을 내지르고, 메리는 눈을 껌뻑거렸다. 제임스는 웅크린 허리를

펴며 막스를 바라봤다.

어깨에 라이플을 걸치며 버팔로를 질질 끌고 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

“저녁 준비해야겠네.”

메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냄비와 칼을 준비했다.

주변에 있던 이주자들은 쿨리가 버팔로를 사냥했다며 저들끼리 쑥덕거렸다.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트레일 주변엔 마차들이 울타리를 치거나,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막스는 버팔로를 해체하고, 일부는 살코기만 얇게 썰어 설탕, 후추, 소금을 뿌려 염장을 해두었다.

그리고 끈으로 묶어 마차 옆에 주렁주렁 매달아 육포로 만들었다.

‘이건 비상식량이고.’

치이이익.

모닥불 위에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는 곧 뱃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꼬챙이를 굴리며 고기를 굽는 막스는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소금.”

“옛썰!”

“후추.”

“옛썰!”

막스가 손을 내밀면 코닐은 그 위에 향신료를 올려두었다.

메리와 제임스는 그런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넷이 먹기엔 양이 많아 보이는군요?”

멕시코계 남자 셋이 하이에나처럼 모닥불 근처로 다가왔다.

막스의 시선이 빠르게 그들을 훑어내렸다.

챙이 넓은 솜브레로 모자에 판초를 두르고 라이플을 어깨에 걸친 놈.

코트를 젖혀 허리춤의 권총을 보란 듯이 드러낸 놈.

그리고.

“마침 음식이 떨어졌지 뭡니까. 호의를 베풀었으면 합니다만.”

메리를 향해 신사인 척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는 놈···.

제임스의 표정이 굳어지고, 메리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고기 한 덩어리를 내밀었다.

“이거면 충분할 겁니다. 가지고 가세요.”

“부인의 마음씨가 너그러우시군요. 그런데 이걸 언제 해 먹겠습니까. 우린 부인 같은 여자가 없거든요.”

‘여자가 없으면 지금까진 뭘 먹고 살았냐?’

메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상가상 놈들은 가족 틈에 앉기까지 했다.

“식사는 다 같이 해야 의미있는 법이죠. 하물며 어여쁜 여인이 초대해준 만찬을 거절해서야 되겠습니까.”

‘멘트 참.’

고기가 오그라드는 것처럼, 막스의 손발도 오그라들었다.

메리는 분노로 몸을 부들거리고,

제임스는 총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순간.

타앙! 타앙!

하늘을 향해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한 놈이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총구를 제임스 머리에 겨냥했다.

그리곤 주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까불면 가족이 끔찍하게 죽는 걸 지켜보게 될 거야. 우리가 그렇게 너그럽지가 않거든.”

제임스는 침음하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행여 불똥이 튈까 인근에 있던 이주민들이 무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일 뿐, 이곳 서부에서 누군가에게 정의감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들은 절대 돕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제임스 가족과 막스의 문제였다.

코닐은 제임스의 등 뒤로 몸을 숨기고, 막스는 묘한 표정으로 리더를 쳐다봤다.

판초를 걸친 멕시코계 무법자가 셋.

‘어디서 봤더라···.’

순간 막스의 눈이 반짝였다.

‘파이브 호아킨스 갱.’

나타났다, 황야의 로또.

현상금 왕창 걸린 놈들이!

캘리포니아 박물관과 책에서 놈들의 사진까지 본 적이 있다.

중국인 노동자 수십 명을 죽이고, 백인까지 닥치는 대로 죽이며 절도 행각을 벌인 갱단.

놈들을 잡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선 레인저스까지 창설했으니 꽤 거물들이었다.

‘저놈이 리더인 호아킨 무리에타.’

막스는 셋 중 리더를 가려냈다.

곱슬머리에 눈은 동그랗고 콧수염을 기른.

판초를 걸친 놈이 갱의 중심이었다.

‘캘리포니아 레인저스에 쫓겨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건가.’

막스가 머릿속에서 그들의 이력을 들추고 있을 때. 갱단 한 놈과 눈이 마주쳤다.

“음? 이건 또 뭐야?”

동양인이 백인 가족 틈에 끼어있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놈이 막스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월척이다

파이브 호아킨스 갱.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서 악명을 떨친 놈들의 등장으로 저녁 식사는 엉망이 되었다.

“쿨리가 백인 틈에 껴서 고기를 굽네?”

“캘리포니아에서도 보지 못한 기괴한 장면이구먼.”

두 놈이 막스를 보며 비웃음을 던진다.

리더인 무리에타는 오로지 메리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옆에 앉아 팔로 허리를 잡아당기자, 메리가 기겁하며 뿌리쳤다.

“이, 이거 안 놔요?”

“이놈들이···!”

“넌 닥치고 있어.”

퍽!

한 놈이 제임스를 발로 차 쓰러트렸다.

“아빠!”

쓰러진 제임스에게 가려던 코닐을 한 놈이 발로 차버렸다.

메리의 얼굴은 분노로 부들거렸다.

“이 나쁜 자식들!”

“그렇게 안 봤는데, 부인이 성깔 좀 있네. 우리가 무례하면 어쩔 건데?”

무리에타가 한 손으로 메리의 턱을 들어 올린다.

“남편과 아들 앞에서 당해 볼래?”

“윽···, 이, 이것 놔!”

무리에타는 파르르 떠는 메리를 응시하더니.

칼을 그녀의 얼굴에 슬쩍 가져다 댔다.

“밤은 이제 시작이야. 기대하라고.”

피식거린 놈은 거칠게 메리의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무리에타가 유명한 총잡이랬지 아마.’

막스의 머릿속엔 여러 상황의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다.

공격 일 순위는 두목 무리에타.

모닥불 넘어, 놈과의 거리는 1m 내외.

다른 두 놈의 위치를 파악한 막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계획이 세팅되자 긴장감과 흥분이 막스의 전신에 퍼져나간다.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듯, 심장 박동은 증가하고 빨라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무리에타도 보통 놈은 아니었다.

본능적인 감각인지, 살기를 느낀 놈의 시선이 막스를 향한다.

그리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해보자고?”

기대된다는 듯, 놈은 홀스터를 향한 채 오른손가락을 꿈틀거렸다.

그리고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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